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SF계의 노벨상이라는 휴고상, 네뷸러상을 수상한 책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처음인데

지능이 낮은 찰리 고든이라는 남자가 특별한 뇌수술을 통해 지능이 정상인 이상으로 높아진 뒤에

겪게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전에도 뇌과학과 관련된 '더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뇌수술을 받고 완전히 달라진 사람의 사례에 대해선 익숙한 편인데 과연 이 책에서 찰리 고든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실험대상으로서 찰리 고든이 직접 작성한 경과보고서로

얘기가 시작되는데 맞춤법이 엉망인 상태라 솔직히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원서에서도 아마 철자법이 틀린 단어들이 사용되었을 것 같은데 이를 한글로 틀리게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앨저넌이라는 쥐와 함께 실험대상이 되어 수술을 받은 찰리 고든은

점점 지능이 높아져서 그의 보고서상 맞춤법도 점차 개선되어 책을 읽기도 훨씬 수월해져갔다.

하지만 그가 지능이 높아지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동안은 전혀 몰랐던, 아니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삶 자체가 크게 변하게 된다. 빵집에서 일하던 그는 동료들이

사장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자 오히려 동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사장에게 해고되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과 과거에 있었던 일들도 떠올리게

되었는데 어린 여동생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할까봐 두려워하면서 차별과 학대를 일삼던 엄마와

저능한 오빠 때문에 놀림 받아서 자신을 무시하고 싫어하던 여동생까지 잊고 지냈던 아픈 기억들과

세상 사람들이 그동안 자신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인식하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지능이 보통 사람들 이상으로 높아져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선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에선 서투르고, 특히 여자와의 관계에선 진도를 나가려면 과거의 자신이 지켜보는

환상에 빠져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수술을 통해 비록 지능은

높아져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지만 대인관계는 수술 전보다 더 열악해져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수술 전에는 사람들이 만만하게 생각하거나

동정하면서 그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해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었고, 그 스스로도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거나 편견을 갖지 않았는데,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지능이 자기보다 높아진 그를 사람들이 경계하거나 시샘하고 그도 이런 사람들의 태도나 반응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사람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그에게 수술을 시행한

연구팀조차 그를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실험대상으로만 여기고 그가 지능이 높아진 것을

자신들이 큰 은혜를 내린 것처럼 굴자 찰리 고든은 과거나 현재나 자신은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거세게 항변하는데 우리가 소위 평범한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당한 대우와 인격적

무시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지능만 높아지는 것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절규하는데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지식만을 중시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뇌라는 부분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지라 이 책에서도

뇌수술로 잠시 지능이 높아졌던 찰리 고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점점 돌아간다. 

지능이 높아진 이후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나쁘다고만 단정할 수 없는 게 슬픈 현실이라 할 수 있었는데 다시 맞춤법이 점점

엉망인 상태로 되어가는 걸 보니 마음이 절로 아파졌다. 분명 소설임에도 실제 이런 사례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감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찰리 고든의 변신과정을 보면서 과연 지능이

높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차별과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진정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