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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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토록 할아버지를 갖고 싶었던 로버트 풀검 아저씨가 본인이 할아버지가 되어서 돌아왔다!
출간 15주년을 기념해서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해서 내놓은 알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헤매인다.
진리는 복잡한 것이 아닌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우리가 겪는 착각을 없애주고 잠시 잊고 있는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일상적인 일화나 생각을 순수하게 토해낸다. 이에 독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아~, 맞아! 그렇지! 내가 그동안 이런 걸 잊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쉼없이 내 머리속을 들락날락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사물의 이름>과 <나방>이었다.
나는 평상시에 "이름"에 대해서 꽤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름도 아무 생각 없이 지어서 붙인 듯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상하다 못해 불쾌한 이름들을 보면 도대체 어떠한 생각으로 그런 이름을 지어서 붙인 것일까 지은이의 얼굴을 보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로버트 풀검 할아버지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에피소드 <사물의 이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또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예쁜 들꽃의 이름을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것으로 지어서 붙인 "작자(로버트 풀검 할아버지는 그들을 이렇게 지칭하였다.)"를 성토한다.
하지만 예쁜 꽃들은 정작 이름에는 관심이 없고 이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라는 작가의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 <나방> 에피소드, 나방을 죽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비는 좋은 것이고 나방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편견에 쌓인 것인지를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나도 모르게 편견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사실을 꼬집어 준 중요한 에피소드였다.
죽은 나방 한 마리를 들고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날개달린 테디베어"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어린 아이를 통해서 그동안 나방을 하찮게 여겼다는 죄스러운 마음에서 구원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편견이라는 쓸모없는 것도 야금야금 쌓이는 것 같다. 항상 편견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국영수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대기자가 많아서 바로 입학할 수 없고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입이 떡 벌어질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제목은 몇십 년 후에는 바꿔야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 책 속 이미지는 출판사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수없이 많이 들어서 누구나 아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기본을 놓치고 가는 경우에 운이 좋아서 일이 성공한 경험도 누구나 한 두번 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고사성어 "사상누각[砂上樓閣]"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겉모양은 번듯하나 기초가 약하여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한자성어이다. 요행덕분에 기본 없이도 성공하는 경우는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언제 무너지더라도 하는 수 없는 불안한 성공인 것이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돌아온 로버트 풀검 할아버지는 계속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로버트 풀검 할아버지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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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히 이기리라! - 김장환 목사와 함께 경건생활 365일
나침반 편집부 엮음 / 나침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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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한장씩 힘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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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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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는 돈 많은 꽃미남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외모만큼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
해맑은 소년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알아본 바질 홀워드는 조금은 답답하고 소심하지만 재능있는 화가이다.
바질 홀워드는 아름다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작업에 한창이던 중 원치 않게 도리언 그레이를 친구인 헨리 워튼 경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런던에서 최고로 시니컬한 헨리 워튼은 순수소년 도리언 그레이에게 독이 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가 완성되던 날, 헨리는 도리언에게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동시에 젊음의 유한성을 알려준다.
도리언은 아름다움을 실감하며 황홀해하다가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독이 되는 존재인 헨리와 가까운 사이가 되면서 그의 냉소적인 언행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제 도리언은 더이상 순수소년이 아니다.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여인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 직후 우연히 바질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게 되고 화폭 속 추하게 변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죄값을 대신 받는 초상화 덕분에 도리언은 타락의 늪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나타나게 되니 선한 삶을 살라는 옛사람들의 충고이다.
도리언은 타락했지만 선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다. 대신 초상화 속의 도리언은 추한 얼굴로 변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도리언의 영혼이자 양심이다. 영혼과 양심을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꽁꽁 숨겨두었기에 그는 가책없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던 것이다.
바질 홀워드는 이러한 도리언의 "선(善)"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초상화를 바질에게 보여준 것은 도리언이 나락에서 빠져나오고자 한 행동이었으리라.
하지만 바질이 그의 악행을 질타하자 도리언은 바질을 난도질하고야 만다.
즉, 그나마 남아 있는 "선"을 없애버린 것이다.
영혼도 없고 양심도 없고 "선"마저 없는 도리언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끝없는 추락 속에서 도리언은 결심하고 행동한다.
그는 '나는 이제 착하게 살거야, 벌써 착한 일도 했는 걸, 이제 초상화 속의 추한 나도 조금은 선해졌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을 확인하고자 희망에 부풀어서 초상화를 마주한다.
선행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의 위선이고 허상이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도리언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도리언에게 바질이 "선(善)"이라면 헨리는 "악(惡)"이다.
도리언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선보다는 악에 끌린 듯 싶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바질보다는 헨리가 매력적이었다.
런던에서 가장 쿨한 헨리는 도리언에게 냉소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는 도리언과 달리 시니컬한 인간형일뿐이지 악행을 행하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냉소적이지만 진정한 "악(惡)"이 아닌 헨리는 더이상 도리언에게 그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일 수 없었다.
헨리 워튼 경, 그도 늙어가고 있던 것이다.
그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고 자신의 사고가 젊은 이들에게 뒤쳐질 것을 걱정하는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항상 도리언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제는 도리언에게 젊음의 비결따위를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그랬기에 헨리 워튼이라는 인물이 더욱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영원한 젊음이란 모순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원한 젊음을 갈망하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겉모습은 눈에 보이지만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일치하지 않은 겉과 속은 당장이야 타인의 눈을 교묘히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외모가 번지르하더도 영혼이 시궁창이라면 그 냄새는 금새 발각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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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인 삶 - 2009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언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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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아니 매우 단순한 나에게 "시"문학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학생시절, 국어나 문학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시"들을 나는 덮어놓고 미워했다.
2번 3번씩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가 왜 시인이 비비 꼬아 놓은 사고를 힘들게 해석해야 하는지 절대 수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많은 책을 읽기를 소망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 분야의 작품을 두루두루 접하고 싶어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스레 "시"문학은 이제껏 슬슬 피하고 있었던 중이고 서점에 가더라도 그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나의 슬픈 현실이다.
그런 내가 <2009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만나게 되다니 고교시절 시를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가 알면 배를 잡고 떼굴떼굴할 일이다.

솔직히 "도전해보자!"라는 비장한 심정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곧바로 좌절의 씁쓸한 맛을 보게 되었다.
단순 무식한 나로서는 수학문제보다 어려운 게 시 한편을 읽어내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뭔소리야!!!'라는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단순 무식하기에 절대 포기가 없는 장점이 다행히 내 안에 존재했고 그 장점을 맘껏 끄집어 냈다.
한편 한편 열심히 읽을수록 시인들이 전하고자는 그 '무언가'에 조금이나마 뒤따라 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신용 시인의 <진흙 쿠키>가 인상적이었다.
굶주린 자식를 위해서 진흙쿠키를 빚는 어미의 이야기는 너무나 쉽게 다가왔고 씁쓸하고 감동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진흙 쿠키>를 읽자마자 눈 앞에 영상이 떠오르는 듯한 구절들이 있었다.

   
  한 아프리카 여자가 진흙을 반죽해 진흙 쿠키를 굽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의 영양이나 가젤의 고기로 햄버거를 만들 듯이, 진흙 쿠키를 굽고 있다.
(중략)
그 진흙 쿠키를 달콤한 초콜릿이라도 되는 듯이 먹고 있는 아이의 배는 불룩하지만, 몸통은 야위어 있어서
(중략)
그 진흙 쿠키가 다 구워지면 적도의 태양이 아이를 진흙 쿠키처럼 먹어치울 것이지만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것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009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시"의 초보 정도는 떼고 도전해야 할 작품이다.
돌도 넘기지 못한 갓난아이에게 레고장난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천장에서 날아다니는 모빌모형 하나면 충분한 것을......
아직 초보 명함도 없는 내가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시에 대해서 중수 레벨의 실력을 갖게 되면 다시 이 작품에 도전하리라 다짐하며 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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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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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에는 활자도 큼지막하고 사진도 많아서 작가의 이야기에 쉽게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업이 시인인 작가의 이야기는 책 제목만큼이나 나에게는 '낯선 여행길'이 되었다.
작년만하더라도 여행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나였다.
하지만 지인이 건네준 여행서 한 권 덕분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관련 여행서는 한번도 접하지 않아서 관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행과는 인연이 없는 나이기에 조은 시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눈에 담았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에서 등장하는 여행지들 중 내가 가 본 곳은 단 한 곳, '국사당' 뿐이었다.
내가 경험한 적이 있는 '국사당'편은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들었으며 같은 공간을 경험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다른 여행지에는 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기에 더욱 열심히 조은 시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는 여행지에 대해서 속속들이 묘사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친절하지 않다.
나같은 여행초심자에게는 그리 친절한 여행정보서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각각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한없이 부족한 나로서는 작가의 이야기(생각)을 한번에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최소 2번은 곱씹어야 저자의 여행길에 어렵사리 동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은 내게 낯설었을 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뒤를 따랐다.
감성적이면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투영시킨 듯한 작가의 문체는 나에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단순 여행지 정보가 아닌 타인의 솔직한 의견과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낯선 여행길'을 떠나는 데 주저함을 없애준다.

작품 초반에 작가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싫어하는 고독한 시인이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도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손난로가 100개쯤 들어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감에 괜히 흐뭇해하며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를 단순 여행서가 아니다.
책표지에 "여행산문집"이라고 쓰여있듯이 이 책은 후자쪽 "산문"에 더 가깝다.
하지만 등장하는 여행지나 작가가 직접 찍은 듯한 사진은 "여행"쪽에도 힘을 실어준다.
우리나라의 여행지와 조은 시인의 이야기는 잘 버무려진 쓴 맛도 나고 단 맛도 나는 산나물처럼 맛이 잘 배어 있다.
 

나는 오늘도 서점에 들러서 신나게 책구경을 했다.
<낯선 길로 돌아오다>를 열심히 읽고 있던 터라 당연히 여행서분야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제일 먼저 반갑게 내 눈에 들어 온 작품은 다름아닌 <낯선 길로 돌아오다>였다.
그리고 다른 여행서들도 둘러봤는데 거의 90%이상이 외국에 관한 것들이어서 아쉬웠다.
도쿄와 스페인 사이에서 당당하게 서 있던 <낯선 길로 돌아오다>가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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