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좀 읽는 분들 사이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책..  

영화 "어톤먼트"를 인상깊게 봐서 소설은 미루어 두었다가 이번에 동네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읽어보았다.   이언 매큐언은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내기로 정평이 나 있는 소설가인데, <속죄>는 그의 소설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속죄>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구성만으로도 치밀하지만, 의식의 흐름을 잡아낸 것을 보면 감탄을 절로 나오게 하고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다.   좋은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각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고 그 인물들에 공감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이 그렇다.  왜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되고, 그 인물에 감정이입하게 만들어 버린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 브리오니의 생각을 통해서 현대 소설의 방향성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그의 소설에서 바로 증명해 주고 있다. 

 

"현대의 소설가는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토대로 하는 소설을 쓸 수 없다.  지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생각과 인식 그리고 마음이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의식의 흐름, 그 강물의 흐름과 갑자가 한데 모여 잔잔한 강에 동요를 일으키는 지류, 그리고 강물의 방향을 바꾸게 될 예기치 않은 장애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잘 표현하는가가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바람이었다."(394페이지)

 

<속죄>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마다 다른 배경에서 다른 중심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는 브리오니가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하고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을 온전히 믿어버린 의지대로 행동하여 친언니 세실리아와 그 남자친구 로비를 파멸로 몰아가는 이야기이다.  2부는 로비가 전쟁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세실리아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이야기가, 3부는 브리오니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어리숙함을 깨닫고 죄를 씻기 위해 간호사가 된 이야기가, 4부는 60여년이 흐른후 브리오니의 충격적인 고백의 글이 담겨 있다. 

 

브리오니가 그런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자신만의 기질과 그렇게 몰아간 집안 분위기의 묘사, 한집안 사람 처럼 자란 로비와 브리오니가 서로에 대한 이상 야릇한 반감이 사랑이었음을 깨달아가는 감정 묘사, 로비가 전쟁터에서 겪는 참혹한 전쟁 묘사, 브리오니가 후송된 병사들을 치료하는 병원 장면 묘사는 눈앞에 영화가 펼쳐지듯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세실리아와 로비의 사랑은 지켜보는 내내 애틋했고 안타까웠다.   시대적 및 문화적 배경에 따른 지적 욕구를 채워 주면서 긴장감과 감동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가히 현대 소설 중 최고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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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2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북클럽 활동을 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저도 새해엔 도서관 독서회라도 가입해 볼까 생각중이에요.
잠시 서재를 둘러보았는데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시간 날때 다시 읽으러 오겠습니다^^

림스네 2015-12-28 14:39   좋아요 0 | URL
지인들과 한번 시도해보세요. 처음엔 잘 될까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고나니 모두들 열심히 참여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