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고할미네 가마솥 ㅣ 이마주 창작동화
김기정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마주 / 2018년 1월
평점 :
이 책의 뒷표지를 보면, 초등학교 4,5,6학년이 읽어요라는 글과 함께 가족, 정의, 권선징악의 주제어를 담고 있다.
책은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중간중간 컬러그림이 삽입되어 있는데다가, 페이지도 글밥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음..
내용은.. 글쎄... 아이 혼자 읽는 것보다는 엄마,아빠랑 같이 읽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책이다.
본문 말미에 작가의 말 페이지가 있는데, 그 제목이 '해피 엔딩을 위하여'이다.
작가는 한때 그 많은 옛이야기와 동화가 왜 해피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를 의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현실은 다른데도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동화의 세계에서 선과 악은 언제나 선명하다며.. 동화는 '그리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이든, 꿈이든 동화작가는 지금도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해피 엔딩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우리 세상의 해피 엔딩을 위해서라도 동화가 쓰이고 읽혀야 하는 이유라고 소신있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의 마고할미는 동화 속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아이와 어른 독자까지 든든하게 감싸 안아 준다.
유진이, 교진이 두 남매는 마고할미와 덕구 아저씨 덕분에 다친 마음을 회복하고 잘 살아 나갈 것이다.
자라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마고할미와 덕구 아저씨가 되어 줄 것이다.
악은 벌을 받고, 정의는 승리하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는 어른들이 있고, 그 어른들과 함께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있는 세계를 언제나 꿈꿀 것이다.
아이는..
마고할미가.. 왠지 요술쟁이 같다고 했다. 글쎄.. 난.. 제목에 왜 가마솥이라는 게 들어가 있는지 살짝 의문스럽다. 책 내용하고.. 제목하고.. 살짝..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굳이 데려다가 가짜 보호자 행세를 하며.. 해외로 입양보낸다는 설정이.. 초등 중고학년이 읽기에도 좀 무섭지 않았나 싶다. 제목을 보면.. 왠지.. 전래동화 같은데.. 내용은.. 좀 무서운 사회현실을 꼬집고 있는 듯 해서... 그다지 아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지는 않은 책인 듯 싶다.
무튼.. 살짝 어두운 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쁜 어른들은... 마고할미가 혼내줬으니.. 그걸로 해피엔딩...
그래도.. 뭔가 찜찜한 이 느낌은 뭘까...
@ 책 속에서
- 옛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는 아주 수상한 할머니 한 분을 맞닥뜨리게 돼. 몸집부터 얼마나 큰지 키가 하늘에 닿는다고 했고, 힘도 엄청 세어서 흙을 모아 둔덕을 만들면 산이 되고 한 움큼 휙 던지면 섬이 된다고 했어. '마고 할미'라고 불렀지.
어디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하는 짓이 이리 어마어마하니, 마고할미는 하루아침에 뭔가를 뚝딱 만들어 내곤 했어.
- 아침에 보니, 자동차는 도서관 앞 느릅나무 세 번째 가지에 걸려 있더래. 종잇장처럼 구겨진 차 어디에도 부모는 보이지 않았어. 아직 세상을 보지 못한 동생도 마찬기지였어. 누무도 엄마, 아빠와 동생이 어딘가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어. 말 안 해도 알 거 같았거든.
'너희는 고아야!'
남매가 견뎌 내기엔 너무 무서운 일이야.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이미 눈앞에 벌어진 일이었지.
~
남매가 그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어.
~
왜 아니겠어. 단 1초 만에 세상에 둘만 남겨졌잔항.
- 그즈음 이 남매의 불행을 아주 뼈아프게 여기는 듯한 사람이 하나 있었어. 자선 사업가로 알려진 도기 씨였지. 도기 씨는 신문 한 구석에 자그마하게 실린 사연을 읽으며 중얼거렸어. "여기 우리가 돌봐야 할 아이가 또 생겼군."
어린 남매가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기사였지.
~
도기 씨 부부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자선 사업가라고 했잖아. 신문에도 몇번인가 기사가 실릴 정도였지.
'불행한 아이들을 돌보는 착한 부부'
이렇게 말이야.
- 그날 이후, 남매는 도기 씨가 사는 도시로 이사를 왔어. 그곳은 이전에 살던 작은 읍내와는 사뭇 달랐지.
~
"별일은 없니?"
"힘들지 않아?"
그럴 때마다 남매는 같은 대답을 했어.
"예, 지낼 만해요."
~
겉만 본다면 남매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했어.
~
한데 말이야.
아니었어.
왜냐고?
도기 씨 부부는 겉보기완 아주 딴판이었거든. 그걸 아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지.
- 마지막으로 가엾은 남매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야.
"살려 주세요."
도기 씨 부부는 남매의 멍 자리에 연고를 발라 주면서 말했어.
"이제부터 학교도 갈 생각 말아라. 이 일을 아무한테도 얘기해선 안 돼!"
그러곤 부부는 아주 훌륭한 일을 했다는 듯이 집을 나섰어.
이날 유진이는 생전 처음 '절망'이란 말을 떠올렸어. 그 어려운 말은 어른들만 쓰는 말이잖아.
~
'아, 죽어 버릴까?'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지.
- 마고할미라고? 순간 유진이는 다시 한 번 아주 오래전 들었던 목소리를 다시 떠올렸어.
'우리한텐 할머니 한 분이 계시지. 아주 힘이 세고 못하는 게 없는 그런 분이야. 네가 힘들 땐 짠! 하고 나타나서 도와주실 거야. 알겠니?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할머니가 있다고 하다니..
~
이윽고 난쟁이 아저씨는 술술 말하기 시작했어. 오랫동안 남매를 찾아다녔다고 했지. 자기 이름은 덕구이며 할머니늘 모시고 있다는 것과 할머니가 손녀, 손자와 같이 살게 될 날이 오기를 얘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 남매는 말문이 막혔어. 이제 겨우 이 집을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는데, 당장 떠냐야 하다니.
~
"제기랄, 재판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짐작이나 했겠어? 벌써 저 두 녀석을 팔아 버려야 했는데.."
"어쨌든 저 아이들 부모 재산은 이제 우리 차지가 됐잖우."
- 맞아. 세상 사람들이 이 도기 씨 부부를 조금만 살폈더라면 이들이 알려진 것처럼 자선 사업가가 아니란 것쯤은 금방 알았을 텐데. 공무원들은 서류만 보고 이 불쌍한 아이를 아무에게나 맡겼고, 신문 기자들은 앉아서 흥밋거리 기사 쓰기에만 바빴으며, 판사들은 남의 일처럼 판결을 내렸지. 그게 문제야.
번지르르한 껍데기만 살짝 들춰 봐도, 이 부부는 아주 단순하고 비열한 사람들이야. 그 사이 아홉 명의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로 만든 다음, 먼 나라로 팔아 버렸으니까. 세상 사람들은 그걸 입앙이라고도 부르지만, 도기 씨에게 공짜란 없지.
~
"어서 도망쳐야 해. 지금 당장."
- 잠시 뒤, 유진이가 잠자는 아파트 9층 방 안에서는 묘한 광경이 펼쳐졌어. 이제 1학년 짜리 사내아이가 바지춤을 내리고 방바닥에 오줌을 싸 버렸거든.
~
"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맞아. 낯선 아저씨가 나타나 할머니가 찾는다고 한 것부터 믿을 일은 아니었어. 엉뚱한 씨앗을 준 것부터 더 황당한 일이잖아.
~
엄지손톱만한 씨앗에서 순식간에 움이 트지 않겠어. 아니, 먼저 갈색 뿌리가 사방으로 뻗쳐나왔어.
- 아까 아저씨가 뭐라 했더라. 씨앗을 주면서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는데..
이런 세상에! 유진이는 그제야 아저씨가 어떻게 하라고 했는지 떠올랐어. 그와 동시에 머리카락이 쭈뼛거렸지.
'힘들 땐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 "아이구! 잘 왔구나. 그 험한 길을 잘도 찾아왔구먼. 내가 업고 왔으면 다 될 일을."
~
"여기가 할머니 집 맞아요?"
~
"마고할미야! 애덜이 왔수! 얼렁 나와 보시우!"
~
이윽고 부엌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어. 거기서 웬 할미가 헐레벌떡 달려 나왔찌.
- 마고할미는 남매를 품에 감싸 않았어.
~ 지난 아흔아홉 밤낮 동안 이 가엾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훤히 들여다보았어. 그러니 그날 밤 남매는 굳이 길고 지나간 이야기를 따로 힐 필요가 없었던 거야.
~
"할머니가 진짜 우리 할머니 맞아요?"
~
"그렇지. 요놈! 넌 내 손주가 맞지. 암, 네 고추 옆에 점도 내가 다 찍어준 거다."
- "아저씨랑 아줌마는요?"
그 순간 인자한 모습이던 마고할미가 확 변했지. 눈초리가 삐죽 올라가더니, 쪼글쪼글한 주름은 송곳처럼 쫙 펴졌고, 굽은 허리가 벌떡 하고 곧추섰어.
~
도저히 글로 옮겨 쓸 수 없을 만큼 험악했지. 욕을 다 마쳤는지, 마고할미는 식식대며 말을 이었어.
"그런 천하에 배은망덕한 연놈은 내가 쌍욕으로 상판대기에 서말가웃 처바른 다음, 덕구가 왼새끼로 꼰 새끼줄로 스물한 번 칭칭 감아서 공중에 일흔일곱 번 휘휘 돌려서 멀리 던져 버렸단다."
- "여보게, 마을 사람들 다 모셔와야겠어. 이 맛난 곰탕 다 먹으려면 며칠은 걸릴 테야." 그날 남매는 아주 오랜만에 배물리 먹었어. 그러다가 마루에 앉아서 햇볕을 쪼이다가는 까무룩 졸았는데, 깜빡 꿈을 꾸었나 봐. 유진이가 한 말 그대로 그날의 꿈을 옮겨 보면 이래.
'발가벗은 어른 둘이 숯과 모래로 온몸을 씽ㅆ어요. 고루고루 바르고 때를 벗겨요. 덩실거리며 가마솥에 들어가요. ~ 자기들이 솥뚜껑을 꽝 닫지 뭐예요. 곧 불이 지펴지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요. 사흘 밤낮 그렇게 고았나 봐요.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가마솥 둘레를 빙글빙글 돌면서 강강술래를 해요.'
남매는 이게 뭘 뜻하는지 궁금하진 않았어.
그냥 꿈이었으니까.
어느 날, 아주 달디 단 낮잠 같은 단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