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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ㅣ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천로역정_존 번연 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유성덕 역,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출판
PILGRIM’S PROGRESS
"참된 진리란 비록 그것이 거칠고 애매한 문구로 쓰여졌다 할지라도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이해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잘못된 고집을 꺾어 주며,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 주고, 또한 우리의 여러 가지 고통조차도 가라앉혀 줍니다."
이번 책은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널리 알려진 고전 중의 고전, <천로역정>이다.
게다가 1, 2 완역본을 한 권으로 만나보는 귀한 도서!
얼마 전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 <천로역정>이 개봉 후 현재 평점 9.52로 입소문을 타면서 더더욱 재조명 받고 있다.
그리고 <영혼의 책 54>에서도 꼭 읽어야할 도서로 선정되면서 늘 읽고 싶었다.
아무래도 기존 책과는 다르게 성경 말씀과 기독교적 이야기가 근간을 이루고 있어서 서평에 무게를 느끼지만
혹시 다르고 틀리더라도 한 사람이 자유롭게 읽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낀 독후감 정도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우선 이 책과 함께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 '존 번연'의 생애와 인생 이야기가 나온다.
존 번연은 1628년 영국에서 출생 후 전쟁과 종교적 제약, 감옥에 투옥되는 핍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지와 열정으로 진리를 나누고자 했다.
<천로역정>은 「1부: 크리스천의 순례」, 그리고 「2부: 크리스티아나(크리스천의 아내)의 순례」를 담고 있어서 주인공 크리스천, 그리고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함께 숭고한 순례길을 떠나며 인생의 진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변명
"강한 자를 끌어 내리시고 약한 자를 세워 일으키시는 하나님의 손에 이 책과 여러 독자들을 맡기고자 합니다. 이 책의 줄거리를 대략 말씀드리면, 한 인간이 영원불멸한 하늘의 상을 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독자들 앞에 그려놓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어디를 떠나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행하지 않는지 보여 주고 있으며, 하늘나라 영광의 문 앞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뛰고 또 뛰는지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또한 마치 영원한 왕관을 얻을 것처럼 인생행로를 급히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어떠한 이유 때문에 그들의 노고가 아무 쓸모 없게 되고 마침내는 바보처럼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십니까? 어리석은 행동을 멀리 떨쳐 버리고 밝고 유쾌한 마음으로 생활하길 원하십니까? 재미있는 수수께끼들을 많이 읽고 그 답도 알고자 합니까? 혹은 당신 나름의 묵상에 깊이 잠기길 원하십니까?
오직 살코기만 뜯어먹는 것만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구름을 탄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유익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십니까? 잠을 자지 않고서도 꿈을 꾸고 싶지 않으십니까? 동시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경험을 갖고 싶지 않으십니까?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다가도 헛된 마술에 홀리지 않고 다시 제정신을 찾는 경험을 갖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책을 읽으면서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구절을 읽음으로써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 만일 그렇다면 이리롸 와서 제가 쓴 이 책을 펼치고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함께 파묻어 보십시오.
- 존 번연
<천로역정>에는 참 많은 비유와 은유, 메타포로 읽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지금이야 책의 우화 속에서 교훈을 배우는 게 흔하지만 1678년에는 그렇지 않아서 사람들의 비난과 반발도 심했다고 한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허례와 위선을 만나고 아름다움이라는 궁전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 순례길의 동반자 믿음을 만나게 되며, 그 유명한 허영의 시장을 지나 무지와 재회하고 결국 천성이라는 구원의 길로 가는 모험은 직접 읽어봐야만 한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익숙한 단어들은 비유적인 등장인물들과 장소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건 싫건 나와 비슷한 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크리스천이 선택하는 길은 곧 내가 살아오거나 살아갈 길이 된다.
100번의 삶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역정의 길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순례를 떠난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저자의 수감과 꿈
"세상의 황폐한 광야 지대를 두루 지나다가 어떤 곳에 이르니 거기에는 굴이 있었다. 나는 그 굴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한 남자를 보았는데, 그는 남루한 옷을 걸치고 집에서 떨어진 어떤 장소에 서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있던 그는 이윽고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그는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한 슬픈 목소리로 "어찌할까?"라고 울부짖었다."
<천로역정>의 그 유명한 첫 문장이다.
화자 '나'가 꿈을 꾸면서 한 남자인 주인공 크리스천을 보게 된다.
크리스천은 어느 날 등에 진 짐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곧 자신이 사는 도시가 멸망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 구원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크리스천에게 '전도자'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라고 적힌 양가죽으로 만든 두루마리를 주며 좁은 문이라는 장소를 알려준다.
"그럼 저쪽에서 빛나고 있는 밝은 광채는 보이십니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광채를 바라보면서 똑바로 올라가 보십시오. 그러면 좁은 문이 나타날 것이며 문을 두드리면 누군가 나와서 당신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가르쳐 줄 것입니다."
...
선의: "당신이 여기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건 우리는 결코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한 크리스천 씨, 잠깐 저와 함께 가십시다."
... "물론 이 길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런 길들은 모두 구부러져 있고 폭이 넓습니다. 그러나 바른 길은 단지 하나뿐이며 그 길은 매우 좁고 또 곧게 뻗어 있는 길이므로 당신은 쉽사리 옳고 그른 길을 분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도자'가 알려준 길을 따르려는 크리스천에게 사람들은 응원은 커녕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협박을 한다.
특히 '고집쟁이'와 '유순'이 나타나 못가게 설득시키려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포기할 크리스천이 아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다르게 행동하고 앞날을 먼저 보며 굳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진리의 길을 가는 크리스천은 첫번째 목적지인 좁은 문에 도착한다.
그 좁은 문 위에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라고 써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선의'는 또 다른 장소인 '해석자'가 있는 곳의 문으로 가라고 하나님의 은총과 함께 안내해준다.
그리고 '해석자'를 만나 옳고 그름이 다양한 케이스를 파노라마처럼 마주치며 깨달음을 얻는다.
"여기 이곳에서 난 희귀하고 유익한 많은 일들을 보았노라.
즐거운 광경이나 무시무시한 광경이나 모두
내가 장차 겪게 될 많은 일에서 나를 안전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놓았도다.
내가 본 모든 일들을 늘 마음에 깊이 새겨
그것들을 보게 된 참된 의도를
깨닫게 하소서.
오,선하신 해석자여, 당신께 깊은 감사를 드리나이다."
'전도자'의 말씀대로 크리스천의 짐을 벗을 수 있게 된다. 바로, '구원'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십자가'에서 말이다.
크리스천이 십자가 위로 막 올려가려고 하자 그의 고통스러운 짐은 자연스레 벗겨지더니 무덤의 입구 속으로 들어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기쁨에 가득찬 크리스천은 노래를 부르며 길을 떠난다.
"지금까지 난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다녔다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내 슬픔과 고통의 짐을
벗지 못하였는데
아! 이곳은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여기서부터 내게 참된 행복이 시작되려나?
여기서부터 내 등의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려나?
여기서부터 나를 묶어 놓았던 고통의 사슬이 끊어지려나?
날 위해 수치를 받으신 그분을 찬양하라!"
하지만 크리스천의 모험은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짐에게서 벗어나고 나서야 진정한 모험이 시작된다.
'허례'와 위선, '겁쟁이'와 '불신'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아불루온'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무저갱의 사자)를 만나는 고난의 길을 가지만 그래도 꿋꿋히 걸어갈 뿐이다.
-믿음과 수다쟁이
믿음: "아, 이제 말과 실제 행동은 별개의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 이러한 구별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한층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크리스천: "참으로 말과 행동은 영혼과 육체가 서로 다르듯이 별개의 것들이지요. 영혼이 없는 육신이 죽은 시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도 역시 죽어 있는 시체에 불과합니다. 종교의 정신은 곧 실행하는 데에 있습니다.
...
"듣는 것은 단지 씨를 뿌리는 작업에 불과하고, 말은 마음과 생활 속에 참된 열매가 맺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최후의 심판날이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제각기 그들이 거둔 열매의 성과에 따라 심판받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그날에 이르러 심판자께서는 '너는 믿었느냐?' 하고 묻지 아니하시고 '너는 진실로 행했느냐? 혹은 말만 하고 다녔느냐?' 하고 물으실 것이며 그 행함의 여부에 따라서 심판을 내리실 것입니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 '수다쟁이'와의 만남도 인상 깊다.
'수다쟁이'는 말만 하고 행함이 없는 전형적인 입만 산 케이스, 언행불일치 인물이다.
처음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싸해보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요지와 알맹이는 없고 겉포장과 입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이다.
되게 재밌는 건 저런 사람은 말 솜씨가 훌륭해서 개그맨이나 MC처럼 웃음을 자아내고 빵빵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근데 알아가면 갈수록 쎄함과 더불어 불유쾌해진다.
물론 이런 만남도 사회생활의 하나라서 대놓고 싫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겪어본 '수다쟁이'들의 특징은 바로 전지전능한 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상한 근거 없는 자신감인 근자감이 있다는 거다.
툭툭 던지는 "그거 알아요?"가 단지 이야기 전환이나 분위기 환기용이 아니라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알려줄께"라는 뉘앙스.
절대로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왜냐면 모르는 건 자기가 아는 얘기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니까.
'수다쟁이'들에게 행동과 더불어 꼭 필요한 요소는 소통이다.
입보다 많은 귀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경청할 것.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어디서 치고 들어가야 재밌을 지 머리를 굴리며 끼어들기 보다,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라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존중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천과 '믿음'이 우리 곁에 늘 있다고 생각하고, '수다쟁이'를 만날 때마다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다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되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믿음보다 중요한 행함으로 삶을 살길 바라며.
"이제 내가 꿈에 보니, 그 두 사람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리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몸은 변화되었고 의복은 황금같이 빛났다. 또 사람들이 수금과 면류관을 가져와 그들에게 주었다. 수금은 찬양하는 데 쓰는 것이었고, 면류관은 영예의 상징이었다.
...
"대문이 활짝 열려 내가 안을 들여다보니, 성은 마치 태양처럼 빛났다. 또한 거리는 금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머리에 금면류관을 쓰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와 노래하는데 쓰는 황금 수금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또한 날개를 가진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쉬임없이 "거룩, 거룩, 거룩, 우리 주님이시여"라는 말로 서로 화답하였다."
여기에 다 소개할 순 없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장소를 지나 천성문을 향해 크리스천은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구원을 받는다.
또한 안타깝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가 다가오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헛된 소망'이라는 자는 결국 벌을 받기도 한다.
이 둘은 이전에도 만난 적 있지만 이름 그대로 무지하고 헛된 소망으로 방해만 되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고 연대하기 때문에 선한 영향력으로 바른 일을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이 후 존 번연의 결론과 함께 1부가 끝이 나고,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그의 가족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과연 크리스티아나도 크리스천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구원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나는 <천로역정> 이야기 속의 해피엔딩이 참 좋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역동적인 힘을 준다.
기독교 고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책 속 인물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이 글은 CH북스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