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0
볼테르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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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강독회의 두번째 책은 18세기 철학자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다.  북클럽 회원들과 서양 철학사를 함께 읽고 훑어볼 때 볼테르의 대표작이라던 이 책이 궁금했었다.  이번에 강독회에서 다룰 책이라 하여 읽어볼 기회가 생겨서 반가웠다.  이 책에 함께 실린 다른 소설 <미크로메가스>는 단편 소설로 외계인의 우주 여행을 소재로 한 철학 이야기이다.  그 시대 우주 여행을 소재로 하다니 SF 소설의 원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동시대 철학자 디드로의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만큼이나 구성과 개연성면에서 현대소설과는 달리 엉성하기도 하지만, 볼테르의 철학사상이 녹아 있다는 데에서 충분히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박웅현님은 역시 스토리 보다는 좋았던 구절들 소개로 강독회를 이끌어갔다. 

 

볼테르의 세태풍자적인 얘기들은 재미있다.   가진 자에 대한 굽신거림이 그때도 다르지 않았나보다.  

 

"영지 사람들은 모두 남작을 영주님이라 불렀고, 그가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도 모두 크게 웃어주었다.  몸무게가 대략 158킬로그램은 되는 남작 부인은 그 육중한 몸집만으로도 세인의 칭송을 받았다."

 

당시 드디로와 볼테로는 백과사전파 철학자였다.   볼테로는 이 책에서 백과사전적인 지식의 무용성을 꼬집기도 했다.   백과사전에 머핀 만드는 기술은 나와 있지 않아 정작 필요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면서 누가 더 불행한지를 가리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캉디드는 프랑스어로 '순진하다'라는 뜻만큼이나 판단력은 올곧고 순박한 소년이다.  캉디드는 철학자 팡글로스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그의 철학 사상에 크게 감화를 받는다.  그의 철학 사상이란, 모든 것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반드시 최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낙관주의 사상이다.  

 

캉디드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부조리하고 불행한 상황들에 처하게 되는데, 이 때 이 세상은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연결되고 최선을 위해 조합되어 있다는 팡글로스 선생의 말씀을 실천해보려고 한다. 

 

"오, 팡글로스!"  캉디드가 소리쳤다.  "이런 끔찍한 일을 당신은 예측하지 못하셨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결국 나는 당신이 말씀하셨던 낙관주의를 포기할 수 밖에 없군요."

"낙관주의가 뭔데요?"  카캄보가 말했다. 

"아아!  그건 나쁠 때도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우기는 광기야"

   

결국, 캉디드는 불행한 여정 속에서 이 세상이 최선의 상태임을 증명할 만한 사실을 찾아내지 못하고 낙관주의에 회의를 품게 된다.  그리고 캉디드는 여행을 함께 했던 사람들 중 터키노인의 말을 깊이 새겨 듣는다.

 

"20에이커밖에 안 된다오.  그 땅을 아이들과 함께 경작하고 있지요.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란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캉디드는 인생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란 노동하는 것임을 깨닫고, 농가에 정착하기로 한다.  팡글로스가 여전히 낙관주의적인 말을 건낼 때 캉디드가 건네는 마지막 대사는 다른 이의 관점에도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가꾸어야 합니다"

 

대책없는 낙관주의 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직시하라는 "비관적 현실주의"가 현재 우리에게 더 필요하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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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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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초판이 출간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정도 되었나보다.   언젠가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어 1999년판을 아직 소장하고 있었다.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가 출간되기 전까지는.. 

 

시오노 나나미가 일본군이 네델란드 여성을 강제위안부로 삼은 거에 대해서는 구미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일본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한 데에 반해 한국 여성의 종군위안부에 대해서는 위안이라는 참 상냥한 이름을 붙혔다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세워 인터넷에서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사죄는 부끄러운게 아니라며 피해자가 됐다라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끼와 대비된다.  

 

그녀의 편협한 역사관에 실망하여, 그녀가 쓴 역사학적 서사시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책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책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중 1부작 <로마의 일인자> 출간 소식이 들렸고 북클럽 회원으로부터 1권을 선물받았다.   이 책은 <로마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역사소설이라 재미와 로마사 둘 다를 안겨준다.  이제 과감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을 떠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콜린 매컬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시나무새>의 원작자로, 영미권에서는 역사소설가로 명성이 높다.   저자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20년 동안 <마스터 오브 로마> 7부작을 연달아 발표하였고, 한국어번역본은 현재 2부 <풀잎관 1, 2, 3>까지 출간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 <로마의 일인자 1>은 그라쿠스 형제 시대 이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어나기 전인, 기원전 110년경 마리우스와 술라 시대부터 시작된다.  <로마인 이야기>를 뒤져보니 3권 중반부터와 동일한 시대이다.   잘 알려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이름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1권의 중심 인물 카이사르는 그 할아버지이고, 그의 사위들이 마리우스와 술라이다.  

 

당시 로마는 절대 군주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 시대였다.   두 집정관이 로마를 통치하던 시대,  정계 진출을 위해서는 출생과 돈이 중요하던 시대였다.   이탈리아 변방과 아프리카를 속주로 다스려 속주 통치까지 맡아야 했던 시대였다.   

 

카이사르는 명문가 집안 태생이지만 재산이 없어 정계 진출을 못하고 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로마 출신이 아닌 이탈리아 변방 출신으로 광산 사업으로 재산은 많지만 젊어서부터 군직에만 있었을 뿐이다.  카이사르는 50세의 마리우스를 첫째 사위로 선택한다.  카이사르라는 명문가와 마리우스의 재산을 합쳐 서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자는 것..

 

술라는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난봉꾼 아버지 때문에 재산을 거의 잃고 새어머니와 애인에게 기생하며 살아간다.  카이사르의 둘째딸 율리아가 술라를 사랑하게 되지만 술라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술라는 스스로 선택된 인물.  새어머니와 애인을 하나하나 처리하며 재산을 물려받은 이후 카이사르의 둘째 사위가 된다.    

 

마리우스와 술라가 카이사르의 사위가 되는 과정은 어느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로웠고, 아프리카 속주인 누미디아의 반란 얘기와 로마의 정치적 상황이 재미를 더해준다.   마리우스가 기원전 108년 새집정관으로 선출되고 술라는 마리우스의 재무관이 되면서 1권은 마무리된다.  

 

서평가 이현우의 평론처럼 이 소설은 로마사 그시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2권에서 마리우스와 술라의 활약상이 기대되고 카이사르의 탄생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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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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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손미나.  이제 아나운서란 타이틀은 무색해지는 이름이다.  첫 출간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고 그녀의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과감한 변신이 놀랍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그 후 그녀의 여행기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다음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를 읽고는 좀 날림으로 만든 책같아서 실망스러웠고, 다음 여행기 아르헨티나편은 나온 줄도 몰랐다. 

 

그리고 한참 후에 출간된 프랑스 여행기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그녀가 파리지앵으로 3년 넘게 살아가면서 쓴 책이라 그런지 눈길을 끌었다.   여행자로가 아니라 단 몇달, 아니 몇주만이라도 현지인으로 파리를 누려볼 수 있다면.. 다들 꿈꿔보는 게 아닐까.  작가는 프랑스 곳곳의 여행기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느라 고뇌하는 모습도 책 속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페루 여행기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한달간의 여행기이다.

쉽게 떠나보기 힘든 남미 대륙..  페루라는 나라는 막연히 잉카 제국, 마추픽추 정도, 그리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나라로만 알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로맹가리의 단편소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떠오른다.

 

작가의 여행 코스에 리마의 남서쪽 섬 '바예스타스'가 있다.  이 섬은 수많은 종류의 새와 바다사자가 서식하는 곳으로, 수백 년 전부터 쌓인 새들의 배설물로 이루어져 있다.  새들은 바다속 영양 좋은 물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설물이 훌륭한 비료(구아노)가 된다고.  1년에 무려 1만 1000톤에 이르는 구아노를 캐가도 여전히 몇십미터 쌓여있다고 한다.  로맹가리의 소설에서도 리마 근처 구아노로 뒤덮인 섬이 소설 배경이 되는데.. 왠지 그곳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봤다.   손미나 작가도 책에서 언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얘기가 없는 것을 보면 아닐수도. ^^ 

 

작가는 마추픽추 여행 코스에서 잉카문명에 대해 말해준다.  15세기에 100년이라는 짧은 시기 동안 80여 개의 부족을 통합해서 큰 나라를 세운 문명.  군사적, 정치적, 종교적으로 앞섰던 문명이지만 문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잉카제국의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한 마추픽추는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태양과 가까운 요새에 건설되어 있다는 사실..  마추픽추는 검색해보니 1911년에 역사학자에 의해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외 작가의 여행 코스에는 아마존 밀림, 티티카카 호수, 나스카 라인, 쿠스코, 콜카 캐니언 등이 있다.   콜카 캐니언에서 3미터가 훌쩍 넘는 길이의 새 콘도르를 보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감자는 페루가 원산지로 이곳에서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유럽대륙으로 전파되었고, 아일랜드에서 주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도 새로웠다.   두세시간 이내 가벼운 마음으로 신비의 땅 페루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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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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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아직 없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를 두명이나 배출한 일본이 부럽기만 하다.   그중 한명인 오에 겐자부로가 책만 읽는 인생을 얘기하는 <읽는 인간>을 읽으면서, 그의  책에 대한 사랑과 열의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고 왠지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이 책 <익사>를 읽으면서는 그의 문학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으로 봬는 노작가의 인상은 어찌 그리 온화하신지.. 

 

<익사>는 일본의 전통 사소설의 느낌이 난다.   작가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여 전후 얘기를 담아낸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작가의 오해와 화해를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자식과의 대립과 화해를 중심 축으로 하여, 전후 근대 국가의 문제점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녹여내어 치밀한 구성을 이룬다.

 

주인공 코기토는 10살 때 목격한 아버지의 익사 상황이 60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 동안 늘 꿈에 나타난다.  코기토는 아버지의 익사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익사 소설'을 쓰기로 하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유품을 보관한 '붉은 가죽 트렁크'를 달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왠일인지 자신이 죽고 10년이 될 때 까지는 소설의 완성을 미루길 바란다.  그 10년이 지나 이제 '붉은 가죽 트렁크'를 받게 되지만, 그 안에는 소설을 쓰는데 도움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어머니는 왜 소설 완성을 반대했는지, 아버지는 왜 붉은 가죽 트렁크를 가지고 배에 탔다가 익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버지는 정말로 군대 반란에 동조했는지, 소설은 독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코기토는 아버지의 유품에 있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아버지의 제자의 증언을 듣고 군대 반란의 전모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읽는 인간>에서 보면 작가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운 경험을 소재로 한 글도 많이 써서 스스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 소설에서도 코기토와 아버지의 부자간 갈등 만큼이나 코기토와 장애 아들의 갈등 구조도 함께 한다.  별 것 아닌 것으로 틀어진 관계는 회복하기가 힘들다.      

 

거기에 코기토의 작품을 연극 무대에 세우려는 우나이코라는 인물이 더해져 이 소설의 완성도는 더해간다.

 

코기토가 과거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해 오고 있었다면 우나이코는 어렸을 때 자신을 강간했던 국가 요직의 큰아버지를 계속 생각해왔다.  두 사람이  패전 후에 풀어내지 못한 문제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잊혀지지 않고 드러났다.  코기토는 아들과의 대립을 생각하며 아버지와의 화해를 풀어가고, 우나이코는 연극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여 극복하려고 한다.  두 사람은 과거로부터구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스토리 구성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다.   일본 전승담의 계승이나 메이지 정신의 영향, 그리고 근대 일본의 문제점 고찰, 폭력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여성의 지위 등 작가가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나의 소양이 부족하기만 하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고 얘기 나누어보면 풍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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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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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질 문명 시대에는 온갖 사물들이 넘쳐난다.  동네 상점에만 나가봐도, 없는 물건이 없다는 백화점에서도, 매장이 아니어도 쉽게 매스컴과 광고에 둘러싸여 사물들을 접하게 된다.  보면 갖고 싶는게 인지상정 아닐까.  알랭드 보통도 그의 저서 <불안>에서, 일반 시민들이 자리, 성취, 수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불안의 수준이 높아지고, 매스미디어의 발전이 기대를 높이는 데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사물들에 대한 소유와 욕망이 완전 일치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유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소유는 또 다른 욕망을 낳는 것을 보면 소유와 욕망의 균형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1960년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라고 할 수도 있고 행복에 대한 담론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소설적 구성을 빌려서 젊은 부부 제롬과 실비의 꿈꾸고 좌절하는 삶을 압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롬과 실비는 안락하게 미를 추구하며 살고 싶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들의 취향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기에 대학을 중퇴하고 사회심리 조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삶을 사랑하기 앞서 부를 원했고, 젊었기에 돈을 벌기 시작하면 될 줄 알았다.  잘 살고 싶어 시작했지만, 이 욕망은 자신들을 점점 소진시켰다.

 

제롬과 실비의 일상은 족쇄가 되고 지옥이 되어 갔다.   최대한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고 본능에 충실하게 살고 싶었고 이를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성공해야 했고 그렇지만 성공을 위해 좋은 시절을 다 보내고 싶진 않았다.  돈이 부족한 생활은 그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행복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우정에 기대어 영화와 술에 빠져 살았지만, 곧 공허함을 느끼고 권태로움에 빠져들면서 우정도 서서히 무너져갔다.  제롬과 실비는 새로운 피난처로 전원 생활을 선택한다.  튀니스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었으나, 튀니스에서 멀리 떨어진 생소한 스팍스라는 곳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나을 거 하나 없었다.  스팍스에서의 생활은 시골뜨기로 전락하게 만들었고, 망명자가 되어 버리게 했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마침내 튀니스로 발령받아 그곳에서 자동차와 빌라를 마련하여 안정을 찾을 수있을까?  아니면 다시 파리로 돌아와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조사원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력자 접대를 받겠지만 역시나 새롭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풍요로움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감을 느끼는 현대 사회의 소시민들의 이야기와 다름 없다.   부를 가져오는 직업이 아니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서, 대다수의 직업으로는 현대 문명의 풍부한 사물들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는 힘들 것이다.   그 욕망에 압도당할 뿐 무력한 존재인 것은 동일해 보인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역에서 역으로 이어지는 길에 들어선 골동품 가게, 서점, 레코드 가게, 레스토랑 메뉴판, 여행사, 와이셔츠 가게, 양복점, 치즈 가게, 제화점, 제과점, 고급스러운 정육점, 문구점으로의 순례가 그들의 세계를 말해 주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그들의 욕망과 희망이 스며 있었다.  그곳에야말로 진정한 삶, 그들이 맛보고 싶고 영위하고 싶어 하는 삶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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