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처음 가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자판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도 많긴 많다. 내가 일본에 있었던 때가 2002년 하반기 한일 월드컵 직후부터 1년 4개월 정도였는데 그 때는 편의점이 많긴 했지만 너무 많다고까지는 느끼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한참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현재 일본 전역에 5만 3천여개의 편의점이 존재한다고 한다.참고로 우리나라는 2만 9천여개이다.

많은 여행 블로거들이 '일본 편의점에서 놓치면 안 될 디저트'라는 주제로 올린 포스팅을 많이 봤다. 그만큼 간편용품, 일회용품을 넘어서 소비자들의 선호에 들어맞는 품질 좋은 고유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일본에서 편의점에서 구매 외에 이용해 본 서비스로는 도쿄 근교 미타카(三鷹)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 가려고 티켓을 로손에 있는 티켓 발매기에서 샀던 기억이 있다.

● 일본사회에서 편의점의 역할

일본에서 편의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본연의 기능 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편의점에서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고, 각종 증명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등 행정업무의 거점이 된다. 또 우편물, 택배 발송 및 수령 등 우정 업무의 거점이 된다. 그외에도 국토 방방곡곡에 자리잡고 있는 점포망을 이용하여 거대 자연재해 시 물자를 제공하는 등 구호에도 큰 역할을 한다. 가령,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판매 물자를 헬리콥터를 통해 격리 지역에도 보급하는 등의 기여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치매 노인 보호 등 '고령자 지킴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염분이 적게 든 개호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한 곳도 일부 있다고 한다.

● 일본의 고령 인구 특징 및 변화

고령자의 일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80년 이후 15퍼센트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25퍼센트 정도의 고령자가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있다. 남성 중년 프리터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근로자)도 잃어버린 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 그들은 버블 붕괴(1991년) 직후의 대학 졸업자들로 기업연금이나 퇴직연금 가입이 안 되어 있다. 그들은 7만엔(약 74만원) 정도의 공적연금만을 의지하여 생활을 꾸려야 하는데 이는 지극히 빠듯한 생활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편의점은 고령자 고용의 장으로 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빠듯한 국가 예산 내에서 중노년층의 취업과 사회적 참가 지원이라는 행정부 측의 노력과 인구 감소로 노동력 수급이 힘든 편의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대도시권이 아닌 중소도시 및 인구감소가 심한 지역일수록 청년층이 드물어 아르바이트 수급이 어려운데 고령자 및 외국인 등을 인력으로 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편의점 난민이란?

이 책에서는 '도보로 편의점에 가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저자는 '편의점 난민'이라고 정의한다. '구매 약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삶에 꼭 필요한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하므로 생존권과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 도보로 약 5분, 보통 반경 500미터, 고령자의 경우 반경 300미터 정도 내에 식료품 등 일상적인 구매가 어려운 상태에 놓인 인구층이다. 대도시는 편의점 간 거리는 약 119미터인 반면. 인구 적은 소도시 1킬로미터 정도이다. 통계만으로 따지면 고령자의 60퍼센트가 반경 300미터 내에 편의점이 없는 편의점 난민에 해당한다. 가족이 있는 고령자는 대신 구매를 해 줄 수 있으므로 상황이 낫지만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독거노인)이나 고령자 부부 세대가 특히 문제이다.

● 편의점 난민 감소를 위한 노력
지자체 규제완화로 이제까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입점을 포기했던 다양한 곳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가 현저하여 편의점 감소로 이어지는 지방에서 이를 극복하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제 155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20년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 보신 적이 있는 한 이웃 님은 정말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아 공감이 팍팍 되었다고 했다. 일본의 편의점은 잡지 전시대에서 잡지 보는 학생들, 아저씨들이 떠오르고 각종 다채로운 푸딩이 떠오른다. (아, 먹고 싶다.ㅠㅠ)

'편의점 난민'이라는 표현도 참 재미있었다. 그러나 구매 약자라는 개념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과 현황은 좋았는데 결말은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인지도 모른다. 영리가 목적인 기업과 편의점 가맹주가 인구감소로 이익이 나지 않는 벽지에 편의점을 낼 수도 없는 거고 편의점 주위로 고령자를 이주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결론을 낸다는 건 태생적 한계가 있는 듯하지만 '편의점 난민'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독서였던 것 같다.

'신서'는 인문, 교양서들을 문고본으로 내는 장르의 도서인데 문학에 비해 확실히 편하게 읽힌다. 일어를 공부하고 일어 도서를 읽다보면 문학이 어렵다. 오히려 신문이나 뉴스, 교과서가 명확히 이해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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