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 동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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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너무나 단도직입적이고 매력적이며 흥미진진한데

내용은 우에노 치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 기록이라 좀 산만하고,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 약간의 실망감은 든다. 


"남녀가 관습에 따라 결혼하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 것에 그친.


직설적인 제목에 걸맞는 어떤 재치있는 설득력쯤을 기대했었던가?

별로 건진 것은 없는데,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닌 듯 하고....


우에노 치즈코의 다음의 말로 이 책을 마무리 한다.


우에노 : 지금까지 남녀가 관습에 따라 결혼하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부부 관계와 부모 자식 관계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들이라고 봅니다. 결혼과 출산이 줄면 희생자도 줄어들 거에요. 그래서 저는 결혼과 출산이 줄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권하거나 구혼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편으로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어떤 아이나 살기 편한 사회로 만들어야죠. 그런데 지금 일본은 정반대입니다. 여자들이 일하기 바라는 동시에 아이를 낳아주길 바라죠. 신자유주의에 맞는 여성 규격을 만들어낼 뿐이에요. 정치학자 미우라 마리씨가 이런 규격을 '신자유주의형 모성'이라고 했어요. 결혼하면 여자는 집에 있으라고 하던 종전의 규격과는 다르지만, 규격이란 점은 똑같아요. 이런 규격 아래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없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면 될 텐데. 그러러면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 상대방을 다른 인격이라고 보고 존중해야 합니다. 








* 마사히로는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 생계 부양자형 모델'과 같은 보수적인 결혼관을 유지하는 남녀일수록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젊은 층일수록 남성의 임금수준이 낮아, 기혼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 우에노 : 저는 부부가 서로, 특히 아내가 체념하는 것을 기본으로 결혼이 유지된다고 봅니다.


* 우에노 : 하루 빨리 죽었으면 좋을 남자와 사는 당신은 뭐냐는 거죠. 자신을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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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지음, 박정애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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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렛서 3.1-8


머리말 전에 있는 이 문장을 조심히 읽는 것으로 족하다.

책의 전부를 읽느니 차라리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다시 읽는 게 더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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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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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시집을 읽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구나!


재미가 있어 재밌다기보다

참 훌륭하구나 라는 느낌에서 오는 재미말이다.


내게 시란 대부분

읽어도 뭘 읽었는지 모를 어려운 단어들의 추상적 나열에 불과해 흥미가 전혀 없었는데,


그 누구더라...

백석 시집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아 고개를 넘어 빌려가서는 필사 후 다시 고개를 넘어 되돌려 줬다는 글을 읽고 백석 시집을 빌려 보았고,

쉽디쉬운 글로 이루어진 고은 시에 반해서 제법 여럿 그의 시집을 찾아 읽던 차, 최영미시인의 폭로가 나왔고, 그 후로는 그의 시집을 찾지 않게 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잡은 무척 재미있는 시집이었네.

함축된 표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히려 긴글이 주는 것보다 훨씬 깊고 진해서 매력적이다.

이런 재미라면 시집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사인, 하느님의 윙크!




"삶은 보리 고두밥"을 "life is 보리 고두밥"으로 읽었는데

"boiled 보리 고두밥"이었다. 재미난 한글ㅋㅋ


술 취한 사람을 무척 싫어하는데,

"박영근"이란 제목의 첫 구절에

<너무 무서워서 자꾸만 자꾸만 술을 마시는 것.> 이란 문장에 돌연 내 마음이 돌아선다.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너무 무서워서 술을 못 끊는것이구나.......


"삼천포 2"에서의 마지막 구절

<올봄엔 꽃잎 질 때 따라갈 거라?>

너무너무 많은 것이 함축된 구절이라 눈물이 핑 돈다.

나도 죽을 때 지는 꽃잎 따라 가면 좋겠지, 지는 낙엽 따라 가면 좋겠지?

까슬한 봄, 까슬한 가을날이 좋겠지?


"알 슬은 방아깨비"에서 "알 슬은"이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도 찾아보고.


"에이 시브럴"에서는 마지막 "에이 시브럴"에서 결국 웃음이 팡 터졌다.


<이 하찮은 곳을 / 부디 하찮은 대로 좀.>

제발 좀 제발 그러하길 제발......





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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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 -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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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을 읽는 건지, 법정스님을 읽는 건지

책의 초반에는 내가 누구의 책을 읽는 건지 헷갈렸다.

그러다 중반에 들어서야 소로의 책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세 사람이 겹쳤다는 말이다. 


1852년의 글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과 견주어 하나 동떨어졌다는 느낌이 없다.


겨우 "물레"나, "도리깨질소리" 정도의 단어에서나 오래됨을 느낄 수 있을 뿐

1852년이라는 시간을 감지하기는 어려웠다.

아니, 2023년에 나온 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자연은 이리 변함이 없다.


소로는 의성어 표현 능력도 뛰어나서 

갖가지 새소리의 표현은 참으로 탁월했다.


[ 나는 나 자신을 자연에 맡겼다.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면서 

마치 계절을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인 양 살아왔다.p392 ]


나도 그처럼 계절을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는 듯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달 만이라도.... 온전히 나로만 살 수 있을텐데......









* 부유한 어른들에게 누더기와 헤진 옷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줏빛 고운 옷을 입히자. 무고한 아이들의 운명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전율한다. 우리의 자선 제도는 인간애를 모독하는 것에 불과하다. 향연이 다 끝난 후에도 상 위에 남은 음식물로 상다리가 휘청거리건만, 그 상에서 떨어진 빵 부스러기나 나누어 주는 것이 소위 자선이라니!


* 시들하고 상스러운 삶이 아니라 청정한 삶을 살고자 원한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 너무 자주 여행을 다니거나 이름난 곳을 드나들다가 나의 정신이 바싹 말라붙지 않을까 두렵다. (...)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보낸 하룻밤이 오랜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낳을 수 있다. 


* 남아도는 부(rich)로는 말 그대로 남아도는 물건밖에 살 수 없다. 자기 영혼에 필요한 양식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치 않다. 


* 하루가 시작되는 가운데 근면함이 대기를 감싸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존중하고, 사회가 소중하게 여기는 노동이다. 세상을 떠받치는 정직하고 평화로운 근면이다. (...)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정직하게 땀 흘리는 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루 해가 가장 길 때에도 안심하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 단조롭고 고되지만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낸는 경건한 사람 중의 한 사람. 자신의 방 맛을 달게 만즐고, 사회의 방 맛을 달게 만드는 노동.


* 나는 친구가 지닌 미덕에 대해서만 친구가 되려 한다. 이 경향이 아주 심해서 대부분의 경우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친구가 되려는 그에게는 분명 악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제 3자로 인해 벙어리가 되고 만다. 


* 사람들이 우정이라 부르는 사회의 미덕은 짚 속에 누운 돼지의 미덕에 불과하다. 그들은 서로 바짝 붙어 온기를 나눈다. 사람들은 이런 사귐을 위해 호텔 바와 같은 곳으로 데 지어 몰려드나, 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줄 만한 갑어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 생각과 감정에 치우침이 없으려면 생활에서 겪는 건강한 경험이라는 중심추가 필요하다. 따라서 되도록 자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건강은 이러한 이완, 목적 없는 삶을 필요로 한다. 


* 산책자에게 비 내리는 날은 밤처럼 고독과 은거에 잠기는 날이다. (...) 지금은 어둠의 낮이라고 해야 할 , 가벼운 밤이다. 


* 나는 흔히 사람들과 만나면서 느끼는 인정 이상으로 더 깊숙이 그의 인정 속으로 말려들어 가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 대다수의 사내들이 알고 있는 결혼이란 야수의 결혼보다 나을 게 없다. 꽃을 황소에게 먹일 건초감으로 생각하는 남자에게 꽃을 사랑하라고 설교하는 꼴이다.


* 봄에는 푸르게 자라나라. 그리고 가을에는 노랗게 익어가라. 계절의 영향력을 마셔사. 자연이 각별히 그대르 ㄹ위해 온갖 치료약을 섞어 만든 진정한 만병통치약을 마셔라. 진정한 물약을 마셔라. 여름의 음식이 그대를 병들게 하는 게 아니라, 지하실에 보관해 둔 음식이 그대를 병들게 한다. 과일주를 마셔라. 영소 가죽이나 돼지 가죽에 담근 술이 아니라, 자연이 싱싱한 딸기 껍질 속에 담가놓은 술을 마셔사 자연이 음식 저장용 용기가 되게 하고 음식을 절이는 소금이 되게 하라. 자연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자연이 존재하는 이유느 ㄴ바로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다. 그 이외의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자연에 저항하지 말라. 일부러 건갱해지려고 애쓰지 않을수록 병드는 일 또한 적어진다. 


* 나는 단순하고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땔감을 얻고 싶지는 않다. 인생에 필요한 물품을 돈으로 산다면 어느 정도는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나의 기쁨을 나 스스로에게서 빼앗는 것이다. 그 기쁨은 우리의 원초적인 필요를 진실하고 단순하게 충족하는 데서 오는 보상이다. 그 보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지다. (...) 허나 강기슭에서 나무를 주워 올리는 기쁨은 영영 맛보지 못한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보다 더 값어치가 있는 것이 나무를 줍는 즐거움이다. 그것만이 그런 즐거운 노동을 되풀이할 수 있는 생명의 열기를 우리 안에 유지시켜 준다. 그것은 우리를 두 번 따뜻하게 한다. 


* 결코 차와 커피를 마셔서는 안 된다. 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 


* 농부들과 대화를 나눈는 일은 대체로 무익하다. 그들은 자신의 선행을 강조하면서 심각한 태도로 그 선행을 도덕화하기 일쑤다.


* 인류가 이 지구에서 어떻게 멸망할지, 불로 멸망할지, 물로 멸망할지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더 매서워진다면 인류의 목숨줄은 언제든 쉽게 끊어질 것이다. 


* 나는 나 자신을 자연에 맡겼다. 해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면서 마치 계절을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인양 살아왔다. 예를 들어 나는 주로 꽃과 함께 이 3년을 보내기도 했다. 꽃 피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를 속박할 아무 직업도 갖지 않았다. 나뭇잎의 빛깔이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을 한철을 보낼 여유도 기질 수 있었다. 아, 나는 고독과 가난으로 얼마나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었던가! (...) 그것은 나의 휴가였다. 내가 커지고 자라나는 성장의 계절이었고, 일종의 연장된 젊음이었다. 


* 정말로 선한 일들은 얼마간 악덕의 도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 양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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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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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가 나오기 전의 책이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는 그림 위주로 글이 적은 반면 이 책은 글도 많다.

두 책이 겹치는 그림도 몇 있는 가운데 내 눈에 솔깃하게 확 들어오는 이 책만의 그림이 있었으니,


색동 이불 속에 밥 두 그릇,

소반 위에 밥그릇, 국그릇, 수저 한 벌, 그 위를 덮고 있는 밥상 보.


소박하고 단출해서 얼마나 보기에 좋은지 기분이 좋아진다.


불과 몇십 년 만에 너무나 빠르고 큰 변화들이 있었고

그것은 삶의 질을 향상 시키기는 했으나 

그만한 행복지수를 동반하지는 못했다.


그래선가,

<응답하라1988> 같은 드라마나

이런 그림들을 보면 애틋한 가슴이 되어 과거로 과거로 그리움을 몰아붙이고만 싶어진다.





우리의 밥상은 소반 위를 채울 만큼이면 족하다.









- 선운사 풍천 장어집 -                

                             김사인

김씨는 촘촘히 잘도 묶은 싸리비와 부삽으로

오늘도 가게 안팎을 정갈하니 쓸고

손님을 기다린다.

새 남방을 입고 가게 앞 의자에 앉은 김씨가

고요하고 환하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오두마니 자리를 지킨다는 것

누가 알든 모르든

이십년 삼십년을 거기 있다는 것


얼마나 잘 지키는 일인가.

부처님의 직무를 얼마나 잘 도와드리는 일인가.

풀들이 그렇듯이

달과 별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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