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일은 괴물이 되려는 시간을 주저앉혀 가만가만 달래는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렇기에 ‘괴물‘이라는 단어의 문을 열면 연둣빛 새싹 하나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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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우물에서 태양을 길어 오신다

화분을 비워 내면서 먼저 늙는 아들
그동안의 밤은 모른 척할 수도 있었겠지만
흡사 그것이 얼굴일지라도 발작적으로 비워 내며
밤에만 일어나 마루를 돌아다니는 나의 지루한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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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마지막 길몽이었다 네가 사라진 후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너는 미리 일어나 버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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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지나간 애인이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침묵 속에서 용서를 기다리는 일이 두렵다
애인은 내가 커다란 소란을 부려야만 안아 주었다
피아노를 쳤다 음이 높아질수록 오른쪽으로 기우는 문테
연못까지 기울었다가도 다시 올곧아지는 너의 등을 보며
내가 해친 너의 속성을 깨닫는다 누워 있는 벽
철사를 두드리면 늘어나는 애인의 가슴
덮개를 당기면 인기척이 들린다
너는 어디서건 음계처럼 앉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아노를 마주하고
부서진 혼례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앞을 보라고 했다 눈을 뜨면 언제나
보일러가 꺼진 방에서
이상한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건반 위에 두고 간 유리알들을 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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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뭐라불러야할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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