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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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전쟁 - 환율, 무역 그리고 원가를 둘러싼 21세기 세계대전!
랑셴핑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아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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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지가 불과 30년 내외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들 중국의 경제학 수준을 얕잡아 보기 쉽지만,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들에 재직 중인 중국인 경제학자들의 숫자는 깜짝 놀랄 만큼 많고 그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13억(실제로는 17억 정도라고 하지요)이라는 엄청난 인구에서 최상위 0.001%의 고급 지식인층이고, 학문과 사색이 몸에 배어있는 동양인인 만큼 학문 분야에서의 성취도와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고 큰데, 쑹훙빙의 < 화폐 전쟁 >을 비롯한 중국 경제학자들의 저술들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이지요.
< 중미전쟁 >의 저자인 랑셴핑은 타이완 출신으로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시건과 오와이오 주립대를 거쳐 뉴욕대와 시카고 대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미국 경제학계의 핵심부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국제 금융학과 기업 재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데, 중국 내에서는 관료들과 관변 경제학자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치 않아 젊은 층으로부터 엄청난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학자 1위로 뽑혔을 정도니 우리나라의 장하준 교수 정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미전쟁 >에서 랑셴핑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침략과 경제 전쟁의 현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950~60년대의 ‘고도 경제 성장의 황금기’ 이후로 반 세기 이상 한 자리 숫자 초반대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7~80년대 이후 매 년 10% 전후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왜 주기적으로 위기와 불황의 늪에 빠지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아시아 경제를 상대로 경제 침탈을 해 온 메커니즘을 저자는 간략하게 정리해 설명해 줍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1일 때는 착취할 경제적 자산 자체가 없으므로, 아시아 국가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 제조업(경공업) 중심의 경제 활동으로 경제력이 향상되어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때까지는 오히려 미국인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을 싼 가격으로 구입해 소비할 수 있으므로 생산을 격려하기까지 합니다. 일단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그중 5는 실물 경제에 투자하고, 나머지 5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가상 경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이 개입하는 부분이 바로 가상 경제 부문입니다.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은 거액의 외자를 목표로 삼은 국가에 들여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임으로써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을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폭등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 안에 주식과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게 되고, 힘들고 수익률이 낮은 제조업에 투자되어야 할 자본들은 훨씬 더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 쪽으로 몰려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주식과 부동산 광풍이 절정에 도달해서 국가의 거의 모든 잉여 자산은 물론 은행 대출들까지 주식과 부동산에 투입되었을 때에,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을 비싼 값에 일시에 팔아 치우고 그 나라를 빠져 나갑니다.
실제에 비해 엄청나게 과대평가되어 폭등했던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을 날리고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처참하게 붕괴되어 어렵게 쌓아올린 그 국가의 부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맙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막대한 외자가 빠져나가 달러 보유고가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그 국가의 정부 관료들에게 ‘이자율을 올리면 외자가 높은 이자 수익을 바라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그 꾀임에 빠져 이자율을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부도와 도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잉여 자산의 가상 경제로의 쏠림으로 투자가 위축되었던 생산업이 붕괴되고 마는 것이지요.
저자는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이러한 경제 침탈이 각 국가의 상황과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적용되었는 지를 태국과 베트남, 일본의 예를 각각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2024194627230.jpg)
그리고 이제 미국의 주된 경제적 가상 적국은 중국이며, 미국의 경제 침략의 마수가 이미 중국을 향해 뻗쳐오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공격은 환율과 무역, 원가 전쟁의 세 가지 형태로 시작될 것이고, 그중 가장 주된 공격은 환율 공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하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으로 생산 마진율이 낮은 중국 생산업에는 3%의 절상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터인데, 미국이 요구하는 20%가 넘는 절상은 중국의 생산업을 송두리째 붕괴시키고 말 것이라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무마시키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또다른 조건들인 금융 시장 개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를 구실로 한 탄소배출권은 아시아 국가들을 목표로 한 미국과 유럽의 음모이며, 이 탄소 관세가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게끔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 유럽의 경제 전쟁은 신에너지와 농업생산물, 희귀 자원,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인데, 이러한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중국 관료들의 시야가 지나치게 좁고 어둡다고 저자는 개탄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제는 공공연하게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1997년 아시아 경제를 차례로 궤멸시켰던 IMF 사태가 미국과 그 사주를 받은 국제 투기 세력의 조직적인 경제 공격의 결과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산과 수출로 인해 축적된 잉여 자산이 부동산과 주식 광풍으로 쏠리고, 거품이 붕괴된 후에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외자 유입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이자율 상승을 부추키는 것이 미국과 투기 자본들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숫자의 미분양 아파트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상승하는 전세값과 거기에 견인된 집값 상승 움직임, 그리고 경제가 아직도 침체기인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명목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이자율 같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은 바로 전형적인 거품 부풀리기 단계로 보여져, 정부의 경제적 인식과 능력 부재를 넘어 정부의 경제팀에 미국과 투기 자본의 마수가 이미 상당히 깊게 뻗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