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 - I’M THE BAD GUY,
안드리안 베슬리 지음, 최영열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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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배드 가이>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하고 미국 최고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의 5관왕이 되어 커리어 정상을 찍고 대세가 된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는 미국에서 먼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들까지 사로잡은데다, 기이한 분위기의 속삭이는 듯한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이 할로윈 코스프레를 할 정도로 확고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의 빌리 아일리시에게 나도 관심이 가서 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렇게 책도 읽게 되었다.

다른 수많은 유명 팝스타를 뒤로하고, 안팎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커버의 뚫린 공간 사이로 빌리 아일리시의 눈빛을 볼 수 있는 것이 빌리 아일리시스러운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멀리서 보아도 빌리 아일리시를 떠올리게 하겠다 싶은, 빌리 아일리시에 대한 책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판된 것을 보면 빌리 아일리시가 정말 대세는 대세구나 싶다.

이 책은 빌리 아일리시가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밟아가며 미국 최대 음악 시상식 그래미에서 5관왕을 한, 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아티스트가 되었는지를 다루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도 하기는 했지만) 배우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학교에 가는 대신 오빠 피니어스와 함께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았는데,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아빠가 만든 믹싱테이프를 듣고 엄마가 가르치는 작곡 수업에 참가하고 집 안에는 악기가 굴러다니는 (피아노가 세 대나 있었다고 한다)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니 피니어스와 빌리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오빠 피니어스는 연기도 했지만 밴드 활동을 했고, 그의 경험치는 빌리에게 큰 보탬이 된다.
빌리 아일리시에 대해 말하면서 그의 오빠 피니어스를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빌리와 피니어스는 함께 홈스쿨링을 하고 음악을 하면서 보통의 남매보다 더 끈끈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였으며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는 오빠 피니어스가 작곡을 하고 빌리가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빌리가 뜨면서 피니어스도 업계로부터 뜨겁게 러브콜을 받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가 되었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자란 빌리는 원래 춤을 췄지만 부상을 계기로 노래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오빠 피니어스와 함께 자작곡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노래 <오션 아이즈>가 주목을 받으면서 ‘빌리 아일리시’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흥미로운 그의 음악적 서사와 행보가 참 빌리 아일리시 답기 때문일까, 프로듀서에게 발굴되어 지원 사격을 받으며 데뷔해서 음악 차트 상위권을 목표로 활동한 것이 아니라 다른 전략으로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작은 무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사람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아 월트 투어를 하고 미국 최고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의 상을 휩쓸고 영화 <007> 주제곡을 불러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읽는 것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그리고 삐까뻔쩍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피니어스의 방에서 탄생했다는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 하나하나가 만들어진 과정과 노래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저자가 음악을 묘사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져서 책을 읽으면서 유튜브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몇 곡이나 찾아듣게된다.
그래서 본문이 끝난 뒤에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와 주요 활동이 표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또 빌리 아일리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넉넉한 티셔츠와 반바지로 편해보이면서도 화려한 스타일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거나 시상식에 참여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습 등을 책 뒷쪽에 실려 있는 사진에서 볼 수 있다.
빌리 아일리시가 어렸을 적 음악과 함께 한 모습이나 빌리 아일리시의 여러 노래가 탄생한 방구석 스튜디오도 궁금했는데, 그런 사진은 없지만 접이식 미니 브로마이드(책의 두 배 크기다)도 있다.

사실 빌리가 여성혐오를 하고 폭력범죄를 저지르며 임신한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까지 한 XXX텐타시온을 추모했다는 것을 알고 내 안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이미지가 좀 깨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노래에 대해 더욱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빌리 아일리시를 좋아한다거나 빌리 아일리시가 누구인지 어떤 가수인지 궁금하다면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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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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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이 순수한 남자와 염세적인 여자의 사랑이야기라고 했을 때, 그리고 전설 속 이야기가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내가 푹 빠져서 읽을 소설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또 호평이 많아서 나의 읽고 싶은 책 목록에도 들어가 있는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소설 <궁극의 아이>와 <귀신나방>을 집필한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누리는 스무 살이지만 다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왜소한 청년으로, 어린 자신을 길에서 거두어주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로 혼자서 공병을 주우며 낙원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한 심성을 가진 누리는 구타를 당하고 있는 노인을 구해주었고, 그 노인이 답례로 봐준 전설점을 통해 자신의 운명이 ‘부치하난의 우물’이라는 전설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가 그랬어. 좀 모자라도 괜찮다고. 어린 애로 사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어린아인 좋은 거만 보니까.......”

p.12


‘부치하난의 우물’ 전설은 먼 사막에서 시작된다.
그곳에 인골로 만든 갑옷과 무기를 들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며 인육까지 먹는 잔인한 츄위샤이족 최고의 전사 부치하난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열 살 이전의 기억이 없어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그는 츄위샤이족이 몽낭족을 습격하던 날, 아픈 어머니가 있어 도망가지 못한 열여섯 소녀 올라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기억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부치하난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올라에게서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이야기의 끝은 비극적이었고, 한 우물에 얽힌 전설이 되었다.


‘난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았다. 난 만질 수 없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사랑...... 꿈...... 그딴 건 개나 줘버려. 그런데 어느 날 벼락처럼 그 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말했다. 세상에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다고. 가장 소중한 건 만질 수 없다고. 나의 사랑....... 나의 부치하난.......’

p.9


누리는 자신이 전생에 이 부치하난이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반쪽 올라를 찾아나섰고, 태경을 만났다.
태경은 스스로 더이상 내려갈 곳 없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여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양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집에서 나와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을 때 포주에게 잡혀 성매매를 해야만 했던 태경의 고달픈 삶은 그녀의 손목에 짙은 흔적까지 남겼으니 살아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매춘과 소매치기를 하면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태경은 도망쳤던 포주에게 다시 붙잡혀 들어갔다가 무려 90억 가치가 있는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인 ‘여신의 눈물’을 손에 넣었고, ‘여신의 눈물’을 뺏긴 조직은 태경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뒤를 쫓는다.
그때 누리가 태경을 찾아낸 것이었다.

태경은 목숨을 위협 받아도, 그보다 더한 짓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도, 자신을 밑바닥 인생에서 구원해줄, 꿈을 이루어줄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던 전단지 속 천국의 섬 피지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다.
태경을 올라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는 누리도 함께 하게 된 여정 중 ‘부치하난의 우물’ 전설이 현실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이 무너지면 무너진 대로 살면 돼.”
“뭐.....”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하늘이 무너지면 무너진 대로 살면 된다고...... 그럼 또 다른 하늘이 보인다고. 그니까 울지 마.”

p213


이렇듯 1996년 종로 밑바닥 삶을 사는 누리와 태경이 조직폭력배에게 쫓기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여서 그려지는 구질구질한 모습들이나, 특히 태경이 성폭력과 성매매 피해자이기 때문에 그려지는 소설 속 장면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면을 감수할 수 있다면 나처럼 ‘부치하난의 우물’이라는 전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몰입하여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넘긴 책장이 왼편에 수북히 쌓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로 호평을 받았던 작가의 필력은 어디 가지 않는지, 나는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도 이 소설은 내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유독 빨랐는데, 그렇다고 다 읽고나면 휘발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고도 여운이 남는다.
소설 속 애틋한 사랑, 특히 태경이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느꼈던 대가 없는 사랑, 누리의 그 순수한 사랑과 미소는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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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더숲히스토리 1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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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바빌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막상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성경> 속 바벨탑 이야기나 함무라비 법전을 말하면 아~ 할 것이다.
나도 바빌론이라는 이름만 알지 바빌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고대 이집트 문명에 큰 흥미를 느끼는 나로서는 또다른 고대 문명의 도시 바빌론을 이 책을 통해 알아가고 싶었다.

바빌론은 학창시절 함무라비 법전과 마찬가지로 달달 외워 아직도 기억이 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그리고 디얄라강이 만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위치했는데, 이는 오늘 날 이라크 지역이다.

세 강 유역에 자리잡은 바빌론은 상업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큰 가치를 지녀서 주변 국가들이 바빌론을 그냥 두지 않았다지만, 사실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그 함무라비가 왕위에 오르는 18세기 전까지는 군소 도시국가에 불과할 뿐이었다.

또 바빌론은 마르두크 신의 도시나 다름 없었다.
때문에 신전은 도시의 중심이었고, 이념적 문화적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생활을 중심까지 되어 왕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에 바빌론을 이해하는 데에는 마르두크를 비롯한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점토나 비석에 바빌론에서 사용하던 쐐기문자로 새겨진 기록과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물과 유적을 바탕으로 힘 없던 군소 도시국가가 정치적 중심이자 세련된 대도시로 변모하여 세 강 유역의 패권국이자 메소포타미아의 강대국이 되는 시절을 지나 페르시아와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되고 이후 사라지기까지를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바빌론의 수천 년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원서 제목이 A Short History of Babylon이다) 책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바빌론 역사서라는 <바빌론의 역사>는 신뢰가는 책이었다.

책에 수록된 그림과 사진 자료 출처와 참고문헌 등을 정리한 것만 해도 60페이지이니, 고대근동 역사 전문가로 신아시리아제국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역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인 저자가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쓴 글을, 국내에서 번역 출간 되었을 때 오류가 없도록 감수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흑백이라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책에 수록된 바빌론의 여러 유물과 유적을 사진으로 보고 그림 지도를 통해 바빌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바빌론이라는 고대도시문명을, 또 바빌론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쭉 훑고 맛보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더숲 출판사의 ‘더숲히스토리’ 시리즈는 <바빌론의 역사>에 이어 <비잔틴의 역사>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내용면에서 탄탄한 역사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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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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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흔들며 나를 포함한 독자들의 머리를 쾅! 때렸던 d몬 작가가 이번에는 기계와 인간을 경계를 흔들며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니까 사람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이고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금도 떠올릴 수 있는 커다랗고 의미있는 충격을 선사한 <데이빗>과 같은 ‘사람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니 <에리타>는 처음부터 믿고 보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낸 포루딘이라는 물질이 지구를 뒤덮어 인류가 사라진 지 6년이 지난 시점, 에리타는 아빠 에드먼 박사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가온과 함께 지구 곳곳의 포루딘 농도를 측정하고 에드먼 박사의 믿음대로 지구밖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인류를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는데, 이 에리타의 존재가 딜레마였다.

에리타는 뇌와 육신이 분리되어 보존되고 있었기 때문인데, 뇌는 적출되어 쉘터의 천사상 안에 보존되었으며 육신에는 뇌를 완벽히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 이식되어서 우리가 보는 웃고 우는 에리타는 후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온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어느쪽을 에리타로 판단할 것인가?

뇌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가 그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용액에 보존되고 있는 뇌가 에리타고 프로그램이 이식된 육체는 에리타가 아닌 걸까?
그런데 만화를 보면 말하고, 웃고 울며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존재와 교류하는 에리타를 에리타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고, 오히려 겉으로 봐선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를 적출된 뇌에 거리감이 있다.
그래서 어느쪽이 에리타라고 쉽게 말할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에리타와 가온 말고도 주요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신체까지 기계인 자로, 또 이름이 가온이다.
(에드먼 박사가 이 가온의 이름을 가져와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의 이름을 지었다)
이로써 만화를 보면서 질문을 더하게 된다.
뇌 대신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는 데다 신체까지 기계인 이 가온은 뇌와 생물의 신체를 가졌던 이전의 가온과는 다른 존재인가?

여기에다 오직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가온이, 언제나 효율을 따지고 행동하던 가온이 에리타를 이전과는 다르게 보게 된 것만 같았을 때에는 이 가온은 에리타나 다른 가온과는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보게 된다.

<에리타>는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우리가 그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으며 내면을 한층 성장시킬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당신이 이 웹툰을 알게 된다면, 이미 보았더라도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심장을 꿰뚫듯 던지는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단행본에서만 볼 수 있는 부록 페이지도 있으며, 또 에리타가 솔직하게 ‘살고싶다’고 말하기 전의 얼굴 하나하나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크게 채워넣은 것처럼 웹툰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책 편집이 더 와닿고 좋았던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발달하는 과학 기술 덕분에 한 사람의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나 기계 신체나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하는 것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니게 된 만큼 앞으로 <에리타>가 하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에리타>가 생각날 때가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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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 YA! 2
윤여경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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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 같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사물에도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사람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런 상상을 구현한 영화로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녀>가 있지만, 이 소설은 조금 더 파고드는 질문을 한다.
만약 한 사람의 마인드를 업로드 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사람을 사랑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프로그램도 사랑할 수 있을까?

아빠와 싱가포르에서 살았지만 아빠가 죽고 엄마와 새아빠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이사온 아리는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이웃집의 정원에 마음을 빼앗겨 드나들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집 삼 층 테라스에서 그 집 아들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아리가 정원에서 목격한 그 추락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아리보다 한 학년 위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인 은우였고, 아리는 은우에게 끌리고 있었지만 말 한 마디 제대로 붙여보기도 전에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아리의 첫사랑은 떠나가는 듯 했지만...

이후 은우가 살던 집의 집사인 윤희가 아리를 찾아와 은우가 실은 아리를 좋아했으며,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은우가 추락한, 은우가 살았던 그 집에서 한 달을 살면 큰 돈을 주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하고,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고 싶어 돈이 필요했던 아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은우가 살던 집의 집사인 윤희가 아리를 찾아와 은우가 실은 아리를 좋아했으며,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은우가 추락한, 은우가 살았던 그 집에서 한 달을 살면 큰 돈을 주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하고,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고 싶어 돈이 필요했던 아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아리를 위해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 그 집에서 아리는 은우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은우는 몸이 굳어져가는 병이 있어 한 달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얼마 없었고 자신이 곧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자살시도도 했었지만 자기 집 정원에 찾아온 아리를 보고 자신의 죽음 이후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아리가 한 달 동안 지내게 된 집이었다.

아리는 그저 좋은 집에 머무르게 된 것이 아니었다.
렌즈를 끼고 이어폰을 착용하면 어디에서든,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은우를 볼 수 있는 홀로그램과 센서가 장착되어 은우를 느낄 수 있는 점프수트, 은우가 생전에 작성해서 순서대로 열어보도록 준비해 둔 편지들과 예약 메시지와 책, 미리 촬영해 둔 영상과 노래, 그리고 은우의 마인드를 업로드 한 AI 프로그램 은우봇을 통해 은우와 함께 그 집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은우와 함께 지내던 어느 날, 홀로그램 은우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어서 슬프다고, 살아있을 때 아리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게 미치도록 후회된다고, 오늘은 정말 자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하고, 다음 날 아리에게 자신과 외모가 똑닮은 사촌 휘를 소개시켜주는데...


그의 방으로 간 나는 홀로그램이 된 그와 누워서 유리천장으로 하늘을 보았다.
“슬프다.”
“뭐가?”
“내가 사람이 아니어서. 몸이 없어서.”
“잘 모르겠던데. 정말 몸이 있는 사람 같았어.”
“만약 내가 몸이 있었다면 네가 렌즈를 빼도 내가 보였겠지.”
“몸이 있을 때, 살아 있을 때 연락하지 그랬어.”
“...... 나도 후회돼. 미치도록.”
나는 그의 말에 조금 놀랐다.
“그때에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 네가 나를 싫어할 것 같았고, 만약.......”
“만약 뭐?”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절대로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 죽지 않고 식물인간인 채로 영원히 너를 괴롭혔을 거야.”

p.119


사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서로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 제대로 대화도 나눠보지 못한 둘이 얼마나 절절한 사랑을 한다고 한쪽은 자기 죽음 이후를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준비하고 다른 한쪽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나 싶어서 이입이 될까 싶었는데 웬걸, 소설을 계속 읽다보니 자신의 AI 프로그램과 홀로그램을 만들면서까지 투병 생활에 위안이 된 아리의 곁에 있고 싶었던 은우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고 (특히 홀로그램 은우가 아리에게 휘를 소개시켜주기 전날 밤 둘이 나누는 대화 장면에 가슴이 아팠다), 은우 영혼의 존재가 느껴지거나 다른 AI 프로그램처럼 은우봇도 대화를 통해 학습한 결과 자신의 이상형에 맞춰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등으로 혼란한 아리에게도 이입이 되었다.
또 생각해보니 오히려 서로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에 이런 관계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오늘은 내가 정말 살아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은우가 멀리 하늘을 보았다.
“왜 하필 오늘이야?”
“그럴 이유가 있어. 내일이면 알 거야.”
“왜 비밀을 만들어. 도대체 뭔데?”
“아무것도 아니야.”
은우는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감촉이 있지는 않았지만 보였다.
“이러기 없기로 했잖아.”
잠들어 가면서 나는 잠꼬대하듯 말했다.
“어차피 안 만져지잖아. 이 정도는 허락해줘.”
“좋아.”

p.120-121


앞서 말했듯 사람과 유사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이미 만나볼 수 있고, 그런 AI 프로그램이 우리 주변에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자리 잡고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질문을 십대도 빠져들어 읽을 이야기에 담아낸 미래형 로맨스 판타지로, 은우나 휘가 아이돌만큼 잘 생기고 무척 부유하다는 점은 판타지 같았지만 홀로그램 은우나 은우봇은 오히려 가깝게 느껴졌다.


(...) 우리의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게 중요하지. 사랑해.
_은우

p.55


참, 책을 사면 띠지를 버리는 독자도 있지만 이 책만큼은 띠지를 버리면 안 된다.
띠지 안쪽에 소설 속에 나오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노래를 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로 남겨두고 싶기에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보았는데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이 잘 되니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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