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을 사랑하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는 생물학적 기간이 생각보다 짧은 3년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혼남녀라면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겠지만 결혼이란 테두리 안에 묶여진 부부라면 사랑이 식은 후 살아가는 시간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까?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위에 이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사랑을 쫓아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가벼운 말이 있지만 상처를 쫓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도덕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인 안나 가발디의 대표작이다. 솔직히 읽으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입장을 굳이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 작품이다. 사랑스런 두 딸과 남편을 두고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에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던 클로에는 다른 여인을 사랑하기에 떠난 남편으로 인해 커다란 상실감을 갖는다. 자신의 휩쓸고 있는 커다란 분노와 상실감, 허무 등 복잡한 그녀 앞에 시아버지 피에르가 찾아온다. 피에르는 클로에에게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며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남편이 떠난 집에 남겨진 며느리와 손녀를 보러 온 할아버지이자 시아버지는 피에르는 자신 또한 아내와 평탄한 삶을 살던 중 불같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면 털어 놓는다. 무엇에 홀린 것처럼 단숨에 마틸드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안고 사랑하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피에르는 말한다. 남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정과 위로를 받지만 떠난 사람이 가지게 되는 죄책감, 괴로움은 자기 자신과 대면할 용기를 통한 일이란 조금은 황당하지만 짜증나는 이야기를 한다. 의무만 부여받는 삶을 살던 피에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지킬 새도 없이 빠져들게 된 사랑이란 감정... 피에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불륜이라고 무조건 비판하고 지적할 수만 없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르의 아내 쉬잔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지만 자신을 둘러싼 안정적인 생활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만족하며 피에르의 불륜을 눈뜬장님처럼 행동한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나쁜 것인가?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경제적으로 자립한 여성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 남편 없이 혼자의 힘으로 설 수 있으려면 경제적인 안정이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바람을 눈 감아 주는 여성들이 꽤 있다. 쉬잔 역시 남편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안정적인 생활과 타인과의 관계에 만족함을 가졌다고 해도 그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인생사 모든 게 지나고 보면 한낱 비눗방울이 아니던가.                    -p43-

 

 

 

 

 

피에르는 마틸드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클로에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어머니처럼 가정을 지키며 남는 게 옳은 선택인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 어떤 선택도 클로에에게 있어 최선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허나 시아버지가 자신이 가진 민낯을 여과 없이 들려주며 그녀를 위로하며 얼어 있던 마음에 온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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