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홍성민 옮김 / 동녘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노후 친자파산'이라는 일어원서의 원제가 더 피부에 와닿는 것 같다. 일본에서 고령자가 된 부모 세대와 성인이 된 자녀 세대가 함께 빈곤의 수렁에 빠지는 실제 케이스들을 제시하며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책이다.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전에, 총인구 1억 중산층 시대를 외쳤던 일본이기에 그 시대를 일궈온 지금의 고령자 세대가 이렇게 빈곤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버블경제 붕괴에 함께 고용절벽을 경험했던 그때의 젊은 층이 이젠 중장년층이 되었는데 젊어서부터 정규직의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 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했기에 중장년이 되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그 자녀들이 경제적 이유로든, 부모의 간병 때문이든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와 동거를 시작하는데 부모의 연금에 자녀의 근로소득을 합하며 어중간하게 생활보호대상 기준을 넘어버리면 각종 주거비 면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의료비 지원도 줄어든다. 문제는 자녀 세대의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동거함으로 인해 받던 지원을 못 받아 오히려 생활비가 더 들게 된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건강의 위협에 더 쉽게 노출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이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낙담하여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기도 하고 20대에 은둔형 외톨이로 사회문제화되었던 이들이 20~30년이 지난 지금 노화하여 중년의 은둔형 외톨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부모의 간병으로 인해 부모와 합가한 경우에도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결국 그들이 생업의 현장으로 나가면 고령자는 집에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발생한다. 그 시간에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데이서비스 센터에 맡겨도 되나 이용시간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에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대안으로 세대 분리를 제시한다. 세대 간 소득 합산으로 생활보호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진정 공멸하는 길이므로 자녀 세대의 수입이 있더라도 고령자의 생활보호 자격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의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센터에서 각종 직업교육 및 알선을 돕고 있다.

방송에서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문제 제기를 한 것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답을 찾는 것은 각 국가의 몫일 텐데 그나마 경제적으로 부유한 일본의 현황이 이런데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제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층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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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책 중에 제일 괜찮았다. 평범한 사람이 사랑하고 늙어가고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이다. 어깨에 힘 안 주고 편안하게 써내려 간 글이라 그런지 저자의 전작들에 등장했던 괴짜들의 재미있지만 피로감을 주는 이야기보다 난 더 좋았다.

3분의 1 지점까지는 솔직히 읽기 힘들었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면 다 감동적이고 눈물 났다는 호평 일색인데 난 무슨 이야기인지조차 감을 못 잡겠는 것이었다. 치매 환자의 머릿속의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두서 없이 화살처럼 슉슉 날아다니는 기억의 파편들을 써놓은 것이다. 이미 죽은 아내의 젊었을 때의 모습, 이미 노아의 아버지가 된 아들 테드의 어렸을 때의 모습 등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파스텔톤의 예쁘고 정겨운 삽화들이 내용과 어우러져 서정성을 더해줬다.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 아이가 또 커서 아이를 낳는다. 아들은 주인공 남자와 성향이 맞지 않았지만 그 아들의 아들, 손자 노아는 좋은 친구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린 손자, 손녀들의 조합은 세상에서 가장 포용적인 조합이다. 훈육과 옳고그름을 잣대로 하지 않고 절대적 사랑과 신 뢰, 자유가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모든 아이에게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필요한 것 같다.

"한번은 선생님이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뭐라고 썼는데?"
"함께하는 거요."
할아버지는 눈을 감는다.
"그렇게 훌륭한 대답은 처음 듣는구나."
"선생님은 더 길게 써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니?"
"이렇게 썼어요. 함께하는 것. 그리고 아이스크림."

함께하는 것과 아이스크림이 인생의 의미가 되는 고운 관계이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염려해 아이를 조종하고 강요하는 우를 범하지만 조부모는 그저 함께 앉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얘기를 나누고 감기가 걸려도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려주는 융통성(?)도 발휘한다. 존재 자체를 무조건 수용받는 안정감이란 세상 그 무엇의 가치보다 묵직한 것이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아이는 다시 속삭인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보답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더욱 세게 잡는다.

그런 할아버지가 하나씩 기억을 잃어간다. 영원히 붙들고 싶은 이 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스르륵 빠져나가 빈손만 남게 되듯이...

하지만 할아버지의 소중한 손자가 또 건전한 성인으로 장성하여 증손녀를 할아버지에게 데리고 온다. 할아버지의 온기는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지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까?
불안정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유리 같은 심성의 소유자였던 어린 나에게 존재 기반이 되어주셨던, 지금은 안 계시는 할머니를 거듭 생각나게 해 주었던 이야기였다. 이렇게 중년이 되도록 성장하여 한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전폭적인 사랑이었다. 내 아이들은 내 할머니이자 그들의 증조할머니를 모르지만, 이렇게 생명의 배턴이 이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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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手がみください (單行本)
高森 美由紀 / 産業編集センタ-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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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혼자 읽기 아깝다.

동화 같이 예쁜 표지의 책이다. 2014년 『ジャパン・ディグニティ(재팬 디그니티)』 로 주식회사 산업편집센터 출판부가 주최한 제1회 생활 소설 대상 (暮らしの小説大賞)라는 상을 수상했던 다카모리 미유키 작가의 최신작이다. '마코'라는 초등학교 2학년 소녀와 '카즈'라는 증조 할머니의 생활을 담은 애틋하면서도 웃음이 쿡쿡 저절로 튀어 나오다가 눈물이 눈가에 번지게 하는 소설이다. 꼭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8세 마코와 86세 카즈 할머니 콤비 정말 끝내줄 텐데...

주인공 다나카 마코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님은 너무 바쁘다. 마코는 어린이집과 하교 후 돌봄교실 같은 곳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는 아이였으나 카즈 증조 할머니가 얼마 전부터 같이 살게 되어 하교 후 바로 집으로 와도 돼서 정말 기쁘다. 마코는 할머니 방으로 뛰어들어와 소리내어 책 읽는 숙제가 있다며 책을 어깨 높이로 들고 읽는다. 제목은 <둘은 친구>이다.

두꺼비가 현관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개구리가 찾아와 말했습니다.
"왜 그래? 두꺼비야. 슬퍼보이잖아."
"지금이 하루 중에서 가장 슬픈 때거든.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이야. 이럴 때면 항상 우울한 기분이 들어."
"왜 그런데?" 개구리가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난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
개구리가 몹시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연필과 종이를 찾아 종이에 무언가를 썼습니다. 봉투에 이렇게 썼습니다.
[두꺼비에게]
개구리는 집에서 뛰어나갔습니다.
"달팽이야."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부탁이 있는데, 이 편지를 두꺼비네 집에 가지고 가서 우편함에 넣어줄래?"
그러고 나서 개구리는 두꺼비네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누군가가 너에게 편지를 줄지도 몰라."
믿지 않는 두꺼비에게 개구리는 자기가 편지를 부쳤다고 밝혔다.
"내가 이렇게 썼어. 친애하는 두꺼비에게, 나는 네가 나의 친한 친구라서 기뻐. 너의 친구, 개구리가"
"아아!" 두꺼비가 말했습니다."정말 멋진 편지다." 그러고 나서 둘은 현관에 나가 편지를 기다렸습니다. 둘은 매우 행복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4일이 지나 달팽이가 두꺼비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편지를 받은 두꺼비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은 마코는 할머니에게 읽었다는 증거로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초등학생보다도 서툰 글씨로 '다나카 카즈'라고 꼭꼭 눌러쓴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개구리처럼 마코는 꽃무늬가 그려진 작은 색종이에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다음 날 할머니 방 고다츠 위에 살짝 올려놓고 등교한다.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내 설레어서 학교에서 산만하다고 주의를 받고 계속 실수를 한다. 그러나 집에 갔을 때 답장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실망했지만 할머니에게 캐묻거나 따지지 않고 오늘은 바빴냐고 물어본다. 답장을 기대하여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편지를 올려놓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코에게 신경을 쓰지 못 하는 엄마, 아빠의 자리를 카즈 할머니가 메워준다. 학교에는 심술궂고 얄미운 애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집에 가면 할머니가 있기 때문에 마코는 괜찮다. 같이 냉동식품을 데워 저녁을 먹고 신발을 깨끗이 빠는 법, 연필 깎는 법도 배운다.

할머니는 집에서도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엄마, 아빠도 할머니를 살갑게 대하지 않는 것이 마코는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그럴수록 마코는 할머니를 더욱 따른다.

학부모 참관일에도 할머니가 참석하여 일약 스타가 된다. 운이 좋다고 목에 감고온 것은 바로 뱀 껍질... 남자아이들은 신 나서 소리지르고 여자아이들은 기겁을 한다. 젊은 엄마들은 말을 잃고 선생님은 소란스러운 교실을 수습하느라 허둥지둥이다. 그때 마코에게 못되게 구는 아야노가 글을 몰라 읽고 쓰는 것을 거의 하지 못 하는 카즈 할머니를 곤란에 빠뜨리려고 못된 말을 하나 이 사랑스럽고 당당한 할머니는 반대로 아야노의 코를 짓눌러버린다. 마코는 정말 할머니가 자랑스럽다. 할머니가 글을 몰라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할머니는 오래지 않아 겨울 어느날, 식도에 있는 종양이 터져 돌아가시고 만다.

20여년이 흘러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회사가 망해 망연자실한 마코에게 집에 와서 짐 싸는 걸 도우라는 아빠의 전화가 걸려온다. 방을 정리하다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할머니 방에서 자신이 보냈던 색종이 편지가 바랜 채로 남아있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모든 색종이 편지 한구석에는 글을 잘 몰랐던 할머니가 꾹꾹 눌러 쓴 글씨로 '다나카 카즈'라고 사인해 놓은 것을 발견한다.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답장을 23년만에 받은 마코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누구에게나 할머니가 필요하다. 뭘 하든 잘했다고 하고 뭘 잘못해도 언제나 내 편인 존재로서의 할머니 말이다. 집에서 어째서인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카즈 할머니를 향한 마코의 애틋한 마음이 가슴 깊이 아려온다. 카즈 할머니는 아빠의 할머니 즉, 마코에게는 증조 할머니이다. 아빠를 낳다 죽은 할머니, 아빠가 중학생 때 병사한 할아버지를 대신해 아빠를 거두어 키워주신 분이다. 속사정을 알고보니, 나쁜 사람들에게 속아 집과 토지를 뺏기고 갈 곳이 없어져 마코의 집으로 오시게 된 것이었다.

할머니와 엄마의 불편한 동거에 대한 아린 감각은 내 뇌리 속에도 박혀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이란 지금은 척하면 척하고 느낌이 오지만 어린 내겐 할머니와 엄마였을 뿐이다.

내게 할머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어릴 때 유난히 심약하고 물렀던 나에게 할머니는 마코가 말했듯 쉼터요, 안식처였다. 눈치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였기에 엄마가 못마땅해하는 눈치가 더해질수록 난 더 할머니에게 애착과 의존이 더해갔다.

할머니랑 같이 잠자리에 누워 재잘재잘 떠들기도 많이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 것 같다. 늦가을만 되어도 외풍 심한 단독 주택이었던 집의 욕실에서 목욕하고 나오면 오슬오슬 떨렸는데 할머니는 항상 아랫목에 내복을 넣어두었다가 꺼내주셨다.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내복의 감촉... 그리고 국수를 삶아서 그냥 찬물에 설탕 넣고 후루룩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보릿고개도 아니고... ㅋㅋ 그런데 너무 맛있었다. 중학교 때 학원 단과반 수업 마치고 버스 타고 오면 정류장에서 항상 기다리고 계시던 모습... 대학 때 성적 우수자들의 가족을 불러 총장 공관에서 저녁 먹는 행사(딱 한 번 뽑혀봤다)가 있었을 때도 바쁘셨을 아빠 대신에 엄마랑 할머니가 참석하셔서 "손녀딸이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라는 말 듣고 의기양양해 하시던 모습... 할머니는 내가 결혼이 늦진 않았는데 아기가 생각보다 늦어서 증손자를 보지 못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젊었던 엄마는 상당히 질투를 하셨겠다 싶다. 엄마는 '훈육'이라는 엄마의 역할을 했어야 했기에 엄마가 할 바를 하신 것이다. 지금 할머니가 되신 지금, 소원을 풀고 계신다. TV에서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하면 자식들이 애 봐달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소개되는 것들을 보란 듯이 일부러 하신다. (그런 거 안 해도 안 맡겨요. 내가 싫어요.ㅋㅋ) 가령, 애한테 트로트 가르치기. 우리 큰 아들이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 이러면서 노래 부른다. 먹이지 말라는 거 먹이고, 입으로 꼭꼭 씹어서 입에 넣어주고... 내버려 둔다. 그렇게 좀 해도 별일 안 생긴다. 그렇게 할머니가 되고 싶으신 거고, 할머니라면 해도 되는 것을 하고 싶으신 것일 테니... (며느리라면 경악하겠지? 며느리가 생기면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알려 드려야겠다.)

어쨌든 '할머니와의 동거'라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한 이야기에 조우했다. 80년생 작가이니 나름 비슷한 세대이고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가이다. 일어원서로써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입에 착착 붙듯이 읽히진 않았다. 중급 이상 실력이면 사전 찾아가며 읽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다카모리미유키
#高森美由紀
#일어원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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コンビニ難民 - 小賣店から「ライフライン」へ (中公新書ラクレ 550) (新書)
竹本 遼太 / 中央公論新社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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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처음 가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자판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도 많긴 많다. 내가 일본에 있었던 때가 2002년 하반기 한일 월드컵 직후부터 1년 4개월 정도였는데 그 때는 편의점이 많긴 했지만 너무 많다고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한참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현재 일본 전역에 5만 3천여개의 편의점이 존재한다고 한다.참고로 우리나라는 2만 9천여개이다.

많은 여행 블로거들이 '일본 편의점에서 놓치면 안 될 디저트'라는 주제로 올린 포스팅을 많이 봤다. 그만큼 간편용품, 일회용품을 넘어서 소비자들의 선호에 들어맞는 품질 좋은 고유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일본에서 편의점에서 구매 외에 이용해 본 서비스로는 도쿄 근교 미타카(三鷹)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 가려고 티켓을 로손에 있는 티켓 발매기에서 샀던 기억이 있다.

● 일본사회에서 편의점의 역할

일본에서 편의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본연의 기능 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고, 각종 증명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등 행정업무의 거점이 된다. 또 우편물, 택배 발송 및 수령 등 우정 업무의 거점이 된다. 그외에도 국토 방방곡곡에 자리잡고 있는 점포망을 이용하여 거대 자연재해 시 물자를 제공하는 등 구호에도 큰 역할을 한다. 가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판매 물자를 헬리콥터를 통해 격리 지역에도 보급하는 등의 기여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치매 노인 보호 등 '고령자 지킴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염분이 적게 든 개호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곳도 일부 있다고 한다.

● 일본의 고령 인구 특징 및 변화

고령자의 일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80년 이후 15퍼센트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25퍼센트 정도의 고령자가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다. 남성 중년 프리터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근로자)도 잃어버린 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그들은 버블 붕괴(1991년) 직후의 대학 졸업자들로 기업연금이나 퇴직연금 가입이 안 되어 있다. 그들은 7만엔(약 74만원) 정도의 공적연금만을 의지하여 생활을 꾸려야 하는데 이는 지극히 빠듯한 생활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편의점은 고령자 고용의 장으로 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빠듯한 국가 예산 내에서 중노년층의 취업과 사회적 참가 지원이라는 행정부 측의 노력과 인구 감소로 노동력 수급이 힘든 편의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대도시권이 아닌 중소도시 및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일수록 청년층이 드물어 아르바이트 수급이 어려운데 고령자 및 외국인 등을 인력으로 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편의점 난민이란?

이 책에서는 '도보로 편의점에 가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저자는 '편의점 난민'이라고 정의한다. '구매 약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삶에 꼭 필요한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하므로 생존권과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도보로 약 5분, 보통 반경 500미터, 고령자의 경우 반경 300미터 정도 내에 식료품 등 일상적인 구매가 어려운 상태에 놓인 인구층이다. 대도시는 편의점 간 거리는 약 119미터인 반면. 인구 적은 소도시 1킬로미터 정도이다. 통계만으로 따지면 고령자의 60퍼센트가 반경 300미터 내에 편의점이 없는 편의점 난민에 해당한다. 가족이 있는 고령자는 대신 구매를 해 줄 수 있으므로 상황이 낫지만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독거노인)이나 고령자 부부 세대가 특히 문제이다.

● 편의점 난민 감소를 위한 노력
지자체 규제완화로 이제까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입점을 포기했던 다양한 곳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가 현저하여 편의점 감소로 이어지는 지방에서 이를 극복하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 155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20년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보신 적이 있는 한 이웃 님은 정말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아 공감이 팍팍 되었다고 했다. 일본의 편의점은 잡지 전시대에서 잡지 보는 학생들, 아저씨들이 떠오르고 각종 다채로운 푸딩이 떠오른다. (아, 먹고 싶다.ㅠㅠ)

'편의점 난민'이라는 표현도 참 재미있었다. 그러나 구매 약자라는 개념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과 현황은 좋았는데 결말은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과 편의점 가맹주가 인구감소로 이익이 나지 않는 벽지에 편의점을 낼 수도 없는 거고 편의점 주위로 고령자를 이주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결론을 낸다는 건 태생적 한계가 있는 듯하지만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독서였던 것 같다.

'신서'는 인문, 교양서들을 문고본으로 내는 장르의 도서인데 문학에 비해 확실히 편하게 읽힌다. 일어를 공부하고 일어 도서를 읽다보면 문학이 어렵다. 오히려 신문이나 뉴스, 교과서가 명확히 이해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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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처음 가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자판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도 많긴 많다. 내가 일본에 있었던 때가 2002년 하반기 한일 월드컵 직후부터 1년 4개월 정도였는데 그 때는 편의점이 많긴 했지만 너무 많다고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한참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현재 일본 전역에 5만 3천여개의 편의점이 존재한다고 한다.참고로 우리나라는 2만 9천여개이다.

많은 여행 블로거들이 '일본 편의점에서 놓치면 안 될 디저트'라는 주제로 올린 포스팅을 많이 봤다. 그만큼 간편용품, 일회용품을 넘어서 소비자들의 선호에 들어맞는 품질 좋은 고유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일본에서 편의점에서 구매 외에 이용해 본 서비스로는 도쿄 근교 미타카(三鷹)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 가려고 티켓을 로손에 있는 티켓 발매기에서 샀던 기억이 있다.

● 일본사회에서 편의점의 역할

일본에서 편의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본연의 기능 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고, 각종 증명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등 행정업무의 거점이 된다. 또 우편물, 택배 발송 및 수령 등 우정 업무의 거점이 된다. 그외에도 국토 방방곡곡에 자리잡고 있는 점포망을 이용하여 거대 자연재해 시 물자를 제공하는 등 구호에도 큰 역할을 한다. 가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판매 물자를 헬리콥터를 통해 격리 지역에도 보급하는 등의 기여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치매 노인 보호 등 '고령자 지킴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염분이 적게 든 개호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곳도 일부 있다고 한다.

● 일본의 고령 인구 특징 및 변화

고령자의 일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80년 이후 15퍼센트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25퍼센트 정도의 고령자가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다. 남성 중년 프리터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근로자)도 잃어버린 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그들은 버블 붕괴(1991년) 직후의 대학 졸업자들로 기업연금이나 퇴직연금 가입이 안 되어 있다. 그들은 7만엔(약 74만원) 정도의 공적연금만을 의지하여 생활을 꾸려야 하는데 이는 지극히 빠듯한 생활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편의점은 고령자 고용의 장으로 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빠듯한 국가 예산 내에서 중노년층의 취업과 사회적 참가 지원이라는 행정부 측의 노력과 인구 감소로 노동력 수급이 힘든 편의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대도시권이 아닌 중소도시 및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일수록 청년층이 드물어 아르바이트 수급이 어려운데 고령자 및 외국인 등을 인력으로 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편의점 난민이란?

이 책에서는 '도보로 편의점에 가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저자는 '편의점 난민'이라고 정의한다. '구매 약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삶에 꼭 필요한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하므로 생존권과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도보로 약 5분, 보통 반경 500미터, 고령자의 경우 반경 300미터 정도 내에 식료품 등 일상적인 구매가 어려운 상태에 놓인 인구층이다. 대도시는 편의점 간 거리는 약 119미터인 반면. 인구 적은 소도시 1킬로미터 정도이다. 통계만으로 따지면 고령자의 60퍼센트가 반경 300미터 내에 편의점이 없는 편의점 난민에 해당한다. 가족이 있는 고령자는 대신 구매를 해 줄 수 있으므로 상황이 낫지만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독거노인)이나 고령자 부부 세대가 특히 문제이다.

● 편의점 난민 감소를 위한 노력
지자체 규제완화로 이제까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입점을 포기했던 다양한 곳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가 현저하여 편의점 감소로 이어지는 지방에서 이를 극복하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 155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20년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보신 적이 있는 한 이웃 님은 정말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아 공감이 팍팍 되었다고 했다. 일본의 편의점은 잡지 전시대에서 잡지 보는 학생들, 아저씨들이 떠오르고 각종 다채로운 푸딩이 떠오른다. (아, 먹고 싶다.ㅠㅠ)

'편의점 난민'이라는 표현도 참 재미있었다. 그러나 구매 약자라는 개념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과 현황은 좋았는데 결말은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과 편의점 가맹주가 인구감소로 이익이 나지 않는 벽지에 편의점을 낼 수도 없는 거고 편의점 주위로 고령자를 이주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결론을 낸다는 건 태생적 한계가 있는 듯하지만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독서였던 것 같다.

'신서'는 인문, 교양서들을 문고본으로 내는 장르의 도서인데 문학에 비해 확실히 편하게 읽힌다. 일어를 공부하고 일어 도서를 읽다보면 문학이 어렵다. 오히려 신문이나 뉴스, 교과서가 명확히 이해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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