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그리고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이은대 지음 / 슬로래빗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에서는 글쓰기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독서라고들 말한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왕도는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의 저자는 다독 보다도 다작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쓰는 것만이 최고의 정답이라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겐 백날 책을 읽어라, 글을 써봐라 하는 소리가 인생에 그렇게 중요하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면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자신과의 대화로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이 치유될 수 있다고,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글쓰기 덕분이라고 ..    글쓰기 전도사라도 되어 자신의 경험을 알리고, 모두에게 글쓰기를 권유하고 싶어했다.  그 결과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라는 장에서 블로거들과 소통하면서 글쓰기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보다 힘든 세파를 견뎌낸 아이들이 일찍 철들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저자는 사업 실패로 빚에 시달리다가 알콜 중독에 피부병에, 수감 생활까지, 현재는 막노동꾼으로 온갖 인생의 고락을 겪었다.   이런 고락들은 저자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었고 내면 깊숙한 자아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의 전환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대신 저자와 같이 글쓰기로 자아의 발견과 나와의 대화를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의 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게 된다.  저자는 왜 글쓰기가 필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며, 글쓰기 비법은 없으며 글쓰기를 방해하는 핑계도 없으니 무조건 쓰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독자들도 나도 글을 좀 써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동할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인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매가 처녀적 보다 더 탄탄해지니 자신감도 생기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난 그 지인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그 때 느끼는 인생의 변화는 다르다고 말해 주었다.   저자도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인생의 변화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고..   

 

글쓰기는 근 1년새 나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고, 재미를 붙히기는 했다.  주로 나의 글쓰기는 책을 읽은 후 서평, 간혹 전시회나 영화 관람 후기도 있지만, 대체로 내 얘기가 아닌 평이라고 하겠다.    나의 일상과 내면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적는 글쓰기는 아직 잘 안된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가 바로 이런 것인데 말이다.      

 

나의 내면의 글쓰기라..  이런 저런 이유로 주저하게 된다.  우선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만 하는데, 타인이 이 글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다.   독자를 의식하다 보면 내 마음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고, 포장되고 거짓된 글은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세상 사람들은 나의 삶에 그리 크게 관여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며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비판에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운전도 해보기 전에는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져도 막상 주행해 보면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저자는 글쓰기도 이와 같다면서 무조건 써보라고 한다.   처음엔 힘들 것 같아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보면 쉬운일로 바뀌게 된다고...   나도 서평쓰기가 처음엔 무지 힘들었는데 이젠 좀씩 적응해가고 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서평을 쓰기 시작했듯이, 또 자연스레 내 마음속 격정을 글로 쓰고 싶을 때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우선 독서로 탄탄하게 무장해야 겠다.  이 책이 그 때를 조금은 앞당겨줄 것 같다.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의 첫장을 펼치는데, 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과 같은 맥락의 글인 것 같아 옮겨 본다.  다음 서평은 이 책이 될 수도..  ^^ 

 

"이렇게 한번 설명해 보련다.

글쓰기란 우리가 배신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이다.  - 장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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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방식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도 나 자신의 모습을 글에서 표현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글이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지만, 좋은 글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면 내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해요. 여기에 생각이 많아지면 문장 하나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도 책에 대한 글을 쓰면 비평하는 형식으로 쓰는 편입니다. 이렇게 쓰는 것이 편하거든요.

림스네 2016-04-12 16:1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내면의 글쓰기가 힘든가봐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서요. 그게 힘드니 저도 서평같은 것에 내 자신을 끼워 넣는 형태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