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흔들며 나를 포함한 독자들의 머리를 쾅! 때렸던 d몬 작가가 이번에는 기계와 인간을 경계를 흔들며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니까 사람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이고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금도 떠올릴 수 있는 커다랗고 의미있는 충격을 선사한 <데이빗>과 같은 ‘사람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니 <에리타>는 처음부터 믿고 보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낸 포루딘이라는 물질이 지구를 뒤덮어 인류가 사라진 지 6년이 지난 시점, 에리타는 아빠 에드먼 박사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가온과 함께 지구 곳곳의 포루딘 농도를 측정하고 에드먼 박사의 믿음대로 지구밖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인류를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었는데, 이 에리타의 존재가 딜레마였다.

에리타는 뇌와 육신이 분리되어 보존되고 있었기 때문인데, 뇌는 적출되어 쉘터의 천사상 안에 보존되었으며 육신에는 뇌를 완벽히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 이식되어서 우리가 보는 웃고 우는 에리타는 후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온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어느쪽을 에리타로 판단할 것인가?

뇌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가 그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용액에 보존되고 있는 뇌가 에리타고 프로그램이 이식된 육체는 에리타가 아닌 걸까?
그런데 만화를 보면 말하고, 웃고 울며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존재와 교류하는 에리타를 에리타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고, 오히려 겉으로 봐선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를 적출된 뇌에 거리감이 있다.
그래서 어느쪽이 에리타라고 쉽게 말할 수가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에리타와 가온 말고도 주요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신체까지 기계인 자로, 또 이름이 가온이다.
(에드먼 박사가 이 가온의 이름을 가져와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의 이름을 지었다)
이로써 만화를 보면서 질문을 더하게 된다.
뇌 대신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는 데다 신체까지 기계인 이 가온은 뇌와 생물의 신체를 가졌던 이전의 가온과는 다른 존재인가?

여기에다 오직 에리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가온이, 언제나 효율을 따지고 행동하던 가온이 에리타를 이전과는 다르게 보게 된 것만 같았을 때에는 이 가온은 에리타나 다른 가온과는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보게 된다.

<에리타>는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우리가 그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으며 내면을 한층 성장시킬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당신이 이 웹툰을 알게 된다면, 이미 보았더라도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심장을 꿰뚫듯 던지는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단행본에서만 볼 수 있는 부록 페이지도 있으며, 또 에리타가 솔직하게 ‘살고싶다’고 말하기 전의 얼굴 하나하나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크게 채워넣은 것처럼 웹툰으로 보는 것보다 종이책 편집이 더 와닿고 좋았던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발달하는 과학 기술 덕분에 한 사람의 뇌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나 기계 신체나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하는 것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니게 된 만큼 앞으로 <에리타>가 하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에리타>가 생각날 때가 많아질 것이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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