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학선 16
백남룡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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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교훈적이고 도덕적이고... 뭐 그런 단어들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건전한 경제 도덕 생활, 사회륜리 생활, 화목한 가정 생활(10)을 완성하기 위한 동네 히어로 캐릭터의 판사 동무가 종횡무진 활약한다.
선반 기술자 남편과 예술단 가수 아내의 불협의 가정을 중심으로 여러 가족들의 일면을 보여주니, 북한이 피부로 느껴지게 된다.

북한의 현대 소설이 이리도 교훈적인 내용을 담는 것, 인민을 계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거니와, 비슷한 시기의 남쪽 소설들도 뭐 크게 달랐나 하면 그런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미국놈들의 폭격에 부모를 잃은(75)’ 캐릭터도 깨알같이 등장하니 ‘북’이라는 조건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적극 독려되는 공산주의의 모습이 젠더의 견해차 보다는 세대의 견해차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회적 인정욕구가 큰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나이든 지도원에게 판사가 준엄한 꾸짖음을 내리고 지도원은 깊이 반성하며 시정케하는 모습이나, 연구의 어려움을 겪는 선반공에게 양질의 모래를 퍼다주기 위해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그는 판사의 모습이나, 제대로 된 논공행상을 하지 않은 비리 공무원을 꾸짖는 판사의 모습 등은 판사와 변호사와 검사의 역할을 동시에 주고 있는 듯도 보인다.
근대적 사고와 가부장적 사고를 구태한 것으로 여기고 사회주의 사회의 모범을 향해 굳건히 인민을 인도하는 판사에게 화이팅 하라고 전하고 싶고, 판사라는 존재가 아닌 이웃으로 벗으로 다가서고 싶은 그 마음은 잘 알겠으나 나는 사양하고 싶고.... 뭐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해설에서 북한 소설은 러시아, 중국, 유럽(물론 북미 남미도)의 영향없이 발전해온 특이한 겨레말 소설이며 독자성이 있다고 평하였는데, 타 문화와의 교류와 영향이 없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가 의문이 든다.
상호작용과 비판, 수용은 문화의 중요한 요소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과 인민의 교화에만 목적이 있는 특이점은 있겠으나, 긍정적 문화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동네 해결사 판사를 존경해 따르는 착한 공동체가 과연 존재할까 싶고, 한편 그런 순수한 세계가 있으면 싶기도 하고... 뭐 그랬다.

‘리혼’을 주제로 만난 북한 소설은 그런 생각들을 남겨 준다.

- 낡은 과거가 여기에 무슨 상관이 있어요. 생활은 오늘이고 앞에 있어요. - 63

- 남편과 갈라지는 것은 단순히 법정에서 판결과 실무적 수속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였다. 순희는 자기가 마치 도덕의 저울대 우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기의 가정이지만 가정을 해치는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니였다. 마을과 주위와 직장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사회적 일이였다. 그래도 기어이 욕망을 실현하자면 녀성의 아름다움과 명예인 정신도덕적인 모든 것을 잃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사회라는 큰 가정에서도 쫓겨나야 할 것만 같았다. - 168

- 삶의 참의미를 묵살하는 거나 같지 않습니까. 가정불화가 있다 해서 녀성에게 그런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처벌을 주 수는 없습니다. 재능은 사람의 인격을 구성하는 데서 주요한 부분입니다. 재능이 피여나는 길을 막는 것은 우리 법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 171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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