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중독자 - 멸종 직전의 인류가 떠올린 가장 위험하고 위대한 발명, 내일
다니엘 S. 밀로 지음, 양영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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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한 데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인간의 위대한 여정'이란 책에서도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특징들을 자세하게

분석하였는데 이 책에선 미래를 발명하면서 오늘만을 사는 동물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거품', '뿌리', '전이'라는 세 개의 장에 걸쳐 인류의 '지나침'의 역사를 고찰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진화론에 바탕을 두면서도 다른 책에서는 접하지 못한 흥미로운 주장들을 늘어놓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특이성을 지나침, 과도함으로 정의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보여주는 첫 번째 지나침이

바로 뇌 크기라고 말한다. 태아의 뇌가 충분히 발육하기 위해선 자궁 내부에서 임신이 21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하지만 여성의 골반과 자궁 경관은 7개월이 된 태아 크기에 맞도록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타협책으로 임신 9개월 후 출산하면서 태아와 산모 모두 높은 사망률을 감수하여야 했다.

그 결과 미성숙한 뇌로 인해 부모와 사회에 의존하진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나게 되었는데

미성숙 상태와 유년기가 길어짐에 따라 인간이라는 종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후천적인 것이

중요하게 되었고 교육 등으로 선천적인 부족함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뇌 속 150억 개의 뉴런들 중에도 대다수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런 뉴런들이 인위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인위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렇게 뇌의 과도한 성장을 시작해서 인간은 항상 만족할 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변화를 추구했다. 이 책에선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갑자기 이민길에 오른 이유로 미래를 발명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보통 이주를 하는 이유로 기후 변화나 생존 위협 등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주로 거론되는데 동물이 현재만을 살아가는 데 반해 인간은 내일을 계획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안주하지 않고 전세계 여기저기로 떠났다는 주장이다. 다른 책에서 인류의 이동경로를

볼 때마다 왜 저렇게 머나먼 길을 무엇을 위해 떠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나름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었다. 한편 '까르페 디엠'이나 불교에서도 항상 현재에 충실하라고 가르치는데

그럼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처럼 살라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인류가 미래에 대해 눈뜨면서 다양한 선택지와 가능성을 가지게 된 반면

환상, 불안, 초조함 등 부작용도 발생하게 되었는데 저자는 미래성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지구의 지배자로 우뚝 서는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낸 원천이었다고 얘기한다. 책 전반에 걸쳐

과도함과 미래성을 중심으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흥미로운 관점에서 서술한 이 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저자의 주장에도

아직 검증이 필요한 지나친 부분들이 없지 않았지만 미래성이라는 인류의 또 다른 본질을 명쾌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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