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솔하고 담담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멋진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 didn't mean to.... but I'm sorry...

내가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야, 미안해.

살다 보면 이런 말 해야 할 때가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나는 좋은 의도로 한 거였는데, 결과는 그 역으로 나오는 때가...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려고 손 내밀었는데,

도리어 물 속으로 밀어버리는 결과를 낳는 때가...

이 책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옵니다.

전쟁을 어차피 해야 한다면

기술과 미국인다운 패기, 선량한 의도

당시 독일과 영국이 일삼았던 무차별 폭격이 아닌,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설물을 파괴함으로써

사람들(특히 민간인)의 생명에 해를 주지 않으며

적군의 병력을 마비시키고자 했던 미 공군의 폭격기 마피아들입니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들을 읽어보면

영국인들은 방공호 같은 시설을 정원 같은 데 두고

야간 공습 경고가 발령되면 그 속에 들어가 숨었다가

공습이 끝나면 나와서 그들의 일상을 살아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뉴베리 수상작인

<맨발의 소녀(The War That Saved My Life)>입니다.)

당시에는 기술적으로도 부족했기에

어느 대상을 조준할 필요 없이 공중에서 무조건 폭격을 퍼부었죠.

그러나 미 공군의 일부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은 돈키호테에 비유했는데,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야망찬 계획을 세웁니다.

"미국의 기술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 모든 것에는 강력한 도덕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싸울 방법을 찾되 도덕적인 국가, 이상과 이념의 나라,

개인의 권리에 대한 헌신, 인간 존중의 나라라는

미국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는

깔끔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것 같습니다."(62쪽)

"그가 인류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폭격 조준기를 개발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을

도운 이유가 뭘까 궁금할 겁니다.

그는 폭격을 더욱 정확하게 만듦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진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87쪽)

배후에는 9km 상공에서도 피클 담은 드럼통에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폭격 조준기를 설계했던 천재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칼 노든이 있었죠.

그리고 공군에는 헤이어드 헨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었지만, 현실에는 많은 장벽이 있었습니다.

독일 군대를 마비시키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았던

볼베어링 공장에 고고도 조준 폭격을 시도하지만,

독일군의 관심을 돌릴 다른 도시에의 폭격은 큰 사상을 가져왔고,

날씨, 특히 바람 등의 통제/예측 불가능한 변수의 영향,

당시 기술적 한계 등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높은 이상과 가열찬 패기를 품은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쳐 원하는 것을 이루려 했지요.

제2차 세계대전이 무르익어가고,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응징해야 하는 전쟁 상황 속에서

그들은 일본의 주요 군사 시설, 군수물품 공장을

조준 폭격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당시 군사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상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헤이어드 헨셀의 대척점에 서 있었던

현실적이고 냉혈한, 그러나 결단력 있고 유능하기도 한

커티스 르메이는 그런 돈키호테 같은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고,

허황된 기술에 의존하느니,

무차별 폭격을 하더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는 편이

아군, 적국 쌍방에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1945년 도쿄 대공습을 감행합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금지한 소이 무기(목표물을 불살라 없애는 무기)를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퍼부은 것이죠.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의 원자폭탄 투하 이후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지만,

그 전에 이런 소이탄 폭격을 여러 도시에서 경험하며

이미 무조건 항복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양심과 의지를 적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련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

그것들은 대단히 어려운 종류의 문제이다.

반면 인간의 독창성을 적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

폭격기 마피아의 천재성은 그 차이를 이해한 것이다.

"군사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태워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들이 옳았다.(233쪽)

커티스 르메이는 전투에서 이겼다.

헤이우드 헨셀은 전쟁에서 이겼다.(234쪽)

말콤 글래드웰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음으로써

돈키호테 같은 폭격기 마피아 헤이우드 헨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선량한 의도, 꿈, 이상,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

그것이 적재적소에서 발휘된다면 인류는 진보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유한성,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인정,

악하고 기회주의적이며 타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동료 인간의 존재 또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전의 저서들보다 장대한 사건들을 다루었지만,

역시 인간의 본질,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시 말콤 글래드웰이라고

엄지를 치켜들게 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일본 MZ세대 작가의 기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아사이 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근년, 에세이가 번역 출간되어서 나도 모르게 이번 책도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소설이었다. 제목이 에세이스럽기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존 재팬에서 제목을 접하고 "죽을 이유(시니가이)"가 뭐지, 삶의 보람(이키가이)도 아니고, 죽을 보람이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카아이의 반의어로 작가가 만든 말이라고 했다. 독자 별점도 무척 높고 평이 좋았던 것 같아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스포 포함]

이야기는 간호사로 일하는 20대 여성 유리코와 친한 친구가 전학 가서 의기소침해진 그녀의 열 살 이상 터울이 지는 남동생 쇼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리코가 일하는 병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도모야라는 청년과 그 청년의 절친한 친구로 날마다 곁에서 간병하는 유스케라는 청년을 보고 유리코는 동생 쇼타를 유스케에게 소개해준다. 유스케는 쇼타에게 언젠가 또 좋은 친구를 만날 거라고 덕담을 해준다.

그러고 나서 이어서 유스케와 도모야의 긴 우정 혹은 대립의 서사가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에 걸쳐 이어진다. 홋카이도의 초등학교로 전학 간 마에다 가즈히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친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유스케와 도모야의 우정이 신기하다. 유스케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때로는 강압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주도하는 편이고 도모야는 늘 침착하고 조용하게 제 할 일을 하는 타입이다. 가즈히로가 좋아하는 <제국의 법칙>이라는 만화책의 사령관의 모습에 심취한 유스케는 그 흉내를 내며 남자아이들을 이끌려 한다. 학교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던 행사들이 줄줄이 '다칠 위험'을 구실로 폐지되어 분개한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면서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대학생이 되어서도 유스케는 자신이 살아갈 이유,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무언가에 맞서 대립각을 세우고 선봉에 서서 이끌고 있다. 도시 전설처럼 인류는 '산족'과 '바다족'의 대립으로 점철되어 왔으며 둘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것을 연구해온 것은 다름 아닌 도모야의 아버지였다. 도모야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유스케와 도모야는 상극이므로 결코 친해질 수 없다고 한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일부러 유스케와 교제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홋카이도 대학의 여러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자신이 살아갈 의미, 보람, 이유를 제 자신에게 증명하듯이 무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모야는 아버지의 황당무계한 이론에 심취하여 사기꾼 집단으로 제 발로 들어간 유스케를 구하러 갔다가 유스케가 밀치는 바람에 머리를 다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청력이 돌아오며 병실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고 과거를 회상하며 대립에 대해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생각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누군가와 대립한다는 거."

...

"단, 중요한 건 그 마음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413, 414쪽)

도모야와 같은 바다족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많은 여자친구 아야나의 말이다. 아야나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처럼 여자아이들 중에서도 유스케 같은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립, 혹은 경쟁, 다름을 부인하지 않는다. 경쟁상대가 있을 때 수영 결과가 더 좋게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을 갈라 그음으로써 존재를 확인하는 거이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섞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도 아닌, 따로 존재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해볼 순 없을까? 그것만으로는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에 부족한 걸까?'

(430쪽)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대립이 생기면 대화로 풀어나가면 돼. 그걸로 충분해. 그렇게 살다 보면 대립의 원인이었던 '다름'이 실은 우리를 이어주는 '결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내가 유스케를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말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야.'

(431쪽)

대립하고 비교하며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은 비단 어느 한 세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밟고 군림하려는 심리, 나는 너와 다르다는 우월감,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하고, 그 관심을 잃을 것 같으면 또 다른 이슈를 급조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외롭고 불안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품을 그저 그리워하는 모습이 우리 속에 모두 공존한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 2/3 지점에 가서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그전까지는 잘 읽히기는 하지만 뭘 말하려는지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역시 시대와 사람을 통찰하는 예리한 시각을 통통 튀는 감각으로 풀어내준 것 같다.

전향적, 저돌적인 산족과 일견 평온하거나 혹은 세계에 무관심해 보일 수도 있는 바다족의 개념도 흥미로웠다. MBTI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이 일부 녹아 있는 것 아닐까? 과학 실험에도 대조군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다름을 앎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식물인간 상태의 도모야의 대사처럼 '결속'을 위해 사용하면 좋으련만 인간의 본성일까 상처받고 자존심이 손상되는 걸 피하고 싶어서일까 "어쩐지. 그래서 난 쟤가 생리적으로 싫더라..."라고 말하며 피하고 싶은 심리는 나이가 들며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다양성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각 사람을 '속성'으로 묶어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소속 집단을 파악하고 더 알려 하지 않고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것이 차별의 속성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꼰대화'인 것 같다.

저자의 나오키상 수상작 <누구>를 읽을 때도 그들 속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괴롭기도 하고 숨이 막힐 때도 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유스케의 등장부터 "어휴, 딱 질색이야."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솟은 것을 보면 난 바다족에 속하나 싶기도 했다. 대립과 다름에 관해 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적인 맛이 뭉근하니 재미있고 주인공들의 티키타카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거리를 주므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악은 결국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척 기다린 작품이 드디어 나와서 기대됩니다.
수묵화처럼 담담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