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 속에서 수많은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는데

 

이들이 몰락하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했는데 이 책은 경제 불균형이라는 조금 생소한 이유를 제시한다.

지금은 모든 위기의 원인이 경제문제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의 제국들이 붕괴된 원인을 경제에서 찾는다는 관점은 나름 신선했다.

특히 독보적인 초강대국의 지위에 있던 미국이 여러 위기로 인해

 

중국과의 양강 체제는커녕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대두되는 분위기라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선 그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제시한다.


기본적으론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로마, 중국, 스페인, 오스만, 일본, 영국, 유럽,

캘리포니아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경제 불균형이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증명한다.

먼저 로마의 붕괴는 보통 게르만족의 이동이 주요 원인이라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뜻밖에도 5현제 중 한 명인 트라야누스의 즉위 시점부터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의 설치로 제국으 범위를 축소시키고 말았고,

 

세베루스의 은화 가치 절하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경제를

 

통제하면서 민간경제가 붕괴된 것이 로마의 급격한 쇠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얼마 전에 읽었던 '인류의 대항해'에서도 다뤘던 정화의 대원정이 나오는데,

 

이런 해외 교역을 중단한 것이 쇠퇴의 시작이었다.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경제정책으로 바꾸는 순간 몰락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무적함대 스페인도 대항해시대를 통해 식민지에서 막대한 은이 유입되면서 초강대국이 되지만

은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국가파산에 이르고 만다.

관용과 다양성이 넘쳤던 오스만 제국은 예니체리 제도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기적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도 내부 경쟁이 약해지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말았다.

한때 세계 최강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미국과 같은 식민지에 대한

불평등한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면서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지금도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유럽연합은 그리스 등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고, 미국내 한 주에 불과하지만 

 

한 나라 못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캘리포니아는 공화, 민주 양당의 극단적 대립,

선출직 관료들의 짧은 임기로 인한 근시안적 포퓰리즘 정책이 위기의 원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불균형에서 쇠퇴의 원인을 찾고 있는 이 책은

그럼에도 미국이 결코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유럽 등 기존의 경쟁자들은 물론 중국 등도 결코 미국의 경제력을 따라잡은 적도,

 

따라잡기도 힘들다는 저자들의 예측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지켜보면 알겠지만

 

전형적인 자유주의 경제이론에 기초한 분석이라 할 수 있었다.

초반부에 여러 경제대국들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데 우리도 끼워져 있어 더 흥미로웠지만

전반적으로 경제학적인 시각에서만 모든 문제를 바라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몰락한 나라들의 여러 사례들을 다루며 마지막에 간단하게 요약을 해놓았는데 경제적 불균형은

 

물론 정치적 역기능과 행태적 역기능을 같이 나열한 것처럼

 

강대국의 몰락을 단순히 경제적 불균형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의 몰락과정을 나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현재의 미국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은 경청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문제에는 다양한 분석과 해법이 존재하는데

 

이 책도 분명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89-90
다음은 카너만이 제시한 세 가지 요점이다.
사람들은 기준점을 가진다. 기준점보다 나은 결과는 이득이며, 나쁜 결과는 손실이다.
행동은 민감도 체감 원칙을 따른다. 우리는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에 따라 생각한다. 기준이 올라감에 따라, 즉 100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옮겨 감에 따라 100달러를 더 잃거나 버는 일의 중요성은 감소한다.
사람들은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 동일한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101-102
제한적 합리성은 지도자가 이상적인 경제정책을 선택할 능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뜻한다. 무지는 궁극적인 속박이다. 특히 아직 경제원칙이 발견되기 전에 경제 위기에 시달린 국가들에게 더 그렇다. 또한 대중이 리더를 정할 때에도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한정되어 있고, 그 후보의 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정체성은 성장과 국력에 필수적인 강력한 문화, 정치, 경제제도를 만든다. 그러나 이 힘은 구조적 변화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암시하기도 한다. 정치적 정체성은 양극화와 정체의 핵심 요소다.
지도자들은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지위를 잃을까 봐 혁신에 거의 나서지 않는다. 역동적인 세계에서 경제적 변화는 종종 정치적 변화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그러나 손실 회피 성향은 선도적인 경제가 개혁을 주저하게 만든다.
시간적 선호도 중요하다. 관료들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해도 다른 날이나 다른 해로 필요한 필요한 변화를 늦춘다. 유권자들 역시 내일 누릴 수 있는 번영의 미래 가치를 습관적으로 할인하고 오늘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한다.

120
경제 불균형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 평가에 따르면 로마의 경제 불균형은 가용 세수와 재정 경비를 지속적으로 맞추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오늘날의 대다수 부국들처럼 로마는 과세, 화폐가치 절차, 독재적 중앙 기획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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