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건너뛰고 여름. 네가 아니었으면 영영 깨어나지 않았을 여름.
제주 바다에 누워 생각했다. 너와는 바다에 가보지 못했다는 걸. 너랑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처럼 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사랑하는 작은 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떤 시간 속에 영원히 갇혔을 거다. 그만 일어나라고, 밖으로 나가자고 말해준 나의 짱이를 사랑할 수밖에, 기억할 수밖에.

개와 함께한다는 건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 어떤 순간에도 귀엽고 믿음직한 개는 말한다. 네가 누구든 너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일이야. 까만 코로, 따뜻한 이마로, 폭신한 발바닥과 안아 들기 적당한 무게로, 조그만 짖음으로.... 더 큰 사랑을 들려준다. 우리 인간이 듣지못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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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잠 속에 물결처럼 드는 살아있어살아있어살아있어

흘러들어 온 저 빛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볼 겨를 없는 곳에

- 「수평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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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마음이 아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8
오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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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같은 문장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쿡 찔리는 순간이 있다 이전 시집에 비해서는 쪼금 더 슬프고 감정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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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마음이 아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8
오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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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앞으로도 매년 태어나야 해
매년이 내일인 것처럼 가깝고
내일이 미래인 것처럼 멀었다

고마워
태어난 날을 기억해줘서
촛불을 후 불었다.
몇 개의 초가 남아 있었다
오지 않은 날처럼
하지 않은 말처럼

-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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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은 마음이 아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8
오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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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 「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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