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칼 마르크스가 일찌감치 날카롭게 통찰하고 혁파해 낸 것처럼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인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의 차이’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자본주의가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이루게 된 가장 핵심적인 동인이자 성공 비결이지만, 그와 동시에 자본주의의 모든 구조적인 문제점과 폐해의 원인이 집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생산물이 실제로 소유자에게 주는 효용 가치(사용 가치)와 소유자가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치루어야 하는 비용인 교환 가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은 일견 부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 차이에서 생겨나는 부가가치가 생산자에게 생산 의욕을 부여하고 생산 활동을 촉진시키는 무형의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데에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그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인식하는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 사이에 자본주의 체제가 통상적으로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차이가 있을 때에는 독점금지법에서부터 사기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규제와 심리적인 거부감을 낳게 되는데, 그러한 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빈부격차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저항을 발생시킬 정도만큼은 아니지만, 광고나 언론, 소설 네크워크 등을 이용한 여론 조작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정당화시키는 경우들입니다. 특히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 상품의 실제 효용과 가격 사이에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제조자에게는 기대 이상의 이익을, 소비자에게는 기대에 못미치는 손실을 안겨주게 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현대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소비자 심리학이 존재 가치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소비자 심리학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행동 경제학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였는데, [ 머니랩 ] 은 이 분야에서도 가장 첨단인 실험 경제학을 다룬 책입니다. 
 

 

‘돈(Money) +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인 [ 머니랩 ]‘돈이 움직이는 방식’에 관련하여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심리와 그 과정, 돈을 둘러싼 거래와 계약, 협상 등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현실과 거의 유사한 실험 환경 아래에서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얻어 유의미한 이론을 내는 학문인 실험경제학이 파악한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비자들이 내리는 경제 활동과 심리의 흥미로운 현상들을 들려줍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경제 실험들은 사람들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으로 소비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며 비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와 주변, 때로는 생산자와 판매자에게도 예기치 않은 손해나 이익을 입히게 됨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리스트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정함과 형평성을 단순한 이익보다 감정적으로 더 중요시하며, 그 결과 상호주의나 호혜주의에 감정적으로 더 이끌리는 경향을 보이곤 합니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장래 경영자가 될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대상자들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 일쑤이고, 평판이나 신뢰와 같은 비수치적인 요소들이 거래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보다도 훨씬 더 많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최후 통첩 실험’, ‘독재자 실험’, ‘앵커 효과’ 등의 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여러 실험들을 통해 사람들의 이러한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심리들을 파악, 분석해 내고, 그것들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토대로 사람들과의 거래나 협상, 계약에서 게임의 규칙(시스템)을 내게 유리하게 만들고 상대가 악용하지 못하게 하라거나 남들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함으로써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고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라고 조언합니다.

위에 요약해 놓은 이 책의 주요 논점들과 결론만을 단순하게 살펴보면 일견 당연하고 단순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보면 각 장마다의 실험에서 상정하는 간결하게 정돈된 실험 조건들과 결과로 나타나는 뜻밖의 행동들, 거기에서 도출되는 경제학적인 논리들의 날카로움과 정연함, 참신함에 놀라게 되고, 실험 경제학이 보여주는 통찰력과 설득력에 찬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이론과 주장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에 깊은 공감을 느끼기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경제적인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서구 자본주의가 300년이 지난 이제서야 비로소 고대 동양의 성현들과 거상들이 설파해 온 ‘사람을 대하는 도리’와 ‘장사(상인)의 도의’에 도달했다는 것인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를 먹이삼아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그 어두운 그림자를 노골적으로 전세계 경제계에 드리우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이 책이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때로 보여집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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