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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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으며 그 과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한 대답이 이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한 일흔의 과학자가 출간한 이 소설은 미국 남부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삶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자연의 풍광 속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강인함과 신비로운 습지의 묘사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병렬적 구조로 추리소설과 법정스릴러의 흥미로움까지 만날 수 있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라는 공간에 대한 빛나는 묘사와 함께 인간 카야를 통해 여성, 계급, 본성, 과학, 문학을 아우그는 깊이를 감상할 수 있다.

습지의 판잣집에 홀로 남겨진 소녀 카야. 난폭한 아버지를 떠난 엄마와 형제 자매들을 그리워하지만 습지에 남는 것과 그들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버지마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마을 사람들로부터도 습지 쓰레기라며 배척당한다. 학교도 평생 하루밖에 다가오지 못한 그녀는 습지를 떠돌며 자연을 배운다. 다행히 점핑아저씨의 도움으로 습지에서 홍합을 따며 생활을 해나간다. 테이트의 도움으로 글을 배우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는 대학에서의 연구를 위해 떠난다. 혼자 남겨지는 것에 익숙한 줄 알았지만 거절당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어진 체이스와의 인연을 기대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시체로 발견된다. 누가 그를 죽였는지에 대한 의심은 마틀을 시끄럽게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450장이 넘는 장편소설의 분량이지만 추리소설 기법과 법정스릴러로 독자의눈을 사로잡는다. 이 소설은 인간의 성장소설을 시작으로 추리와 스릴러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결집될수 있는 것은 신비롭고 강렬한 생명력이 가득한 공간인 습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잘 구성된 이야기의 재미는 읽는 순간의 즐거움을 약속하지만 언젠가 잊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생태학의 교본과도 같이 섬세하게 자연을 묘사하며 그풍요로움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습지라는 공간이 작가의 과학자로서의 경험과 상상력에 의해 재현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날수 있는 습지라는 공간은 카야의 강렬한 주체를 빛나게 한다.

살림출판사의 사전서평단으로 이 책을 만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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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발견 잘웃는아이 9
박규빈 지음 / 다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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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발견

이책은 청소도 이유를 발견하고나면 더욱 의미있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청소를 발견한다는 설정은 엉뚱할 수 있지만 사랑스러운 그림과 유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청소를 해야할 때는 하기 싫고 귀찮으며 하나 안하나 똑같은 거 같은 일처럼 느껴진다. 청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아이의 소원이 이뤄지고 청소가 없는 세상은 점점 더러워진다. 그리고 아이는 이 상황을 극복할만한 발견을 해낸다.
청소영웅이라는 유쾌한 상상력은 바른생활의 지침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를 한다. 청소를 하고 깨끗해진 주변을 둘러보며
정리 정된 되지 않은 물건들과 대책없이 쌓인 쓰레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게다가 말끔한 공간을 얻었고 아울러 그곳에서의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청소의 발견은 일상에서 값진 발견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귀엽고 정감어린 그림은 자세히 살필수록 유머를 발휘한다. 어린이에게 청소에 대한 개념을 일상과 상상 사이에서 재미있게 잡아줄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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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열전 - 인생 고수들이 들려주는 지혜의 말들
김영철 엮음,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 / 창비교육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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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라는 단어가 반갑지만은 않다. 어쩌면 공부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가 담긴 단어인데도 강요와 부담으로 거리를 두게 되기도 했다. ‘공부해라.’의 당위에서 자유로운 학생이었던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공부는 놀이의 반대말이 되어 학창 시절, 고민과 시기와 질투와 좌절을 낳게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공부열전>이라는 제목은 자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생교육 시대를 살아가면서 배움이라는 것은 삶의 기본조건이 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어쩌면 이 말이 두렵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시켜 공부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한다면 미래를 긍정하는 힘을 줄 것이다. 이 책은 공부라는 단어를 감격 혹은 감동하게 만들어주는 11명의 인생고수에 대한 인터뷰다.

공부란 사람이 되어가는 길입니다. 공부가 사람을 꽃이게 합니다 김용택

공부가 곧 인생이지요. 인생은 공부의 연속입니다. -서재경

영행이야말로 가장 멋진 학습입니다.- 나효우

손자 시대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는 것 조정래

민주 공화국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기본 능력을 계발하는 것 도정일

공부는 인내심을 기르는 시간이지요 이순재

마음대로 하는 공부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지요.-이수정

평생학습과 일자리는 생명력과 발전의 원천입니다.-문국현

대접받는 말을 거부하고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이지요.-정성현

세상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김성수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게 있을 수 없어요.-강만길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인터뷰를 소개한다. 대부분 평생교육에 대한 견해에 대한 인터뷰로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공부는 삶과 자연을 닮아있었다. 특히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는 사는 게 공부였습니다. 삶 자체가 공부인 것이지요. 그게 평생교육이잖아요? 살면서 터득하고 배운 걸 써먹는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는 학교애서 배우는 걸 딱 한군에만 써먹어요. 시험 볼 때만.” 읽다가도 청중이 되어 같이 웃어보지만 웃고 나면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이를 삶에서 적용하리라는 기대없이 시험에 최적화된 정보만을 습득하려는 것이다. 평생교육이라는 제도 이상의 참의미를 주는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자 도정일은 평생교육의 지향점에 대해 생존, 의미, 윤리의 요청에 응답하는 교육이라고 언급한다. 우선 생존의 요청이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으로 기술교육 직업교육 같은 것들을 말한다. 다음으로 의미의 요청이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윤리의 요청은 타인들과 내가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타인에 대한 나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주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차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마을운동중앙회회장 정성헌은 새마을 운동 정신의 변화에서 공경을 꼽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정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공경은 교육의 기본 정신에 있어서 지금의 학생들, 혹은 성인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박정희시대의 계발전략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와는 다르게 생명, 평화, 공경의 노선을 확실히 하며 사회 운동으로 정착했음을 말하고 싶다.

 

대부분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인생 고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공부라는 단어에 무한한 신뢰가 갔다. 지금부터라도 공부의 방향을 세워 조금씩 실천해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이들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공부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공부라는 것은 성적이나 진학을 위한 공부가 아니다. 나의 삶과 공동체를 위한 실천이다. 소크라테스가 알면 행한다고 했듯이 안다는 것은 즉, 배운다는 것은 올바른 삶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어머니는 사는 게 공부였습니다. 삶 자체가 공부인 것이지요. 그게 평생교육이잖아요? 살면서 터득하고 배운 걸 써먹는단 말이에요. 근데 우리는 학교애서 배우는 걸 딱 한군에만 써먹어요. 시험 볼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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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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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도를 이탈한 바보 사랑꾼

<레스>를 읽고

 

레스는 추락하고 있다. 당신은 짐작한다. <레스>의 책 표지에서 그는 분명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이끌리는 것으로 보인다. 형편없는 게이 소설가는 매몰차게 바닥에 내던져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허공 속에서 무언가 적고 있는 바보사랑꾼의 운명을 단정할 수는 없다.

레스는 헤어진 연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불참의 핑계를 만들어낸다. 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횡단하는 세계여행을 계획한다. 뉴욕에서의 작가 인터뷰 진행, 멕시코 문학 행사, 이탈리아 토리노의 시상식, 독일 자유대학에서의 문학수업, 모로코 여행, 일본 요리 기사 작성. 그의 목적은 명백하지만 그의 마음은 방황한다. 헤어진 연인 프레디의 결혼식을 피하려는 너무나 그럴싸한 핑계 앞에서 자신을 속이는 일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의 어떤 여행지에서도 자책을 이어간다. 형편없이 늙어가고 있으며, 형편없는 소설을 쓰고, 형편없는 게이임을 인정한다.

레스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소설의 주인공인 게이 스위프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를 생각할수록 아무도 그를 가엾게 여기지 않으리라는 가벼운 절망이 이어진다. 쉰 살이 된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스위프트는 레스에게 조차 연민을 받지 못한다.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현실를 자각하는 것처럼 레스는 스위프트에게서 자신을 본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작가 앤드루 숀 그리어 역시 레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옮긴이의 말을 참고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성연인과 살고 있는 쉰 살을 앞둔 미국의 소설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고민은 소설적 가공을 거쳐 레스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슬퍼하고 있다. 연인을, 커리어를, 소설을, 젊음을 잃은 것에 대해.’(225) 레스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그의 상실감을 읽어볼 수 있다. 잃기 이전을 회상하며 잃은 이후의 현재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는 여덟 군데의 나라에서 여행을 하며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한다. 젊음과 그 이후의 나이 듦, 연애의 기억과 그 이후의 실연, 주목받았던 첫 작품과 그저 그런 입지의 후속작. 어쩌면 친구 카를로스의 말처럼 인생의 전반부는 희극이었다면 이제 쉰 살을 맞은 그에게 비극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유명 작가를 인터뷰하는 뉴욕의 행사에서 대체 아서 레스가 누구야?”라는 질문에 상처받지 않고 익숙해지려고 한다. 다음 여행지인 멕시코에서는 과거의 애인 로버트의 부인 메리언이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받는다. 그는 게이 남성이 지옥에서 심판받는 방법이라며 두려워하지만 다행히 그녀는 불참한다. 또한 기대 없이 참석한 이탈리아 토리노의 시상식에서는 상을 받는다. 대학에서 강의를 했던 독일과 비행기 사정으로 머물러야 했던 프랑스에서는 각각 짧게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 모로코에서는 동행하는 여행자들의 실연에 대한 사연을 듣고 인도에서는 발목 부상으로 친구 카를로스의 리조트에 머무른다.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의 바보 사랑꾼아서 레스는 어디서든 과거 자신의 삶의 일부였던 연인들을 떠올린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을 거울로 쓰겠다는 끝없는 욕구, 그 거울에 비친 아서 레스를 봐야겠다는 욕구(225)’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거울은 그가 바라보는 것을 비추고 그 안에서 그의 마음을 투영시킨다. 언제나 제각각 다른 모습이겠지만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그는 무리한 세계여행으로 다행히 프레디의 결혼식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적극적인 시도에도 마음속에서 프레디는 더욱 선명하게 존재한다. 결혼식을 상상하고 이어지는 신혼여행을 짐작해본다. 그가 계획한 여행은 그럭저럭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숨은 의도에서 반은 실패한 셈이다. 그는 여행지마다 프레디와의 기억을 그리고 그 이전에 로버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의 과거가 현재와의 거리를 벌릴수록 지금의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의 거울 속에는 실연당한 쉰 살의 게이 소설가가 있다. 애초에 그의 의도는 이런 형편없는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것은 의도를 이탈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말까지도 예상치 못한 화자의 등장으로 그의 의도는 너무나 기분 좋게 의도를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의도를 이탈한 바보 사랑꾼은 삶에 안착할 것이다. 그에게는 사랑이라는 중력이 있다.

 


그는 슬퍼하고 있다. 연인을, 커리어를, 소설을, 젊음을 잃은 것에 대해.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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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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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왕자 도난사건

이야기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든 생각이다.
마크트웨인이 두딸에게 잠들기전 해주던 이야기
그리고 짧은 기록에서 100년 가까운 시간의 거리를 두고 다시 이어진다. 작가필립스테드에의해서.

중간중간 마크트웨인과 필립스테드의 대화는
재구성되어 실린다.
"우리가 함께 있는 것도 개연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야."
개연성이 중요할까.
물론중요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 누구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만남은 허구이지만 응원하게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만든 이야기는
마크트웨인이라도 급조될 수 밖에 없겠지만
조니라는 주인공과 마법의 씨앗이등장하면서
몰입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기록은
여기까지. 그리고 필립스테드가 이어받는다.

<올레오마가린왕자도난사건>
동화의 제목은 길지만
흥미를 끌기에 적당하다.
조니의 씨앗은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
조니와 동물들과의 만남은 어떨까.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메시지는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잔잔한 미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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