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읽지 않은 책을 쌓아 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읽다 포기할지언정 어쨌든 주인의 손을 탔다. 지금은 책이 택배로 도착하면 물품(?)에 이상이 없나 확인을 하고 어딘가에 두고 언젠가 읽겠지 하고는, 그 언젠가가 되어도 읽지 않는다. 그런 책들이 방안 구석구석마다 그득하다.

그러면서도 새 책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여전히 책 사냥을 한다."

 

- 김지안(Stella.k)의 <네멋대로 읽어라> 中에서

 

 

 

 

오늘도 속수무책으로 지름신에 당했다.

택배상자를 뜯고 탐욕스런 미소를 지으며 책을 쓰다듬고는 포스팅을 쓰기 위해 인증샷을 찍고 한쪽에 고이 놓는다.

책장이 꽉 차서 꽂을대가 없어 마치 사이드를 풀고 이중주차하듯이 빈틈에 쌓아두었다. 

심호흡을 길게 한번 하고 놓여 있는 책을 둘러본다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읽지는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점에 가서 새로운 책을 또 만지작거리거나 알라딘 중고샵에 책 사냥을 나간다. 아~책도 읽어야 하는데…’ 싶다가도, 어느새 책을 사서 지난번 놓아둔 책 위에 새로 산 책을 쌓는다. 그렇게 읽지 않은 책은 쌓여만 간다.

어느 기사에 보니 이런 이야기에 공감이 가면 당신도 ‘츤도쿠’일 수 있다.

츤도쿠(積ん読)는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 두고 결코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읽다’란 뜻의 일본어 ‘도쿠(読)’와 ‘쌓다’란 의미의 ‘츠무(積む)’에서 파생된 ‘츤(積)’이 합쳐져 ‘읽을거리를 쌓아 둔다’는 의미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츤도쿠 모임’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사놓고 안 읽은 책 같이 읽자’는 내용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이런 모임에선 집에 있는 책 중 한 권을 골라 정해진 시간에 카페에 모여 몇 시간 동안 각자 가져온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잡담은 금지다.

일본 작가 시마 고이치로는 저서 ‘왜 책방에 가면 아이디어가 샘솟는가’에 “책을 사는 건 지적 욕구를 뜻한다. 산 책을 보기만 해도 상당한 지적 자극이 된다”고 썼다. 그는 “책은 썩지 않는다”며 “츤도쿠를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츤도쿠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도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라고 했지 않은가.

 

김영하님 이야기처럼 산 책 중에 읽으면 다행이다.

산 책은 고이 모셔두고, 지금 당장 사고 싶어 하는 책을 읽고 싶어하니 문제다.

당장 사들인 책도 이미 "산 책"꼴 나는 건 시간문제인데 말이다.

 

 

 

 

 

 

 

1. 사진에 관하여(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 정가 16,500원 / 중고가 8,400원

 

 

1977년작이다.

출판되자마자 각계각층의 찬사를 받게 되었다. 20세기의 주요 기록 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관하여 그동안 제기된 바 없는 여러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졌다는 찬사를 이끌어 낸 원천이었다.

하지만 거센 비판도 많았다.

독자들이 이미 알고있는 바를 또 다른 각도에서 확인만 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2003)>을 읽고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버린 그 때를 기억한다.

그 기억에는 함께 읽었던 사람과 장소까지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을만큼 내 안의 어떤 한 부분을 차지해 버렸다.

 

중고책 사냥을 하면서 알라딘 중고샵에서 이 책을 보게 된 건 처음이다.

무료배송 2만원 맞추기 위해 나의 손가락은 미친듯이 움직였다. 겨우 장바구니에 쑤셔넣고 주문완료..!!     

 

 

 

 

 

 

 

 

2, 피아노 치는 여자(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 정가 12,000원 / 중고가 6,600원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니.

나의 허세와 탐욕의 먹잇감이었다.

특히나 '노골적 성애묘사'라~ 반드시 사수해야만 하는 문학이다!

1983년 발표한 이 소설은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하인리히 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01년 미하엘 하네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고 하니. 어쨋든 한번은 봐야겠지.

 

문학동네고전문학시리즈는 알라딘 중고샵에 띄엄띄엄 나오긴 하지만,

중고가가 꽤 높은 편이라 희소성에 비해 빠르게 사라지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책이 고급지고 디자인도 뛰어나 늘 사냥하고 싶은 목록중에 하나다. 쟝르불문

 

 

 

 

 

 

 

 

3.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 정가 12,500원 / 중고가 7,400원

 

 

 

이 책은 뭐, 워낙 유명한 책이라.

콧수염이 귀여운 커트보니것 작품이다.

풍자, 블랙코미디, 공상과학의 장르를 한데 엮고 삽화를 곁들여 쓰는 걸로 유명하며,

웃어서는 안 되는 유쾌한 책, 눈물 없이도 슬픈 책이라고 책 겉표지에 칭송을 해 놓았다.

1945년 연합군이 독일의 드레스덴 시에 대규모 폭격을 퍼부은 사건을 소재로 한 미국의 대표적인 반전소설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요즘 영화한편 볼려니 좀이 쑤시던데..보긴 봐야겠다.

 

이 책은 중고샵에 잘 나오지도 않고, 간혹 가뭄에 콩나듯 출현할때 빠른 손놀림으로 적립금 적용 후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제버튼을 누르고 지문을 갖다대면 동시 주문자의 마법땜시 주문오류의 창을 경험하게 되는 책이다.

인정할 수 없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살핀다.

알라딘중고샵(1)에 분명히 남아있지만 아래 책 내역에는 사라진...젠장 맞을.

 

 

 

 

 

 

 

 

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 정가 9,800원 / 중고가 4,500원

 

 

신영복 교수님의 책 <담론>을 읽고 그의 지성과 실천적 삶을 존경했다.

며칠전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이제서야 이 책과 마주했다.

서재에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박혀 있는 <강의>도 읽어야 하는데..

신영복 교수님의 책 스타일은 이 책 저 책에 중복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20년의 옥고를 치르는 동안 감옥에서 힘들게 써 왔던 미공개 편지와 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실리게 된 덕분이다.

쉽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쉽게 느껴지는 그의 글들은

늘 관념으로 생각하고 땅에 발을 딯고자 실천하지 않는 나의 이마를 때린다.

 

1988년 1월에 '계수님께' 쓴 글이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이 책은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리지 않은 엽서 230장 가량을 뽑아서 실은 증보판이다.

영인본 <엽서>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우선 이 책으로 대신하련다.

 

애 책은 가끔 중고샵에 나오는 편이지만 증보판인지 아닌지 잘 살펴보고 주문하길 바란다.

어느 가정에서나 <봉순이언니>같이 한권쯤은 꼽혀 있을법한 책이지만,

의외로 읽지 못한 독자들이 많은 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5.  유년의 뜰(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 정가 9,000원 / 중고가 4,500원

 

 

8편의 중,단편들이 실려 있는 오정희 선생님의 책이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한 지인이 제일로 좋아하는 작가다.

오.정.희

난 그때까지 오정희 선생님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마치 지하철 옆자리에서 열심히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보면 기웃기웃 훔쳐 읽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다고 할까.

우리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누군가가 어떤 책을 읽는 것도 비정상적일만큼 관심을 갖지 않는가.

왠만하면 한국소설에 손이 가질 않는 나인데..베일에 싸인 오정희 선생님의 정체(?)는 밝혀보고 싶다.

 

관심두지 않았던 책이라 중고샵에 얼만큼 자주 뜨는지는 확인못했다.

하지만 <유년의 뜰>이 내 무의식속에서 늘 작동했는 만큼 인지할텐데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사냥터에서 자주 마주치진 않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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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11-08 2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책을 쌓아두기만 해도 지적능력이 높아진다는 기사가 있었어요^^ 참 위안이 되는 기사더군요.... https://news.v.daum.net/v/20181024203514743

북프리쿠키 2018-11-08 23:22   좋아요 3 | URL
오~오 재미있네요.ㅎㅎ
그렇담 읽는 것보다 쌓아두는 저의 특기를 발휘해야겠네요..

카알벨루치 2018-11-09 15:33   좋아요 2 | URL
우아 진짜 쌓아두기 어쩔...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18-11-09 15:50   좋아요 3 | URL
이런 듣고서 반가운 말씀이 ㅋㅋ
쌓아두기만 해도 지적능력이?^^ 위안 받았어요

북프리쿠키 2018-11-09 19:34   좋아요 1 | URL
바벨탑을 쌓는 날까지~ㅋ

카알벨루치 2018-11-09 19:42   좋아요 1 | URL
저도 탑 쌓을려고 오늘도 중고에서 득템했죠 ㅋㅋ

stella.K 2018-11-09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거 얼마만에 보는 저의 책입니까?
저의 책이 (아직은)쿠키님 팔 뻗으면 닿을 가까운 곳에 있나 봅니다. 감사요!ㅋ

츤도쿠라... 그런 독서 모임 괜찮은 것 같아요.
실제로 쿠키님이 하시는 독서모임도 그런 거 아닌가요?
저도 동네 가까운 곳에 그런 모임 있으면 들어가고 싶어요.ㅠ
그런데 인터넷만 하지 않아도 가능할 것도 같아요.
제가 츤도쿠가 된 건 인터넷 그것도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부터 거든요.
이곳 알라딘에서부터...ㅠ
오늘도 저한테 책 사 보라고 적립금 2만원을 주던데
마침 중고샵에 사고 싶은 책을 어제 발견했는데
아직도 안 팔리고 있어서 유혹이 참으로 컸습니다. 결국 참기로 했지만...ㅠ

북프리쿠키 2018-11-09 20:02   좋아요 1 | URL
간만에 다시 읽어봤습니다.
잊고 있었던 텔라님의 독서 공력이 새삼 느껴지더군요
제 품속에서 수많은 책들이 팔려나갔지만, 이 책은 소장용이지요!! ㅎㅎ

요즘은 토론하는 독서모임 말고도
만나서 조용히 읽는 모임도 꽤 많더라구요.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꽤 근사한 시간이 아닐까요.

참 이달의 선정작에 페이퍼부문 축하드립니다.
적립금은 바로 써버리는 재미로!! ㅎㅎㅎㅎㅎㅎ 이번 주말을 참아내기 힘드실듯 합니다^^;

stella.K 2018-11-09 20:22   좋아요 1 | URL
캬~! 다시 읽어 주시는 영광을 보여주시고,
영원히 팔지 않겠다는 다짐도 주시고.
이거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참 복이 많습니다. 좋은 서재 이웃겸 독자를 두었으니 말입니다.^-----^

뭐 참는 것엔 이력이 났으니 참을 때까지 참아 볼랍니다.
안 그래도 어느 때가 되면 알라딘에서 책 사라고 독촉 받을텐데요 뭐.ㅋ
좋은 책들과 함께 주말 잘 보내십시오.^^


북프리쿠키 2018-11-11 08:52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텔라님. 제가 이렇게 작가님과 댓글을 주고받는게..영광일 따름입니다.진심.!
그런고로 제가 복이 터졌지요..ㅎㅎ
아직까지 참고 계시는군요~
참을만큼 참다가 살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 또한
만만치 않은 기쁨입니다만...확 지르십시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