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사 박물관 -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깨운 근대 신문물 이야기
김영숙 지음, 심수근 그림 / 파란자전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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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근대 신문물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짜장면, 호텔, 사진관, 이발소, 극장, 미장원, 다방의 최초는 어떤 모습일지 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개항 이후 근대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변화의 바람 앞에 선 조선 이야기

18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불평등한 국제조약이라는 꼬리표를 단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항구는 활짝 열리게 된다.

제국주의의 거대한 풍랑과 외세의 힘의 논리 앞에서 조선은 개항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에까지 이르렀는데, 가장 짧은 시기에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는 시대가 개항 이후 ‘근대’다.

역사를 터널로 비유한다면, ‘근대’의 터널은 그 안과 밖이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화되는 시기였다.

조선이 항구를 열자 개화라는 변화의 ‘바람’이 무섭게 불어닥쳐 전에 없던 신문물과 신문화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 왔다.

그야말로 ‘최초’라는 이름의 온갖 것들이 줄줄이 들어와 정말로 ‘세상’이 변한 것이다.

한복 입고 가마 타던 조선의 도령과 아가씨가 ‘모던뽀이’, ‘모던껄’로 변하고, 숭늉 대신 커피를, 가마 대신 쇠 당나귀 전차를 타는 신세계.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항은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외세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개항이었기에 개항 이후 일제에 의한 식민지 시대로 가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은 지금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현대 문물과 가장 가깝게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것이라는 신문물에 초점을 맞추어 교통 통신 교육 의료 문화 경제 생활사 등 분야별로 한국의 근대사를 두루 살펴본다.

처음 신문물을 접한 조선 사람들의 반응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신문물과 함께 닥쳐온 외세의 침략은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변화의 바람 앞에 선 조선을 재미있는 박물관 기획 전시의 형식을 빌려 주제별로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는 마치 울고 웃는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고, 잘 짜인 파노라마 같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박람회와도 같을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변화의 바람 앞에 선 조선의 이야기를 박물관 전시의 형식으로 꾸몄고, 전시실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는 마치 울고 웃는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고, 잘 짜인 파노라마 같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박람회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이 조금은 쉽고, 재밌게 역사서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올해는 아이들이 초5,초3이 되는 해이다.

워낙에 역사 분야에는 별 관심이 없긴 하지만, 이제는 역사 과목도 정규수업으로 배워야 할 때니..

더 이상 역사서를 멀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보통의 역사서를 보면, 구석기 시대 아니면 고조선시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굉장히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 책은 요즘의 현대 시대와 가장 가까운 근대 시대의 신문물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도 줄 그어가며 같이 봤는데, 괜히 줄 그어가며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역사는 암기과목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내 몸에서 기억하고 있나보다.

무튼..

학창시절에도 포기했던 국사를.. 아이 덕분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도 다시 한번 알게 되고..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도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신기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만화와 사진 등이 삽입되어 있어서 훨씬 읽기가 수월했고, 또 쉽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아이들도 재밌게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디 울 딸들의 역사도... 그저 행복한 꽃길이기만을 바라본다.





@ 목차


글쓴이의 말
‘바람’난 조선의 ‘최초들’ 관람하듯 유람하듯 읽어 보자!

제1전시실 ‘바람’ 잘 날 없는 조선_개항
1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항구를 열다
2 이양선이 나타났다!
3 ‘잘못된 만남’에서 이룬 ‘밀당’의 결과, 개항
4 근대 국가를 꿈꾸다
5 동학 농민 혁명, 자주와 평등을 외치다
6 바람에 밀려 밀려 치욕의 시대로

제2전시실 ‘통’하는 세상, ‘신’나는 조선_교통과 통신
1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우표
2 역사를 바꾼 전화 한 통화
3 물렀거라, 쇠 당나귀 나가신다!
4 조선 땅에 뚫린 ‘검은’ 철길
5 임금님의 첫 자동차 스타일 Up? Down?
6 신문명의 빛이 밤을 밝히다!
7 조선의 바다에 등대를 밝히다

제3전시실 조선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나_경제
1 외국 기업 세창양행, 조선인에게 ‘고백’한 사연
2 토종 백화점 화신, 일본 백화점에 맞서다
3 최초의 곡물 경매 시장이 열리다
4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쳐 정미소로!
5 최초의 은행 대출 담보가 당나귀라고

제4전시실 복음과 함께 들어온 교육과 의료_교육과 의료
1 복음과 함께 들어온 개화의 물결
2 갑신정변 때문에 최초의 서양 병원이 생겨났다고?
3 교육에도 예외 없는 신바람 열풍
4 “밥 짓고 옷 짓는 일만 여자 일 아니외다!”
5 남녀평등은 교육으로부터! 신여성의 산실 여학교

제5전시실 한글, 민중, 그리고 여성_언론
1 민중을 위한 쉬운 신문이 태어나다
2 “대한으로 하여금 소년의 나라로 하라”
3 최초의 방송이 전파를 타다
4 떴다 하면 특종, 했다 하면 원조!

제6전시실 모던뽀이, 모던껄 탄생하다!_문화와 예술
1 개항장 인천에 들어선 최초의 호텔
2 서화가 출신 사진사, 사진관을 열다
3 개항장 인천에 자리한 작은 지구촌
4 다방에서 만난 모던뽀이, 중절모에 딴스를 추다
5 로마식 원형 극장 본뜬 최초의 옥내 극장
6 개화의 바람 속에 생겨난 신종 직업
7 얼굴을 곱게 하는 곳에서 지지고 볶는 파마, 신여성의 상징

부록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깨운 개화당 인물 열전





@ 책 속에서



- 항구를 열어 외국 배들이 드나들게 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었어. 생각보다 큰 파장이 일었지. 이때부터 계속해서 온갖 것들의 최초가 생겨나거든. 이 때문에 강화도 조약을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지. 이 시기를 거쳐 '옛날'라면 떠오르던 '구식' 조선이 '신식'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

~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1876년의 강화도 조약부터 광복 이전까지의 시ㅣ를 우리 역사의 '근대사'로 보고 있어.

1876년의 강화도 조약, 그리고 개항은 우리 역사를 근대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끈 중요한 사건이야.



-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났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민씨 일파는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했고, 이를 빌미로 청나라는 조선 내정에 간섭하게 되었어. 이것이 온건 개화파와 급진 개화파가 나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 이들은 서양의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사상과 제도까지 받아들이자고 했지. 이런 이유로 급진 개화파는 독립당, 일본당, 혁신당으로 불렸고, 급진 개화파와 온건 개화파가 나뉜 후로는 급진 개화파 쪽만 개화당이라고 불렀어.



- 1905년 11월 17일 저녁 8시, 이토 히로부미가 군대를 이끌고 경운궁으로 들어섰어. 이어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의 외교를 일본이 대신해 주고 이를 위하여 경성에 통감부를 설치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약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물었어. 회의가 아니라 강요였지. 이에 반대하는 3명은 곧바로 끌려나갔고, 남아 있는 5명의 대신은 찬성이라고 말했어. 이때 찬성한 5명의 대신은 이완용, 권중현,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이었어. 민중은 그들을 을사 5적이라 불렸어. 이로써 을사늑약이 맺어졌고, 조선의 주권은 일본에게 넘어갔어.



- 1899년 5월 17일(음력 4월8일), 우리나라 최초의 전차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낯설고도 신기한 광경이었어. 이 시기는 경인 철도가 개봉되기 몇 달 전이었으니, 전차는 그야말로 교통 혁명이었어.

~

전차는 독일의 지멘스란 회사가 1881년에 개발한, 당시의 최첨단 교통 시설로 통했어. 이것을 미국 사람 콜브란이 고종 임금에게 소개하며 조선에 전차를 들여올 것을 제안했고, 고종이 이를 승인했어.



-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가로등이 밝혀진 곳은 종로 네거리였어. 예부터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인다 하여 '운종가'라 불리던 곳에 밤에도 길을 밝혀 줄 가로등이 세워진 거야. 가로등은 세 개였고, 1900년 4월 10일의 일이었어.

가로등을 설치한 회사는 한성전기회사였어. 이 회사는 고종이 주도로 설립되었으나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에게 경영권이 넘어갔어.



- 1897년 2월, 지금의 서울 안국동에 새로운 상호가 내걸렸어. 이름은 한성은행.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이 문을 연 거야. 그런데 은행 건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초라했어.

~

한성은해의 주요 업무는 일본에서 돈을 빌려다가 그것을 다시 한국인들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대출 업무였어. 그러나 은행 문을 연 직후에는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어.



- 영화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학교야. 기독교 선교와 여성 계몽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어. 인천 내리교회 2대 목사 존스와ㅗ 그의 아내 머기린 벤젤 선교사는 1892년 4월부터 내리교회 안에 성경 공부와 신학문을 교육하는 '매일학교'를 설립했어.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초등 교육 기관인 '영화학당'의 출발이야. 영화학당은  중등학교로 발전한 배재학당이나 이화학당과는 달리 초등학교로 발전했다는 점이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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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인류의 역사 - 빙하기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로 만나는 세계사 토토 생각날개 35
디터 뵈게 지음, 베른트 묄크 타셀 그림, 박종대 옮김, 최호근 감수 / 토토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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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빙하기부터 현재까지의 세계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매머드 할아버지의 후손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세계사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 주고 있는 역사책!

시시콜콜한 연도와 복잡한 제도가 등장해 시작부터 부담스럽게 만드는 다른 역사책과 달리 이 책은 딱딱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글과 예술성 높은 일러스트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레 세계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풍성한 역사 지식은 물론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그려 보는 따뜻한 상상력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본 책은 하기와 같이 초등 교과와도 연계되어 있다.


.. 3학년 2학기 사회 3. 다양한 삶의 모습들
.. 4학년 2학기 국어 8. 정보를 나누어요
.. 5학년 1학기 국어 9. 추론하며 읽기
.. 6학년 2학기 사회 3. 세계 여러 지역의 자연과 문화


이 책은 기원전 17920년 동굴 모닥불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기원후 2020년 모닥불가에서의 회상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에 나오는 매머드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는다.

기원전 영국 땅에 신비의 스톤헨지를 만든 사람, 로마 제국 말기에 변경을 넘어온 이방인, 페스트 퇴치에 골몰하던 중세의 의사, 근대 초 프랑스 궁정의 바리스타가 모두 매머드 할아버지의 후손으로 등장한다.


2만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한 가족의 이야기로 멋지게 변신한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자신을 비롯한 우리 이웃들의 살아 숨 쉬는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큰 흐름이 바로 역사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일깨워 주는 다정한 역사책이다.

특히 독일 청소년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논픽션 분야에서 탁월한 글쓰기를 인정받는 작가의 개성 넘치는 글과 글 작가와 20년 넘게 호흡을 맞춘 화가의 밀도 높은 그림, 원문을 잘 살린 매끄러운 번역, 이 책의 가치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살피고 정리한 고려대학교 최호근 교수의 감수와 해설을 더해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이 책은 방대한 역사를 모두 담으려 욕심 내지 않고, 세계사의 흐름 가운데 매머드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적응하며, 역사를 이어 왔는지 살피면서 자연스레 시대와 문화의 변화를 헤아릴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머드 할아버지의 나직한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이야기 너머 삶의 풍경까지 읽어 내며 변화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사이즈도 크고, 120페이지가 넘지만...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림이 매 페이지마다 삽입되어 있는데다가 본문 글씨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특히나 아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없었던 세계사를 이렇게 부담없이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책이라니... 더군다나 매머드 할아버지가 얘기해주는 듯.. 이렇게 다정한 역사책이 또 있을까 싶다.

더구나 그림은 또 얼마나 정겹고 포근하고 또.. 정성이 가득한지..


그리고 본문에 이어, 해설 페이지와 곁에 두고 살펴보는 인류의 역사 페이지가 부록처럼 있어서 더 활용하기가 좋았던 것 같다.





@ 목차



★구석기 시대
불 (기원전 17920년)
동굴 (기원전 17960년)
곰 (기원전 17940년)
죽음 (기원전 17920년)
채집 (기원전 17820년)
활과 화살 (기원전 16740년)
방문 (기원전 15160년)
싸움 (기원전 13280년)
부지런함 (기원전 11360년)

★중석기 시대
매머드 (기원전 9580년)
개암과 호두 (기원전 8260년)

★신석기 시대
정착 (기원전 6120년)
바퀴 (기원전 3720년)
명성 (기원전 3260년)
이야기 (기원전 2460년)
스톤헨지 (기원전 2280년)

★청동기 시대
청동 (기원전 1860년)
베 짜기 (기원전 1440년)
말타기 (기원전 880년)
무역 (기원전 820년)

★철기 시대
철로 만든 삽 (기원전 660년)
낯선 땅에 대한 동경 (기원전 540년)
무모한 짓 (기원전 218년)
예수의 탄생 (기원 원년)
로마 (90년)
쇠코 검투사 (110년)
국경 (220년)
이방인 (420년)

★중세
황제 (800년)
수도원 (1120년)
성 (1180년)
성주의 딸들 (1240년)
떠돌이 광대 (1300년)
쓰레기 (1340년)
페스트 (1380년)
책 인쇄 (1480년)

★근세부터 현재까지
바다 (1520년)
결투 (1560년)
학교 (1600년)
황폐화 (1640년)
감옥 (1680년)
영주 (1700년)
혁명 (1789년)
증기 (1845년)
해외 (1866년)
행복 (1890년)
폐허 (1945년)
텔레비전 (1970년)
스마트한 세상 (2010년)
집에서 (2020년)

해설 곁에 두고 살펴보는 인류의 역사





@ 책 속에서



- 불 (기원전 17920년)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가 아냐. 세계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되었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려고 해. 이 책은 우리 가족의 역사거든. 아, 우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이 없어. 나는 석기 시대에 살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와 다른 시간대에 살았으니까. 하지만 지구의 긴 역사에 비추어 보면 석기 시대도 그리 오래전은 아냐.



- 곰 (기원전 17940년)

거대한 갈색 곰이 갑작스레 우리 앞에 나타나더니 사납게 으르렁거렸어. 곰이 내는 소리가 어찌나 깊고 우렁차던지 나뭇가지까지 흔들릴 지경이었지. 주변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들고 있던 얇다란 창을 힘껏 움켜쥐고 우리는 조심조심 한 걸음씩 물러났어.



- 활과 화살 (기원전 16740년)

원시적인 투창기(나무 끝에 창을 끼워 한 손으로 던지는 도구. 주로 사냥이나 전투에 쓰임)가 발명되면서 사냥도 약간 활기를 띠게 되었어. 조금만 연습하면 그걸로 사냥감을 정확히 맞힐 수 있었거든. 그 뒤에도 나날이 발전해 갔어. 그러다 드디어 내 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의손자가 활과 화살을 만들었어.



- 매머드 (기원전 9580년)

내가 매머드를 사냥하러 다닐 때만 해도 겨울이건 여름이건 늘 추웠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당시 매머드 때는 육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았어. 우리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지. 그런데 그사이 빙하기가 지났어. 빙하기는 통틀어 10만년가량 지속되었는데, 날이 풀리면서 우리가 사는 땅이 매머드가 지내기에는 너무 따뜻해졌어. 그래서 녀석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지. 매머드는 곧 잊혔어. 나중에는 매머드 사냥하는 법을 아는 사람도 사라졌어.



- 바퀴 (드디어 기원전 3720년)

드디어 바퀴 달린 수레가 탄생했어. 너한테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물건이겠지만 이 당시에는 정말 기발한 발명품이었어. 생각해 봐. 사람들이 일일이 손에 들거나 등에 메고 나르던 걸 이제는 저런 수레로 간단하게 옮길 수 있게 외었으니 말이야. 온 가족이 뿌듯한 마음으로 수레를 지켜보고 있어.



- 청동 (기원전 1860년)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청동(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금속으로 문명의 시작과 발전에 큰 영향을 줌) 없이 살아왔어. 그러다 보니 이 반짝거리는 금속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어. 그러다 갑자기 다들 청동 이야기만 하는 날이 찾아왔어.

~

돌로는 검을 만들 수 없어. 불에 녹인 금속을 거푸집(청동기나 철기를 만들 때 쓰는 틀)에 넣어야 나오는 게 검이거든. 이 새로운 기술은 배우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기술자는 무척 인기가 좋았어. 이때부터 귀부인을 위한 값비싼 청동 장신구도 나왔고, 귀족들은 검을 차고 다녔어.



- 예수의 탄생 (기원 원년)

여기 한 아이가 태어났어. 중동이라 불리는 아주 머나먼 곳이었지. 때문에 우리는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없었어. ~ 그런데 나중에 말구유(말먹이를 담아 주는 그릇) 옆에 서 있는 남자가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라는 소문이 나돌았어.

아이도 스스로 그렇게 믿은 것 같아. 어른이 되어서는 어디를 가건 그 얘기를 했고.

~ 그런데 하늘에 사는 아버지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사이 온 세상에 다 퍼졌어.

~ 그 아이는 사랑의 상징이거든. 어쨌든 그 아이가 태어난 날이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야. 사람들은 그해를 세상의 기원 원년, 그래, 0년으로 삼았어.



- 로마 (90년)

유럽의 남쪽에 정말 큰 도시가 있었어. 북쪽에서 봄에 출발하면 아마 여름쯤 닿았을 거야.

~

이 도시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어.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길을 가다 보면 아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을 더 많이 만났어. 내 후손도 지금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아. 하지만 어디 사는지는 알려 줄 수 있어.

~

다행히 아래쪽 집은 좀 더 튼튼했어. 1층에는 심지어 수도관까지 있어. 그래서 비가 오지 않아도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할 수 있었어.



- 쓰레기 (1340년)

석기 시대에는 망가져서 못 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내다 버리고는 싹 잊어버렸어. 우리는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으니까.

~

중세에는 그냥 집 앞에 쓰레기를 놔두었어. 그러면 돼지나 쥐들이 와서 먹어 치웠어. 시장은 그 대가로 그 아이에게 수레와 양동이, 삽을 내렸고, 나중에는 일정한 봉급까지 주었어.

~

길에서는 더 이상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았고, 찍찍거리고 꿀꿀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러자 다들 시장을 칭찬했어.



- 영주 (1700년)

당시 궁정에는 가발 말고도 또 다른 유행이 있었어. 그 유행 때문에 내 후손이 지금 궁정에 와 있어. 화가 옆에 잔을 들고 앉아 있는 청년이 바로 그 아이야.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너무 지치지 않도록 활력을 불어 넣은 음료를 주문했어. 그게 바로 커피야. 궁정과 사교계에서는 얼마 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  커피 끓이는 기술은 내 후손이 최고였지.



- 증기 (1845년)

이 시기에는 벌써 사람 대신 중노동을 해 주는 기계들이 있었어. 기계는 매머드보다 힘에 셌고 지치지도 않았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연기와 증기를 내뿜으며 무거운 쇠망치를 들었나 내렸다를 반복했지. 심지어 밤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들이 있었어.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빨라. 긴 실도 순식간에 짜 낼 수 있는데, 그런 기계가 수백 대씩 동시에 돌아갔어. 심지어 나중에는 증기 기관차까지 만들어졌어.



- 텔레비전 (1970년)

여긴 노부부의 집이야. 결혼한 딸은 다른 도시에서 살아. 딸이 결혼해서 집을 나가자 두 사람은 텔레비전을 장만했어. 그 뒤로 심심하면 텔레비전을 켜.

텔레비전을 켜면 한 남자가 나와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줘. 그래서 이제는 먼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도 바로바로 알 수 있어. 한번은 달에 착륙한 남자가 텔레비전에 나오자 할머니는 손자가 보면 아주 좋아하겠다고 말했어.





@ 해설


- 불의 발견 : 인류 역사의 시작

- 구석기 시대 : 채집 경제

- 신석기 시대 : 정착 생활가 문명의 시작

- 청동기 시대 : 물물 교역의 확대

- 고대 : 제국의 출현과 몰락

- 중세 : 어둡지만은 않았던 시대

- 근세와 현대 : 넓어지는 세계, 빨라지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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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아이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엘리사 마촐리 지음, 소니아 마리아루체 포센티니 그림, 유지연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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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5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의 ‘장애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으로 선정되었고, 책 속 내용으로 주인공과 선천적 안면기형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외 수상경력으로 2014 이탈리아 프레미오 센토 아동문학상(그림책 부문)과 2014 자코모 지울리토 아동문학상(6~10세 부문)도 수상하였다.


시작부터 필리포는 자기가 속한 또래집단을 ‘우리’로, 선천적 안면기형이 있는 아이를 ‘그 아이’로 분명하게 구분한다.
아이들은 그 아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모르는 것,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동전의 양면처럼 혐오로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필리포는 그 아이와 운동장에 단둘이 있게 되고, 필리포는 다른 아이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 조심조심 그 아이에게 다가간다. 둘 사이를 가로막은 보이지 않는 벽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필리포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그 아이를 바라본다. 둘은 이름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땅을 판다. 그리고 필리포와 그 아이는 비로소 ‘우리’가 된다.

저자는 아이들의 세계를 애써 미화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표현했다. 낯선 아이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놀라움과 동질감으로 바뀌는 마음의 변화를 필리포의 목소리로 여과 없이 전하고 있다. 그림작가 역시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마음을 잘 나타냈다. 다른 색을 풍성하게 감싸 안는 흰색 배경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이 스틸 사진처럼 펼쳐진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편견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한 발 대디딜 수 있도록 안내하는 그림책이다.

그저 나와..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거부감을 버리고, 있는 그래도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간결한 문체와..

그리고.. 진짜 표정이 살아있는 듯한 그림풍으로 인해.. 그 여운이 더 짙게 남는 거.. 같다.

다르지 않는 평범함에.. 더 큰 감사를 느끼게 했던 그런 책!!!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는 느낌과.. 혼자 스스로 읽는 느낌이 다를 것만 같은 책이다.





@ 책 속에서


- 텅 빈 운동장에 종이 울린다.

우당탕탕 계단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쉬는 시간이 시작된다.



- 그 아이는 혼자 논다.

땅을 파고 또 파고...

날마다 구덩이를 하나씩 만든다.

그 아이의 손은 그래서 늘 더럽다.



- 우리는 그 아이를 짝짝이 왕눈이라고 부른다.

한쪽 눈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

그 큰 눈에서는 끈적끈적한 침 같은 게 흘러내린다.

눈물은 아니고, 꼭 달팽이 끈끈물 같다.



- 우리는 아는 게 많다.

~

그 아이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

그 아이는 우리와 다르다.



- 어느 날 운동장에서 곱슬머리 여자아이가 말했다.

"나는 쟤랑 놀래!"

~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애는 그 아이한테 갔다.

멍청하긴. 여자애들은 가끔 그런다.



- "필리포, 밖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말했다.

그런데 운동장에 짝짝이 왕눈이가 있었다.

그 아이도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었나 보다.



- 그 아이가 달팽이는 배로 기어다니는 복.. 복족류라고 말했다.

~

달팽이가 겁내지 않는 건 그 아이가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란다.

~

"내 보물을 보여 줄게."



- 그 아이의 보물이 너무나도 멋져서,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의 작은 쪽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큰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필리포야, 너는?" 그 아이가 말했다.

"나도." 나는 대답했다.

"내 이름도 필리포야."



- 필리포는 모르는 게 없다.

별자리 이름도 좔좔 외운다.

나한테도 가르쳐 주었는데

어려워서 바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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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호 재판관 아이앤북 문학나눔 21
박현숙 지음, 주미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큰 애가 초4가 되면서..

그림책이 아닌 글밥이 많은 문고판 책을 보게 된 것 같다.

특히나 이렇게 페이지가 적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건..

6장 정도의 챕터로 친절하게 나뉘어져 있는데다가, 중간중간 컬러 그림까지 삽입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 5학년 남자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초등생이다 보니,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도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친구들 중에 판사가 되고 싶은 친구가 있을 것이고, 친구가 되고 싶지 않더라도 사람이 살다보면  뭔가 해결하고 결정해야 할 무수히 많은 일을 만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그 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현명한 어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있다. 601호 아줌마처럼...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장’ 자가 들어간 걸 해 본 적 없는 수형이는 어쩌다가 임시 반장이 되고 결국 진짜 반장까지 된다. 하지만 반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닭다리 사건이 터지고, 지갑 도난 사건이 터지고, 급기야 폭력 사건까지 터진다. 선생님은 학급 회의를 통해 모든 사건을 풀어 가라고 하지만, 수형이는 두 편으로 갈라져서 격하게 싸우는 아이들 때문에 점점 지쳐간다. 수형이는 반장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지만 두 편으로 나뉜 아이들은 이 3가지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반장을 그만둘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반장을 그만둘 수 없게 된 수형이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오줌까지 안 나오는 병에 걸리게 된다.

그러던 중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601호 아줌마를 도와주게 되면서 601호 아줌마가 유명한 사건 ‘금토끼 사건’을 판결한 판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형이는 601호 아줌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한다. 601호 아줌마는 반을 위해 수형이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닭다리의 주인을 찾으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해 준다.




@ 초등 교과 연계


[국어] 5-1 가 4. 작품에 대한 생각
[국어] 5-2 나 7. 다양하게 읽어요
[국어] 6-1 가 2. 다양한 관점
[국어] 6-1 나 9. 주장과 근거
[국어] 6-2 가 3. 타당한 주장
[국어] 6-2 나 7. 다양한 생각





@ 책 속에서


- 하지만 나도 인생이 뭔지 안다. 인터넷에서 '인생'을 찾아보면 '사람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 경험.'이라고 나와 있다. 나도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경험을 하고 있다. 그게 참 힘들다는 말이다.

내 인생이 처음부터 살기 힘들었냐면 그건 아니다. 4ㅎ학년까지는 즐거웠다. 우리 엄마는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 "반장을 뽑을 때까지는 왕수형이 임시 반장 하자."

선생님은 나를 바로 임시 반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장'자가 들어간 걸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임시라는 말이 앞에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장이 되었다.



- 쟤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러는 거지? 나도 모르게 도진석 말에 푹 빠져들었다. 그래, 엄마들은 보통 저렇지. 세뱃돈을 받으면 꼭 엄마 돈이었던 것처럼 가져간다. 스스로 통장에 넣을 수도 있고 계획을 세워 잘 쓸 수 있는데도 꼭 엄마가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 그럼 질문할게. 엄마가 주신 세뱃돈은 내 돈이야, 엄마 돈이야?"



- "주인을 잘못 찾아간 거네. 통닭 주인이 702호가 아니라 602호였어. 601호에서 맡긴 것을 701호라고 착각한 거지. 진짜 미안해서 어쩌나"

경비 아저씨 말에 나는 눈을 멀뚱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통닭은 엄마 뱃속으로 들어갔는데 경비 아저씨 말대로 이를 어쩌나."



- "그래, 반장이 지각을 하면 안 되지. 빨리 뛰어라."

경비 아저씨가 거들었다. 엄마가 경비 아저씨에게도 반장 되었다고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학원에서 반장이 아니라 학교에서 반장이라는 말을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 "폭력 사건은 또 어떻게 해결할 건데? 오지영하고 김영미하고 둘 다 절대 사과할 것 같지 않던데. 야, 수형이 네가 어제 그 아이들 얼굴을 못 봐서 그렇지 말도 마. 어쩌면 오지영 엄마랑 김영미 엄마가 학교에 쫓아갔을 수도 있어. 교육청에 신고했을 수도 있고."

성훈이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무시무시했다. 우리 선생님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 "나는 반장을 그만둘래. 반장 안 할 거라고."

나는 힘주어 말했다.

"말도 안 되지. 누구 마음대로 반장을 그만둬? 너는 일 년 동안 반장을 잘하겠다고 약속하고 우리들이 뽑아서 된 반장이야. 그러니까 반장을 그만두는 것은 네 마음대로 안 돼. 학급 회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거야."

~

"그럼.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귀찮으니까 그만둔다고 해? 비겁하게. 정 그만두고 싶으면 세 가지 문제를 다 해결하고 그만둬. 얘들아,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지?" 



- 나는 60호 아줌마 눈치를 봤다.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탈모가 심한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대머리'라는 말이라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도 탈모가 심해서 대머리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 601호 아줌마가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아줌마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주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우리반은 나를 포함해서 스물세 명이다. 아니 선생님까지 합하면 스물네 명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일고 있다고 해서 방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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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왕국 국민서관 그림동화 198
막스 뒤코스 글.그림, 류재화 옮김 / 국민서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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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막스 뒤코스는 197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2006년 아르데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와 《비밀의 정원》으로 프랑스 어린이들이 직접 선정하는 프랑스 아동청소년문학상인 ‘앵코륍티블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예술과 놀이를 융합하여 마법의 세계를 만들기로 유명한 막스 뒤코스는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앵코 티블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아동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앵코 티블상은 15만 명의 아이들이 직접 책을 읽고 토론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는 상으로, 수상작은 그해 가장 훌륭한 아동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평가된다.


초4,초2 딸들은 이미 이 작가의 전작인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와 비밀의 정원을 다 읽어서 그랬는지, 이 책도.. 부담없이.. 대신.. 기대하며 읽었다. 책 사이즈도 큼지막한데다가.. 내용도 워낙 스펙터클, 다이나믹한 모험 이야기라..

딸들은 쉽게 몰입했다. 더군다나.. 딸들이랑 비슷한 또래인데다가 학교라는.. 누구나 다 아는 공간에서의 모험 얘기라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남자아이들 얘기라..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이랑은 다르구나.. 하는 것도 느꼈던 것 같다. 


기존의 모험 이야기는 비밀을 따라 떠나는 판타지 모험이었다면, 이 책은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험의 세계를 보여 준다.

늘 다니던 학교가 순식간에 중세의 성으로 변하고, 하루아침에 자신이 역사 속 왕이 되는 것, 특별하지 않은 순간도 호기심과 용기만 더한다면 특별한 판타지가 시작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집과 학원만 오가던 어린이도 훌륭한 모험가가 될 수 있고, 아이들은 모험은 멀리 있지 않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더불어 스스로 모험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동시에 자존감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아쉴은 매일 같이 장난을 치고 야단맞는 학교 최고 말썽쟁이고, 마시모는 교장 선생님 아들이며 모범생이다.

그리고 장난꾸러기 아쉴과 모범생 마시모는 우연히 한밤중 학교 사감실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비밀 모험을 시작하게돈다. 한밤의 왕국을 건설하고, 직접 중세 시대의 왕과 충직한 신하가 되어 전쟁을 치르고, 승리도 거두게 되고... 그러고는 학교 밖 으스스한 숲속까지 모험을 떠나고, 위기의 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함께 헤쳐 나간다.  

이 책은 아쉴과 마시모가 서로의 결점과 장점을 상호보완하는 모습을 통해 불완전한 둘이 완전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말썽쟁이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아쉴은 마시모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고, 내성적이지만 똑똑한 마시모는 듬직하게 아쉴의 모험을 지원한다. 이처럼 아쉴 혼자서는 한밤의 왕국을 세울 수 없었지만, 마시모와 함께 지혜를 모아 멋진 모험을 시작하고 위기의 상황을 이겨 낼 수 있었다.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아쉴과 마시모는 이제 어떤 모험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란 부족한 부분을 들추기보다 보듬어 주고, 서로 채워 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에..


일반 그림책보다는 큰 사이즈..

정성 가득한 그림.. 여백이 많은 페이지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초등 저학년이 혼자 읽기엔 살짝 글밥이 많게 느껴질 수 있으니..

엄마 아빠랑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모험 이야기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서로 다른 남자 아이 두 명이.. 서로를 도와가며.. 그렇게 절친이 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이야기라.. 소리내어 가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도 잘 된 것 같아서.. 읽기에 걸림도 없었다.


우리 딸들도..

책 속 주인공들처럼.. 친구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그리고.. 자존감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책 속에서



- 이 학교는 넓은 숲 한가운데에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학교를 숲속 학교라 부르지요.



- 아쉴은 그날도 하루 종일 장난을 쳤어요. 오전에는 마시모를 괴롭혔지요. 마시모는 이 학교에서 가장 모범생인데, 교장 선생님 아들이에요.



- 사막처럼 텅 빈 학교에 혼자 있으니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어요. 아쉴은 로켓처럼 복도로 튀어나와 씽씽 달렸지요.



- 아쉴은 오래전부터 너무나 가 보고 싶었던 곳이 있어요. 바로 사감실이에요. 사감실에는 수납장이 하나 있는데, 학기 초부터 학생들에게 압수한 물건들을 그곳에 다 보관해 두었죠.



- "나, 난, 학교에 살잖아. 부모님이 외출하셨어. 난..."

"너, 혹시 압수품 수납장 열려고 온 거 아냐?"

~

"자, 이제 어떻게 할지 이야기해 보자. 함께 수납장을 열면 어때? 우리만의 비밀로 하고."



- 실컷 놀고 난 후, 아쉴과 마시모는 이제 사감실을 나가 한밤의 학교를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

"아쉴, 너희 부모님이 지금 너 어디 있는지 아셔? 너 찾느라 여기저기 다니고 계시면 어떡해?"

"난 아빠 없어. 엄마는 절대 나한테 신경도 안 쓸 테고. 내 걱정은 하지 마. 분명 나무도 날 찾지 않을 거야. 내가 번개도 그려 줄까? 자, 이제 진짜 전사 같다! 우리 둘은 이제 진정한 부족이야."



-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에게 몇 말씀 드리고자 잔을 들었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저의 충신 마시모 경과 함께 유럽의 여려 왕국들과 싸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천하무적 해골 오스카와 싸워 이겼습니다. 그러니 저를 왕으로 선택해 주십시오. 저는 마시모 경과 함께 모든 침략자들로부터 우리 학교를 반드시 지켜 낼 것입니다." 아쉴은 두 손으로 왕관을 잡았어요.



- 숲의 작은 빈터 한가운데 소름끼치도록 큰 그림자가 우뚝 서 있었어요. 갈고리 같은 팔은 하늘 높이 치켜 세우고, 번쩍이는 노란 두 눈은 아쉴 왕과 마시모를 잡아먹을 듯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지요.

~

아쉴 왕과 마시모는 무엇을 보았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잽싸게 달려 숲속으로 도망쳤어요.



- 다음 날 아침, 숲속 학교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이 ㅣ작되었어요. 아무도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요.

4학년 아이들은 체육 시간에 몸을 풀었고, 2학년 아이들은 아침 받아쓰기에 열중했어요.



- 아무도 형편없는 몰골을 한 아쉴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벽장 안에 숨어 있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지요.

~

그곳에는 아쉴의 엄마가 교장 선생님과 함께 서 있었어요. 엄마는 아쉴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꼬옥 껴안아 주었어요. 안도의 눈빛과 사랑이 가득하나 몸짓으로요.



- 마시모는 아쉴의 숙제를 도왔고, 아쉴은 마시모를 모험 속으로 안내했어요. 그런데 아쉴과 마시모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채 있었어요. 그날 밤, 숲속에서 본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걱정하지 마. 마시모, 언젠가 다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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