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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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잘 몰랐던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산 그였지만

그의 사랑, 특히 결혼생활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총 세 번의 결혼을 하여 세 명의 공식적인 부인을 두지만 이 책에 나오는 그의 결혼생활은

제3자가 보기엔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헤세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던 것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는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작가로서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과 은둔자적 생활을 즐기는 그의 생활 패턴은 아내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과 아내와 자식들에게 무심한 성격은 전형적인 결혼부적합자의 모습이었다.

 

이 책에선 그의 사랑을 그와 결혼한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그려낸다.

첫 부인인 마리아 베르누이는 그래도 헤르만 헤세가 스스로 결혼을 선택한 여자였다.

헤르만 헤세보다 아홉살이나 연상인 그녀는 좋은 집안 출신으로 이제 막 시인이자

작가로서의 출발을 시작한 헤세와 부모의 반대에도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부적합자인 헤르만 헤세와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와의 사이에 브루노, 하이너, 마르틴 세 아들을 두지만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다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지 않는 헤르만 헤세와의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건 고행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리아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며 헤르만 헤세와 이혼에 이르게 되지만

그녀를 그렇게 만든 데 상당한 부분은 헤르만 헤세의 탓이 아닐까 싶었다.

결혼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된 헤르만 헤세가

자신이 원했던 조용한 은둔생활을 즐기는 것도 잠시 다시 그를 가만두지 않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번에는 자신보다 무려 20살이 어린 루트 벵거와 사귀게 되는데

이제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에게 접근한 팬이나 다름없었다.

루트와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부인인 니논은 어떻게 보면 헤르만 헤세라는 한 사람의 남자를

좋아한 게 아니라 유명한 작가라는 그의 명성에 반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별로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 헤르만 헤세를 졸라 마지못해 그가 결혼하게 만드는 게 닮은 꼴이었다.

루트는 결국 헤르만 헤세가 자신이 생각하던 그런 남자가 아님을 금방 알게 되어

3년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마감하는데, 그래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니논과

결혼하는 헤르만 헤세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결혼하기 싫어하면서도 여자의 집요한 요구에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결혼을 하는 헤르만 헤세.

그래도 니논이 그의 마지막 부인이 되었으니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유명작가의 삶과 사랑을 이렇게 자세하게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전에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2'를 통해서 고흐의 삶을 엿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헤세와 그의

지인들이 주고 받은 편지들을 증거자료(?)로 실으며 내용의 근거를 보충하면서 풍성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사진들까지 곁들여 잘 몰랐던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삶, 특히 연애사를 알기는 쉽지 않은데 워낙 대문호이다 보니

여러 자료가 많이 남아 있어 이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작가다운 아기자기한 연애 에피소드들이 많았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인간 헤르만 헤세는 그다지 그 쪽으론 재능이 없어서(그래도 여자들한테 인기는 나름 있었던 것

같다) 그런지 좀 심심한, 아니 답답한 결혼생활의 연속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대문호의 사생활, 그것도 연애사 엿볼 수 있었고, 전에 읽은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이 쓰여 지던 시기의 헤르만 헤세를 보면서 왠지 작품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유년기를 제외한 헤르만 헤세의 삶과 사랑을 통해

그와 작품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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