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전쟁 책이 좋아 3단계 4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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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베트남 전쟁, 원자폭탄, 히피족 같은 묵직한 소재가 등장하는 [수요일의 전쟁]은 무겁기는커녕 오히려 작고 큰 웃음을 선사하는 한 사춘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지 브라이트와 벅민스터라는 소년Lizzie Bright and the Buckminster Boy》으로 2005년에 뉴베리 아너 상과 마이클 L. 프린츠 상을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이야기꾼인 게리 슈미트는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사회적ㆍ문화적 격동,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춘기 소년의 내적 갈등과 시대를 초월하는 셰익스피어의 지혜를 버무려 보기 드문 성장 소설 하나를 멋지게 빚어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방대한 소재만큼이나 두꺼운 분량의 책을 모두 읽어냈다는 쾌감과 동시에, 묵직한 소재들과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어떻게 이리도 재미있고 아름답게 엮을 수 있을까 하며, 이야기꾼 게리 슈미트에게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다.

모든 게 고민인 사춘기 소년 홀링 후드후드의 성장 과정을 셰익스피어와 함께 엮어간 유쾌한 성장통 이야기!

수요일마다 전쟁이다!
카밀로 중학교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면 종교 수업을 들으러 성당으로, 유대교 교회로 떠난다. 단 한 명, 홀링 후드후드만 빼고.
하필 자신을 가장 미워하는 베이커 선생님과 남게 된 홀링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선생님과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선생님이 선택한 것은 ‘셰익스피어 읽기’!!
홀링은 ‘선생님이 자신을 죽도록 지겹도록 만들 작정’으로 건넨 셰익스피어의 책들을 읽으면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이 시대 최고의 유쾌한 성장 소설이라 찬사를 받은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소년의 시각으로 재치 있게 풀어내어 우리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비롯해 책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책이 좋아 3단계]는 초등 고학년 이상 어린이들을 위한 읽기책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 200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
★ 미국도서관협회(ALA) 선정 우수아동도서 ★
★ 미국도서관협회(ALA) 북리스트 편집자 선정 도서 ★
★ 아마존 편집자 선정 2007년 최우수 아동도서 ★
★ 뉴욕 퍼블릭 라이브러리 선정 100선★
★ [커커스] 리뷰 편집자 선정 2007년 최우수 도서 ★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07년 최우수 도서 ★
★ [워싱턴포스트] 선정 최우수 아동도서 ★
★ 미국 국제자녀교육 출판상(NAPPA) 금상 수상 ★




카밀로 중학교 7학년인 홀링 후드후드는 자신이 정말 불행한 운명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친구들은 모두 수요일 오후면 자신이 믿는 종교 수업을 듣기 위해 성당이나 유대교 교회로 떠난다.

하지만 홀링은 전교에 한 명뿐인 장로교도로 종교수업을 들으러 갈 교회가 없어, 불행히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담임인 베이커 선생님과 수요일 오후 시간을 보내게 된다.
홀링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싫어하는 베이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교실 창문을 닦고, 칠판지우개를 박박 털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홀딩에게 먼지 쌓인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민다.
‘셰익스피어.’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진다.

먼지 풀풀 쌓인 표지를 넘기고, 셰익스피어와 함께 수요일의 오후를 보내면서, 소년이었던 아이는 성장한다.

세상 모든 기준이 돈과 권력인 아빠와 그런 아빠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평화와 자유를 부르짖는 히피 누나, 끈적끈적한 우정을 보여주는 친구 녀석들과 얼음 심장을 가진 듯하지만, 가끔은 진심어린 미소를 짓는 베이커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그 시간 동안 홀링은 자신 앞에 놓인, 자신이 만들어 갈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셰익스피어와 홀링 후두후드의 만남은 의외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신나는 것들이 많았다.
마녀, 투명한 귀신들, 혁명, 성난 괴물, 온갖 욕설 …

홀링이 셰익스피어를 흥미 있게 읽는 이유는 바로 그의 책 속 가득한 아름다운 언어(욕설)와 멋진 인물들(마녀와 마법사, 귀신, 욕을 하는 괴물, 살인을 시도하는 사람) 때문이다.

홀링이 아니었다면, 설마 저런 말이 있었으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만큼, 현란한 욕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욕을 찾아내어 연습하고 써 먹는 재미에 푹 빠진 철부지 홀링은 점점 셰익스피어와 가까워진다.

자신을 제일 미워한다고 여기는 선생님과 수요일의 오후를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말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자, 얼음 심장을 가진 듯한 베이커 선생님은 미소를 짓는다.

이 상황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홀링은 점점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빠져든다. 욕의 세계 말고.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욕설과 귀신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베니스의 상인》《맥베스》《햄릿》《템페스트》《헛소동》《로미오와 줄리엣》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건넨다. 그리고 홀링의 감정 상태와 인물들의 모습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구절과 인물들로 잘 표현되고 있다.
홀링의 여자 친구인 메릴 리의 아버지는 홀링의 아버지와 라이벌 건설사를 운영한다. 게다가 홀링의 아버지는 메릴 리의 아버지를 잡아먹지 못해 늘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이 원수 집안의 자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보며 밸런타인데이를 즐긴다.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다.
철부지 어린아이였던 7학년 홀링은 수요일 오후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자란다. 돈과 명예과 인생의 목적인 듯 보이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홀링은 어느 날 문득, 아빠가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빠를 더욱 미워하고 혐오하기보다는 지금의 이 모습이 과연 아빠가 진정 원하던 모습일지, 아니면 아빠도 운명에 못 이겨 지금처럼 변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한 뼘 한 뼘 자라나는 홀링은 이제 세상을 이해하고 보는 눈을 얻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이 책에 빼곡히 박혀 있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홀링의 성장이 묻어 있다.

셰익스피어와 베이커 선생님, 자기 자신을 찾겠다며 집을 나가 버리는 히피 누나, 돈밖에 모르는 아빠, 그런 아빠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엄마,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해 가는 친구들을 통해 홀링은 인생과 운명,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간다.
홀링은 부모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그것을 일구며 살고, 자신들처럼 돈과 명예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주장에 반박하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임을 깨달아 간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자기 자신이 진정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인생임을 깨달아 간다.
여기, 운명의 개척자가 한 명 더 있다.

사과 주스 단지를 깨뜨림으로써 양조장 냄새 나는 교실을 박차고 야외 수업을 도모하는 베이커 선생님. 셰익스피어를 읽던 중 또 원자 폭탄 대비 연습이 벌어지자 베이커 선생님은 울분을 터뜨린다. 그러고는 껌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는 의미 없는 훈련을 거부하고, 옷장에 넣어놨던 100년은 넘었음직한 사과 주스 단지를 일부러 깨뜨려 버린다.

그리고 야외 수업을 하러 나간다. 선생님과 함께 ‘지역의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 방문’ 야외 수업에서 홀링은 지키는 것과 파괴시키는 것은 모두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들이 이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세상에 어떤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홀링 후드후드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어느 정도 감이 오지 않는가? 아마도 우리의 홀링 후드후드는 자신만이 행복하고,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200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이다. 뉴베리 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이다.

그러니 이 책은 어린이 책이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을 중심 소잴 한 어린이 책이 있었던가.. 그리고 흑인 인권 운동으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으로 1960년대 미국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원자 폭탄, 히피족 같은 묵직한 소재들도 나온다. 결정적으로 셰익스피어가 나온다.


베이커 선생님은 매주 수요일 홀링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게 한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여러 모로 이 책의 이야기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홀링의 감정 상태가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구절들로 표현된다.

심지어 홀링과 여자 친구 메릴 리의 관계는 로미오와 쥴리엣의 관계와 비슷하다.

두 아이의 아버지들은 라이벌 관계인 건설사를 운영한다.

이렇게 베트남 전쟁에서 셰익스피어까지, 소재의 폭만 보면 이 책이 정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쓴 책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과연 작가는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렇게 판을 크게 벌인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작가는 묵직하고 이 방대하고 거대한 소재를 이리 얽고 저리 풀어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성장 소설을 만들어 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격동,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춘기 소년의 내적 갈등, 시대를 초월하는 셰익스피어의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폭과 깊이와 재미를 갖춘 멋진 한 편의 성장 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초4 딸도..

이 책 읽기를 꺼려하다가..

결국은.. 완독을 했다.


380여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그림 하나 삽입되어 있지 않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읽은 느낌을 물으니..

재밌다.. 한마디였다.


분명..

아이가 완독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이 책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그만큼.. 쉽게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9월부터 시작되어 그 다음해 6월까지로 챕터를 구분해 놓은 책은..

지문과 대화로 본문이 빡빡할만큼 글밥이 많다.

어른이 읽기에도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의 두께지만...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롱아일랜드 교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원자폭탄 경계경보가 울리면 책상 아래에 웅크리고 앉았고, 베트남 전쟁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었고, 학교에 있는 벽돌 담에서 지우개를 탁탁 털었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외웠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미국 미시건 주의 그랜드 래피드즈에 있는 캘빈 대학의 영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은..

어쩌면 오롯이 작가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

작가의 말..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서두에 옮긴이의 말..만 있어서.. 살짝 아쉬웠다.


대신..

일러두기 페이지에...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해 줘서 좋았다.

미국은 새학기를 9월에 시작한다는 것,

미국의 학교는 대개 여름 방학이 길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에서 새해 초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만 쉰다는 것,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제도는 주마다 다르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초등 5년-중학 3년-고등 4년이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1학년부터 12학년으로 표현한다는 것.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7학년은 우리나라의 중학교 2학년 정도에 해당하는 학년이라는 것,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목에 따라 과목 선생님들이 있는 교실로 가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바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책을 보는 내내..

나의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초등이지만 예전엔 국민학교였던 그 시절...

조금 멀긴 했지만, 어느 해 겨울방학엔가.. 복지관? 같은 게 생겼고.. 그 곳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감감 떠올려보면.. 그림책 작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당시에..

난.. 계몽사문고 120권짜리에 빠져 있었다. 작은 사이즈의 하드커버에 누런 종이 그리고 간간히 흑백그림이 삽입된...

그리고 같은 출판사의 안데르센과 그림형제 그림책에도.. 두꺼운 하드커버에... A4만큼 큰 사이즈에 흰 종이에 컬러그림이 삽입되고, 어려운 낱말은 *표시로 하단에 뜻풀이까지 해 준...

그 때 읽었던 책들은..

요즘도 간간히 그리워할만큼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듯 하다.

그리고.. 우리집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방판으로 책을 구입했던 거 같은데..

당시.. 작지만 두꺼운 하드커버에 비닐옷까지 입은 셰익스피어 전집도 들여주셨던 게 기억난다.

깨알같은 글씨에 세로로 써 내려간 본문...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 셰익스피어였을까와 함께.. 그 때 다 읽지 못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아울러...

중학교 때인가..

한참.. 모파상의 목걸이 등등... 단편에 빠져 있을 무렵, 이모가 건네 준 <좁은 문>이라는 책도.. 오래오래 나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역시나 세로줄 쓰기의 책...


무튼..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얼른.. 완독하길.. 우리 딸처럼~~






@ 책 속에서


- 카밀로 중학교 7학년 아이들 가운데 베이커 선생님이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하는 아이가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다.

분명히 말하는데, 그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베이커 선생님이 미워하는 아이가 더그 스위텍이라면 말이 된다.

더그 스위텍은 언젠가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도록 만드는 410가지 방법'이라는 목록을 만들었다.



- 부모들은 어떻게 저런 말을 술술 내뱉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걸까? 첫아이가 태어날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유전자가 있어서 갑자기 저런 말이 입 밖으로 그냥 술술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도 같은 나라의 말을 쓰며,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아이들이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듯 하다. 그냥 부모들 몸에는 줄 같은 게 달려 있어서 아이들이 그 줄을 잡아당기면 오래된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것 같다.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 그날 밤, 나는 <보물섬>을 꺼내 다시 읽었다. 자랑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보물섬>을 네 번이나 읽었고 <유괴>와 <검은 화살>도 두 번이나 읽었다(세 작품 모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임 : 옮긴이). 심지어 <아이반호>까지 읽었다. 반쯤 읽다 손을 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책을 읽던 중에 <야성의 외침>을 조금 읽어 보았는데, 그 책이 훨씬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 이윽고 선생님이 입을 뗐다.

"너한테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어. 그럼 너는 내일 수업 시간에 똑같은 얘기를 다시 들을 테니까."

그래서 첫 수요일에 나는 칠판들을 물로 깨끗이 닦았다. 그다음 <손다이크> 사전들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

9월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수요일, 그리고 10월의 첫 수요일도 다를 게 별로 없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야. 진정한 영혼을 가진 사람한테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책이지. <베니스의 상인>을 펼쳐 봐."

~

그날 오후 집에 가기 전까지 선생님과 나는 두 발을 바닥에서 번쩍 든 채 번갈아 가며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다. 글자는 눈이 여럿 달린 벌레나 보라는 것처럼 작았다. 게다가 책 속에 있는 그림은 죄다 얼마나 우스꽝스럽던지.

~

그러나 베이커 선생님의 작전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생님은 나를 죽도록 지루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 물론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하지만 그 말도 다 작전의 하나였다.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은 재미있었다.



- 그날 오후, 베이커 선생님이 내게 <템페스트>의 결말이 행복한지 아닌지 물었다. 조금 전에 행복한 결말을 한 번 맞이한 터라, 나는 결말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칼리반의 경우는 어때? 칼라반이 해피엔딩을 맞을 자격이 있을까?"

"아니요. 그는 괴물이에요. 해피엔딩이라면 마땅히 칼리반이 져야 할 거예요. 고질라가 죽지 않고서 영화 <고질라>를 끝낼 수는 없어요.  <템페스트>를 끝내려면 반드시 칼리반이..."

"칼리반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후드후드?"

"칼리반이 이기면 안 돼요."

"그래, 칼리반이 이기면 안 되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이따금 이런 궁금증이 일더구나. 셰익스피어라면 괴물에게도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는 다른 부분도 있어. 패배를 성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용기도 있지. 이 작품 끝에서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 베이커 선생님은 퇴근하고 없었지만, 문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후드후드, 1월 첫 수요일까지 <맥베스>를 읽을 것.'

"쯧쯧, 안됐다."

~이튿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포했고 폭격은 멈추었다.

드디어 행복한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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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 청소년시대 5
토어 세이들러 지음, 조원희 그림, 권자심 옮김 / 논장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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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새겨 주는 아픔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진감 넘치는 이 장엄한 동물 이야기에서 ‘맏이’란 여러 동물을 가리키는데, 나뭇가지 위에서 “가여운 네발 달린 짐승들”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까치 매기를 말하기도 하고, 매기를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우두머리 늑대 블루보이를 가리키기도 하며, 무리에 대한 책임과 평범하지 않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블루보이의 첫째 아들 라마를 나타내기도 한다.


각 맏이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대변하며, 그 삶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말을 평생의 지침 삼아 치열하게 야생의 삶을 살아 내는 매기.

어떤 어려움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전통적인 맏이이며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의 표상인 블루보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자신에게도 성실하고 상대도 실망시키지 않을 길을 찾아낸 라마.

각 맏이들의 삶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한꺼풀 들춰 보면 매기의 도전 정신과 블루보이의 생존 본능과 라마의 열정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다.

바로 자기 앞의 생에 대한 치열함이다.

우리는 저마다 하늘 아래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문제는, 남과 다르면서도 같아질 수는 없다는 점.

가족을 저버린 매기에게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은 감내해야 할 몫이다.

사회적 기대를 벗어난 라마 역시 별종으로 치부됨을 피할 수는 없다.

당연하게, 블루보이의 헌신에는 누구도 훼손 못 할 권위와 자발적인 복종이 따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선택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르는 냉엄한 현실이 우리 삶이다.

이 책의 저자 토어 세이들러는 '뉴욕 쥐 이야기'나 '못된 마거릿' 같은 작품에서 인간 사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동물의 세계, 로맨스와 용기와 신념이 가득한 세계로 독자를 이끌었다.

그리고 작가는 광대하고 아름다운 미국의 예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사납고 위험한 동물인 늑대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호기심 많고 까칠한 까치 매기는 자아에 대한 고민으로 가족을 저버리지만 믿음직하고 용맹스러운 블루보이를 만나 서로 의리를 지키며 돕고 가족과도 같은 평생의 친구를 얻는다. 블루보이의 동생 설리는 형을 배신하고 편안한 삶을 선택했다 홀로 떠돌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죽어 가는 순간에 조카를 살리려 한다. 벤 역시 가족을 배반해 평생 불명예스럽게 살 뻔했지만 두 번째 찾아온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책은..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중학년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이 하나도 없다보니...

아무래도... 많은 글밥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을 듯 싶다.


아니면 본문 앞서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곁들여진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딸들이..


한번 더 이 책을 읽어보고 느끼고, 감동받기를 바란다.






@ 책 속에서



- 엄마가 다정하게 노래하듯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까치가 세상에 또 있을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아빠가 대답했다.

"당신 맘대로 해요, 맥. 당신 공이 크잖소."

"매기 어때요?"

"최고요."



- 험준한 산악 지형도 블루보이한테는 식은 죽 먹기였는데, 그게 다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블루보이는 새끼들 가운데 맏이였다. 알고 보니 늑대들한테는 맏이라는 사실이 대단한 일이었다. 맏이는 젖이 가장 많이 나오는 젖꼭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새끼들에 비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 결국 공식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맏이건 막내건 간에 새끼 늑대들의 삶은 새끼 까치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 같았다. 블루보이의 형제들은 여섯이었는데 첫여름이 끝나 갈 무렵에는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 옐로스톤 공원은 대부분 야생 모습 그대로였지만, 가끔 경이로운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들 무리나 뾰족한 지붕이 달린 통나무집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중 내 눈길을 끈 것은 빈터에 있는 작은 동물 보호소였다. 프릭이 캐나다에서 잡힌 다음에 끌려갔던 곳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는데, 그곳이 프릭의 설명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 블루보이는 침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사냥을 생각하기 전에 보금자리부터 찾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레이즈가 지리를 알고 있으므로, 블루보이는 레이즈를 앞장세웠다. 하지만 블루보이가 무턱대고 뒤따라갈 리가 없었다. 큰 강 옆으로 작은 샛강이 갈라지는 곳에 이르자,블루보이가 모두 멈추라고 짖었다. 늑대들은 물 근처에 정착하기를 좋아하는데, 블루보이는 그 샛강의 모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라마와 리비와 벤도 사냥에 따라나섰다. 라마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의 훌륭한 사냥 솜씨를 물려받았다 해도 관심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

블루보이는 이러한 사소한 실수들을 어린 늑대가 사냥 경험을 넓혀 가는 과정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마가 사냥을 가는 중에 옆으로 새는 습관을 두고는 어떤 이유를 찾았을까? 



- 또다시 겨울이 찾아오자, 관광객들과 추위에 약한 새들이 공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라마한테는 얼어서 솟아오른 땅이나 물결 모양으로 얼어 있는 호수나 코끝이 아프도록 시린 공기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라마는 살집도 꽤 올라서 크기도 레이즈만해졌고, 털도 멋지게 두툼해졌다. 밤에 웅크리고 잘 때 코가 시리면, 그저 꼬리로 덮으면 그만이었다. 라마는 동생들과 순서를 정해서 털이 없는 프릭의 엉덩이 쪽에서 교대로 잠을 잤다.



- 루파가 녀석의 목을 먼저 공격했고 곧바로 라마가 옆구리를 공격했다. 들소가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머리를 쳐들고 흔들어댔지만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 블로보이는 비록 쇠약한 상태였어도 많이 뒤처져 있지는 않았던 터라 이내 다리를 공격했다. 녀석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 나는 설리가 어둠을 틈타 도둑질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밤이 되길 기다렸다. 달무리가 져셔 달핓이 흐릿했지만, 헛간 근처에서 반짝이는 눈빛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려고 아래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건 생쥐나 쥐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집 고양이였다.

아침이 되자 나는 목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목장 주인이 집에서 나오더니 트럭에 올라탔다. 목장 주인은 트럭을 몰고 가다 말고 말이 가득한 울타리 옆에 멈추더니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목동들한테 말을 건넸다. 나는 사람들이 늑대 이야기를 할 때 울타리에 내려앉아 엿들을 수 있었다.



- 방충망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이른 아침어었는데, 금발 머리가 삼각형 집에서 나왔다. 나는 단단한 땅에서 몸을 일으켜 깃털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는 금발머리가 차고로 다가오자 허둥지둥 길을 비켜 주었다. 금발 머리가 차고 문을 들어 올리더니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브라이언! 늑대가... 늑대가 죽은 거 같아!"

~

블루보이는 아름다운 푸른 털을 피와 다진 고기들로 더럽힌 채로 선홍색 웅덩이에 누워 있었다.

엎어진 그릇에는 블루로이가 와피티사슴의 숨통을 끓을 때 쓰던 영예로운 앞니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곧 털보가 차고로 허둥지둥 달려오자, 나는 엉거주춤 날아 밖으로 나왔다.



- 나는 블루보이의 입이 얼마나 엉망이 됐을지 알고 있었다. 블루보이가 무자비한 철창살을 공격하던 모습과 피 웅덩이 위에 놓여 있던 부러진 이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죽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었다.

~

그 마술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지금 블루보이한테 필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도움인 것 같았다. 나는 곧장, 거의 기우뚱거림 없이 바위 언덕으로 날아갔다.



- "그 사랑스러운 새끼한테 정말로 '매기'라는 이름을 지어 줄 거야? 정말 시시한 이름인데."

블루보이가 대라마가 대답했다.

"난 맘에 들어."

라마가 거들었다.

"아름다운 이름인걸요."

~

"내 생각에는, 매기, 네가 몬태나에서, 또 아이다호에서, 그리고 여기 엨로스톤에서 나를 구해 줬잖아. 네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무도 여기에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드디어 나는 목까지 멨다. 마치 심장이 너무 부풀어 올라 숨통까지 막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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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별 - 평화와 평등을 실천한 덴마크 왕의 이야기, 개정판
카르멘 애그라 디디 지음, 이수영 옮김, 헨리 쇠렌센 그림 / 해와나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평화와 평등을 실천한 덴마크 왕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이 책은 덴마크에서 전해 내려오는 크리스티안 왕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 평화와 평등을 이뤄낸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키가 큰 사람, 뚱뚱한 사람, 나이든 사람, 괴팍한 사람…… 등등 외모, 성격이 다 달라도 크리스티안 왕에게는 모두 똑같은 덴마크 국민이다.

국민들 역시 왕을 크리스티안 왕을 믿고 따른다.

이렇게 평화로운 나라 덴마크에 어느 날 시련이 닥치고, 고민 끝에 왕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과연 크리스티안 왕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 국민을 위해 불의에 저항한 크리스티안 왕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아울러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깨닫게 해 준다.
 
제2차 세계 대전 무렵,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군대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침략해 전쟁을 일으키는 한편, 유럽에 사는 유태인들을 탄압하는 정책을 펼친다. 덴마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평화롭던 덴마크에 나치가 침략해 오고, 덴마크를 점령한 나치는, 유태인들은 가슴에 노란 별을 달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린다. 유태인을 탄압하려는 나치의 정책이었다. 


크리스티안 왕은 유태인이든 유태인이 아니든 '덴마크 국민은 하'라는 마음으로 다 같이 노란 별을 달자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강제로 노란 별을 붙이고 다녀야 했던 유대인이 하나도 없었다.

왕의 노력과 국민들의 도움으로, 나치 군대가 점령했던 여러 나라 가운데에서 덴마크의 유태인만이 대부분 구출되었다고 한다.

 
결국 유태인을 괴롭히는 데 사용한 노란 별은 덴마크 시민에게 단결과 희망의 상징이 된다. 
짧고 간결한 이야기 속에, 평등과 평화의 세상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오는지,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책의 내용에 대한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놓아서 좋았다.


크리스티안 왕이 덴마크를 다스릴 때 나치 군대가 전쟁을 일으켰고, 나치는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독일의 독재 정권이라고 설명했다. 나치는 유럽의 많은 나라를 점령했고, 나라 없이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던 유태인들을 유난히 못살게 괴롭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ㅎ해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덴마크 사람들이 모두 노란 별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모습...

나치가 유태인들을 괴롭히는 데 사용한 노란 별은 크리스티안 왕과 덴마크 국민들에게 단결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는...

그리고..

크리스티안 왕과 덴마크 국민들처럼 우리도 옳지 못한 행동에 당당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 책 속에서



-  1940년대로 접어든 어느 때였습니다. 덴마크라는 조그만 나라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 모두 덴마크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한 가지가 같았습니다. 바로 크리스티안 왕을 믿고 따르는 덴마크 국민이라는 점이었어요.



- "그야 우리 크리스티안 왕이지요."

같이 길을 걷던 덴마크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 덴마크 왕의 지혜가 더욱 빛날 어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그 병사를 쏴 죽이라고 명령하겠습니다.

나치 장교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크리스티앙 왕은 자세를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쏠 각오를 해야 할 거요. 내일 깃발을 내릴 사람은 바로 짐이니까."



- 코펜하겐 거리에 뒹구는 종잇장이 소리없이 무서운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경고!

유태인은 반드시 눈에 잘 띄도록 가슴에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한다.



- 노란 별을 단 유태인들이 어디론가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는 얘기였습니다.

예전처럼 국민들을 왕을 믿기로 했습니다.



- "별은 어디에 숨겨야 할까?"

왕은 혼잣말을 하며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렇군! 별들 사이에 숨겨야겠어."

해결책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 그날 아침, 굳은 결심을 한 크리스티안 왕은 홀로 말을 타고 코펜하겐 거리로 나갔습니다.

왕은 최고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왕을 본 국민들은 곧 자신들이 해야 할일을 깨달았습니다.



- 이제 다시 덴마크에는 덴마크 사람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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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첫사랑 스콜라 어린이문고 2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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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홉 살이 된 하루와 카나가 새로운 감정을 배우면서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하루와 카나는 사쿠라다니 초등학교 2학년 2반으로 같은 반이다.

9년이나 살았기 때문에, 이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자신감과는 다르게 새로운 감정에 당황하고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하루와 카나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출판사..

그리고 울 딸들이 워낙 좋아라 하는 요시다케 신스케...

거기다 책 속 주인공인 하루와 카나가 우리 둘째와 똑같은 초등학교 2학년 2반이라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을 더 재밌게 공감하며 읽었것 같다.


하루와 카나는 사쿠라다니 초등학교 2학년 2반, 같은 반이다.

불안과 긴장으로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을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어엿한 2학년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학교 생활에도 이제 적응했고, 교과서는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도 너끈히 혼자서 준비한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생긴 자신감 덕에, 이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거의 알 것 같다. 그래서 주의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생긴다.

예전에는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차이가 보인다.

그리고 하루와 카나가 처음 느끼게 되는 감정.

두 아이는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감정에 당황하지만, 솔직히 인정하고 용기 있게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책은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초등학생의 시선으로 잘 표현한다. 생활 속 갈등과 고민을 풀어가는 모습이 매우 솔직하고 당돌해 재미와 감동을 준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나누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들이 사랑스럽다. 하루와 카나의 자연스러운 일상 이야기 속에 같이 스며들어, 지금의 내 마음은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다.


어쩌면.. 이 책은..

내용도..

그림도..

깔끔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초4,초2 딸들은..

아직.. 이성에 대한.. 관심은 덜 한 것 같다.

뭐..

언제든.. 조금 더 크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조금은 가볍게.. 그리고 재밌게 이 책을 통해.. 그 또래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책 속에서



- 하루는 아홉 살이다. 사쿠라다니 초등학교 2학년으로, 2학년 2반이다.

9년이나 살아서, 하루는 이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엄마와 아빠는 대부분 사이가 좋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 하루는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집 안의 공기를 좋게 하는 것 같다.

집 안이 밝아지는 듯하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 카나는 아홉 살이다. 사쿠라다니 초등학교 2학년으로, 2학년 2반이다.

9년이나 살아서, 카나는 이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나는 부모님과 오빠 린과 함께 네 식구가 2층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 하루는 사쿠라다니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자기를 '아동'이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어린이인 줄 알았는데, 아동이었다.

어쩐지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일곱 번, 아홉 번, 여섯 번이나 싸우고도 아직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이 카나는 기뻤다. 싸운 횟수가 백 번이 되어도 사이가 좋다면, 얼마나 더 기쁠가 하고 가끔 상상해 본다.


 

- 하루는 아빠와 목욕을 했다.

전에는 엄마와 셋이 같이 목욕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새는 혼자 하는 게 좋다.

물에 빠질까 걱정되는지 엄마가 "물이 식지 않았니?라며 물으러 오는 건 싫지만, 그래도 혼자 하는 게 편하다.



- 카나와 이야기를 한 후로, 하루는 교실에 있을 때이 기분이 뭔가 달라졌다.

전에는 슈마가 없어도 전혀 외롭지 않았는데, 이제는 혼자 있으면 외롭다.

왜 그럴까?



- 하루는 '카나의 어디가 좋은지'를 그때부터 몇 번이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모르겠다.

그것보다 카나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색깔도, 좋아하는 노래도,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과자도, 좋아하는 과목도 모른다.



- 하루는 엄마와 아빠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얘기했다.

그건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다.

똑바로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지.

카나에 대해서 많이 알아봐야지.

용기를 내자.



- 카나는 교실 뒤편으로 돌아서 하루에게 갔다.

하루는 교실 뒤편으로 돌아서 카나에게 갔다.

"있잖아, 하루야!"

하루가 말했다.

그리고 카나가 물었따.

"왜?"

하루도 물었다.

"왜, 왜?"

둘은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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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강금순 - 강제동원과 군함도 그리고 일제 강점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도토리숲 평화책 3
강이경 지음, 김금숙 그림, 이재갑 사진 / 도토리숲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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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43년 일본 야하타 제철소에서 태어난 실제 강제동원 2세 배동록 할아버지의 실제 증언으로 기록한 책이다.

강제동원으로 일본으로 건너 간 가족의 삶을 통해 슬픈 역사를 거쳐 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과 제일동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제동원’과 ‘지옥 섬, 하시마 섬(군함도)’ 그리고 민족학교와 재일동포의 아픔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담겨 있다.

이야기 화자인 배동록 할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는 1940년과 1942년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하타 제철소와 여러 곳에서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고,결국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재일조선인, 재일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은 보통의 재일동포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강제동원과 하시마 섬(군함도) 이야기에만 한정하지 않고, 정말 일제 강점기 시기를 살아 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책에는 ‘강제동원’과 ‘강제징용’에 대한 설명과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군함도 안에 있는 건물 사진과 배치도, 하시마 탄광 희생자 등의 사진 자료도 함께 실려 있다. 무엇보다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여리고 착한 조선의 소녀와 소년이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고, 낯선 땅, 잔인한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강제징용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기까지, 우리가 너무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침.. 군함도라는 영화 개봉 소식이 있고, 애들 아빠가 애들한테 군함도에 대해서 검색해 주고 같이 읽어 보고, 또.. TV에서 우연히 군함도에 대한 여화 설명 및 역사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서.. 깊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군함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책을 조금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강금순 엄마의 아들 배동록 할아버지와의 오랜 시간 인터뷰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 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 이야기며, 어머니 이야기, 형제자매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네 가족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할어버지는 꽤 긴 시간을 이야기하시고도 빼 놓은 이야기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할아버지는 작가에서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한복을 입은 흑백사진... 사진 속에는 할아버지의 어머니와 삼형제 그리고 누나의 모습이 있었다. 아주 어린.. 할아버지는 태어나기 전...

작가는 말한다.

사진 속 젊은 어머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노라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더 가난해진 조선 땅에서 어린 나이에 굶주림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녀 강금순, 가난하지만 착하디착한 남편마저 일제에 속아 일본으로 가고, 호로 남은 어린 남매 넷을 키우다 남편을 찾아 일본으로 간 젊은 어머니 강금순.. 그리고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강금순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책 본문 이후에는 강제동원이란 무엇인가'라는 페이지와 '직접 마주한 지옥섬, 하시마 섬' 페이지가 추가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에 대해 조금은 더 전문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나 현장 사진 등이 함께 삽입되어 있어서, 그 시절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렇게 영화나 책으로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이슈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그저 알지 못한 채... 지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잊혀질 우리의 억울하고, 서러웠던 과거...


여리고 착한 조선의 소녀가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가 되고, 낯선 땅, 잔인한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강제동원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너무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평화로운 이 땅에서 살 수 있기를....

보통의 일상에 더 없는 감사를 느끼며...





@ 책 속에서



- 우리 가족사진이야. 맨 뒤가 우리 어머니, 그 앞은 우리 형들과 누나. 나는 저기 없어. 태어나기 전이거든.

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우리 어머니는 왜 누나와 형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야 했을까? 지옥선이라고 불리는 그 커다란 배를..



- 우리 어머니 이름은 강금순이야.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어.

그때는 일본놈들에게 모든 걸 빼앗기다시피 해서 먹을 게 없었어. 빼앗기고 남은 손바닥만한 땅에 농사를 짓고, 남의 땅을 빌려 농사도 지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먹고사릭가 너무 힘들었지.



- 어머니와 아버지는 참 사이좋게 살았어. 그러는 사이, 자식들이 넷이나 생겼지. 아들 셋에 딸 하나, 어머니 나이 서른 전이었어.



- 어머니는 아이들과 홀로 남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어. 자식들을 굶겨 죽이지 않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들판을 헤대고, 밤이 깊도록 길쌈을 하느라 바빴지. 하지만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어.



-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아버지처럼 모집이나 강제로 일본으로 온 사람들 이야기였어. 아버지는 기타규슈의 공업 지대이고, 조선 사람 이백 명이 야하타 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



-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자식인 조선 사람들이 남의 땅에 끌려와 짐승처럼 살다 죽어야만 하는지, 어머니는 하늘이 원망스러웠어.



- 어머니가 고구마나 무를 넣어 죽을 끓이던 무렵, 내가 태어났어.

배동록.

우리 집 다섯째.



- 우리는 살던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 아버지는 새벽같이 조선소로 가고, 형들은 학교에 가고, 누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나는 어머니를 도았지.



- "무조건 배워야 하는 거라. 일본 애들보다 더 배워야 무시를 안 당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기라. 일본놈들보다 더 잘 살아야 아무도 몬 건드리는 기라. 그칼라모 형제간에 우애도 좋아야 하는 기라."



- 그리고 두 번 다시 고향에 가지 못했어.

아버지는 고향이 그리울수록 우리를 더 사랑해 주었어. 그러면서 너희는 흩어지지 말고 꽁꽁 뭉쳐서 살라고 했어.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우리 부모님도 자식들이 사이좋게 잘 사는 게 소원이었으니까.



- 어머니는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강연을 끝냈어. 강연장은 눈물바다가 되었지. 일본 사람들은 우리 노랫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슬픈 표정과 한 맺힌 목소리만으로도 그 뜻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으니까.



- 난 이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거야. 우리 엄마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우리 손자들과 손자들의 손자를 생각하면서, 전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 아이들이 살아갈 그 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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