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카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6 링컨 라임 시리즈 6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16살 흑인 소녀 제네바는 뉴욕 할렘가의 흑인박물관에서 자신의 조상인 해방 노예

찰스 싱글턴의 자료를 보다가 괴한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 달아난다.

현장에 강간용 꾸러미와 교수대에 발이 묶여 거꾸로 매달린 남자 그림이 있는 타로 카드를 남겨둔 채

도서관 사서를 살해하고 유유히 사라진 살인범이 제네바를 다시 습격할 거라 예상한 수사팀은

제네바에게 경호 인력을 붙이지만 제네바를 노리는 살인범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데...

 

링컨 라임 시리즈의 5편인 '사라진 마술사'를 본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 사이 여러 책들을 보느라 후속편인 이 책을 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제프리 디버의 스탠드 얼론인 '옥토버 리스트'를 만나면서 

링컨 라임에게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설 연휴가 되어서야

마치 고향집에 돌아오듯이 링컨 라임 시리즈를 손에 들 수 있었다. 

자신의 조상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흑인 소녀를 살해하려는 음모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 책은

링컨 라임 시리즈 특유의 과학수사기법이 총동원되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제네바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뭔지가

결국 사건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건 발생날짜가 10월 9일이란 이유로

링컨 라임으로부터 109라는 재미없는 애칭을 부여받은 범인이 제네바의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그녀를 죽일 기회를 노리고 신출귀몰하는 범인에게서 제네바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링컨 라임과 친구들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거기다 뭔가 숨기면서 말을 안 듣는 제네바와 범인의 공범과 범행을 지시한 배후 인물까지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사건은 쉽사리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사건의 실마리가 되었던 제네바의 조상 찰스 싱글턴의 행적에 숨겨진 비밀이

사건의 발단이었음이 드러나는데 실제로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1860년대 남북전쟁을 통해 연방차원에서 노예해방이 되긴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종차별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당시 개정된 수정헌법 14조의 가치가 이렇게 엄청난 것인지는 전혀 몰랐는데

영화로 봤던 '노예 12년'의 해방 노예의 얘기도 생각나면서 흑인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살았는지를 실감했다.

자유와 평등 등 각종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오늘날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여전히 지구상 많은 곳에서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도로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에선 잘못된 역사를 법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소멸시효니 각종 법적 제한으로 정당한 권리도 되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비일비재한

우리의 상황에 비하면 미국이 역시 법제도가 제대로 갖춰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링컨 라임 시리즈의 재미를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민감한 해방 노예라는 소재를 작품속에 잘 녹여낸 것 같다.

마지막의 해방 노예의 진실과 느닷없이 등장한 제네바를 죽이려고 한 진범의 실체는 좀 뜬금없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무거운 주제를 스릴러로 잘 포장해낸 제프리 디버의 솜씨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는데

다음 작품에선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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