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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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은 꼭 나에게 되돌아왔다.
떠나겠다는 말을 하려고
깨끗하고 어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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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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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엄치는 물고기를 완벽하게 감싸는 물, 물은 물고기 전신에 물 마사지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귤도 그렇다. 여드름자국 송송한 귤 껍데기는 젤리 같은 과육을 완벽하게 감싼다.
완벽하다는 것은 제 속의 것들이 숨 쉴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멍 뚫어놓았다는 것이다. 완전 방수의 고무장갑과 달리, 물에 담근 당신의 손이 쪼글쪼글해지는 것은 뚫린 구멍으로 당신이 숨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래 젖은 당신의 손처럼, 나날이 내 얼굴 초췌해지는 것은 당신이 내 속에서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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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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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든 견디기 힘든 것,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환영나온 차우세스쿠를 포옹하듯 서로 딴 방향을 바라보는 것, 부둥켜안은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쩌든지 기쁨은 견뎌내기 어려운 것, 새 옷 사자마자 딱지 떼고 헌 옷 만들거나, 새로 산 만년필 촉 손톱으로 깐작거려 그날 밤 안으로망가뜨리는 것. 내 기쁨 그대 눈으로 흐르고, 내 사랑 그대 입으로 흘러들어도, 그대 날 바라보며 공연히 한숨 짓는 건 넘치는 사랑과 기쁨 견뎌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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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다 자랐다. 방 안에 들여놓은 호랑가시나무 화분에 흰 버섯 하나. 나도 아내도 눈 동그랗게 뜨고, 딸아이는 손뼉까지 쳤다. 언제 누가 오지 말란 적 없지만, 언제 누가 오라한 것도 아니다. 잎 전체가 가시인 호랑가시나무 아래 흰 우산 받쳐들고, 오래전에 우리도 그렇게 왔을 것이다. 아내와나 사이 딸아이가 찾아왔듯이. 언젠가 목이 메는 딸아이 앞에서 우리도 그렇게 떠날 것이다, 잎 전체가 가시인 호랑가시나무 아래 살 없는 우산을 접고, 언젠가 한 번 온 적도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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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봄날의책 한국시인선 1
성동혁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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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에 감겨 죽은 달은
어느 날 사 온 꽃 같다
홰에 올라앉아
청진기를 대고
사랑해라고 말해 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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