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팬데믹 일기 -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2020년의 기록
박상현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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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처럼 쓰고 생각하고 싶어 오터레터 구독도 하고 있어요. 단순히 글 잘 쓴다 정도가 아니라, 관점과 사고의 확장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소수자와의 연대 의식도 높은 분이에요. 이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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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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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었어요. 놀라운 디스토피아적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모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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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좋은 순간은 늘 그리운 것이었다. 살면서 가져본 적 없는 순간인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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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간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미래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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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도착한 사람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안도할 때 행복을 느낀다. 내가 여기에 도착했구나. 거기보다는 여기가 낫구나. 그 사람도 이제 내 옆에 없고, 나는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또 어디에 도착할까. 그다음 미래는 좋은 것일까 아닐까. 그때 나는 혼자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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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트리니다드의앙꼰 해변에서였다. 서른다섯 살이었고 모든 게 어그러진 때였다. 한다고 했는데, 나는 안 되나 보다 싶었고.

그러나 인간은 사랑이 결여된 채로 이 세계를 건설하고통치한다. 사랑 말고 다른 많은 것이 이 세계를 장악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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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품은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거의 매번지고 만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내버려둔다. 사랑이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치되어 무능력한 존재로 낙오한다.

내가 했던 모든 연애는 나를 혼자서 걷게 했다. 걷는 것말고 다른 좋은 방법을 알지 못했다.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 나는 그를죽이러 가고 말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무조건 걸었다. 그런 놈 때문에 내가 살인자가 될 순 없다. 교도소는 무서운 곳일 것이다. 나는 단체생활을 절대로 견디지 못할것이다. 

나는 죽지 못할 바에 쓸모라도 있고 싶다. 내가 사는 이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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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이 인간에게도 쓸모 있는 인간으로 남는 방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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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먼저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과 가까운 인간은 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 유해하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자신과 거리를 두는 인간이 타인과의 거리 두기에 가까스로 성공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가장가까운 거리라는 것, 그것이 내가 살면서 맺어온 관계들에서 다만 인간으로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배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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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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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으면 편리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회피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무책임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변명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재빨리 모습을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모르는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 아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허영이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고통스럽지 않게, 더러 활기차고 때론 즐겁게 만들 것인지 인간은 고민한다. 잠을푹 자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것이 대체로 항간에 도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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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을 잘 못 자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다.
주5회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잠을못 잔 날은 그마저 가지 못한다(그래도 주3회는 꼭 가고있다). 친구들은 보고 싶을 때 곧장 볼 수 없다. 그들은서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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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하기 딱 좋은 사람이다.

로버트 프랭크의 자전적 경력은 간결하고, 위트 있고, 내게 감동을 준다. 실패를 적으며 자신을 남처럼 여긴다. 그는 "영화가, 혹은 영화의 구성들이 내게 남겨준 죽은 시간들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나 역시 살면서 영화를 찍으려고 써둔 것들을 시로 옮겨 적었다. 나의 시는 죽은 영화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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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과 살리려고 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버틸 때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일은 힘이 듭니다. 어머니. 살아있는 것이 힘이 듭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을 말을 유독 그는 어머니에게 하고 있습니다.

먼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것을 만나게 됩니다. 이게 나를 죽일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 다시 바다에 나가는 일을 망설이게 됩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을 때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
위로가 되던가요?

여기 두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사랑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망설이는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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