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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ㅣ 책이 좋아 3단계 4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8월
평점 :
셰익스피어, 베트남 전쟁, 원자폭탄, 히피족 같은 묵직한 소재가 등장하는 [수요일의 전쟁]은 무겁기는커녕 오히려 작고 큰 웃음을 선사하는 한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지 브라이트와 벅민스터라는 소년Lizzie Bright and the Buckminster Boy》으로 2005년에 뉴베리 아너 상과 마이클 L. 프린츠 상을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이야기꾼인 게리 슈미트는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사회적ㆍ문화적 격동,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춘기 소년의 내적 갈등과 시대를 초월하는 셰익스피어의 지혜를 버무려 보기 드문 성장 소설 하나를 멋지게 빚어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방대한 소재만큼이나 두꺼운 분량의 책을 모두 읽어냈다는 쾌감과 동시에, 묵직한 소재들과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어떻게 이리도 재미있고 아름답게 엮을 수 있을까 하며, 이야기꾼 게리 슈미트에게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다.
모든 게 고민인 사춘기 소년 홀링 후드후드의 성장 과정을 셰익스피어와 함께 엮어간 유쾌한 성장통 이야기!
수요일마다 전쟁이다!
카밀로 중학교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면 종교 수업을 들으러 성당으로, 유대교 교회로 떠난다. 단 한 명, 홀링 후드후드만 빼고.
하필 자신을 가장 미워하는 베이커 선생님과 남게 된 홀링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선생님과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선생님이 선택한 것은 ‘셰익스피어 읽기’!!
홀링은 ‘선생님이 자신을 죽도록 지겹도록 만들 작정’으로 건넨 셰익스피어의 책들을 읽으면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이 시대 최고의 유쾌한 성장 소설이라 찬사를 받은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소년의 시각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어 우리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비롯해 책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책이 좋아 3단계]는 초등 고학년 이상 어린이들을 위한 읽기책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 200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
★ 미국도서관협회(ALA) 선정 우수아동도서 ★
★ 미국도서관협회(ALA) 북리스트 편집자 선정 도서 ★
★ 아마존 편집자 선정 2007년 최우수 아동도서 ★
★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 선정 100선★
★ [커커스] 리뷰 편집자 선정 2007년 최우수 도서 ★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07년 최우수 도서 ★
★ [워싱턴포스트] 선정 최우수 아동도서 ★
★ 미국 국제자녀교육 출판상(NAPPA) 금상 수상 ★
카밀로 중학교 7학년인 홀링 후드후드는 자신이 정말 불행한 운명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친구들은 모두 수요일 오후면 자신이 믿는 종교 수업을 듣기 위해 성당이나 유대교 교회로 떠난다.
하지만 홀링은 전교에 한 명뿐인 장로교도로 종교수업을 들으러 갈 교회가 없어, 불행히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임인 베이커 선생님과 수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홀링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싫어하는 베이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교실 창문을 닦고, 칠판지우개를 박박 털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홀딩에게 먼지 쌓인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민다.
‘셰익스피어.’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
먼지 풀풀 쌓인 표지를 넘기고, 셰익스피어와 함께 수요일의 오후를 보내면서, 소년이었던 아이는 성장한다.
세상 모든 기준이 돈과 권력인 아빠와 그런 아빠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평화와 자유를 부르짖는 히피 누나, 끈적끈적한 우정을 보여주는 친구 녀석들과 얼음 심장을 가진 듯하지만, 가끔은 진심어린 미소를 짓는 베이커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그 시간 동안 홀링은 자신 앞에 놓인, 자신이 만들어 갈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셰익스피어와 홀링 후두후드의 만남은 의외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신나는 것들이 많았다.
마녀, 투명한 귀신들, 혁명, 성난 괴물, 온갖 욕설 …
홀링이 셰익스피어를 흥미 있게 읽는 이유는 바로 그의 책 속 가득한 아름다운 언어(욕설)와 멋진 인물들(마녀와 마법사, 귀신, 욕을 하는 괴물, 살인을 시도하는 사람) 때문이다.
홀링이 아니었다면, 설마 저런 말이 있었으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만큼, 현란한 욕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욕을 찾아내어 연습하고 써 먹는 재미에 푹 빠진 철부지 홀링은 점점 셰익스피어와 가까워진다.
자신을 제일 미워한다고 여기는 선생님과 수요일의 오후를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말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자, 얼음 심장을 가진 듯한 베이커 선생님은 미소를 짓는다.
이 상황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홀링은 점점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빠져든다. 욕의 세계 말고.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욕설과 귀신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베니스의 상인》《맥베스》《햄릿》《템페스트》《헛소동》《로미오와 줄리엣》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건넨다. 그리고 홀링의 감정 상태와 인물들의 모습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구절과 인물들로 잘 표현되고 있다.
홀링의 여자 친구인 메릴 리의 아버지는 홀링의 아버지와 라이벌 건설사를 운영한다. 게다가 홀링의 아버지는 메릴 리의 아버지를 잡아먹지 못해 늘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이 원수 집안의 자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보며 밸런타인데이를 즐긴다.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다.
철부지 어린아이였던 7학년 홀링은 수요일 오후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자란다. 돈과 명예과 인생의 목적인 듯 보이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홀링은 어느 날 문득, 아빠가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빠를 더욱 미워하고 혐오하기보다는 지금의 이 모습이 과연 아빠가 진정 원하던 모습일지, 아니면 아빠도 운명에 못 이겨 지금처럼 변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한 뼘 한 뼘 자라나는 홀링은 이제 세상을 이해하고 보는 눈을 얻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이 책에 빼곡히 박혀 있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홀링의 성장이 묻어 있다.
셰익스피어와 베이커 선생님, 자기 자신을 찾겠다며 집을 나가 버리는 히피 누나, 돈밖에 모르는 아빠, 그런 아빠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엄마,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해 가는 친구들을 통해 홀링은 인생과 운명,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간다.
홀링은 부모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그것을 일구며 살고, 자신들처럼 돈과 명예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주장에 반박하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임을 깨달아 간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자기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인생임을 깨달아 간다.
여기, 운명의 개척자가 한 명 더 있다.
사과 주스 단지를 깨뜨림으로써 양조장 냄새 나는 교실을 박차고 야외 수업을 도모하는 베이커 선생님. 셰익스피어를 읽던 중 또 원자 폭탄 대비 연습이 벌어지자 베이커 선생님은 울분을 터뜨린다. 그러고는 껌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는 의미 없는 훈련을 거부하고, 옷장에 넣어놨던 100년은 넘었음직한 사과 주스 단지를 일부러 깨뜨려 버린다.
그리고 야외 수업을 하러 나간다. 선생님과 함께 ‘지역의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 방문’ 야외 수업에서 홀링은 지키는 것과 파괴시키는 것은 모두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들이 이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세상에 어떤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홀링 후드후드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는가? 아마도 우리의 홀링 후드후드는 자신만이 행복하고,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200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이다. 뉴베리 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이다.
그러니 이 책은 어린이 책이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을 중심 소잴 한 어린이 책이 있었던가.. 그리고 흑인 인권 운동으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으로 1960년대 미국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원자 폭탄, 히피족 같은 묵직한 소재들도 나온다. 결정적으로 셰익스피어가 나온다.
베이커 선생님은 매주 수요일 홀링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게 한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여러 모로 이 책의 이야기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홀링의 감정 상태가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구절들로 표현된다.
심지어 홀링과 여자 친구 메릴 리의 관계는 로미오와 쥴리엣의 관계와 비슷하다.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라이벌 관계인 건설사를 운영한다.
이렇게 베트남 전쟁에서 셰익스피어까지, 소재의 폭만 보면 이 책이 정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쓴 책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과연 작가는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렇게 판을 크게 벌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묵직하고 이 방대하고 거대한 소재를 이리 얽고 저리 풀어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성장 소설을 만들어 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격동,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춘기 소년의 내적 갈등, 시대를 초월하는 셰익스피어의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폭과 깊이와 재미를 갖춘 멋진 한 편의 성장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초4 딸도..
이 책 읽기를 꺼려하다가..
결국은.. 완독을 했다.
380여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그림 하나 삽입되어 있지 않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읽은 느낌을 물으니..
재밌다.. 한마디였다.
분명..
아이가 완독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이 책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그만큼.. 쉽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9월부터 시작되어 그 다음해 6월까지로 챕터를 구분해 놓은 책은..
지문과 대화로 본문이 빡빡할만큼 글밥이 많다.
어른이 읽기에도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의 두께지만...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롱아일랜드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원자폭탄 경계경보가 울리면 책상 아래에 웅크리고 앉았고, 베트남 전쟁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었고, 학교에 있는 벽돌 담에서 지우개를 탁탁 털었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외웠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 미시건 주의 그랜드 래피드즈에 있는 캘빈 대학의 영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은..
어쩌면 오롯이 작가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
작가의 말..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서두에 옮긴이의 말..만 있어서.. 살짝 아쉬웠다.
대신..
일러두기 페이지에...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해 줘서 좋았다.
미국은 새학기를 9월에 시작한다는 것,
미국의 학교는 대개 여름 방학이 길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에서 새해 초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만 쉰다는 것,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제도는 주마다 다르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초등 5년-중학 3년-고등 4년이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1학년부터 12학년으로 표현한다는 것.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7학년은 우리나라의 중학교 2학년 정도에 해당하는 학년이라는 것,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목에 따라 과목 선생님들이 있는 교실로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바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책을 보는 내내..
나의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초등이지만 예전엔 국민학교였던 그 시절...
조금 멀긴 했지만, 어느 해 겨울방학엔가.. 복지관? 같은 게 생겼고.. 그 곳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감감 떠올려보면.. 그림책 작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당시에..
난.. 계몽사문고 120권짜리에 빠져 있었다. 작은 사이즈의 하드커버에 누런 종이 그리고 간간히 흑백그림이 삽입된...
그리고 같은 출판사의 안데르센과 그림형제 그림책에도.. 두꺼운 하드커버에... A4만큼 큰 사이즈에 흰 종이에 컬러그림이 삽입되고, 어려운 낱말은 *표시로 하단에 뜻풀이까지 해 준...
그 때 읽었던 책들은..
요즘도 간간히 그리워할만큼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듯 하다.
그리고.. 우리집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방판으로 책을 구입했던 거 같은데..
당시.. 작지만 두꺼운 하드커버에 비닐옷까지 입은 셰익스피어 전집도 들여주셨던 게 기억난다.
깨알같은 글씨에 세로로 써 내려간 본문...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 셰익스피어였을까와 함께.. 그 때 다 읽지 못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아울러...
중학교 때인가..
한참.. 모파상의 목걸이 등등... 단편에 빠져 있을 무렵, 이모가 건네 준 <좁은 문>이라는 책도.. 오래오래 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역시나 세로줄 쓰기의 책...
무튼..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얼른.. 완독하길.. 우리 딸처럼~~
@ 책 속에서
- 카밀로 중학교 7학년 아이들 가운데 베이커 선생님이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하는 아이가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다.
분명히 말하는데, 그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베이커 선생님이 미워하는 아이가 더그 스위텍이라면 말이 된다.
더그 스위텍은 언젠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도록 만드는 410가지 방법'이라는 목록을 만들었다.
- 부모들은 어떻게 저런 말을 술술 내뱉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걸까? 첫아이가 태어날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유전자가 있어서 갑자기 저런 말이 입 밖으로 그냥 술술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같은 나라의 말을 쓰며,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아이들이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듯 하다. 그냥 부모들 몸에는 줄 같은 게 달려 있어서 아이들이 그 줄을 잡아당기면 오래된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것 같다.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그날 밤, 나는 <보물섬>을 꺼내 다시 읽었다. 자랑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보물섬>을 네 번이나 읽었고 <유괴>와 <검은 화살>도 두 번이나 읽었다(세 작품 모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임 : 옮긴이). 심지어 <아이반호>까지 읽었다. 반쯤 읽다 손을 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책을 읽던 중에 <야성의 외침>을 조금 읽어 보았는데, 그 책이 훨씬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 이윽고 선생님이 입을 뗐다.
"너한테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어. 그럼 너는 내일 수업 시간에 똑같은 얘기를 다시 들을 테니까."
그래서 첫 수요일에 나는 칠판들을 물로 깨끗이 닦았다. 그다음 <손다이크> 사전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
9월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수요일, 그리고 10월의 첫 수요일도 다를 게 별로 없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야. 진정한 영혼을 가진 사람한테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책이지. <베니스의 상인>을 펼쳐 봐."
~
그날 오후 집에 가기 전까지 선생님과 나는 두 발을 바닥에서 번쩍 든 채 번갈아 가며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다. 글자는 눈이 여럿 달린 벌레나 보라는 것처럼 작았다. 게다가 책 속에 있는 그림은 죄다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
그러나 베이커 선생님의 작전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생님은 나를 죽도록 지루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물론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하지만 그 말도 다 작전의 하나였다.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은 재미있었다.
- 그날 오후, 베이커 선생님이 내게 <템페스트>의 결말이 행복한지 아닌지 물었다. 조금 전에 행복한 결말을 한 번 맞이한 터라, 나는 결말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칼리반의 경우는 어때? 칼라반이 해피엔딩을 맞을 자격이 있을까?"
"아니요. 그는 괴물이에요. 해피엔딩이라면 마땅히 칼리반이 져야 할 거예요. 고질라가 죽지 않고서 영화 <고질라>를 끝낼 수는 없어요. <템페스트>를 끝내려면 반드시 칼리반이..."
"칼리반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후드후드?"
"칼리반이 이기면 안 돼요."
"그래, 칼리반이 이기면 안 되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이따금 이런 궁금증이 일더구나. 셰익스피어라면 괴물에게도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는 다른 부분도 있어. 패배를 성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용기도 있지. 이 작품 끝에서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 베이커 선생님은 퇴근하고 없었지만, 문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후드후드, 1월 첫 수요일까지 <맥베스>를 읽을 것.'
"쯧쯧, 안됐다."
~이튿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포했고 폭격은 멈추었다.
드디어 행복한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