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 유유 서양고전강의 4
박상익 지음 / 유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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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상익은 서양사학자이자 번역자로 <밀턴 평전>, <나의 서양사 편력>, <번역은 반역인가> 등 주목받는 여러 권의 저술목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를 김교신에서 유래하는 한국 무교회운동의 현대적 계승자로 알아왔기에 이 책이 심상치 않게 보였다. 부제로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을 내세운 것은 일반 독자들을 의식한 탓이겠으나, 내게는 여전히 ‘무교회주의자가 구약성서를 공부하는 법’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 책의 원고 자체가 노평구 선생이 발간한 <성서연구>에 연재되었던 원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양역사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양대 산맥으로 파악하고, 헤브라이즘을 소개한다는 맥락 속에서 구약성서의 주요한 책을 역사적 기록이자 거대한 사상적 원천으로 간주하며 훑어나간다. 본문에 대한 세부적 주해가 아니라, 헤브라이즘 사상의 여러 국면을 출애굽기와 12명의 예언자들을 통해 재구성해보는 시도는 여느 성경강해와 다른 맛이 있다.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가 원래 ‘성서로 본 한국역사’였던 것을 기억하면, 무교회주의 전통 특유의 성서와 역사에 대한 천착을 어떻게든 복원하고 음미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등장은 반가운 선물이다. 책 끝에 보론으로 ‘20세기 한국의 예언자 김교신’을 첨부한 것은 그의 성서 읽기가 가닿는 실존적 귀결이 김교신 선생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김교신과 최재서’를 대조한 내용이나 유물론자 한림과의 교류를 언급한 대목은 울림이 컸다. 책을 읽는 내내 거대한 딴 세상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세상이 혼탁한 탓인지 매우 독특하고 드문 독서 경험을 했다. 제도교회 바깥으로 순례한 이들의 영혼은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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