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예순 살의 의사 엘리엇은 한 소녀를 극적으로 구해주고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에게 알약 10알을 받는데

그 알약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엘리엇이 그토록 보고파했던 일리나를 다시 만나게 만들어주지만... 

 

'구해줘'로 명성을 확인했던 기욤 뮈소와의 두 번째 만남인 이 책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시간여행을 이용해 30년 전에 사고로 잃었던 한 여자를 그리워한 남자의 간절한 마음이 잘 그려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의사를 하던 엘리엇과 플로리다에서 수의사를 하던 일리나는  

어릴 적 열차 사고를 계기로 연인 사이가 된다.

원거리 연애임에도 굳건한 관계를 이어가던 그들은 일리나가 아이를 갖기 원하자  

엘리엇이 이를 주저하면서 서로 다투고 헤어진다.

엘리엇은 일리나와 화해를 시도하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마는데...

 

첨엔 엘리엇은 일리나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간여행을 시작하는데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게 되고 30년 전의 자신이 일리나가 사고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리나를 구하려고 하자 미래가 완전히 바뀔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만약 일리나를 구하게 되면 사랑하는 딸 앤지를 잃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엇은 30년 전 자신과 고통스런 약속을 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도 바뀐다는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가 일부 바뀌어도  

결과적으론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거나(슬라이딩 도어즈가 비슷한 설정이었던 것 같다)  

바뀐 과거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와 원래의 미래가 공존한다는 설정(평행이론)이다.

시간여행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것 같은데  

가능 여부와 관계 없이 사람들의 과거를 바꾸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엘리엇도 사고로 잃어버린 일리나를 30년이 넘게 잊지 못해 그녀를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짧은 시간의 시간여행을 거듭할수록 점점 일이 커지게 된다.

나도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가보고 싶은 시절도 있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단순히 과거를 추억삼아 되돌아보는 기회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과거 자체를 바꾸는 건 욕심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입맛대로 과거를 바꾸면 그 순간은 좋을 것 같지만 그 여파는 정말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물론 평행이론에 의하면 두 개의 미래가 공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여행자 엘리엇과 30년 전 엘리엇이 과거를 바꾼 것,  

그것도 간신히 구해낸 사랑하는 여자와 절친했던 친구와의 생이별을 감수하면서  

과거를 바꾼 것은 역시 사랑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함께 할 순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라 할 것이다.

 

시간여행이란 흔한 소재임에도 맛깔 나는 얘기를 만들어낸

기욤 뮈소의 능력은 역시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구해줘'와 마찬가지로 소설임에도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가득한 이 책도 영화로 꼭 만나보고 싶은데

시간여행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책의 재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설을 영화로 만든 대부분의 경우처럼 실망할 가능성이 크겠지...ㅋ)  

암튼 두 권의 책으로 충분히(?) 검증된 기욤 뮈소의 다른 작품과도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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