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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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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덥던 여름도 지나가고 입추가 왔고 말복이 왔으며 처서도 지나가고 이제 우렛소리가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추분이 찾아 온다.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샤워를 하고 돌아가는 선풍기소리를 친구삼아 맥주를 마셔도 외롭지 않을 열기와 젊음의 계절인 여름이 지나가고 나니 녹음도 힘을 잃고 내 피부도 수분을 잃어 가니 애써 감춰 두었던 내 외로움이란 친구가 자꾸만 얼굴을 들이민다.


잘 읽지 않던 연애소설과 에세이가 눈에 들어오고 감성을 후벼파는 문장 하나 하나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연애를 한지도 너무 오래되어서, 가뭄에 쩍 갈라진 논바닥 마냥 왠만한 폭우가 쏟아내리지 않는 한 그 갈라짐의 골을 메우기는 힘들어 보였는데...더이상의 모발을 생산해내지 못하는 죽은 두피의 모공처럼 내 연애세포도 복구불가한 것처럼 보였는데..





매일밤 10~12시, [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의 박동숙 작가가 러브 어페어란 코너를 통해 청취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준 사랑이야기 136편을 묶어낸 에세이집 '어른의 이별'을 읽으면서 그랬다. 너무 힘들고 복잡하고 고단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아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립기도 하고 그 '사랑'이란걸 다시 해봐도 좋지 않을까?란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오로지 사랑예찬서는 아니다.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어떤 '이별'이 아름다운 이별인지, 어른의 이별에서 느껴지는 어른스럽고 예의바르며 유치하지 않는 이별이란게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별이야기만 주구장창하니 사랑이란게 무서워지고 질리는게 아니라 그녀의 조언을 무기삼아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자꾸만 드니 정말 희한한 책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사랑은

반드시 결실로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은 거였어.

사랑은 우리를 통과해가면서,

우리를 웃게 하고,울게 하고,

자라게 하는 것이니까,


다정한 기억과 울고 난 뒤의 맑은 눈을 남겨주는 것,

그러니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야.

                                                                       (p41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는' 중에서 )






그녀의 프롤로그를 보면 매일매일 무언가를 써내야하는 라디오 작가의 운명을 아르비안나이트의 '셰에라자드'에 비유한다.

천일동안 매일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목숨을 부지하고 사랑을 얻은 그녀,그 천일의 시간은 배신당한 왕비로 인해 폭군이 되어버린 왕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그리고 매일 밤 사랑이야기를 써왔던 작가에게도 고마운 회복의 시간이였다고 말한다.그리고 이 책은 나의,우리들의 아픈 이별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해주는 치유서이기도 하다.


사랑을 시작할때의 기쁨과 행복,처음으로 연인과 다투게 되었을때의 충격과 뒤이은 안정감,작은 습관들과 몸짓에서 보여지는 이별의 징조,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별 뒤 연이어 찾아오는 자책과 ,상대에게 느껴지는 미움과 미안함의 두 마음,그리고 그 긴시간을 지름길로 가지 않고 아픔과 고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낸후 헤어지는 상대에게 조차 고마움과 응원을 보내고 결국 각자의 길로 들어서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레임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다보니 그녀도 그랬구나.나만 그런게 아니였어.그래 사는게 별거야? 사랑하고 이별하는게 별거야? 그녀의 말처럼 그건 과거의 나,어제의 나였는데...내일의 나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몰라.



이별을 실패하고 단정하지 마.

이별은 그저 사랑이 끝난 상태일 뿐이야.

한 방에 있던 두 마음이

그 방을 나오며 불을 껐다고 생각해.

                                     (p90 '이제 그 방의 불을 끄고 나오렴' 중에서)


아프고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았던 나를 보듬어주고 후회와 자책으로 스스로 내몰아버린 내 자신과의 화해도 시도해 보게되며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길 살포시 기대도 해보게 만들어주는 사랑 주술서 같기도 하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누군가의 연애사를 들어주고,실연당한 이를 위로해 주며 연애편지를 대신 써준 것,그리고 사랑에 실패한 일이라고 한다.그래서 그런지 '어른의 이별'엔 수만가지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담겨 있다.전직 연애칼럼리스트답게 수많은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경험한 덕에 후회와 나쁜 기억뿐이여서 뭉뚱거려 구석에 쳐박아둔 흑백의 내 사랑에도 아름다운 색칠을 해줄 수 있게 되어 그게 참 좋았다.

한 편의 시처럼 쓰인 그녀의 글들에 나의 옛 기억들을 소환하고 대입하다보니 정말 죽은 연애세포가 되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더 좋았을껄하고 후회되는 기억들도 많았지만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녀의 조언처럼 해봐야지 하며 그 문장들을 몇 번이고 되새겨 읽어 보았다.

몇 장을 남기고서 다 읽어버린 것이 아깝다...느껴졌던 건,그녀의 얘기지만 또한 내 얘기 같아서였다.



차라리 상처받는 게 나았을까?

아프고 힘들었더라면

성숙해질 기회라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 같아.

상처받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란 걸.

상처받지 못하는 게 정말 부끄러운 거란 걸.

                                                                          (p224 '그런 소문을 들었어' 중에서 )



매미소리 대신 귀뚜라미가 그 자릴 채우고 뜨거운 열기대신 스산한 찬공기가 스며드는 이 가을에 오래된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 주고 내 사랑과 이별들이 타인과 다르지 않음을. 그 선택과 결과들도 더 못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읽다보니 '어른의 이별'은  연인과의 사랑얘기에만 최적화된 책은 아니다. 살아감에 있어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헤어지며 그 헤어짐에 있어 어떻게 헤어져야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생도 굽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오래오래 남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날 쓴 글이 그날 허공으로 흩어지는 라디오 작가가 되었고 오랜 시간 라디오 작가를 하며 깨달은 건 세상에 생겨난 것 중 의미 없이 사라지는 건 하나도 없고 사랑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공중으로 흩어져 버릴 그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남겨주어 가슴의 온도를 몇 도 올려주었으며 자신과 타인,주위의 것들,일상의 모든 것들에 눈과 귀를 기울인 따듯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작가에게 감사하며 마지막 책 장을 넘긴 그 아쉬움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달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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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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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




삼사십대 싱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어느새 토착화되버린 기분마저 드는 마스다 미리의 새로운 신간 "차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수짱의 연애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 수짱 시리즈를 비롯 수많은 책들을 펴내고 펴낸 족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료한 만화체도 아닌 우리나라의 옛 그림들의 매력 중 하나인 여백의 미가 한가득인것 같은 이 책에 왜 싱글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줄거리를 파악하고 빅재미를 선사하는 기존의 만화와는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책 장을 펼치고 무방비 상태에서 마스다 미리 그녀가 이끄는 그대로 눈알을 굴리다 보면^^ 그 훑는 행위 자체가 휴식이고 힐링이고 차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차의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복잡하게 머리를 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골치아픈 스케줄을 짜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때론 멍때리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본연의 나로 돌아가보는 시간이다. 동료랑 가거나 친구랑 가거나 가족이랑 가거나,연인이랑 가거나 때론 혼자 카페를 가게 될때 나에게 스며드는 공기는 다를 수 있다. 그 모든 순간들을 마스다 미리만의 여유로운 눈썰미로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니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지만 삶과 일상을 대할때 느끼는 생각들이나 당황스런 에피소드들을 겪었을때의 상황이 너무나 비슷해  많이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다.
나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이였달까? ㅎ




스타벅스를 비롯 수많은 카페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옆 테이블의 학생들에 빙의되어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비밀스런 대화를 이어가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기도 하며 편집자와 들른 카페의 메뉴에 대해  어떤게 더 맛있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수다도 떨어보고 살짝 어색한 아버지와는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 서로 교류를 하며 차의 시간을 가진다.
나이드신 노부인들을 정중히 대접하는 웨이터를 보고 나오며 좋았던 시간이였다라고 떠올리는 에피소드에선 얼마전 들렀던 새로 개업한 시부야의 카페에서 어둡고 구석진 자리로 배치된 언짢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란 그녀의 솔직한 속내가 짠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이젠 더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어 젊은 여성들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지는 그래서 더 나이들었을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는 모습은 삽사십대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지도 않은가 해서...더 공감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도 그려지지만 때론 불안한 현재,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감정도 깔려 있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이 많거나 혼자이거나 느껴지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서도.




"허무함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라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 앞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생물" (93 ~94 P)

인터넷,핸드폰,스마트폰 메신저,각종 SNS로 인해 직접적인 대화가 줄어드는 요즘 ,혼자서 카페를 들르는 이도 많아졌다.그들은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로를 한잔 시켜 놓고 책을 읽기도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멍하니 고독을 씹기도 하며 노트북으로 무언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집보다 카페에서 더 집중력이 생긴다는 이유도, 단지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내가 여기 있음을...나란 존재를 알아봐 달라는 무언의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세상과 사람에 치어 혼자임이 더 편해진 현대인들이지만 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게 이 세상이다.
이 카페란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누군가는 이 고독 또한 봐달라는 외로운 현대인들의 작은 몸짓이 때론 눈물겹기도 하다.




마스다 미리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디저트'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사랑이다. 주말엔 숲으로 에서도 시골로 이사한 하야카와에게 친구들이 도쿄의 유명한 제과점 과자들을 선물로 들고가 맛있게 나눠 먹는 에피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일본의 유명한 카페와 거기서 판매하는 디저트들이 대거 등장해 보는 내내 커피와 케잌이 당기기도 했다.ㅎ
한국에 그녀가 방한했을때 출판사 관계자들과 들른 카페에서 케잌을 한사람 당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나누어 먹는 모습에 신기해하는 에피소드도 등장하고 연중 행사인 호텔 디저트 뷔페에 관해서도 나온다. 개인적으론 파르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읽다보면 일본인들이 (아니면 마스다 미리가 ) 파르페와 단 디저트를 많이 사랑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십대 싱글녀인 그녀이지만 어쩜 이렇게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혹여라도 스타벅스에 들러 달달한 라떼를 마시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뭉뚱한 단발머리의 마스다 미리가 평온하게 파르페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다 내 눈과 마주치진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소소하지만 평안해지는 이야기들과 삶의 연륜에서 느껴지는 철학들도 짤막하게 등장해서 쉽게 읽히면서도 내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도 되는 책이다. 과거속으로 갔다가 미래로도 갔다가 지금의 현실로 돌아와 차 한잔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언제나 차 한잔의 시간은 짧지만 다시 돌아올 그 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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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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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EWAYS TO ART




이봄에서 펴낸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이봄에서 최근 출간한 미술서 『게이트웨이 미술사』의 샘플북 체험단에 덜컥 응모하고 말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곰브리치나 젠슨,가드너가 쓴 전통적인 미술사 서적들은 그 정통성과 유명세에 미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이들에겐 이미 훌륭한 입문서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긴 어렵다는 시각과 수많은 미디어와 매체를 접하고 있는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보편화된 서양미술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더 넓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 줄 새로운 형태의 미술사 서적이 필요하다 싶은 시기에 짠하고 등장한게 이 책 게이트웨이 미술사가 아닐까 한다.


표지부터 보자면 마티스의 유명한 컷아웃 작품인 '이카루스'가 표지로 쓰였는데 기존의 미술사 서적 표지에 쓰였던 고전적인 서양화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이 작품을 쓴 이유가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마티스의 초기 작품은 17세기 네델란드 화풍을 따랐다.야수파의 지도자로써 '붉은 방' 같은 강렬한 색채의 실내 풍경을 즐겨 그린것은 물론 점묘파와 조각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말년엔 건강이 악화되어 이젤 앞에 설 기력조차 없어지자 색을 칠한 종이를 오려서 작업하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품활동을 이어 나가기도 한다. 이 책엔 정력적이라면 그에 못지 않는 친구 피카소에게까지 많은 영향력을 끼친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의 '이카루스' 란 작품을 여덟 꼭지 중 한 꼭지로 쓰며 기초,매체,역사,주제,이 4개의 문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 다르니 독자가 자유롭게 읽으면서 각자 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안내서이며 위대한 작품은 볼 때마다 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를 증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한다.이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한참 미술관련 서적에 관심이 가던 시절 <명화 속 그림 읽기>

류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이런 책 왜 읽어? 그림은 그냥 보고 느끼고 좋으면 그만이지,그리고 저 그림에 저런 뜻이 있는건지 저 옛날 그 화가가 직접 말이라도 해준거 아니지 않아? " 사람들이 괜히 그림에 의미를 찾고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의도의 말을 던져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지금도 지식이 거의 없지만 그 시절 더 무지했던 나는 그저 현대의 그림엔 작가의 의도나 의중말고 중세의 종교화에 숨어 있는 암시나 관념,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없던 시절엔 그림으로 밖에 메시지를 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시절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숨은 속 뜻도 알아야 그림을 더 즐길 수 있지 않냐?이 정도의 말도 거의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 거창한 작가의 의도와 고귀한 뜻이 담겨져 있어야만 하는게 아니란것엔 백프로 동의한다.자기 침실 벽에 걸어 두고 싶은 그림은 그저 색채와 구도가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느낌이 좋으면 그만이라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선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만 미술도 학문이다. 박상미 작가가 쓴 '나의 사적인 도시'에도 나와 비슷한 일화가 나오는데 박상미님은 그림은 '논문이다'라고 말한다.물리학의 역사를 바꾼 논문들은 어렵다고 화내지 않으면서 동시대의 현대미술앞에선 이게 그림이냐? 라고 화를 내기도 하고 작품성을 폄하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겐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좋아하는 색과 스타일이 있지만 한국어를 안다고 어려운 논문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이 그림을 보는 기호는 될지언정 그림을 보는 능력은 아니라고. 
미디어가 없던 중세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예술이 이용되었고 카메라가 없던 시절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을 남기기 위해 그림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충족된 요즘엔 미술은 그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좀 더 미술 자체의 이슈를 위한 것이 되고 말았으니 그 이슈를 모르는 건 제대로 된 미술을 이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배움은 결코 억압이 아니라 자유로워 지기 위한 것이며 그림을 마음대로 보기 위해선 미술도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시각예술을 새롭게 안내하는 것으로 미술의 기초,매체,역사,주제라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게이트웨이 미술사에선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기술들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덟 점의 대표적인 작품을 뽑아 'Gateways to art' 라 명명했다고 한다.책을 읽다보면 이 여덟 작품들을 거듭 마주치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미술의 새로운 면과 그 감상법을 배우게 배치되어 있다. 구성의 특성,제작에 사용된 재료,창조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시대와 문화,작품이 개인적인 면을 표현하는 방식 등에 대하여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때로는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기도 하고 영적 세계나 삶과 죽음의 순환 같은 것에 관해 말해 주기도 하며 이런 논의들로 흥미가 생긴 독자가 이 책 속의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다시 찾아보는 선순환이 생기도록 미술에 대한 눈을 넓혀주고 있다.
미술이란 우리가 가장 힘들고 비극적인 상황에서조차 인간의 경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으며 미술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활동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 소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쓴 일화는 유명하다.

한 점의 미술 작품을 깊이 있게 파고들거나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여러 작품을 비교하고 대조해 볼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삽화를 설명하는 챕터에선 윌리엄 모리스·에드워드 번-존스의 <제프리 초서 작품집>과 캔버스 유채 그림인 노먼 웰록의 <리벳공 로지>와 컴퓨터로 만든 벡터 드로잉 작품인 콕 초우 여의 <키도>가 한 화면에 담겨 있어 고대에서 현대까지 미술가들이 선을 왜,어디에 사용했는지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Gateways to art' 상자글에서 소개한 여덟 작품 중 '올메크족의 거대 두상'을 살펴보면 1부 기초에선 올메크족 미술가들이 덩어리 자체를 사용해서 권력을 과시하는 거대 두상을 만들어낸 방법을 살펴보고 2부 매체에선 올메크족의 도자기 그림과 거대 두상을 비교하고 조각 기법도 알아돈다.3부 역사에선 거대 두상을 발견하고 발굴해낸 과정을 경험하고 4부 주제에선 이 거대 두상들이 올메크족을 다스린 통치자들의 초상임을 알려주는 증거들을 살펴본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언뜻 나오지 않는 대답에 앞서 '강'이란 주제를 가지고 다른 시대,다른 화가들에 의해 표현된 작품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의 유명한 미술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강을 떠다니는 단풍잎>은 강물과 잎사귀의 모습을 실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보는이에게 가을날 강가의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 이는 감상자에게 느낌을 전하고 있다.
기원전 10세기 이집트의 네스파웨시파이의 나무관에 그려진 강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였다.깊은 종교적 관념을 표현하고 사후의 행복한 삶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방편이기도 했고.
윌리엄 G.월이 그린 강과 그 주변 풍경은 단순한 풍경의 강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미국의 확장과 발전을 기념하는 방편이였다.루이즈 니벨슨의 1972년 작품인 <수직으로 쏟아지는 하얀 물>은 물고기로 가득한 폭포의 유사성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아닌 주의 깊게 쌓아올린 작품을 살펴보고 우리로 하여금 물이 쏟아지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네 작품을 보면 다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강을 볼 수 있다.종교적 메시지,국가주의와 식민 정복,휴식의 기분을 자아내기 위한 수단,빈틈없이 구성된 기하학적인 암시로...




시각적 수단을 통해 생각을 소통하면 세상을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해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미술의 언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수천 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세계의 전 지역에서 만들어진 750점의 미술작품,865개의 컬러 도판을 통해 세대와 시대,장소를 초월한 미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가며 배우다 보면 미술의 언어를 이해함을 넘어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인류의 오해와 벽들도 허물어 지지 않을까하는 큰 그림도 그려보게 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접하고 느끼고 평가하는것도 미술을 즐기는 한 방법이겠지만 이런 폭넓은 정보가 담긴 미술사 서적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이 더 커지진 않을런지 ^^

새로운 시각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어렵게만 느껴지는 곰브리치를 접하기 망설여졌던 분들,미술이라 불리는 모든 매체를 한 곳에서 접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샘플북만 접하고서도 다양한 시각과 깊이에 반해서 꼭 구입해보리라 생각이 들만큼 신선한 미술사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감히 추천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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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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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에서 펴낸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을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이봄에서 최근 출간한 미술서 『게이트웨이 미술사』의 샘플북 체험단에 덜컥 응모하고 말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곰브리치나 젠슨,가드너가 쓴 전통적인 미술사 서적들은 그 정통성과 유명세에 미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이들에겐 이미 훌륭한 입문서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긴 어렵다는 시각과 수많은 미디어와 매체를 접하고 있는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보편화된 서양미술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더 넓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 줄 새로운 형태의 미술사 서적이 필요하다 싶은 시기에 짠하고 등장한게 이 책 게이트웨이 미술사가 아닐까 한다.

표지부터 보자면 마티스의 유명한 컷아웃 작품인 '이카루스'가 표지로 쓰였는데 기존의 미술사 서적 표지에 쓰였던 고전적인 서양화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이 작품을 쓴 이유가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말해주는 것일까? 초기 작품은 17세기 네델란드 화풍을 따랐고 야수파의 지도자로써 '붉은 방' 같은 강렬한 색채의 실내 풍경을 즐겨 그린것은 물론 점묘파와 조각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말년엔 건강이 악화되어 이젤 앞에 설 기력조차 없어지자 색을 칠한 종이를 오려서 작업하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품활동을 이어 나간다. 정력적이라면 그에 못지 않는 친구 피카소에게까지 많은 영향력을 끼친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의 '이카루스'란 작품으로 기초,매체,역사,주제,이 4개의 문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 다르니 독자가 자유롭게 읽으면서 각자 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안내서이며 위대한 작품은 볼 때마다 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를 증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한다.이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한참 미술관련 서적에 관심이 가던 시절 <명화 속 그림 읽기>

류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이런 책 왜 읽어? 그림은 그냥 보고 느끼고 좋으면 그만이지,그리고 저 그림에 저런 뜻이 있는건지 저 옛날 그 화가가 직접 말이라도 해준거 아니지 않아? " 사람들이 괜히 그림에 의미를 찾고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의도의 말을 던져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지금도 지식이 거의 없지만 그 시절 더 무지했던 나는 그저 현대의 그림엔 작가의 의도나 의중말고 중세의 종교화에 숨어 있는 암시나 관념,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없던 시절엔 그림으로 밖에 메시지를 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시절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숨은 속 뜻도 알아야 그림을 더 즐길 수 있지 않냐?이 정도의 말도 거의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 거창한 작가의 의도와 고귀한 뜻이 담겨져 있어야만 하는게 아니란것엔 백프로 동의한다.자기 침실 벽에 걸어 두고 싶은 그림은 그저 색채와 구도가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느낌이 좋으면 그만이라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선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만 미술도 학문이다. 박상미 작가가 쓴 '나의 사적인 도시'에도 나와 비슷한 일화가 나오는데 박상미님은 그림은 '논문이다'라고 말한다.물리학의 역사를 바꾼 논문들은 어렵다고 화내지 않으면서 동시대의 현대미술앞에선 이게 그림이냐? 라고 화를 내기도 하고 작품성을 폄하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겐 기본적으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좋아하는 색과 스타일이 있지만 한국어를 안다고 어려운 논문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이 그림을 보는 기호는 될지언정 그림을 보는 능력은 아니라고. 
미디어가 없던 중세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예술이 이용되었고 카메라가 없던 시절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을 남기기 위해 그림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충족된 요즘엔 미술은 그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좀 더 미술 자체의 이슈를 위한 것이 되고 말았으니 그 이슈를 모르는 건 제대로 된 미술을 이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배움은 결코 억압이 아니라 자유로워 지기 위한 것이며 그림을 마음대로 보기 위해선 미술도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시각예술을 새롭게 안내하는 것으로 미술의 기초,매체,역사,주제라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게이트웨이 미술사에선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기술들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덟 점의 대표적인 작품을 뽑아 'Gateways to art' 라 명명했다고 한다.책을 읽다보면 이 여덟 작품들을 거듭 마주치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미술의 새로운 면과 그 감상법을 배우게 배치되어 있다. 구성의 특성,제작에 사용된 재료,창조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시대와 문화,작품이 개인적인 면을 표현하는 방식 등에 대하여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때로는 같은 주제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기도 하고 영적 세계나 삶과 죽음의 순환 같은 것에 관해 말해 주기도 하며 이런 논의들로 흥미가 생긴 독자가 이 책 속의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도 다시 찾아보는 선순환이 생기도록 미술에 대한 눈을 넓혀주고 있다.
미술이란 우리가 가장 힘들고 비극적인 상황에서조차 인간의 경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으며 미술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활동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 소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쓴 일화는 유명하다.

한 점의 미술 작품을 깊이 있게 파고들거나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여러 작품을 비교하고 대조해 볼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삽화를 설명하는 챕터에선 윌리엄 모리스·에드워드 번-존스의 <제프리 초서 작품집>과 캔버스 유채 그림인 노먼 웰록의 <리벳공 로지>와 컴퓨터로 만든 벡터 드로잉 작품인 콕 초우 여의 <키도>가 한 화면에 담겨 있어 고대에서 현대까지 미술가들이 선을 왜,어디에 사용했는지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Gateways to art' 상자글에서 소개한 여덟 작품 중 '올메크족의 거대 두상'을 살펴보면 1부 기초에선 올메크족 미술가들이 덩어리 자체를 사용해서 권력을 과시하는 거대 두상을 만들어낸 방법을 살펴보고 2부 매체에선 올메크족의 도자기 그림과 거대 두상을 비교하고 조각 기법도 알아돈다.3부 역사에선 거대 두상을 발견하고 발굴해낸 과정을 경험하고 4부 주제에선 이 거대 두상들이 올메크족을 다스린 통치자들의 초상임을 알려주는 증거들을 살펴본다.




미술이란 무엇인가? 언뜻 나오지 않는 대답에 앞서 '강'이란 주제를 가지고 다른 시대,다른 화가들에 의해 표현된 작품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본의 유명한 미술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강을 떠다니는 단풍잎>은 강물과 잎사귀의 모습을 실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보는이에게 가을날 강가의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 이는 감상자에게 느낌을 전하고 있다.
기원전 10세기 이집트의 네스파웨시파이의 나무관에 그려진 강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였다.깊은 종교적 관념을 표현하고 사후의 행복한 삶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방편이기도 했고.
윌리엄 G.월이 그린 강과 그 주변 풍경은 단순한 풍경의 강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미국의 확장과 발전을 기념하는 방편이였다.루이즈 니벨슨의 1972년 작품인 <수직으로 쏟아지는 하얀 물>은 물고기로 가득한 폭포의 유사성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 아닌 주의 깊게 쌓아올린 작품을 살펴보고 우리로 하여금 물이 쏟아지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네 작품을 보면 다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강을 볼 수 있다.종교적 메시지,국가주의와 식민 정복,휴식의 기분을 자아내기 위한 수단,빈틈없이 구성된 기하학적인 암시로...





시각적 수단을 통해 생각을 소통하면 세상을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해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미술의 언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한다.
수천 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세계의 전 지역에서 만들어진 750점의 미술작품,865개의 컬러 도판을 통해 세대와 시대,장소를 초월한 미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가며 배우다 보면 미술의 언어를 이해함을 넘어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인류의 오해와 벽들도 허물어 지지 않을까하는 큰 그림도 그려보게 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술을 접하고 느끼고 평가하는것도 미술을 즐기는 한 방법이겠지만 이런 폭넓은 정보가 담긴 미술사 서적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이 더 커지진 않을런지 ^^

새로운 시각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어렵게만 느껴지는 곰브리치를 접하기 망설여졌던 분들,미술이라 불리는 모든 매체를 한 곳에서 접하고 싶은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샘플북만 접하고서도 다양한 시각과 깊이에 반해서 꼭 구입해보리라 생각이 들만큼 신선한 미술사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감히 추천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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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역사 -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예술에 담긴 음식 문화사
질리언 라일리 지음, 박성은 옮김 / 푸른지식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푸른지식에서 출간된 미식의 역사는 표지만큼이나 흥미로운 음식과 미식의 역사들이 가득차 있어 흡사 고대 궁정의 보물창고나 먹음직스런 음식이 가득차 있는 음식창고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 책이다.

제법 큰 판형에 500P 가까이 되는 두께감,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등장하는 음식과 관련된 화려한 그림들은 그것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던져주고 있다.

보고 느끼고 즐기는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중세시대엔 어떤 음식들을 먹고 살았으며 어떤 음식들을 선호했는지 음식을 대하는 가치관이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는지를 고대벽화부터 시작해 피라미드,도자기,모자이크,정물화등을 통해 미식의 역사를 엿보며 이해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만 기미나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세시대에도 그런 역활을 드는 시중이 있었으며 궁중에서 여는 만찬이 단지 먹는 목적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적 술수로 이용된거며 고기를 써는 준수사항이란게 있는데 그 항목이 7가지나 된다.격식에 맞게 옷을 갖춰 입고 왼쪽 새끼 손가락엔 값비싼 반지를 꼭 껴야하며 발레를 하는듯한 동작으로 고기를 접시에 놔야 하는등..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한 격식들이 등장하기도 한다.일주일 내내 이어진 연회에 쉬지 않고 음식을 올려야하는 하인들의 노고와 흥청망청인 귀족들과의 엄청난 괴리감이란.


중세시대 사람들은 처음엔 채소가 위험한 음식이라 생각하고 고기를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채소와 생과일의 찬 성분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을꺼라 여겼었지만 시골에선 이미 많이들 샐러드로 만들어 생으로 먹기도 했으며 자코모란 이탈리아 여행가가 이런 관습을 바꾸고자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여행하며 과일과 채소를 전파하기도하고 고기와 단것을 많이 먹는 영국인의 식습관을 바꿔놓기도 했다.결국 농민들이 주로 먹던 샐러드가 귀족 연회에까지 오르며 식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환경과 시대에 따라,혹은 생산량에 따라 대접받고 홀대받는 음식들의 서열이 바뀌기는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과연 먼 미래엔 어떤 음식들이 대접받게 될지 우리의 식문화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런지 궁금해 진다.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후식겸 간식인 과자나 파이의 다양함 못지 않게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도 그 화려함과 가짓수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이 책이 아니였다면 아마 평생 몰랐을 수도 있었겠다 싶고 ^^

지금도 볼 수 있는 파이의 격자무늬 크러스트나 딱딱한 겉덮게는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아이디어 였으며 손님을 놀래키기 위해 그 속에 새를 넣어 놓기도 했다고 하니 그 시절에도 참 번뜩이는 센스감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음주전, 음주후 양배추를 먹으면 몸에 좋다고 생각했다거나 아스파라거스를 귀한 식재료로 여긴거며 포도주에 여러가지 첨가물을 가미해 주조해 색다른 맛을 찾아내고 생산지와 만든이의 이름을 라벨화 시켰다거나 한걸 보면 지금이랑 별반 차이나지 않는 선조들의 앞선 지혜를 엿볼 수 있다.그리스 로마 시절,집안 곳곳에 음식벽화나 모자이크로 장식하기도 했는데 단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 보다 미식의 즐거움도 상당히 중시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맥주의 시작은 언제일까?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절부터 맥주여신 '닌카시'를 향한 찬가까지 불리워 졌다고하니 인간이 맥주와 함께한 세월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참 놀랍기만 하다.비록 가설이긴 하나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간들이 정착하기 시작한것도 맥주사랑 때문이라고 하니 ㅎ 아마 맥주를 먹기 위해선 정착을 하고 곡식과 열매를 경작하고 여자들은 집에서 맥주를 만들고 빵을 구으며 농업이 발전했다는 가설.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고대벽화나 무덤의 벽화를 보면  빵만드는 방법이나 음식을 만드는 그림들이 나오는데 조금이나마 그 시절을 추측해보고 상상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과거와 현재의 미식문화 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음식문화까지도 유추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환경적 요인으로 고기만 섭취할 수 밖에 없었던 이누이트 족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를 보며 앞으로 지금보다 더 환경이 파괴되고 식수도 부족해지며 식량 부족사태가 심각해질때 우리 인간은 어떻게 과거에 그랬던것처럼 현명하게 적응해 나가며 미식의 역사를 쌓아 나가게 될런지..어떤 동물보다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가는 인간이기에 오랜 미식의 역사를 가진 인간이기에 먼 미래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지 않을까?

비록 캡슐로 연명하게 될 우주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여러가지 맛 버전이 있을것이고 또 식감이 다른 버전도 있을테니...ㅎ 정말 바라지 않는 바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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