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눴습니다.

러셀의 단편에세이 모음집인데요.

아래와 같이 총 16개의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001. 게으름에 대한 찬양
002.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003.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004. 현대판 마이더스
005. 우리 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006. 현대사회의 획일성
007. 인간대 곤충의 싸움
008.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009. 이성의 몰락,니체와 히틀러
010. 내가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반대하는 이유
011.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
012. 서구의 문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013. 금욕주의에 대하여
014. 혜성의 비밀
015. 영혼이란 무엇인가?

 

토론은 주로 1,2,8,9,10,11번의 주제에서 이루어졌구요.

참석하신 분들의 독서내공이 대단하신 듯, 어쩌면 그렇게 버벅거리지도 않고

다양한 저자와 책을 근거로 들면서 논리적으로 말씀하시는지

제 자신이 살짝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주로 이야기한 부분만 말씀드리자면,

전 두번째 주제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에 많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라는 것도 먹고 살기 바쁜 누군가에겐 지극히 '무용'한 짓거리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당장 '쓸모있는 공부''돈이 되는 행위'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의 쓸모,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버려지고 외면당하는 가치 가운데에는

인간의 행복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결정적인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정책에서 효율성만을 담보로 한 '유용한 지식'의 실용적 교육은

인간의 기능뿐 아니라 인간의 목적도 교육되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지식을 수단으로 어떤 능력을 획득하면 사회에 혜택을 주는 일에 그 능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너무도 성급하게 가정해 왔었지요.

하지만, 과연 그랬었나요?

수학문제를 잘 풀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의 이른 바 '실용적 지식'에 만점을 받아온 자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아실겁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게을렀기에 지금 당장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실용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게으름은 나태함이 아닌 '여유'에서 비롯된 '사색'이자 '창조'의 시간입니다.

역설적으로 말씀드리면 '무위'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은 데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간의 역사는 '무용한 지식'을 탐구하는 데에서 놀라운 전기를 마련했구요.

당장에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쓸모'있는 지식은 그 무용한 지식에서 뻗어나온 수 많은 가지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자들 중에는 경제적인 뒷받침없이는 게으를 수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그 말씀 또한 통렬하지만, 과연 돈을 많이 벌면 그 여유를 무용한 지식을 탐구하는 데

투자할 건지는 장담할 수 없을겁니다.

물론 그 경제적인 여유의 잣대는 누구나 다를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거는요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경제적 가치때문에 우린 늘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기껏 남겨진 한 조각의 파이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서민들이 수백, 수천개의 파이를 얻기 위해 자라나는 아이를 다그치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효율성의 딜레마가 과연 행복의 지속성을 담보해 줄지는 곰곰히 생각해 볼일입니다.

 

다시, 원론적으로 돌아가자면 '게으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피우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 여유를 '사색'하자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색의 나무에 어떤 열매가 열릴지는

알수 없는 것이겠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여가의 시간들에 대해 '빈둥거림'으로 규정짓고, 주마가편하는 이 사회는 더 이상 우리들의 휴식시간에 '죄책감'을 심겨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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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7-03-12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모임이 있으신게 부럽습니다

북프리쿠키 2017-03-12 13:45   좋아요 2 | URL
닷슈님도 주위에 둘러보시면
괜찮은 독서모임이 꽤 있을꺼예요.
저도 첨엔 망설였는데
이젠 이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평온한 주말 보내세요^^;

마르케스 찾기 2017-03-12 1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를 쓰시면서 다른 토론자의 논리와 근거에 부끄러워하셨다니ㅋㅋ
저역시 1번과 2번과 더불어 7, 8, 11번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어요ㅋ
발표없이 듣기만 하는 참여자도 있는지ㅋㅋ
날씨가,, 좋으니,
세상이 시끄럽고, 잔디에 쓰레기가 많아지네요ㅠㅠ

북프리쿠키 2017-03-12 15:47   좋아요 2 | URL
생각은 많은데 막상 입을 열면 버벅거리고 긴장되고, 장황해지네요ㅎ 저도 요즘은 듣는 게 좋아서 갑니다. 조용히 듣기만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나저나 전 마르케스 언제쯤 찾으려나ㅠ

마르케스 찾기 2017-03-12 16:12   좋아요 3 | URL
좋은 작가들 작품을 찾아다니며 읽기를 좋아해서ㅋㅋ 그 시작이 된 작가가 마르케스라서 상징적으로ㅋㅋ
북프리쿠키는 무슨 뜻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2017-03-13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3-13 10:55   좋아요 1 | URL
앗! 저도 북프리쿠키 무슨 뜻인지 궁금하네요. 왜 비밀 댓글로 하셨어요ㅠㅠㅋ?
독서모임 부럽습니다. 저도 좋은 독서모임있으면 참여하고 싶네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은책인데 단편 에세이였군요. 북프리쿠키님의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쿠키님의 서재 책장을 보니 꼭 제 책장처럼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네요^^

2017-03-13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3-16 18:47   좋아요 1 | URL
라됴괭이님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ㅎ 북프리는 모임이름이구요. 쿠키는 달달하고 부드럽게 살자는.ㅎ
어쩌다보니 비밀댓글이 되어버렸네요. 별말도 없는데.

라됴님의 영향을 받아
선호도서가 비슷한가봐요^^;

커피소년 2017-03-14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용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매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실용이냐 무용이냐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공부도 결국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용이라고 하고.. 일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실용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성과가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일테니까요..

그러니 누군가가 게으르다.. 누군가가 부지런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시대에서는 모두 성과위주니까요


또한 실용, 무용의 기준은 그저 사회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없거든요..

사회적으로 무용한 것들을 게으름이라고 비하하는 것이죠.

공부라는 것도 문명사회가 아니라면 가장 무용한 짓입니다.

원시시대에 벽에 문자 그리고 그림 그리고 있을 시간에 사냥, 낚시, 채집하는 것이 실용적이지요..

그 때로 치면 수학 문제, 영어 구사도 아주 쓸모 없는 것들이죠..

사냥, 낚시..지금은 취미가 된 일들이 오래 전에는 실용적인 일이었거든요..

과거의 무용이 지금이 실용이 되고 지금의 실용이 과거에는 무용이었으니 지금의 무용이 가치가 없다고 비하하는 사람들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북프리쿠키 2017-03-16 19:03   좋아요 3 | URL
김영성님의 글을 읽다가
순간 무릎을 탁~쳤습니다.
유용한 지식과 무용한 지식을
현재의 기준으로만 판단해 버린것말이죠.
그리고, 효율성 =유용한지식. 이라고 이분법으로 섣불리 결론지은 것두요.

또하나 , 무용한 지식이 인류발전과 문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의 사례를 확인해보지 못한점.ㅎ

제 사고의 지평과 관점을 밝혀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책은 읽는 맛과 후기를 쓰는 맛, 토론을 하는 맛이 함께 했을 때
만족도가 높네요^^;


마르케스 찾기 2017-03-17 12:16   좋아요 2 | URL
허긴,,,,
잡초를 뽑으면서 김영성님의 말씀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단지 벼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잡초라 부르기 미안하다(?)는 구절을 읽고 난 뒤,, 더이상 제게 잡초는 잡초가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풀이 되어 이쁘게 보이더라구요.
특히 공부가 실제로 사는 데 가장 무용한 거, 오히려 사냥같은 것이 사는 데 더 유용했다는 글에서는 진심 공감했습니다.

북프리쿠키님의 책의 읽는 맛과 더불어 함께 했을 때의 맛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갑니다...
진심 재밌게 유익하게 잘 읽어서,, 감사 인사 드리고 갑니다 ^^

커피소년 2017-03-1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의 글에 매우 공감하여 댓글을 쓰다보니 글을 길게 쓰게 되어버렸습니다..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글이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며 글을 읽고 떠오르는 것이 많아 댓글을 적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해지는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이번 쿠키님 글이 그런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커피소년 2017-03-17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찾기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예 맞습니다. 유용과 무용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겁니다.

잡초는 제거해야 하는 풀이라고 하지만 잡초가 자연을 이롭게 하고 약초라 불리는 것들 대부분 잡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단지 작물의 영양분을 빼앗아간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것이지요.

공부와 사냥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공부도 서로 내용에 대해 대화하면서 같이 할 때 동기부여가 더 되고 재미있듯이 책 읽기도 같이 했을 때 더 기억에 많이 남고 추억에 남더군요. 책 읽고 감상문 포스팅하고 서로 댓글 주고 받다보면 복습 제대로 되는 느낌입니다..ㅎㅎ 나중 가서도 책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더군요..ㅎㅎ

북르리쿠키님, 마르케스찾기님 더불어 읽기에 대한 좋은 댓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