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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다,요 뇌스베다,미야베 미유키다,거슬러 올라가면 애거서 크리스티,코난 도일,반다인,앨러리 퀸까지 우리는 다른 나라의 추리 소설,소위 장르 소설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단 몇 %의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흡수하고 있지만 국내 작가의 추리 소설이라하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게 현실이였고 이왕이면 익숙한 일본,유럽,미국의 장르물을 카트에 담고 있지 않은지..
늘 의문이였다. 왜 그럴까? 순수 문학쪽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만..
장르 소설에서 우리 나라의 이름들이 등장하고,국내 지역명과 특정 장소와 유명인의 이름과 시사적인 일들이 언급되는게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낯설게 다가오는 아이러니!
그런 이유로 국내 장르 소설을 가까이 하지 못해 늘 한번쯤은 파고들어 보리라 다짐만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네이버 포스트 연재로 최혁곤님의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접하고 책까지 읽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예~~~전에 국내 추리물이라면 희미한 기억 속에 일단 표지부터가 좀 궁색했다고나 할까? 표지에서 부터 눈길이 가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데,,일본의 장르소설 표지는 일러스트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책은 일단 표지 디자인부터 일러스트까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샌님같은 박희윤과,번드드르해 보이는 갈호태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리트리버의 조합! 탐정견인가 싶었는데,,사건 속에 등장할 이 개의 운명은..읽다 보면 알수 있게 된다.ㅠㅜ
하나의 사건을 길게 호흡한 장편이 아니라 서막과 5개의 개별 사건,종막 이렇게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한줄기의 큰 사건이 책 전체를 아우르며 연작 형식으로 개별 사건이 어우러진!
서막인 '두 개의 목소리'는 의협심 제로의 전직기자 박희윤에게 전 애인인 유명 배우 채연수의 구호 요청 전화 한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리캉을 이용해 시체에 흔적을 남기는 연쇄살인범 바리캉맨의 짓일까? 전직 형사 출신이지만 여자를 겁나게 좋아해 결국 사고를 치고 짤린 카페 사장 갈호태와 함께 박기자는 범인을 쫒게 되고 결국 그녀의 목 잘린 시체를 마주하고 만다.게다가 그의 집에서 보호하고 있던 4번째 살인현장의 목격자마저 그의 눈 앞에서 시체로 대면하게 되고.
여기까지가 서막의 주요 내용인데,연재를 여기까지만 읽어서 사실,이 줄기의 내용만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좀 밋밋하지 않을까 싶어, 실망감도 들었는데 그건 기우임이 곧 밝혀진다.
이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언뜻 내비친 서두에 불과하며 종막 부분에 가면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그러니 책은 일단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는 사실 ㅡㅡ;;
그리고 채연수의 죽음에서 이야기가 끊기고,목격자의 죽음에서 끊기고,택배로 배달되어온 채연수의 머리통을 발견하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뚝 하고 끊겨버려져 '이게 뭐지'싶은 황당함이 있지만 이 또한 작가가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닌가 싶다.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 ㅋ 작가님을 의심하지 말자 ^^
후기에 보면 작가님이 본격 사회파 코지 미스터리 스릴러의 짬뽕이라 스스로 칭하며 이주 노동자,청년실업,도심재개발등의 사회문제(사건의 줄기를 이루는 국가정보기관장들의 대선개입까지)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자연스레 녹여 낸다.
기자직을 잃은 박희윤은 갈호태의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 되고 기자후배인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홍예리와,글래머러스하지만 번뜩이는 재치를 가진,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여직원 구양,번드르하게 차려입고 앉아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머리보다 행동이 빠른 갈호태가 티격태격하며 의도치 않게 사건들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1막, '신들이 속삭이는 밤'에선 홍예리에게 전달된 두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다.탈레반의 훈련모습이 담긴 사진과 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의 김장체험사진.이 둘은 무얼 제보하기 위함인지,이주 노동자와 아랍 테러리스트와의 상관관계는?
2막, '목숨 걸고 베이스 볼'에선 야구 모임에 참가했던 재활 병원 의사의 죽음으로 모임에 함께 했던 박기자의 추리가 시작된다.거기 있던 혐의자들은 살인을 하기엔 시간적인 알리바이가 완벽하다 .그럼 범인은?
3막, '제4요일의 암호' 에선 전통적인 추리물에서 자주 나온 암호문을 이용한 사건이 나온다.신문에 매일 실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고문구 ! 과연 누가 ?왜?무슨 이유로'실었는가!
4막, '세월이 가면,43초' 에선 외딴 섬에서 열린 여가수의 팬미팅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독살 당한다는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이 등장한다.밀실살인 분위기도 풍기는..마지막에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추리를 풀어나가는 박희윤의 모습에선 포와로나 홈즈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사건의 마무리를 이런식으로 하는걸 좋아한다.이런 구성은 왜 질리지도 않는지..^^
5막, '고도리 저택의 개사건'은 일단 제목이 일본 장르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갈호태의 선배형사인 타칭 동자기 경감의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걸그룹 숙소에서의 또 다른 사건마저 해결 하게 되는 박기자와 갈사장.
종막인 '밤의 노동자' 에선 홍예리가 납치되면서 사건이 사작되지만 내용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와 박희윤을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한 그 사건과 맞물리며 지금껏 풀리지 않았던 의혹들이 실타래 풀리듯 풀리게 된다.
표지에서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 어떤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고 본다.진지하거나 극적반전만을 위한 이야기 였거나 극악무도할 만큼의 끔찍한 느낌이 아니라 연쇄살인도 나오고 부조리한 사회현상도 나오지만 유쾌한 느낌으로 마무리 되는건, 뛰어난 두뇌회전,건조하지만 속깊은 박희윤과 머리보다는 추진력과 정보력,엉뚱하지만 뛰어난 눈썰미를 가진 갈호태 콤비의 어울림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챙기고 사건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드는, 의협심이 없다지만 오히려 넘쳐보이는 박기자와 '이기적인 갈 사장'이란 카페 사장이지만 전혀 이기적이지 않은 갈사장의 콤비 플레이는 읽는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혹 최혁곤 작가님이 다음 작품에서 이들을 부활시키신다면, 기꺼이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을만큼 인간적인 콤비, 한국적인 콤비였는데 개인적으로,, 다음번엔 긴 호흡의 장편에서 클래식한 추리물의 모습으로 만나고픈 마음이 있다.좀 더 가벼운 소재여도 좋지 않나 싶다.사회문제가 섞여있지만 스릴이나 반전,인간본성에 대한 표현이 더 실감나게 읽히는..물론 개취이고 전작들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하는 희망사항 일 수도 있어 그의 전작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잘 접하지 않아서 그렇지,한국의 장르 소설도 이렇게 한 권 뚝딱 읽고나니 어색한 느낌이 거의 사그라들었는데,자주 접하다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일단 망설이지 말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 만큼의 재미있는 책이였다.
B컷,B파일을 쓴 최혁곤 작가의 이유 있는 변심작 ! 그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카트 클릭 ^^
참! 말미에 동자기 경감이 다시 나타나 '미수반'( 떼인돈 수금해주는 곳이 아니라 ㅋ 미제사건수사반)을 둘에게 제안하게 되는데 장소는 서울지방경찰청 옥탑방 가건물! 그리고 유학을 가게 되는 홍예리의 마지막 말 '언젠가 진실을 말 할 날이 오겠지요'로 볼때 후속편도 기대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