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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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하는 단 하나의 선물, 마리카의 장갑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마리카가 세상에 나오기 한 달 전에 생겼어요.

마리카와 공화국이 동갑인 셈이죠.

마리카는 짧고 듣기 좋고 온화하고 왠지 늠름하고 기억하기 쉬운,

추운 겨울날 드물게 보는 푸른 하늘 같은 이름을 고민하던 아빠가 지은 이름이에요.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이지요.

할머니는 마리카가 태어나자마자 빨간색 털실로 엄지장갑을 뜨기 시작했어요.

아이는 금방 자랄 테지만 자랄 때마다 손에 맞춰 떠주기로 했어요.

혹시 장갑이 나뭇가지에 걸려 구멍이 난다면?

괜찮아요, 엄지장갑을 수선하는 일은 할머니의 기쁨이니까요^^

 

 

 

 

 

 

마리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열두 살이 되었어요.

열두 살이 되면 공화국에서 꼭 치러야 하는 시험이 있어요.

그런데 마리카, 수공예에는 통 관심이 없네요.

그저 바깥세상이, 동물이, 들판을 뛰어다니며 밖에서 노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시험을 피할 순 없지요.

게다가 시험에 떨어지면 루프마이제공화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나라를 떠나야 한대요.

수공예 열등생 마리카, 이제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마리카의 출생에서 시작된 "마리카의 장갑"은

15세의 마리카가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엄지장갑을 뜨는 것,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 야니스의 프러포즈,

결혼식용 손가락장갑 뜨기를 지나

오랜 세월 마리카의 흔적을 모두 담아내고 있어요.

행복하기만 할 듯한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요.

루프마이제공화국이 얼음제국에 무력으로 병합되는 바람에

야니스가 강제 연행되거든요.

이제 마리카는 그의 무사 귀환을 소망하며 밤새 엄지장갑을 뜨지만...

삶의 기쁨과 감동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포근한, 아름답고 조큼 슬픈 이야기가

음식 블로거인가 싶은 오카와 이토의 맛깔 나는 음식과 곁들여집니다.

라트비아의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쓰인 "마리카의 장갑".

히라사와 마리코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요.

마리카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숲, 바람, 햇빛, 호수, 웃음.

우리도 함께 느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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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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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인터내셔널의 밤

 

 

 

 

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한솔은 일본에서 있을 친구 영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단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그녀는 아니 그는 무작정 창가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한 여자에게

군소리없이 자리를 내어주고는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용기를 가진 낯선 이에 대해,

그리고 지나온 삶에 대해 추억에 대해 풍경에 대해 옆자리 승객에 대해

끊임없이 떠올리고 생각하고 가정한다.

 

 

 

 

 

 

 

 

기차에서 처음 본 낯선 이에게

무턱대고 자리를 양보해달라 말을 걸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묻고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 또 질문을 던지는 나미는

좋지 못한 곳,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사이비 교단에서 도망쳐 나온 참이다.

그녀는 서울역에 자신을 잡으려고 누군가 잠복해 있을까 봐

광명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이게 도망자로서의 삶의 시작이요

과거와 단절하기 위한 방책이요,

낯선 삶으로 들어선 발걸음이었다.

애초부터 뚜렷한 목적지가 있던 게 아니었기에

나미는 한솔처럼 일본으로 가볼까 생각한다.

그렇게 흔들린다.

 

 

 

 

 

 

 

 

 

 

 

 

자신을 옥죄던 교단에서, 현실에서, 성역할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의 여행이  

혼잣말처럼 넋두리처럼 펼쳐진다.

어쩌면 이들은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근본에, 정체에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일까.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듯 소설도 제멋대로 흐른다.

이 말 했다가 저 말 했다가

목적어를 두 번 세 번 반복하고

주어와 술어가 서로 짝을 짓지 못하다가

결국 결론 내린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뒤로 갈수록 문장이 정돈된다.

아마 그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일까.

이제 그들은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각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새로운 여정을 마치는 순간

그들은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좋았다"라고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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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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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각자 몸 안에 키우고 있는, 용은 잠들다

 

이 능력은 너무도 교묘하게 잘 숨겨져 있다!

 

 

잡지<애로>의 기자 고사카는 본가에 들렀다가 기분이 상한 채로

태풍이 몰아치는 길을 나서 도쿄로 가던 참이었다.

물줄기가 강을 이루다시피 한 거리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이 날씨에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아이라니, 게다가 아이는 집이 도쿄란다.

고사카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던 중 길바닥의 맨홀 뚜껑이 열린 것을 발견한다.

그 근방에는 노란 우산이 뒹굴고 있고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를 찾으러 나온 사내가 있었다.

아이는 대형 태풍이 온 시각, 고양이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어

엄마가 잠깐 주의를 돌린 틈을 타 고양이를 찾으러 나온 듯했다.

그런데 히치하이커 소년 신지는 고사카에게 자신은 초능력이 있으며,

노란 우산을 들고 있던 아이는 맨홀에 빠져 왼쪽 두개골을 부딪힌 채 죽었다고 말한다.

그 증거라며 신지는 고사카의 기억들을 읊어내고는

맨홀 뚜껑을 열어놓은 자들이 있을 곳마저 지정한다.

고사카는 미심쩍었지만 신지의 말대로 그곳에 가서 그들을 대면하는데...

 

 

 

, 신지의 모든 이야기는 추리였을 뿐인가.

잡지사로 고사카를 찾아온 오다 나오야는 자신이 신지의 이종 사촌이며

신지가 지금껏 고사카에게 추리에 기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음을 밝힌다.

나오야는 신지가 1974년의 초능력 신드롬,

이를테면 유리겔라가 숟가락을 구부리며 관심을 끌었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 푹 빠져

자신 역시 초능력이 있다고 망상하기 시작했다며 고사카에게 사과를 거듭한다.

하지만 이를 부인하는 신지, 그는 나오야 역시 사이킥, 즉 초능력자이며

자신보다 훨씬 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고민하는 고사카에게 마침 백지 편지가 연달아 도착하더니

그의 전 애인을 위협하는 내용의 협박을 받는데...

  

 

 

손끝에 닿는 것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두 소년.

나오야는 이 능력을 사회에 드러내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치 않는 능력을 가진 대가로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신지는 나오야보다는 사회의 쓴맛을 덜 본 중학생이라 그런지

의협심에 불타고 자신의 능력에 가끔 우월감에 젖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신지와 나오야가 고사카와 얽히는 동안 그들은 협박 납치 사건까지도 함께 겪게 되는데...

와우~

미야베 미유키, 미미여사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의 실력을 확인하게 된 작품이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이 빈말이 아니었다.

거의 30여 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초능력 소년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

여기서 언급한 내용은 새발의 피.

읽다가 밤을 꼴딱 새웠다.

나 아픈 녀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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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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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현대 우화 5편에 선정된 고양이 손님

 

 

 



우화: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이솝 우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사전적 의미로만 따지자면 "고양이 손님"은 우화가 아니다.
그저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같은 소설이랄까.
글을 쓰고 다듬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나'와 아내의 일상이
한 마리 고양이 치비와 엮이는 과정과 그 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넓은 정원이 딸린 저택의 별채에 세들어 살게 된 이 부부에게
옆집 새끼 고양이 치비가 드나든다.
변덕스럽고 매번 뜻밖의 행동을 하는 치비는 울지도 않고
사람에게 안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경계심 강하던 치비는 부부가 만들어준 전용 문에 전용 방을 갖게 되고
부부는 치비를 '손님'으로 찾아오는 친구라고 여긴다.

"얘, 이제 우리 집 고양이 아니야?"

치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던 아내는 어느샌가 치비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인연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치비가 어느 날 갑자기...

 

 

 

 

 

 

 

시인 히라이데 다카시의 첫 소설 "고양이 손님".
문장이 부드럽고 나른하다고 할까.
"하늘에서 온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번역출판되어 인기를 끌었단다.
소위 집사들이라면 소설 전반의 '치비'나 소설 후반의 '언니'를 접하는 마음이
그저 이야기로만 읽은 나와 같진 않겠지?
"어린 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 "연어(안도현시인의 작품)"과 더불어
최고의 현대 우화 5편에 뽑혀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어버린 "고양이 손님".
이 최고의 현대 우화 5편 어디서 뽑은 건지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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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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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다

 

 

 

아주 사적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20182,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호스피스, 완회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

나는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안락"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겪어보지 않은 젊은이들은 알 수 없는

노환의 혹은 질병의 통증 때문에 두렵고 고통스러운 사람들.

이들은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며

가족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을 두고 가족 안에서 할머니는 냉정한 듯 선택권을 휘두르지만

뒤에 남은 가족들은 과연 그 결정에 시원하게 동의할까?

사위는 장모가 별나다 하고, 딸은 엄마가 가면 자신은 어떻게 사냐고 절규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할머니의 손녀는 엄마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핏줄이라도 한 발짝 떨어지면, 세대가 확연히 다르면

이 모든 게 잘 이해되는 걸까?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은 오후 네 시에 잡혀 있었으므로

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생일잔치 하듯 입고 오라는 지시를 하고

가족들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지막 음식으로 준비한다.

임종을 주관하는 의료 스태프와 경찰 팀이 이 임종이 정말 할머니의 의시인지를 확인한다.

할머니는 시약병에 든 액체를 마시고 서서히 눈을 감는다.

가족 모두 지켜보는 참이다.

 

 

 

 

 

 

가까운 분이 시신기증에 사인을 하고 난 후 그 가족들이 서로 싸우는 지경에 이른 것을 봤다.

내 몸을 내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또한 일리 있었기에 따로 의견을 말하지는 못했다.

질병의 고통, 노환의 두려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한다면

과연 나는 그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

함께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죽음을 안타까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존엄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로 받아들이는 '적극적 안락사' 이야기,

"안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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