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명작에서 훔친 위대한 통찰
안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2007년 금융대공황을 예언한 [ 블랙 스완 ] 으로 ‘월가의 현자’라는 명칭을 얻은 나심 니콜라스 탈렙[ 행운에 속지마라 ]에서 자신은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레이더이지만 매시매초의 다우존스 현황에 목을 메는 다른 트레이더들과는 달리 자신은 아예 TV나 신문을 보지않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을 읽을 시간에 호머나 세네카 등의 고전들을 머리맡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는다고 말합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무능력함과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 위험한 경영학 ] 의 저자 매튜 스튜어트 역시 태동 초창기부터 데이터 조작과 자의적인 해석으로 비과학적이고 신뢰성과 효율성이 현저하게 낮은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MBA의 실상을 고발하며, 그러한 경영 대학원에서 배우는 학술적 신뢰도가 낮은 경영학 교과서들보다는 오히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영에 훨씬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주장의 논지는 과학적 엄밀성이나 인과성이 희박한 경영 이론이나 신뢰성이 낮거나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수치를 조작하는 각종 차트나 데이터에 근거하여 기업을 경영하거나 컨설팅하기보다는 기업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기업의 마케팅 대상인 인간에 대한 심도깊은 모색과 탐구의 결과들을 담고 있는 동서고금의 고전이나 철학서를 읽는 쪽이 훨씬 더 경영과 마케팅의 본질에 접근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 ] 역시 위의 두 저자의 주장과 동일한 논지를 토대로 경영학 책들이 아닌 소설을 통해 경영의 요체를 파악하는 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영학 서적들은 답을 제시하려고만 하며, 자기계발서들은 삶의 기술들만을 풀어 놓는데, 이러한 경영학 책이나 자기계발서들이 제시하는 답이나 기술이란 하나의 예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인간의 삶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고 각자의 삶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효성의 의심스럽다고 전제합니다. 그에 비해 소설을 비롯한 문학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이해하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질문을 찾아낼 계기를 제시해 준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가장 뛰어난 문호들이 창조해 낸 문학 작품들 속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성찰과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므로, 소설은 비실용적인 도락이 아니라 현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인간의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세상에 대해 말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실전 지침서라고 합니다.

저자를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31권의 명작들을 통해 나를 극복하는 힘을 얻고, 일의 자세를 가다듬고, 삶의 방식을 배우고, 세상의 이치를 볼 수 있는 길을 제안합니다. 

각 챕터들은 소설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요약, 중요한 화두가 되는 문장과 그 해설, 일상과 현실에의 조응, 에센셜한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텍스트로 제시하는 책들은 사마천의 [ 사기 ] 와 호메로스의 [ 일리어드 ] 와 [ 오딧세이아 ], 오비디우스의 [ 변신이야기 ], 김만중의 [ 구운몽 ] 같은 고전에서부터 오르한 파목의 [ 내 이름은 빨강 ] 과 가스통 르루의 [ 오페라의 유령 ] 같은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 유진 오닐의 [ 밤의로의 긴 여로 ] 와 사무엘 베케트의 [ 고도를 기다리며 ] 같은 희곡, 장 지오노의 [ 나무를 심는 사람 ] 같은 동화까지 비교적 넓은 범위에 걸쳐 골고루 선정되어 있는데, 특별히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없더라도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과거로부터 현대에 걸친 동양과 서양의 양서들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충분한 교양이 될 수 있는 명작들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독서가인 다치바다 다카시는 ‘30세가 넘으면 소설은 그만 읽고 실용서를 중심으로 지식을 쌓아라’라고 말했는데, 이는 단순히 비실용적인 소설을 읽지말라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인 동서고금의 명작들은 30세 이전에 교양으로 대부분 읽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는 위에서의 권고라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부터 독서 교육이 절대적으로 빈약하고, 가벼운 사소설이나 실용서들만이 판을 치는 우리의 독서 실태에서 정말 간과하기 쉬운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이고, 경영과 마케팅의 본질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맨 위에서 언급한 탈렙과 매튜 스튜어트의 말처럼 정말 필요한 것은 고작 7~80년에 불과한 경영학의 이론이 아니라 수 백년 간의 지혜가 응집된 동서고금의 명작 문학 작품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거듭 하게 만든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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