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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북유럽 인테리어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엮음, 정연희 옮김 / 아우름(Aurum) / 2011년 6월
품절
결혼 전에는 인테리어 잡지에 제법 관심도 많았고, 나도 이렇게 꾸며놓고 살고 싶다는 바램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어릴적 나만의 방이 없을 때부터 말이다. 예쁜 벽지로 도배되고 침대가 있는 나만의 예쁜 방, 여동생이 있어 항상 방을 같이 쓰다보니 어릴 적 좁은 방에서 침대를 놓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서울에서 자취를 할 적에는 자취 살림에 무슨 침대람? 하면서 그냥 되는대로 실용적으로 살자라는 주의가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나면 못 다 이룬 인테리어의 꿈을 이루고 살아야지 했는데, 웬 걸. 결혼 준비하면서 집을 리모델링하는데 벽지 고르고 가구 고르고 하는데 하나하나 눈에 드는 제품으로 고른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심이 있어도 어떻게 할 줄을 모르기도 했거니와 당시에 직장일로도 무척 쫓기던 때라 인테리어 업자를 쫓아다니면서 많은 연구를 하고 독촉할 그런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뭐든 그냥 무난무난한, 그리고 가구는 때아닌 앤틱으로 신혼 살림에 웬 중후한 느낌의 가구를 들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흰색은 딱 싫다라 말하는 신랑 앞이었기에 그래, 그럼 앤틱으로 가지 뭐 하고 마음 먹었던 듯.
그리고 결혼해 살고 보니 사실 인테리어를 대단하게 꾸미고 산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결혼 후 제법 시간도 많았지만, 이미 완성된 인테리어를 뜯어고칠수도 없고 (당시 내 머릿속 생각으로 인테리어란 업자가 한번에 해주는 리모델링이다란 생각이 강했다. 레테 등의 diy카페를 이용해 스스로 직접 리모델링하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밖에 안 나왔다.) 하면서 시간만 보내다보니 어느 덧 아기가 생기고, 아기의 성장과 더불어 하나둘 아이 장난감, 가구 등의 분량 큰 짐들이 늘어나다보니 우리만의 멋드러진 인테리어란 어디론가 쏙 들어가버린 그런 상상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오랜만에 묻혀있던 인테리어에 대한 내 소망을 살짝 건드려준 그런 책이 되었다. 예전에는 따로 책을 찾아보기 보다 은행이나 미용실 등에서 만난 잡지 속 예쁜 집 인테리어에 만족하곤 했는데, 일본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 열광하고있는 북유럽 인테리어 스타일을 따로 모아, 그것도 전시용이 아닌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거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하나하나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책이 되었다.
얼마전 읽은 안나리사의 가족 이라는책에서 역시 북유럽 출신의 아내인 안나 리사가 워낙 재활용과 오래된 것을 물려받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참 알뜰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물려받은 것을 오래도록 사용하고, 고쳐 쓸수 있는 것은 리폼해서 쓰는 것이 전반적인 풍토로 깊게 자리잡았나보다. 책 속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삶이 뭍어나고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은 낡고,못 쓰는 것으로 생각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기는 했다. 오래 쓰고 싶어도 잘 망가지고 고쳐 쓰고 싶어도 또 다시 고장날까 두려워 새로 사게 되는 일상의 반복을 생각해보면 (아니면 정말 가구의 경우 몇십년 쓴게 지루해 큰 부서짐 없이도 바꾸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 대를 이어 물려받는 그들의 가구 사랑은 존경할만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꾸며진 그들의 집이 하나도 낡았거나 구차해보이지 않고 참으로 멋스럽게 가꿔진 것을 보면 인테리어란 돈과 새 물건으로만 꾸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야 빛을 발하는 것이구나를 새삼 실감했다.
고물가의 일본 못지 않게 좁은 평수의 집에서 살고 있는 북유럽의 사람들, 그들의 좁지만 넓게 쓰는 인테리어 노하우서부터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집을 넓히지 않고도 가구 배치를 바꿈으로써 아이의 공간과 작업 공간 모두를 공유하게 되는 노하우들까지 아이 엄마로써 관심있게 읽을 내용이 많았다. 특히 남자 아이 하나가 있어서 남자 형제의 귀엽게 꾸며진 방 같은 경우에는 패브릭서부터 장난감, 가구들까지 하나하나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역시 자기 관심사가 가장 크게 보이나 보다.
조명, 패브릭, 물려받은 가구 등을 활용해 멋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북유럽인들의 삶, 그 속에서 우리에게 어울릴 멋드러진 하나하나의 인테리어를 발견해나가는 재미가 풍성한 그런 새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