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잿더미 속에서 걸어 나오는 가로수의 그을린 뼈 부수며 죽은 새들의 봄이 꽃잎으로 날아오르면

별들의 주파수를 잡은 것처럼 갸웃거리던 훈범과 밤의 보조개로 피식 웃던 영훈과 어둠의 바다가 해변으로 밀어내는 포말의 작은눈을 반짝이던 승진

 우리는 슬픈 줄도 모르고 하늘의 뻥 뚫린 구멍을 바라보며 달 참 밝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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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현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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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를 노릇하게 구워 먹고 싶어졌다.

오즈 야스지로는 만춘, 초여름, 가을 햇살을 찍었다. 세편의 영화에는 모두 배우 하라 세쓰코가 나온다. 하라 세쓰코는 가을에 세상을 떠났다. 오즈 야스지로는 그보다 먼저, 겨울에 갔다. 산 사람이 쓴 글이 죽은 사람의 책으로 변화하는 것 역시 우주적인 일이다. 도약 그리고 침묵. 어느새 낙엽이 떨어진다. 가을엔 무릎 꿇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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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현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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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물루」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글, 어떤 책은 한 문장으로도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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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현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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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설렘보다는 불안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그 얼굴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다행이었다. 드디어 그는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은 나를 친구처럼 여겼고, 인생에 관해 진지하게 얘기할 줄 알았다. 타국살이의 만만치 않음을 통해 그는 무르익었다.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 성숙한 사람을 앞에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란 어떤 행위를 통틀어 일컫는 것일까. 못 먹던음식을 먹게 되거나 속내와는 다른 감정을 표출하는 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길 줄 아는 온유함, 지금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단호함, 나의 생활로 상대방의 생활을 가늠해볼 줄 아는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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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김현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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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그늘이 되어주려는 사람과 식물에만 그늘을 보여주려는 사람은 분명 다른 여름을 산다. 젊은 부모가 실평수가 스무 평도 채 되지 않는 연립주택을 그토록 식물로 채워놓으려고 한 건 마음의 허기를 어쩔 줄 몰라서였는지도 모른다. 그 식물 한가운데로 처음으로 동물을 들였던 부모는 자식들에게 종종 말하곤 했다.
˝저 개만도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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