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리 문화유산이 많은 지 몰랐다. 곳곳에 왕조시대의 명소가 숨어 있는 걸 서울에서 태어난 토박이가 40년이 되가도록 몰랐다.
다른 나라의 왕궁처럼 시끄럽고 요란하지 않은 비원과 창덕궁,덕수궁등..모두 목조에 석재를 적절히 섞어 지어 단아하다.
특히 창덕궁은 경복궁이 중건되기전까지 정궁으로 쓰여셔 장중한 전각이 많다.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유학적인 이데올로기를 구현해야하는 만큼 경연을 열던 빈청이나 대기실은 신하들을 지기로 대우했던 임금의 마음씀을 알 수 있다.영정조대의 왕이 집무보던 전각들이나 낙선재같은 내명부여인네들의 거처에는 수수함과 단단함이 배여있다.헌종이 또한 문예군주인 줄은 몰랐다. 학재만큼 정치능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백미는 창덕궁후원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서양의 베르사이유 자수정원이나 화려한 꽃밭처럼 요란하지않고 오히려 영국의 자연주의정원에 가깝다. 정갈하고 소란스럽지않고 ..그냥 숲 한가운데 들어온 것같은 느낌..
주합루와 애련정을 보라..왕이 신하들과 주연을 즐긴 곳이지만 시끄럽지도 않고 단아한 아취가 있다. 연못에 떠있는 듯한 부용정..팔각정자가 흔치않던 시대에 구중궁궐에성 왕만을 위한 정자였다.하지만 다듬어진 목재의 편안함은 휘황한 중국이나 지나치게 짜임새있는 일본의 건축물들이 만들어내는 운치와는 다르다.
덕수궁앞이 호텔과 시청이 들어서 옛 정취란 거의 남아있지 않다.오히려 서양건물인 석조전이 이질적이랄까? 옛 사대부의 사저이니만큼 규모는 다른 궁에 비해 작다.하지만 덕수궁도 왕조의 흥망을 함꼐 겪었으니 월산대군부터 선조의 행군 ,고종의 아관파천후 환궁에 이르끼까지 망국의 비극을 몸담고 있다.
망국이 한이 서린 궁궐들은 녹슬고 이끼끼었지만 제국의 위용이 있다.
정조가 쓴 현판이나 숙종의 어체가 보관된 종묘를 보라 .성균관에 공자의 위패를 모신 사당은 장중하면서도 검박하다.누가 조선왕조를 위엄없다고 하겠는가?
일제 식민시기에 내버려지고 말살된 문화유산이 한 둘이 아니다.궁궐도 같은 수난을 당했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켜 동물원을 만든 짓이나 경복궁이나 창덕궁내에 벚꽃가로수를 엄청나게 심어 너희는 이제 조선인이 아니고 일본인이라고 내선일치를 강요한 일이나..
동궐도의 건축물들 중 상당수가 일제시대 경비절감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훼손되고 헐어낸 흔적이 역력하다.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휴가철이나 장기연휴에 요란하게 해외로 멀리 떠나지말고 조용히 텅빈 수도서울 한복판을 고즈넉하게 돌아보길 바란다.한국인이라면 마음에 와닿는 무엇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