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가의 살인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종인 옮김 / 검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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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로서 전쟁 영웅이 되어 라이츠빌로 돌아온 데이비 폭스는

12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독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어서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멍에로 힘들어 한다.

데이비의 아버지 베이어드는 자신이 결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정황상 그 외에는 아내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아무도 그가 유죄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망상에 시달리던 데이비가 아내 린다를 죽이려까지 하자

데이비와 린다는 12년 전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엘러리 퀸에게 의뢰한다.

예전에 라이츠빌에서 라이트 가문의 사건을 멋지게 해결했던 엘러리 퀸.

이번에도 그는 라이츠빌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이츠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재앙의 거리'를 통해 가공의 도시 라이츠빌을 배경으로 한

기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였던 엘러리 퀸은 후속작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도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12년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독살했다는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의 의뢰로 이미 확정된 사건의 재조사를 맡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엘러리 퀸의 활약을 다루고 있는데,

빈틈없이 철저하게 조사된 사건을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살된 제시카 폭스가 마신 건 포도주스밖에 없는데 잔과 주전자를 준비한 것도 베이어드 폭스였고

잔에 포도주스를 따른 것도 베이어드 폭스였으며 다른 사람이 독을 탈 기회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 제시카 폭스 스스로 독을 탈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가능성이 있었던

베이어드 폭스가 범인으로 몰려 처벌을 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진실찾기 게임은 엘러리 퀸이 느닷없이 한밤중에 괴한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괴한이 베이어드의 잠겨진 책상에서 뭔가를 훔쳐가면서 실마리를 잡게 되지만

오히려 베이어드가 독약을 주문한 처방전에 사인한 증거가 발견되면서

더욱 꼼짝달싹 못할 지경에 이르는데...


왠지 사건이나 진실과 결말까지 전작인 '재앙의 거리'와 너무도 유사해서 데자뷰의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생각되었던 12년 전의 사건을 재구성해나가자 그 당시엔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사실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사건을 혼란스럽게만 만들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엘러리 퀸이 결정적인 단서를 밝혀내면서 전혀 알 수 없었던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엘러리 퀸은 베이어드의 무죄를 밝혀내고 그 속에 숨겨졌던 차마 말하지 못할 진실까지

베이어드에게만 알려주는데 한 사람이 12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까지는

정말 어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었다.

전작에서 감초처럼 등장했던 라이츠빌의 주민들이 이번 작품에도 다수 등장하고

중요한 역할까지 담당해서 전작을 읽고 바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난 그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누가 누군지 헷갈렸다).

라이츠빌 시리즈는 확실히 국명 시리즈나 비극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보다 인간적인 느낌의 미스터리로 진화한 것 같다.

아마 계속 출간될 후속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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