<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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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몇 십 년 후나 몇 년 후 같은 먼 미래가 아니라 불과 며칠 뒤나 몇 분 뒤라도, 미래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미래의 신문 단 한 쪽(반드시 증권 란!)이라도 미리 볼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첫 번째 직업군은 다들 잘 아시죠 ^^)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매우 근본적인 것입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예언자’가 근대 과학 문명의 발전과 함께 허황된 미신으로 치부되며 역사의 전면에서 거의 사라져 간 현재에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예언자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엄청난 돈을 벌고 현대 사회의 중추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로 저자인 윌리엄 A. 서든은 [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 을 시작합니다.
서든이 지목하는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예언자는 바로 증권가와 금융가의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입니다. 일반인들의 경제 생활의 중심도 생산업과 서비스업에서 금융과 증권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져 가는 추세 속에서 앞으로 급등하거나 가격에 오를 투자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호언장담이나 장래성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추천한다는 전략기획자들의 주장은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미래의 성공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고대 예언자들의 예언이나 신탁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현대의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은 통계와 과학적인 분석 기법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없는 미신인 예언이나 신탁과는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1900년 이후 110년이 넘는 주식 시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장의 변화와 그 전후에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 예측과 전망들을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지난 1세기 동안 발생했던 대표적인 주식 시장의 침체와 상승기를 절반은 고사하고 1/4이라도 제대로 예측하거나 전망한 전문가나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음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 밝힙니다. 1929년의 대공황을 비롯하여 5~60년대의 고속 성장, 70년대의 석유파동, 1987년의 검은 월요일, 2008년의 서브프라임 금융 공황 등 역사상 중요한 경제의 전환점들에서 전미 경제연구소나 경제분석국, GE 같은 거대 기업, 거대 증권사와 은행들이 한결같이 아무런 예측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였음은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분명하며, 전환점 이후의 경제 전망에서도 한결같이 예측이 어긋났음을 저자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예측을 적중시킨 전문가나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외의 다른 예측들은 어김없이 빗나가서 전체적으로 볼 때 절반 이상의 예측을 성공시킨 전문가나 기관은 역사상 전무했음을 밝힘으로써, 권위있다는 전문가나 기업의 예측이 사실을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확률을 보일 뿐이라고 실랄하게 폭로합니다.
경영과 경영학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1970년대 이후 등장했던 전략기획과 성장 매트릭스, 경영전략, 우수성 집중, 리엔지니어링 등의 열풍들도 한결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효율성이 의심받음으로써 ‘경영에서 일관된 성공 법칙은 없다’라는 당연한 진리만을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증시 예측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성배처럼 추앙받았던 랜덤워크 이론과 다우이론, 엘리어트 파동이론, 시장주기설,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의 기술적 분석 기법들도 실제로는 시장 예측에 무용했다는 사실과 언론을 통해 최고의 권위자로 추앙받았던 인물들의 실제 예측 적중률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이었는가도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하면 폭로합니다. 결론은 증시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론, 비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언제나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었던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등은 그런 기술적 분석이 아닌 기본적 분석 기법을 사용해 원칙에 충실한 정석 투자를 장기로 했다는 점과 어쩌면 아주 드문 확률상의 예외에 속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점을 저자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5장에서는 기술주 투자에서 중요한 첨단 기술 예측에 대해 1900년대 초부터의 수많은 미래 학자들의 예측이 쥘 베른의 과학소설보다도 못한 미래 예측을 보여주었과 그들이 예측한 근미래가 얼마나 현재와 동떨어진 것인가를 조목조목 밝힘으로써 미래에 사용될 첨단 기술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상업적 실용성을 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여줍니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가장 예측율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분야인 기후 예측과 인구 예측에서도 얼마나 많은 오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지도 두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회 예측은 보다 복잡하고 그만큼 예측이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고 말하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격변에 대한 예측과 실제 역사적 사실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각 분야에 대한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예측 기법과 이론, 전문가들이 모두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적중 확률을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밝힌 후, 미래를 예측해 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곰꼼하게 따져보고 검증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허황되고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현실에 충실하고 그것이 미래에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현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그나마 확률이 높은 예측은 ‘내일도 오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는 것처럼 말이지요.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