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홍성민 옮김 / 동녘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노후 친자파산'이라는 일어원서의 원제가 더 피부에 와닿는 것 같다. 일본에서 고령자가 된 부모 세대와 성인이 된 자녀 세대가 함께 빈곤의 수렁에 빠지는 실제 케이스들을 제시하며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책이다.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전에, 총인구 1억 중산층 시대를 외쳤던 일본이기에 그 시대를 일궈온 지금의 고령자 세대가 이렇게 빈곤의 늪에 빠져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버블경제 붕괴에 함께 고용절벽을 경험했던 그때의 젊은 층이 이젠 중장년층이 되었는데 젊어서부터 정규직의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 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했기에 중장년이 되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그 자녀들이 경제적 이유로든, 부모의 간병 때문이든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와 동거를 시작하는데 부모의 연금에 자녀의 근로소득을 합하며 어중간하게 생활보호대상 기준을 넘어버리면 각종 주거비 면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의료비 지원도 줄어든다. 문제는 자녀 세대의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동거함으로 인해 받던 지원을 못 받아 오히려 생활비가 더 들게 된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건강의 위협에 더 쉽게 노출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이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낙담하여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기도 하고 20대에 은둔형 외톨이로 사회문제화되었던 이들이 20~30년이 지난 지금 노화하여 중년의 은둔형 외톨이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부모의 간병으로 인해 부모와 합가한 경우에도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결국 그들이 생업의 현장으로 나가면 고령자는 집에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발생한다. 그 시간에 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데이서비스 센터에 맡겨도 되나 이용시간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에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대안으로 세대 분리를 제시한다. 세대 간 소득 합산으로 생활보호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진정 공멸하는 길이므로 자녀 세대의 수입이 있더라도 고령자의 생활보호 자격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의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센터에서 각종 직업교육 및 알선을 돕고 있다.

방송에서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문제 제기를 한 것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답을 찾는 것은 각 국가의 몫일 텐데 그나마 경제적으로 부유한 일본의 현황이 이런데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제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층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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