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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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신경학자 그리고 철학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기도 하지만 아마 나치 강제 수용소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서 발견한 치료법인 로고테라피에 대해서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의 저자로 더 유명할 텐데, 이 책 <빅터 프랭클>은 빅터 프랭클이 말년에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쓴 자서전이다.

빅터 프랭클은 부모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정한 문체로 들려주고, 독자는 책을 읽으며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글에 녹아있는 그의 철학을 알 수 있다.

글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서 빠른 속도로 읽히는 편인데, 문체 때문에도 그렇지만 빅터 프랭클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글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 히틀러의 독일이 처들어오기 전까지는 유머 감각이나 취미 같은 것을 소재로 글을 썼기에 더욱 그러했고, 오스트리아가 히틀러 독일에 점령되어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고부터는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자살을 시도하는 유대인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 수용소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직감하고 모르핀을 주사한 일, 남편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몰래 아우슈비츠행을 지원한 아내 틸리... 이런 기억에 남을 이야기가 이어지며 글의 분위기가 초반과는 좀 달라지지만 여전히 글을 읽기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자의 경험이나 책에 담긴 철학이 가볍다는 말은 켤코 아니다.

이 책의 특징을 더 말해보자면, 책의 번역가는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이며 로고테라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그의 저서 내용이 빅터 프랭클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의 로고테라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각주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글의 핵심적인 부분에는 이미 파랗게 밑줄이 그어져 있으며, 책의 말미에는 빅터 프랭클과 그의 가족 사진이 모여 실려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를 포함해서 네 군데 유대인 수용소를 거쳤고, 소중한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결국 살아 남았으며, 고통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 암벽 등반 등 취미 생활도 즐기고 여러 권을 책을 펴내고 성과를 내는 인생을 살다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강제수용소를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험대였다고, 또 극심한 고통일지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를 보고 나 또한 비참한 상황을 극복하고 고통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경중은 다르지만 고통을 겪은 자는 빅터 프랭클만이 아니라 저마다 각자의 고통이 있기 마련이므로 빅터 프랭클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은 태도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빅터 프랭클은 또 책을 다시 쓰겠다는 의지 때문에 신이 자신이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는데, 먼저 나도 그 어떤 힘든 때에도 나를 삶으로 이끌 이유가 될 삶의 의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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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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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학창시절 이후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큰 관심을 갖거나 따로 공부하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근현대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일과 항일, 또는 우익과 좌익 둘로 나뉘어 다른 길을 걸은 형제들, 또 뜻을 함께 한 형제들, 그리고 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피보다 더 진한 신념으로 이어진 의형제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열세 쌍의 형제(여기에서 형제란 형제와 자매, 남매를 통틀어 말한 것이다)이야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평에서는 일부 형제만 소개할 예정인데, 먼저 검찰총장 이인과 남로당원 이철 형제를 만나보자.
이인은 1923년 도쿄에서 시행된 변호사 자격 시험에서 유일한 조선인 합격자로 경성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독립지사들의 사상 사건을 맡아 무료 변론에 나섰는데, 그가 변호한 사건만으로도 독립운동사를 엮을 수 있을 정도라는 데다 일본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빌미로 고문까지 받아 평생 보행이 부자유스러울 만큼 다리가 상했으니 그가 일제강점기에 얼마나 올곧게 산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 사건과 공산주의 사건을 구별 않고 변론을 맡았던 이전과 달리 해방 이후 이인은 미군정의 검찰총장이 되었고 남로당의 불법화와 탄압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그의 동생 이철은 조선좌익서적출판협의회의 핵심적인 실무 책임자였던 것으로 보이며 형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이인은 “철 같은 놈은 잡아 죽일 수밖에 없다”며 이철과 의절하다시피 했지만, 동생이 1950년 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는 이철이 탈당 성명서의 성명을 시인하기만 하면 풀려날 수 있게 담당 검사에게 손을 썼다.
전후사정을 들은 이철이 결국 성명은 자신의 본의가 아니라며 부인하여 수감 생활을 했지만 말이다.
그 뒤 이철은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풀려났다가, 유엔군이 서울을 탈환하여 인민군이 퇴각할 때 월북하다 사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과 이철 형제의 이야기는 이인의 행보 +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형제지만 위기에서는 구해내고자 한 애증 + 이철의 마지막 + 그리고 이인의 아들이지만 이철을 따랐던 이옥이 이철이 전공했던 불문학의 나라 프랑스로 떠났다는 것까지 더해져 이 책에 실린 형제들 중에 유독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형제 중 동생인 안익태의 이름은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을 텐데, <애국가>의 작곡가인데도 여러 연구에 의해 1940년 전후로 한 그의 유럽 활동 대부분이 히틀러의 독일과 일본의 우호와 협력을 증진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이었다는 게 드러나며 친일 행위로 논란이 있었던 자이기 때문이다.
형인 안익조는 학창 시절에는 유명한 야구선수였고 수의학과 의학을 전공했으며 세계적인 기업 컬럼비아레코드사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해방 후 헌병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역 혐의을 받아 처형되었다.
후에 둘 다 <친일인명사전>에 나란히 실리지만 안익조는 전쟁 통에 반역자로 처형되어 묻힌 곳조차 모르는 반면 안익태는 대한민국 최초의 문화훈장도받고 해외에 정착해서 잘 살다 죽었다.

저자는 안익조 안익태 형제의 이야기를 하며 ‘친일’과 ‘친북’으로사람을 낙인찍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책에서는 형제들의 행보와 함께 저자의 의견이 함께 적혀있다.
그래서 처음에 소개한 이인과 이철 형제 그리고 이인의 아들 이옥의 이야기는 더 깊이있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소설 같았지만, 안익태가 친일/친나치 활동을 하는 선택을 했던 환경에 대해서도 곱씹어봐야 한다는 등의 몇 가지 생각에는 친일파 척결은커녕 그 후손까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공감이 가지 않기도 했다.

어쨌든 형제들에 대한, 그리고 형제들의 이야기에서 비롯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내가 생각지 않았을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고, 책에 수록된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흥미를 끄는 특별한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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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건사 : 간호학 기초편 - 한 권으로 준비하는 국가자격시험
원상철.최인영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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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함께 한 강아지가 아프면서 수의테크니션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았는데 그때만 해도 관련 자격시험이나 자격조건이 따로 없어서 말 못 하고 아픈 동물을 간호하는 데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동반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텐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동물을 간호 또는 진료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동물보건사하는 직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 이전에 반려동물의 보호자로서 공인된 시험이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나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평가인증을 받은 양성기관에서 이론과 실습교육을 이수받고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동물보건사’ 제도가 생긴 것이 반갑고 또 관심이 갔다.
꼭 동물보건사가 되지 않더라도 집에 나이가 많은, 그리고 여기저기 아픈 반려견이 있으니 관련 공부를 해두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이 책의 1장 ‘동물 해부학의 개념과 이해’에서는 동물의 신체구석구석을 뜯어 살펴보는데, 글보다는 신체 부위를 해부한 그림과 각 부위의 명칭이 주를 이룬다.
2장 ‘동물 생리학의 개념과 이해’는 먼저 혈액, 그리고 이어서 심장, 호흡기관, 소화기관, 근육과 신경, 호르몬을 포함한 내분비계, 생식기관이 어떤 구조이며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려주며 체온조절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1장보다는 글이 늘었지만 그림과 함께 핵심만을 딱딱 적어놓은 느낌이다.
3장 ‘동물 간호학의 개념과 이해’는 가장 실용적인 장이었는데,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이동시키고 보정하면 되는지, 병실의 청소와 소독 등 위생과 관련된 내용, 입원실과 입원 환자의 관리, 수술 환자는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지와 수술복과 수술 장갑 착용법 멸균 등 수술을 위해 해야할 일들을 알려주고, 방사선 촬영과 응급처치 등도 다루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론 사이사이에 ‘실전 핵심 문제’를 실어 이론을 제대로 배웠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푸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책은 350페이지 내외에서 많은 정보를 다뤄야 하는 데다 필요한 그림자료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지 (1장보다는 2장이, 2장보다는 3장에서 글이 많아지지만) 전체적으로 자세한 설명보다는 짧게 핵심 내용만 알려주기 때문에 책만으로는 공부해야 할 내용이 예상보다 많지는 않다.
각 신체 부위나 기구 명칭은 아직 번역된 용어가 없거나 통용되지 않는지 영어 명칭만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론 이후에 위치한 문제를 보니 수의학을 공부할 때처럼 모든 명칭을 외울 필요는 없어 보여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가 아직 동물보건사 자격 시험을 치뤄보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동물보건사 시험 기준에 맞추어 동물간호학 기초를 다루었다고 하니 이 정도만 알아도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고 보고 깊이는 들어가지 않은, 시험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없이 동물보건사 간호학 기초를 공부할 수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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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5 : 영혼을 먹는 자들 용기의 땅 1부 5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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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책의 부제인 ‘영혼의 먹는 자들’이 용기의 땅이 직면한 위기인데, 이들은 금빛 늑대 무리로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용기의 땅 동물들의 심장만을 앗아간다.
심장은 곧 영혼이고, 심장을 빼앗은 동물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용기의 땅 곳곳에서는 심장만 사라진 동물의 시체들이 발견되고, 동물들은 불안에 떤다.

용기의 땅 위대한 아버지가 된 쏜은 혼란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 위대한 부모는 누가될지 궁금했지만 개코원숭이 쏜이 위대한 아버지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갑작스럽게 용기의 땅 동물들의 현명한 조언자이자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의 곁에는 개코원숭이 친구들과 피어리스 그리고 위대한 어머니를 곁에서 모신 경험이 있는 스카이가 있었고, 위대한 부모로서 새로운 능력을 활용하며 악어 무리와 하마 무리 사이의 전쟁을 막는 등 위대한 아버지로서 할 일을 해나간다.
하지만 새벽 숲 무리의 꼭대기 잎이자 자신의 짝 베리와 사이는 틀어져만 가고, 위대한 아버지와 베리의 짝, 이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친구 킨, 타이탄의 아들 루스레스, 그리고 타이탄의 철 없고 건방진 어린 딸 메너스와 함께 원수 타이탄을 찾아다니는 사자 피어리스는 쏜을 도와 금빛 늑대 무리를 찾아가지만,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늑대들이 위대한 아버지의 심장을 노리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코끼리 스카이는 다른 수코끼리가 구애를 해도 약혼까지 했지만 헤어지고 만 록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용기의 땅> 다섯 번째 책에서 개코원숭이 쏜, 사자 피어리스, 코끼리 스카이, 이 삼총사는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쏜은 위대한 영혼을 받아들이고 위대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며 용기의 땅을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희생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려 하고, 타이탄을 찾아 아버지들의 복수를 하는 데 매몰되어있던 피어리스는 그 복수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스카이는 뼈로 기억을 읽는 능력으로 록이 죽였다고 알려진 리버가 죽은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용기의 땅 1부 5 : 영혼을 먹는 자들>을 읽으면서는 삼총사 중에서도 지도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깊은 상실을 겪은 쏜에게 유독 마음이 갔고, 삼총사들은 성장하고 있기에 당장 마주한 상실의 아픔과 위기를 쏜, 피어리스, 스카이가 어떻게 헤쳐나가고 성장할지 앞으로가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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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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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는 지능이 높지 않을 것이고 사람과 교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버리며 문어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깊은 인상을 남긴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제작자가 쓴 감동적인 기록이며, 다큐멘터리보다 확장된 소재를 다루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 <바다의 숲>.

이 책의 저자 둘은 모두 어렸을 적 잠수를 하며 바다의 자연 야생을 이른 나이부터 접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특히 크레이그는 로스가 잠수에 동행했을 때 이미 3년 동안 매일 잠수를 해왔었고, 거기에다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잠수를 했으니 바다가 그의 터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서는 크레이그 포스터와 로스 프릴링크의 글을 교차로 읽을 수 있는데,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크레이그는 수중 추적 과정을 통해 바닷속 다양한 생물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로스는 크레이그와 동행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크레이크는 20대 시절에 산족 부시먼과 함께 동물을 추적하는 법을 배웠는데, 추적하는 동물과 일체가 되고 마치 그 동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추적하는 동물의 행동을 정확하게 아는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산족 부시먼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중 추적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레이그의 수중 추적 작업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바닷속 생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것은 직접 잠수를 했더라도 모르고 지나치거나 그저 신기하다 하고 지나갔을 생물들을 다시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크레이그는 상어나 고래보다 삿갓조개 같이 작은, 어떤 사람은 하찮게도 볼 동물들에게 매력을 느꼈으므로 크레이그가 소개하는 바닷속 동물들 역시 평소에는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작은 생물들이 많아서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 자라기 직전에 특히 취약하여 좁은 바위 공간에서 살아가는 경향이 있는 두 종, 큰학치와 혹갑오징어가 서로를 공격하지 않고 나란히 있는 장면처럼 바닷속 생물 사이의 관계도 흥미로웠고, 다른 종보다 멀게 느껴졌던 바닷속 생물과 인간과의 교류는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다큐멘터리로 만든 문어 선생님 이야기가 여기에 포함되는데, 암컷 참문어와 함께 잠수를 하며 문어에게 신뢰를 얻은 크레이그는 문어에게서 잠수법도 배우고 사냥에도 따라갈 수 있도록 허락 받았다고 하니 그 문어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만했다.
이 문어 선생님에 대한 글을 읽고나서 책에 수록된 사진 속 문어의 눈을 보면 문어와 대화라도 나눌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는 작은 조수 웅덩이에 갇혀 있던 블랙테일 무리를 만났던 이야기가 있다.
크레이그는 그 조수 웅덩이에 남은 산소가 바닥나기 전에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운반할 도구가 없어서 그저 절박한 심정으로 물고기들에게 말을 걸었는데, 물고기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크레이그와 동료가 손으로 한 마리씩 자신을 들어올려 운반하도록 허락했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야생 동물의 감수성과 지능을 쉽게 과소평가한다는 크레이그의 말이 와닿았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바닷속 생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이 큼지막하게, 여러 장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신기하고 생소하고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보고있노라면 몸도 마음도 치유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크레이그는 3년 동안 매일 차가운 물에서 잠수를 했더니 오히려 고질적인 흉부 감염과 감기와 독감이 거의 사라지고 발목과 아킬레스건 부상도 기적적으로 나았다고 했는데, 크레이그와 로스처럼 깊은 바다속으로 잠수를 해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이 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으로 치유 받는 느낌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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