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자!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라...니..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이 떠오르는데 다섯 번째 아내라,,푸른 수염에서 가난한 이웃집 딸 중 한명을 그의 몇번째 아내로 맞았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그 소설을 모티브로 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는듯하고 표지에서의 강렬함이 푸른 수염의 아내들이 그러했던것처럼 호기심을 감출 순 없게 만든다.새의 부리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열쇠!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저 열쇠~읽기전부터 불길함과 호기심의 마력이 표지에서 부터 느껴진다.


주인공인 소피아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후견인인 버나드 드 크레삭의 권유를 받아들여 윈드리벤 애비로 가는 마차에 오르게 된다.다정한 그의 후견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는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거대한 저택!

석양으로 인해 장밋빛으로 물든 저택을 올려다보는 소피아는 이미 그 곳과 사랑에 빠져 버린다.그 뒤로 보이는 오래되고 병들어 울퉁불퉁한 떡갈나무와 까마귀떼는 불길해 보이긴 하지만 그녀의 행복하고 들뜬 마음탓에 그리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대의 여동생을 훔쳐 왔는데도 말이지?' 

가족들의 안부를 전하자 껄껄 웃으며 저렇게 반응하는 버나드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며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 좌중을 압도할 만한 매력을 가진 그. 17살 소녀인 그녀에겐 나이차가 많은 그이지만 그 거부할 수 없는 매력탓에 홀딱 빠져 버리고 만다.

새롭고 멋진 삶을 꿈꾸며 어느 정도의 허영끼도 가진 그녀지만 자의식 강하고 자기 것을 지키려는 강한 자아도 가진 그녀에게 화려하고 멋진 그 곳과 버나드의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선뜻 받아 들일 수 없는 영역의 것이기기도 했다.

버나드의 오랜 유모 격인 덕워스 부인은 그런 그녀의 따듯한 심성과 순수함을 보고 걱정하면서 하인들과 말을 섞지 말고 버나드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할것을 당부한다.


드넓은 저택을 돌아보다가 그녀의 침대 밑둥에 새겨진 이니셜을 발견하게 되고,소파 밑동에서 여자의 붉은 머리카락,틈새에 끼워져 있는 편지등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보수중이라 출입이 금지된 동쪽 건물이라던지 저택 자체가 온통 수수께끼였다.그버나드에겐  프랑스 부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러명의 부인들이 있었던 것,머리속이 복잡해지지만 버나드가 자주 하는 말 '카르페 디엠' 처럼 긍적적인 그녀는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 먹는다.


더없는 화려함과 풍족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가족의 편지도 끊기고 하인들과의 교류조차 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그나마 저녁만찬만을 기다리며 버나드의 얼굴을 볼 수 있음에 애써 감사한다.버나드의 깜짝 이벤트인 오렌지 나무 온실에서의 식사에서 유리창으로 비치는 창백하고 실체가 없는 존재에 흠칫 놀라게 되는데 그건 다름아닌 자신의 모습이였다...

산책중 오른 언덕에서 마을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피아의 모습에서 잘 대해 주긴 하지만 뭔가 의심스러운 버나드와 갈 곳 없는 저택이 그녀에겐 감옥같이 느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덕워스 부인을 채근해 들은 그의 과거는 4명의 부인을 잃고 상처받은 버나드의 모습..그를 진정 사랑하냐는 그녀의 질문,그녀가 외부와 접촉하길 바라지 않고 자신의 말만 듣길 원하는 그의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사라져 버린 부인들에 대한 의문 또한 그녀를 따라 다닌다.


그녀를 향해 짖는 애견 피네건의 귀를 무자비하게 잡아 비튼다던지,나무의족 죠의 행방을 물으며 노예들을 족치고 채찍으로 내려치는 버나드의 잔혹한 모습을 본뒤  그에 대해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들은 점점 두려움으로 변해간다.

이 책엔 두 사람의 이야기 외에도 남부 지역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아마도 저자가 미국 미시시피 출신이라 남부의 역사와 노예제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녹아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버나드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그녀는 노예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돕게 되고 앞으로도 돕게 되길 희망한다.



버나드는 오데뜨라는 묘령의 프랑스 여인을 그녀의 감시자로 붙여 주는데 소피아는 기지를 발휘해 오데뜨를 따돌리고 숲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자신의 원칙을 포기해가며 그의 눈치만 보고 맞춰주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의 기사도적인 면을 키운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수도 있다며 애써 마음을 고쳐 먹어 보기도 한다.


두둥! 드디어 푸른 기운을 가진 버나드가 여행을 떠나면서 그녀에게 열쇠를 맡기게 된다.다락방에서 전 부인들 빅투아르.타티아나,타라,아델의 그림자들을 발견하게 되고 충동적으로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모아오게 된다.손재주도 뛰어난 그녀는 나중에 이걸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서 색다른 곳에 사용하게 된다.  

그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숲으로의 산책에서 아끼고 귀여워하던 고양이 버터컵의 사체를 목격하고 경악하게 되는데,사체의 모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에 더 공포스러웠던게 아닐까? 병들고 지친 그 고양이를 몹시도 싫어 했던 버나드..이 곳에서 우연히 기디온 스톤 목사를 만나게 된다.

숲 속에서는 세상의 규칙이 바뀐다고 하던가? 잘생기진 않았지만 편안하고 배려 깊은 그와 스스럼 없이 대화를 하게 되는데,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알고 카리스마를 의식하는 버나드와 달리 스톤은 자신의 주장이 확실하지만 상대의 말도 잘 들어주고 그의 앞에선 말조심을 안해도 되니 너무 편안한 상대였다.비양심적이지도 않고,,노예제도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그와의 만남이 기대되기 시작하는 소피아!


열병으로 앓아 누운 뒤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그녀가 네 자매라 이름 지어준 - 유령들~그녀들의 도망가란 외침! 

소피아가 청혼하는 버나드에게 거절 의사를 보이자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미루던 그녀의 가족을 초청하게 되고 그녀를 위해 무도회도 열어주게 된다.그녀의 가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 덕분인지,돈 앞에 장사없다고 버나드에게 홀딱 빠지고 만 그녀의 가족에게 그녀의 두려움과 걱정거리들은 소소한 투정거리로 비쳐진다.해리 오빠의 도박빚으로 결혼결심을 하게 되는 가여운 소피아.하지만 현명한 그녀답게 무도회에서 그녀의 존재를 주위에 알려 전처들의 전철을 밟지 않게 조처하고 교회를 다니며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길,그에게 엎드리면서도 자신을 줄타기 하겠다는.. 그와의 미래를 절망과 포기가 아닌 작은 즐거움에 만족하는  미래로 만들어보겠다 다짐한다.

무도회에서 다시 그리워하던 기디온을 만나게 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신세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소피아.


노예제도에 대한 앤언니의 말실수로 그녀의 가족은 강제추방?당하게 되고 버나드가 소피아에게 다시 열쇠를 맡기고 출타한 사이 그녀는 출입이 금지된 장식용 건축물과 예배당에 발을 들이게 되고 ..감당 할 수 없는 비밀스런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소설은 초반에 상류층의 화려한 생활과 저택의 세세한 묘사,17살 소녀의 들뜬 눈으로 본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들이 어우러져 

흡사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류의 고전소설을 읽는 듯 했다.소설 속에서도 나오는 명화따라하기 놀이에서 볼 수 있듯 과거 르네상스 명화의 한 장면이 있고 그 장면을 상상하고 유추해 보는 과정에서 태어 날수 있는 고전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고급스럽게 풀어나가다가 푸른 수염이라는 잔혹동화가 끼어 들기도 한다.심미주의 작가가 세심하게 묘사한 풍부한 사물들의 등장과 표현력의 나열로 자칫 초반엔 좀 지루할수 있지만 그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내달리는 힘이 더 크게 다가온다.동화같은 재미와 더불어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사랑에 관한,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17살 소녀가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오로지 돈과 그 사람의 외모만을 보고 사랑할 상대를 선택할지,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춰두고 상대가 원하는 모습만을 보이며 수동적인 모습으로 살아갈지,자신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고 상대와 동등한 입장에서 삶을 바라보며 살아 갈지에 대한 선택을 해 볼 수 있는, 그런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주 언급되어지는 노예들의 인권이야기와 더불어 사람간에 계급을 나누고 부와 빈부만을 가지고 사람의 가치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유치하고 끔찍한 일인지도 한번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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