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인류 역사상 끔찍한 만행을 저질러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악마로 불리는 인물들이 더러 있다.

그 중에서 단연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세계 제2차대전의 원흉 히틀러라고 할 수 있는데,

그와 나치는 여전히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인종말살범죄로 인해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지만 종종 코믹하게 희회화되곤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를 멋지게 연기한 '위대한 독재자' 등이 있는데

이 책도 히틀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데 색다른 점은 히틀러가 현재의 독일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가 현재의 독일에 다시 돌아왔다.

역사는 그가 자살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음모론과 낭설이 파다한

상태인데 그가 2011년에 다시 부활하니 당연히 예측불허의 황당한 일들이 발생한다.

먼저 그가 현재 상황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당연히 히틀러가 부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를 히틀러를 흉내내는 코메디언으로 생각한다.

본인을 재연하는 인물로 오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여전히 막가파식으로 행동하는

히틀러에게 대중들이 열광하는 정말 코메디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요즘 세상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그의 언행은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본명도 알 수 없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없는 그에게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인종차별 등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데

온갖 구설수에도 오히려 견고한 인기가 지속되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보면 히틀러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 게 쿠데타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선거를 통해 적법하게 권력을 쟁취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는데

현재에 부활한 히틀러의 기이한 인기도 역시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군중심리라는 게 이성과는 거리가 멀고 충동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데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계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굳이 부활한 히틀러의 인기 비결을 묻는다면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언행을 한다는 점, 

자신의 이해관계나 유불리에 따른 기회주의적 대처가 아닌 고집스러울 정도의 일관성이

요즘에 흔히 보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부활한 히틀러도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조금씩 적응하며 과거의 괴물같은 모습을 탈피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름 재미를 주었다. 

작가가 히틀러란 인물을 미화하려 한 건 아니었겠지만 왠지 이 책을 보고 나면

히틀러가 꼭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건 좀 씁쓸한 여운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이긴 하지만 현재 그가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현실이 끔찍한 과거를 반복할 수도 있단

우려를 줬지만 한편으론 그도 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부록으로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김태권 작가의 '그가 돌아왔다 서울편'은

우리의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하면서 예상 외의 재미를 주었는데

히틀러란 개성 강한 캐릭터가 여전히 문화상품으로 매력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다시 돌아오면 결코 안 되겠지만

현실풍자의 대상으로는 매력적인 인물임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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