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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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의 삶을 지배한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예외적이고 채울 길 없는 욕구"였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면 우리 본연에 내재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욕구는 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 안의 열정을 자극하여 끊임없는 행위로 표출된다.   행위가 없는 말은 공허하다.

 

단순한 행위로도 채워지지 않는게 있다.

충분히 굶주리고 절박한 자에게만 채워지는 진정한 쾌락.

이렇게 채워진 쾌락은 욕망의 만족감을 충만하게 할 것이다.

 

지드는, 

지상에서의 양식은 욕망의 만족이라고 말한다.

욕망의 만족감이 지상에서의 내 삶을, 내 영혼을 살찌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걸까.

 

 

"양식들이여!

나는 너희를 고대하고 있다.  양식들이여!

나의 굶주림은 도중에서 멎지 않으리라.

나의 굶주림은 충족되지 않고서는 잠잠해지지 않으리라.

 

....

양식들이여!

나는 너희를 기대하고 있다.  양식들이여!

온 공간을 헤매어 나는 너희를 찾고 있다.  내 모든 욕망의 만족을."

 

지드의 글을 읽고보니 소유라는 게 별게 아니다.

소유하지 못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일 뿐.

지상에서의 '소유'라는 것은 내 주위에 안주하는 것, 내 주위와 닮아가는 것이니, 

모두 버리고 떠나라고, 머무르지 말고 떠나라고 말한다.

 

 

"선택이란 영원히, 언제까지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걸 의미했다. 

수많은 그 '다른 것들'이 어떠한 하나보다도 여전히 더 좋아 보였다.

사실 지상에서의 '소유'가 어느 것이든 내게 반감만 자아내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것밖에 소유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나는 두려운 것이다."

 

지드는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전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서 보았던 말씀과도 닮아 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톨레랑스(관용)가 아니라 노마드주의(행동)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비가 올때 우산을 씌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주어야 한다고..

"판단'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사랑이라고 말이다. 

 

 

"평화로운 나날보다는 나타나엘이여, 차라리 비장한 삶을 택하라. 

나는 죽어서 잠드는 휴식 이외의 다른 휴식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만족시키지 못한 모든 욕망,

모든 에너지가 사후까지 살아남아서 나를 괴롭히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

공감이 아니라, 나타나엘이여, 사랑이어야 한다."

 

지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지속해야

순간순간 행복의 개별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의 가장 작은 순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매순간 현존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말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사고의 습관이 우리 존재의 가장 귀한 부분을 가두는 것은 아닌지,

지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한다. 

내 안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강렬한 생명력과 열정을 발산하라고..

직접 느껴보지 못한 지식은 무용한 것이니,

외부 세계의 다양성과 유동성을 받아들이라고..

 

모든 글이 잠언이나 운문을 읽는 듯,

짧게 끊어진 글들은 한 구절마다 감동과 사유를 이끌어 낸다.

알베르 카뮈 전집 번역으로 정평이 나있는 김화영님이 번역으로 재탄생한

한글번역문은 운율에 맞게 잘 읽힌다.

 

지드의 철학적 사상은 특히 젊은이에게 잘 향해져 있다.

지드가 살아온 여러 경험을 되돌아보며 그것을 판단하고 교훈을 이끌어낸다.

미래가 불투명하여 미래 속에서 과거를 붙잡으려 할 때,

습관에 갇혀 있을 때,  나의 현존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알지 못할 때,

지드는 젊은이가 새로 태어나길, 영혼이 어떤 사상에도 얽매이지 않길, 열정이 가득하길 바랬다.

 

젊은 날 읽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자극되어 사고의 범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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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다가 말았는데 내용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림스네 2016-03-08 22:43   좋아요 0 | URL
저두 다 읽지는 않았구요. 천천히 조금씩 읽으려구요.
초반부 읽으면서 글이 너무 좋아서 먼저 남기고 싶더라구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도 이런 느낌이군요. 저두 소장한지 꽤 되었는데 아직 펼치지 못하고 있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