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부터 정리하라 -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일들
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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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책의 자태가 정말 맘에 든다. 하얀 바탕에 깔끔하게 인쇄된 세련된 제목과 부제, 원제, 그리고 파스텔 톤의 띠지가 제목처럼 정리하고 싶은 마음 절로 들게 만드는 데다가 책이 얇고 안쪽 글씨가 일반 단행본들보다 크다. 그리고, 백미는 이렇게 얇은 책에 연보라색의 가름끈까지 붙어 있는 것이다. 디자인과 편집 감각 일단 점수 100점 따고 들어간다. 


저자인 윌리엄 H. 맥레이븐은 학군단 출신으로 미 해군 장교로 임관한 이래 미 해군에서 37년간 복무하고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냅튠 스피어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 해군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4년 은퇴 후, 2015년 모교인 텍사스 대학교 총장이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14년 5월 17일 모교인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했던 졸업식 축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통해 10가지의 교훈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머리로 배우던 지식을 전투같은 실생활에서 활용하며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미국 유명 인사들의 미국 대학 졸업식 축사들을 즐겨 찾아 보는 편인데, 그 연설들은 정말로 여러 번 반복하여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인생을 위한 지혜를 위해서도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설은 역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이다. 스크립트를 프린트해서 수없이 반복해서 읽어봤다. 외워보려고도 했으나 그건 무리여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 분은 해외에 많이 알려진 분은 아니어서 그런지 연설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책으로 이렇게 접하게 되어 큰 행운이다.


미국 드라마에서 접해본 독자들도 있겠지만 미 해군 네이비 실은 정말 강인한 정신력과 빼어난 두뇌, 전략을 소유한 군대 중의 군대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듯이, 혹독하고 인정없는 훈련을 통해 낙오자를 걸러 내고 일신의 안위를 내려놓고 국가를 위해 죽을 자들이 있는 곳이다. 


10가지의 교훈을 목차로만 본다면 흔히 봐 온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분이 공중에서 낙하산 사고로 생사를 오가고, 최고의 군인이 되기 위해 지옥을 맛보게 하는 훈련들 속에서 참고 견디며 몸으로 체득한 교훈들, 즉, 논픽션이기에 독자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인생의 목적지에 다다르려면 누구나 같이 노를 저어 줄 한 팀의 선량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보트를 저어 나갈 수가 없다. 인생의 고락을 같이할 사람을 찾아라. 가능한 많은 친구를 사귀고 나의 성공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 있음을 절대로 잊지 말라. (28쪽)"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였는데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책 속에만 파고드는 그 안일함을 즐기고 있다. 새롭게 소중하게 엮여 가는 관계들이 있는 것은 기쁘고 감사하지만 역시 조심스럽다. 그러나 저자는 노를 같이 저어 줄 선량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또한 그런 선량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잘했더라도 설탕 쿠키 신세를 면치 못할 때가 있다. 그렇더라고 불평하지 말라.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지 말라. 당당하게 일어나서 미래를 보고 계속 나아가라. (48쪽)"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동생과 얘기하며 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늘 했던 말이 "Life is unfair."였다. 늘 발밑의 살얼음이 깨질까 살살 걸어가며 가장 안온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지냈던 내게도 세상을 불공평과 부정의 도가니였던 것 같다. 저자같은 투지보다는 어떻게든 어떤 위험도 내게 다가오지 못하게 철벽을 치며 안전한 길로만 걸어가려 했던 것 같다.  


"최고의 자리를 내준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59쪽)"


스스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멋진가?


"매일 아침마다 침대를 정리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한 것입니다. 그 일은 얼마간의 자부심과 함께 다른 임무도, 또 다른 임무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111쪽)"


작은 성공의 경험이 축적되어 스스로를 격려하고 동기부여하여 점점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성장'이다. 누구도 나더러 성공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나, 그것이 내겐 성장이고 성공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게 살아왔노라고 자평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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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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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16명 각각의 개성 넘치고 독특하며 도전적인 일본 생활 이야기를 보며 가슴이 벅찼다. 16명의 저자들은 정말로 남녀노소 다양한 분들이다. 공부를 하러 가고, 워킹 홀리데이를 목표로 가고, 쉬러 갔다가 뜻하지 않았던 길을 찾게 되고, 결혼까지 하고 정착하신 분들도 있다. '나는 어땠지?'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서평을 못 쓰고 넘어갔는데, 개정판이 나왔다. 책이 좀 작아져서 문고판 같은 느낌이다. 한 손에 쏙 들어와서 좋다.

그렇게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반하고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국민 감정'와 별개인 개인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일본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정치/외교 이슈가 나오면 왕왕 싸울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한국인'이라는 대표성을 가지고 바라볼 때 미워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한 개인으로 일본인 한 명 한 명을 만나 친구가 되고 마음이 이어지고 마음이 통할 때 그 사람의 추억의 장소가 되고, 추억이 되고, 혹은 이 순간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여러 국적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괜히 앉아 있다가 나에게 너무나 잘해 줬었고 친하게 지냈던 일본인 도모코 언니가 "너네도 우리도 다 피해자. 나쁜 건 미국..."이라는 견해를 말하자 마자 내 머릿속의 퓨즈가 끊겼던 것 같다. 투표도 제대로 하지 않던 20대의 내가 무슨 애국자라고 영어로 했는지, 일어로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너네는 당할 만해서 당했지만 우리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쏘아붙였다. (평소 조용한 편인 나는 가끔 한 번씩 욱 한다.) 언니와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었다. 도대체 내게 무슨 득이 있었던 걸까? 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본에 일본어 한 마디 못 하고 가서 어학을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을 인정받아 정직원이 되고 직업으로까지 연결된 저자들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 용기, 대단하다. 처절했기 때문이라고 다들 겸손하게 말씀하고 계시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같고 한자어를 일부 공유하기 때문에 일본어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생활에 불편함 없이 구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분들처럼 실제로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생활 속에서 익힌다면 정말 살아있는 일본어를, 일본어다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가까이 일본어를 공부하고도 존경어, 겸양어는 들으면 다 알아도 내 입에서 내 말처럼 나오지 않는데 그건 그렇게 삶 속에서 익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보는 것 참 좋은 것 같다. 두 번쯤 미국에서도 살아봤고, 한 번쯤 일본에서도 살아봤는데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가깝고 언어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무척 크다. 18년 전, 다 큰 성인이 되어서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건데도 공항에서 우리 엄마는 우셨다. 90년대 중반부터, 나보다 몇 년 위인 선배들부터 슬슬 유럽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많이 가기 시작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보편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워낙 먼 곳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셨나보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후, 일본에 갈 때 "잘 갔다 와!" 그 뿐이셨다. 공항에는 오셨었나 기억도 안 난다. 여차하면 올 수 있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는 것이 나도 홀가분했고 가족들도 그랬나 보다. 미국에서는 유색인종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지만 일본에서는 군중 속에 몸을 숨길 수 있어서 그냥 일반인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물론 스타일, 패션에서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중국 사람 다 분별해 낼 수 있다.)

책 속에서 나무 님이 언급하셨던 일본인들의 적당한 '무관심' 나도 참 좋았다. 내가 '한 번쯤', '잠시', '주변인'으로 지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인들도 마음을 터놓고 나누는 사이가 되면 오히려 듣는 쪽이 들어도 되는 건가 싶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생활에 대해서도 나눠준다. 아버지의 가정폭력, 남편의 우울증, 형제자매의 실종... 믿고 얘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쪽에서도 무겁게 듣고 마음 속에 깊이 열쇠 채워 담아 놓는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다만 무관심해야 할 거리의 사람들이 오지랍 넓히며 꼬치꼬치 캐묻고 간섭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헤아린다는 의미의 '察する'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인들의 기본적인 정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을 헤아려서 대하는 것. 직접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서구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헤아려서 대하는 것이 좋았고 편안함을 느꼈다.

16명의 저자들의 일본 생활에 대해 읽으며 나의 일본생활에 대해서도 돌이켜봤다. 도전정신 따위 애초에 없고 겁 많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두려워하는 유형이라 많은 것이 준비된 상황에서 갔다. 영어가 많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교환학생으로 가서 패닉 수준의 두려움을 경험했던 터라 일본에 가기로 결심하고 바로 능력시험 준비를 하여 1년만에 바로 1급 따 놓고 학교 어학당에 와 있던 일본 동생들(일본인으로 귀화한 재일교포 동생들)과 언어교환을 하며 감각을 익혔다. 일본에 갔을 때 이미 의사소통과 대학원 수업을 듣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였고 대학원에 소속된 연구과정 학생으로 숙식 모두 제공되는 기숙사에 묵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일본에서 살며,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고, 20대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와세다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같은 기숙사에서 지냈던 친구, 지금까지도 각별한 평생의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고, 같은 수업을 들었던 띠동갑 언니가 늘 있었던 도서관은 나의 쉴 곳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자원봉사로 일본어를 가르쳐 주셨던 여동창회 소속의 오카노 센세는 15년 전 이미 환갑이셨으나 의기투합하여 현을 넘나들며 차를 몰고 돌아다녔으며 11년 전, 내 결혼식에까지 와주셨다. 그 분이 계시는 가마쿠라는 내 마음 속의 영원한 고향 같은 곳이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초봄을 지나 벚꽃이 눈이 시리도록 흐드러지게 피면 벚꽃 찾아 우에노 공원과 신주쿠 교엔, 가마쿠라를 헤매고 다녔다. 봄이 무르익어 사쿠란보(서양 체리와 다른 체리)가 나올 때가 되면 항상 한 상자씩 사다가 방에서 뒹굴며 먹었다. 하코네에서는 수국이 양쪽 가득 피어 있는 길을 등산열차 타고 지나가고 아시노코 위에서 봄바람을 맞았으며 야외미술관을 누비고 다녔다. 유리카모메를 타고 빙빙 돌아가며 보이는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를 취한 듯 바라봤다. 가을엔 억새밭이 보고 싶다고 오카노 센세를 졸라 시즈오카 현에 있는 억새밭으로 드라이브 가고 후지산 밑 가와구치 호수의 잔잔한 풍경을 바라봤다. 수업도 빼먹고 홋카이도로 날아가 후라노와 비에의 목가적 풍경을 마음에 담고 오타루에서는 <러브 레터>의 흔적을 찾기도 했다.

물론 20대의 고민이 없진 않았다. 진로와 불확실한 미래...

한국에 돌아와서는 치열한 삶을 다시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삶이라는 신기루에서 막 깨어난 느낌이었다. 일본에서 공부를 계속 하거나 일을 하며 정착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실을 한국에 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거처였기에 이렇게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에서의 삶은 내게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평범한 문과생이었고 외국어에 워낙 관심이 많아 영어를 열심히 했으나 백날 한다고 네이티브 되는 것도 아니니 외국어 하나를 더 해야겠다는 타산 하에 시작한 일본어는 의외로 나와 잘 맞았고 어느 정도 통번역을 할 수 있는 만큼이 되어 일본에서도 2주간 통역 경험도 쌓고 한국에 와서도 기회가 닿았다. 파란만장한 직장생활 속에서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정착했던 회사에서는 사장 면접에서 사장님이 직접 "입사해서 통역도 하면 되겠네."라고 하시고 실제로 입사하여 일본 기업과의 CEO 미팅 때 통역을 하기도 했고 일본에 가서 통역을 하기도 했다. 주 업무 외의 일이었기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유익한 경험이었다.

추억에 잠기게 해 주는 책을 만나 사설이 길어졌다. 대리만족 제대로 한 것 같다. 아마 다시 일본에 간다면 너무 달라져 있어 이질감을 느낄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 마지막 간 건 2010년, 도쿄에 마지막 간 건 2009년이다. 그래도 나의 20대의 특별하게 장식해 준 그 곳에, 도쿄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책에 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페이지 전체를 장식하는 몇몇 사진들의 해상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출판물에서 사진의 해상도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큰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페이지 중앙에 원래 크기대로 작은 네모로 사진을 넣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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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인생 노트 - 매력적으로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09가지 조언
대그 세바스찬 아란더 지음, 김성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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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상큼한 민트색 표지에 고급 다이어리를 연상케 하는 양장, 단정한 글씨와 둥근 안경, 빨간 나비 넥타이, 햇님 같은 미소를 짓고 계신 이 노신사분(저자)의 사진이 톤다운되어 띠지로 장식되어 있는 멋진 책에 첫눈에 반해버렸다.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들과 그 제목에 맞는 토막토막 길지 않은 글들이 담겨 있어 읽기도 무척 쉬웠다. 그러나 저자가 평생에 걸쳐 배워온 교훈을 독자들에게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두고 두고 곱씹어볼 만하다. 40대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다가오는 내용이 있고, 아마도 50대, 60대, 70대 연령대가 달라질수록 다가오는 내용들이 달라질 것 같다. 좋은 책이라 읽어보고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번씩 읽기로 했다.

* 일기장이 있는 인생

옛날 일기장에 적힌 천진난만한 몇 마디 문장들 때문에 수많은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살아난다는 생각을 해보라.

추억이란 한때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이 마지막 순간에 되살아나는 것이다. 추억이 없으면 시간 감각도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살아오면서 세운 기초들도 잃고 만다. (pg. 46~47)

사춘기 시절, 독서실에서 다이어리를 끼고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을 때로는 여학생다운 정갈한 글씨로, 때로는 못내 부대끼는 마음으로 거친 글씨로 지면 위에 고함을 질러대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손바닥만한 작은 플래너에 그 날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촘촘하게 적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들이 무거운 추처럼 느껴졌다. 아마 20대다운 낭만과 허세가 섞인 허무와 염세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살았던 흔적 하나 없이 바람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 버렸다. 기억의 처분이랄까? 그리고 기록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후 기록이라 하면 회사에서 그 날 그 날 처리해야 할 업무를 번호 매겨 적어놓고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주간 업무보고 작성할 때 참고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다시 기록을 시작한 것은 역시 아이를 낳고 나서이다.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아이의 한마디 말, 작은 몸짓 하나, 다음 단계의 성장으로 넘어가는 한 걸음, 표정 하나까지... 아이가 커 가면 예전 모습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현재 아이의 모습만을 보고 판단하기 쉽지만 예전의 기록, 예전에 아이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추억들을 함께 쌓아 왔는지를 기억하면 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더욱 깊이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생각했는지,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가 보이고 되돌이켜야할 부분이 눈에 띈다. 이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면 좋겠다. 매일 매일의 일상이 거기서 거긴 것 같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돌아보면 많은 것이 변해 있고, 어디가 그 변곡점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흔히 하는 후회인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를 늘 모니터할 수 있고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징조가 보이면 잡아라

글을 쓰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내가 작가가 된 것은, 당신의 삶에서 운명 같은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 그 징조가 보이거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pg. 69)

그렇다. 징조가 보일 때가 반드시 있다. 내 소박한 삶 속에서 극적인 징조랄 것은 없었지만 '계기', '기회'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우연히 발견한 인터넷 정보가, 아는 사람의 소개가 징조가 되어 준다. 앞으로 징조가 비칠 때 잡을 수 있도록 매일의 삶 속에서 담금질을 하듯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다.

* 재미가 없다면 책장을 덮어라

중역 자리를 걷어차도, 수업을 중도 포기해도, 광고 카피에 비해 형편없이 재미없는 책을 읽다가 덮어도 된다. 연극의 막간에 자리를 떠도 된다. 좋은 평판을 들으려고 하지 말라. 당신의 인생에서 결정을 내릴 사람은 오직 당신밖에 없다.

아이고, 참 고마운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참 보기와는 달리 변덕이 죽 쑤듯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보기엔 차분해 보인다고들 한다.) 저자의 글을 나 좋은 대로 해석한 건가? ㅋㅋㅋ 이거 하면 저게 하고 싶고, 저거 하면 이게 하고 싶고... 사실 학창시절은 거의 누구에게나 정해진 길이니 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에서도 그 안의 체계가 있으니 그 체계와 기준을 따라 별 생각없이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제도권에서 벗어나 보니 '자기주도권'이 없으면 그저 그렇게 흘러가 버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됐다.

중도 포기하고, 책도 덮고, 다른 어떤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인생으로 일구어가도록 내가 결정하는 것... 올해 초 마흔이 되며 내가 결정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아전인수격일지 모르지만 위로가 되는 내용이다. 마흔이 되면서 '뭐가 유망할까'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결심을 했다. 40년 가까이 살아보니 인생이 이렇게 짧고 어차피 회사도 그만뒀는데 좋아하는 거 한번 해 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일어 원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책을 좋아하고 원어 그대로의 의미가 전달되므로 원서를 종종 읽었다.

하지만 앞으로 주력하여 할 일은 수요 면에서나 전망 면에서 영어 관련된 일을 하려고 많이 신경을 썼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외대에서 테솔(TESOL) 단기 과정도 들었었다. 성향상 몰입하는 것을 좋아하고 뭘 하면 열심히 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밤잠 덜어내며 공부했다. 그리고 뭘 배우고 습득하는 것을 좋아해서 진심으로 즐기며 공부했다. 그 전데도 그 후에도 친정부모님께 아이를 맡긴 적이 없는데 네 달간, 일주일에 세 번, 3시간씩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오로지 집중해서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달콤했다. 아이가 폐렴 걸려 입원하여 한 주를 통째로 빼먹고 병원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후 둘째 임신과 출산이 이어졌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상대하여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기쁘지가 않았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어본 적 거의 없이 무난하게 지내왔지만 사실은 내가 무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화'라는 과정을 거쳤으므로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왔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것이 싫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드는 것이다.

마흔이 되며 기회가 닿으면 영어에 대해서도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무리해서 애쓸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어로 좋아하는 책을 마음 편하게 읽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더 삶에 활력도 생기고 즐거움도 생기고 블로그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지금 하는 프리랜서 일은 영어 일이 90%이지만 사람을 대면하여 하는 일이 아니고 영어와 한글 문장을 대면하여 하는 일이기에 적성에 맞다. 일이 들어오면 즐겁게 하고 시간이 남으면(둘째 꼬마가 잘 때, 밤에 애들 재우다가 먼저 잠들지 않고 다행히 일어나서 밤에 여유시간을 가질 때) 책을 집중해서 읽고 서평도 쓴다.

저자분이 그렇게 나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컨펌해 준 기분이 들어 해방감도 들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ㅋㅋ

06 가족도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부모 역할은 잊어라 / 참견과 간섭은 금물 / 자녀들과의 새로운 교제 / 소소한 일들에 손을 내민다면 / 큰 문제는 모른 체하기 / 관계가 서먹해지기 전에 / 자녀들에게 잘하는 방법 / 침묵할 때는 침묵 / 부모의 뒷모습을 배운다 / 모든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 모든 것에 답할 필요도 없다 / 자녀들을 위한 시간과 공간 / 손주들과의 시간은 적당히

제6장의 내용은 깊이 깊이 새겨두고 싶어서 타이틀을 적어봤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품 안의 자식이라고 부모를 많이 필요로 하지만 언젠가는 빈 둥지로 남겨질 것이다. 지금 그토록 원하는 '나만의 시간'을 원치 않아도 무한정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아이들의 삶에 분노하고 내 수고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자기연민에 빠지면서 아이들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진작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이들을 혼내면서도 나를 미워하게 되면 어떡하나, 생각이 먼저 든다. 너무나 미성숙한 엄마이다.

아마 좋은 본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 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부모 탓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정 엄마도 시어머니도 저 위의 항목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뭘 해도 어설프다며 모든 것을 본인이 해야 제대로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친정 엄마와 아들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시어머니.

나이 들어서 이렇게 아이가 어렸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정신적으로 풍요하고 교감하는 부모자식 사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도 내 인생을 아이들에게 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을 충실히 하며 나의 일의 영역을 넓혀가며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며 아이들에게 멘토로, 때로는 아이들이 나의 멘토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미성숙하지만 엄마도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엄마도 엄마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언젠가는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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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짧은 토막글 같아서 휙휙 넘겨보다가 서서히 책장 넘기는 손길이 느려지고 다시 들여다보고 다시 읽어보고 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요즘 출판의 추세가 '에이징'인지 다각도에서 늙어가는 법을 조명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관심이 있다 보니 꽤 접하게 되는데 먼저 인생을 살아오신 멘토로부터의 살아있는 조언이 최고인 것 같다.

유전으로 인해 벌써부터 새치라고 하기엔 흰머리가 너무나 많아 서럽지만 나중에 늙어서 긴 생머리로 흰머리 휙휙 날리는 멋진 호호 할머니가 되어 나도 이렇게 살아있는 조언들 담은 작은 책 하나 자비 출판하는 것도 좋은 인생의 목표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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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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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달에 건설된 우주 도시 아르테미스. 작은 공동체이지만 사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다 있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당연히 사람 사는 곳에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범죄자라고 읽는다)도 존재한다. 가령, 백만장자를 꿈꾸는 무일푼의 밀수꾼. 게다가 26세의 새파란 여성. 바로 주인공 재즈 바샤라이다. 그녀의 공식적인 직업은 택배기사라고 해야 하나, 배달꾼이라고 해야 하나? 그녀는 아주 소박하게 혼자 쓸 수 있는 샤워실에 있는 자그마한 집을 갖고 싶을 뿐인데 공식적인 직업만으로는 달성하기가 불가능하기에 부수입으로 지구에서 담배나 술 같은 것들을 슬쩍 슬쩍 들여오는 일을 남몰래 하고 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지만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10대의 자기 자신이라고 할 정도로 제멋대로 살아온,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헛똑똑이'이다.

 

 

 

어느날, 그녀의 밀수 거래의 고객이자 사업가인 트론으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꿀꺽 수용해 버린다. 몹시 위험한 일이지만 단숨에 그녀를 백만장자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으나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끝난다. 그것은 실패를 의미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 아까 말했듯이 사람 사는 곳에 다 있는 음험한 인간 군상이 있고, 음모가 있고, 이권의 대립이 있고, 불법이 있다. 그 위험한 일을 제안했던 트론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이제는 재즈의 목숨까지 노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지구의 범죄세력과 결탁하여 달에서의 이권 사업을 둘러싼 추잡한 대립이 시작되고, 스릴 넘치는 추적이 시작된다. 작은 범죄(예를 들면, 밀수 거래 등)는 왕왕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번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재즈가 파악해 낸 음모는 아르테미스 공동체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지구의 폭력 조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에 그녀는 드림팀을 모아본다. 그들은 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르테미스를 구한다는 대의를 위해 떨떠름하지만 열심히 협조한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역할을 재즈 본인이 도맡아 하며 하나 하나 아르테미스를 구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해 간다. 그녀는 6살 때 지구에서 아르테미스로 이주해 와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아르테미스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를 구하려다 아르테미스 전체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린 재즈. 우여곡절 끝에 믿을 수 없는 의협심과 '운'과 드림팀의 협력으로 '좋은 게 좋은 것'으로 끝이 난다.

 

 

 

유후~~!! 재즈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여성으로 둔갑한 듯한 똑똑하면서 능청맞고 음담패설 던져가며 퇴폐미 넘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성 캐릭터이다. 그리고, 달이라는 무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아직 미지와 동경의 세계가 아닌가? 이 달의 작은 도시에도 신분의 높고 낮음이 있고, 물질의 많고 적음이 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남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가족과 친구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따뜻한 인간관계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같구나.

 

 

 

재즈에게 빠진 것 같다. 걸 크러시 유발자이다. 제멋대로에 헛똑똑이에 후회투성이 망나니 같은 그녀이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면서도 잔머리나 굴리며 소소히 밀수라는 범죄를 꾸미기나 하다니. 그 분방함과 자유함이 부럽다고나 할까?

 

 

 

이 책은 주요 캐릭터가 다 여성이다. 주인공 재즈는 물론 아르테미스의 통치자라고 할 수 있는 행정관도 케냐 출신의 성공적인 여성 정치인이고(뒤통수 제대로 치지만...), 악역이긴 하나 아르테미스 최고 기업의 경영자 역시 여성이다. 그리고 재즈의 고객이었다가 죽은 트론의 딸 레네도 연약한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이다가 아버지의 사업 재능을 물려 받아 어엿한 사업가로 사업계약을 따낸다. 여성들의 멋진 승부도 볼만하다.

 

 

 

앤디 위어가 또 해냈다는 느낌이고, 영화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꼭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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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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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 앞부분에서 밝히고 있듯이 경제/경영 도서를 읽을 때 가장 효과적인 독서법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비문학 도서 즉, 감상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정보'를 얻기 위한 모든 독서에 적용할 수 있는 독서법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11가지 독서 전략을 제시한다. 독서 전략이라기보다 수많은 신간의 홍수 중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려고 하는 사람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일부 전문가만이 책을 내었던 과거에 비해 출판의 저변이 확대되고 다양한 책들이 보급되고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옥석을 가려서 읽을 수 있는 전략이 진정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 저자가 경영자일 경우 창업가나 기업 전성기를 이끈 경영자 책을 고른다.

2. 프로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낸다.

3. 최고 중 조금 특이한 사람의 책을 고른다.

4. 컨설턴트에게는 왕도의 전략을 배울 수 있다.

5.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저자의 책은 피한다.

6. 책 제목에 속지 않는다.

7. 고유명사가 많이 들어간 책을 고른다.

8. 글 앞머리에 밑줄을 그을 만한 문장이 있는 책을 고른다.

9.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쓴 책을 고른다.

10. 번역서는 양서일 확률이 높다.

11. 항목별로 분류해 놓은 것에 주목한다.

 

 

저자는 빨리 읽지 말고 천천히 읽을 것, 많이 읽지 말고 부분에 집중하여 읽을 것을 강조하는 사람이나 본인은 하루에 3권 정도의 책을 읽는 다독가이다. 책 멘토이자 기획자라는 직업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책을 고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고 나름의 책 고르는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것 같다. 11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면 자칭이 아닌, 자타 공인할 수 있는 전문가가 쓴, 객관적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고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단지 '권수 채우기'나 서평을 남기기 위한 독서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 대신에 깊이 읽고 자신에게 가장 통찰력을 주는 '부분'에 줄을 긋고 반복하여 읽으라고 권한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 기존에 생각하던 것과 다른 부분,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부분들을 정독, 숙독하라는 의미이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여기서 소개한 추천 도서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된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만 '10번 읽는' 방법도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 107)"

​저자는 경제/경영 분야에서 주옥같은 책들을 몇 권 소개하고 있는데, 그 책들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집중하여 되새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독서법에 대한 교육을 섬세하게 ​시행하지는 않는 것 같다. 테솔(TESOL ;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수법) 교육을 외대에서 받았던 적이 있다. 이때 '읽기' 지도를 공부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단시간 내에 (제한된 시간 내에) 정보를 찾아내는 연습을 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숙한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는 방법뿐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면서 skip하며 읽는 방법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시험을 볼 때나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에서 특히 필요하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학교에서 독서 지도를 하며 훈련을 통하여 인생에 필요한 다양한 독서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예전에 아는 분이 '사금'을 찾아내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종교의 경전도 아니고, 수많은 책은 각기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통째로 모든 것을 흡수할 필요는 없고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사금 캐듯 읽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후로는 나도 책을 지나치게 비판하지도, 맹신하지도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내게 필요한 부분을 흡수하여 읽고 있다.

놀라운 휘발력을 가진 나의 빈약한 기억력 때문에 나는 짧게라도 서평을 남겨놓는 편인데 이제는 좀 더 밑줄 그은 부분을 중심으로 집중해서 독서의 틀을 잡아봐야겠다. 주로 문학 그 중에서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서 정보성 도서를 읽을 때와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다양한 독서법을 몸에 익히고 체화하여 전천후로 구사하고 싶다.

저자가 부록으로 수록한 본인이 밑줄 그은 44개의 문장이 나오는데 이 또한 명저자들의 명저들과 그 가운데 통찰력을 주는 부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하고 그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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