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평점 :
극도의 고통이나 극도의 쾌락은 모두 높은 수치의 엔도르핀과 관계되어 있고 격렬한 감정은 대뇌신피질의 통제가 줄어들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뇌신피질의 기능이 정지하면 억압되지 않은 원시뇌가 일시적으로 활발해지는 단계가 되고 마취성 호르몬들이 몰려 들어온다. 다시 말해 대뇌신피질의 사망은 새로운 감정의 절정에 달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현실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오르가즘, 죽음, 그리고 절정 체험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다.(147-148쪽)
40년 너머 기억이라 긴가민가하지만 헤르만 헤세의 『골드문트와 나르치스』에 골드문트가 출산하는 여성의 표정을 보고 고통과 쾌락의 공존을 읽어내는 장면이 있었던 듯합니다. 같은 소설인지 아니면 『크눌프』인지 이 또한 분명하지는 않으나 병의 고통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에서 오르가즘 느낄 때 짓는 표정을 읽어내는 부분도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비대칭의 대칭인 진실 구조를 문학으로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생하고 탱탱한 삶의 한가운데를 가장 예리하고 신랄한 작은 죽음la petite mort이 파고드는 것은 생명 현상에 나타나는 역설이며 기적입니다. 그 독하고 격한 순간에 들이닥치는 절정의 감각을 성적, 비非성적 오르가즘la petite mort으로 나누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삶이 죽음과 극적으로 만나는 시공에서 터져 나오는 신비의 근본은 같기 때문입니다.
삶을 극진히 느끼는 데는 찰나를 파고드는 죽음의 습격이 필수적입니다. 죽음을 꿈결처럼 느끼는 데는 맹렬한 삶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쾌락은 생명에게 재미를 줍니다. 재미는 생명을 놀이터로 만듭니다. 놀이에만 매달리면 중독으로 갑니다. 고통은 생명에게 의미를 줍니다. 의미는 생명을 일터로 만듭니다. 일에만 매달리면 우울로 갑니다. 거룩한 놀이, 질탕한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무애자재에 깃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