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4년작이고, 배경은 전후 서울.
혼돈, 가능성, 불확실의 시절, 언제는 그런 시절이 아닌적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시절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모든 것을 무리없이 반영하는 작품이라서, 일면 놀라웠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니 나는 박완서 작가가 마음에 든것일까.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지만 회상에 자기연민이나 미화는 그다지 없고, 무엇을 판단할 때도 외부의 무엇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심지있는 캐릭터.
도발이라고 까지는 못하겠지만 진보적인 여성 캐릭터다.
한 시절의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고 홀가분하게 돌아서는 이를 좀처럼 보기 힘든 탓에 더욱 매력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의 이야기는 볼 만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박완서 작가의 그 시절 이야기는 새로웠다.
멋진 작가다.

-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 44

-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사하며 탐닉하고 있는 건 추억이지 현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그와 소원해진 사이에 느낀 휴식감도 절정감 못지않게 소중했다. 긴장 뒤엔 반드시 이완이 필요한 것처럼. 그러나 한 번 통과한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전적인 몰두가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 70

-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이다. 문상은 안 가기로 했다. 결별은 그 때 그것으로 족함으로. - 307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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