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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ㅣ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평점 :
이름이 특이해서 책 속 등장인물들마저 그녀의 이름을 한 번에 부르기는 어렵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전해져 오는 친근함의 향기~! 그렇다.
국내에서는 '스파이 마담 폴리'란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폴리팩스 부인은 제시카의 추리극장에서 주인공을 맡은 안젤라 랜스베리가 열연했다.
저자인 도로시 길먼은 43세란 늦은 나이에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쓰게 되는데 77살까지 무려 14권의 시리즈를 완성하게 된다.어릴때 부터 글짓기 능력이 뛰어나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어했지만,결국엔 미술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남편과 이혼한 뒤에는 아이들을 위해 식료품점에서 일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그러다 어머니란 타이틀을 내려 놓고 자기 안의 새로운 나를 찾고 당당하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결심과 함께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결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이쯤에서 해리포터의 조앤 k.롤링이 생각나기도 했음 ^^
그녀의 이런 이력이나 사고방식이 책을 읽다보면 폴리팩스 부인의 성격과도 많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도로시 길먼이 폴리팩스 부인이고 폴리팩스 부인이 도로시 길먼인것 같은 ~그녀의 이름 또한 왠지 모르게 할머니 탐정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평범하고 무료함에 병원을 찾은 폴리팩스 부인은 의사로 부터 우울증 소견이 있음을 듣고 처방책으로 다른 취미 활동이나 그녀가 가지고 있는 꿈이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이미 병원 봉사활동,미술협회 모임,원예클럽등등 많은 취미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한 폴리부인의 입에서 나온 꿈이란 놀랍게도 '스파이'였던 것이다.기도 안차다는 듯 웃어버리고 마는 의사!앞으로 그녀가 어떤 활약을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_-';;
남편이 죽고 분별력 있게 살아왔다 생각했지만 얼마전 불쌍한 미혼모의 구구절절한 인생이야기에 홀딱 빠져 필요치도 아닌 의자덮개를 12개나 사버린 자신에게 한 소리 하는 딸을 떠올리며 '난 원래 분별력 있는 사람이 아니였어'라며,의사가 나이는 중요치 않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아가란 말에 진정한 내가 아닌 모습을 흉내내면서는 행복 할 수 없다라고 깨닫게 된다.
집에 돌아와 발견한 신문의 기사는 그녀의 이런 생각에 뜨거운 기름을 들이붓게 되는데 그 기사란
' 63세에 시작된 새로운 인생' 이란 타이틀의 기사로 평범한 주부가 뒤늦게 연극계에 뛰어들어 활발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기사를 보고 그녀 또한 스파이가 되보리라 결심하게 된다.
그녀의 행동력 하나는 또 어찌나 빠르던지...
당장 짐을 싸서 사람은 태어나서 서울로 가고 말은 태어나서 제주도로 가라??? ㅋ 라고 했던가 그녀는 무작정 수도인 워싱턴으로 고고 !! 하게 된다.지역 국회의원의 소개장을 받아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CIA청사로 무작정 찾아가 스파이를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라고 우째우째해서 그녀의 남다른 총명함에 반한 카스테어즈가 그녀를 고용하고 만다.멕시코로 날아가 평범한 미국인 관광객으로 맘껏 즐기다가 정확한 날짜에 멕시코 앵무새 서점에 가서 드가메즈란 남자에게서 뭔가를 받아서 돌아오란 지령을 받게 된다.그녀의 대책없는 호기심과 친화력으로 임무날짜가 되기도 전에 앵무새 서점을 찾아간 그녀는 드가메즈와 화기애애한 대화도 하게 되고 '솔리테어를 하는 77가지 방법'이란 책과 카드를 선물로 받아 오게 된다.
하지만 임무 당일! 그 곳엔 친절한 드가메즈도 앵무새도 없었고 금이빨이 빛나는 인상 더러운 남자가 서점주인으로 행세하고 있었는데..
차한잔 하란 말에 의심없이 홀짝 홀짝 들이킨 폴리팩스 부인은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고 깨어나보니 패럴이란 남자와 함께 감옥에 갖힌 신세가 되어있었다.
그 또한 CIA의 비밀요원이였고 드가메즈 대신 주인행세를 한 나쁜놈은 남아메리카 내의 공산당 앞잡이 페르디도였는데 그들을 인질삼아 알바니아로 끌고와 감옥에 쳐넣게 된다.남아메리카 내 공산당의 활동을 기록한 문서의 행방을 찾고 있었던 것.
병원 알바를 했었고,어렸을때 총쏘기와 지도 외우기등의 노력으로 얻은 그녀만의 기술로 어려움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하고 다친 패럴을 돕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했으며 그녀의 소지품들을 뇌물로 사용해 얻은 나침반등 탈출에 필요한 물품들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모습을 보니 그녀가 아니면 누가 스파이를 하겠냐는 생각마저 들게 됐다.
힘든 와중에도 손에서 놓치 않는 솔리테어 게임! 그녀의 타고난 명랑함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희망을 놓치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였을까..
패럴마저도 믿지 않았던 감옥에 함께 수감됐던 '지니'란 중국인을 탈출할때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한다며 사람에 대한 의심하지 않는 믿음을 가졌기에 결국엔 그의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넥스뎃 대령,룰라시,바소빅 소령.염소치기, 그의 부인과 어려운 상황에서 맞닥뜨리지만 폴리팩스 부인만의 솔직함,용감함,따듯함으로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한다.
절벽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밤을 지내고 염소 떼처럼 무릎으로 장시간 기어다니기도 하고 롤스로이스 추격전,옥수수밭 총격전,물 속 동굴체험,통나무를 타고 밤새 호수를 건넌 일화를 읽다보면 그녀의 용기에 저절로 박수가 쳐지고 내가 모험 속에 뛰어든것마냥 가슴이 불안 불안하기도..ㅜㅜ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도로시 길먼의 삶의 지침서 같은 문구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탈출 도중 지니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지요.그리고 선택의 자유가 있어 우리가 인간인 거고요.우리에겐 미래를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그리고 제가 보기에 인생이란 지도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방향도 ,경로도,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니까요.' -p352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폴리부인은 자신은 이렇게나 완전히 바뀌었는데 세상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하고 놀라워 한다.세상은 꼭 만화경 같다고,원통을 한 번 돌리면 조그만 색유리 조각들이 흔들려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것이라고..싫어하던 수학선생님을 닮았다고 선입견을 가지고 거리를 두었던 하츠혼 여사마저도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마음 속이 달라져 있는 폴리부인이 새롭고 넓은 마음으로 다가가자 차가움을 벗어버리고 다정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도로시 길먼의 자전적 소설 [새로운 나라]에서 그녀의 당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는데
".........(중략) 새 친구들도 사귀었다.그중 하나는 나 자신이었다.그리고 또 하나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각기 산과 들과 깊은 골짜기와 폭풍,잔잔한 바다로 된 나라가 하나씩 있고,그 나라는 마치 제 3세계와 같이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 빈곤한 나라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폴리팩스 부인은 액션으로 무장한 전형적인 스파이도 아니고 007본드걸 처럼 미녀 스파이도 아니며,미스 마플을 생각하는 순간 안락 의자를 뛰쳐나온다.자신의 존재가치를 뿌연 먼지로 뒤덮은 거울마냥 감추고 있었던 폴리부인이 드디어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 그녀만이 가진 능력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이며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였다.그저 바라보며 즐겁기도 하지만 그녀처럼 우리가 꽁꽁 숨기며 감춰두었던 꿈들을 가지고 나와 반짝반짝하게 닦아내보면 어떨까? 하는 희망을 준 작품이라 더 유쾌하게 읽어내려 갔던것 같다.폴리부인의 건승을 빌며! 다음 시리즈도 계속해서 출간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